|
어느 극좌파가 본
–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비판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 생물학자가 진단하는 2020년 초고령
사회』,
사회생물학자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 생물학자가 진단하는 2020년 초고령 사회』
『대담 -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공저)』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알이 닭을 낳는다 - 생태학자의 세상보기』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 한 사회생물학자가 바라본 여자와 남자』
『
나는 「『대담 -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도정일∙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는 수많은 모순을 담고 있는 책이다. 특히
출산율과 관련해서 그 모순은 매우 두드러진다.
[] 속에 있는 내용은 모두 내가 삽입한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쇼크’와 ‘시한폭탄’은 충격의 강도가 차라리 경미한 표현이다. 나는 인구의 고령화가 몰고 올 사회적 충격이 가히 천변지이(天變地異)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21쪽)
이는 최근 고령화 속도가 2001년의 인구추계 당시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우리나라의 고령 사회 진입 시기는 당초의 2019년보다 1년 앞당겨진 2018년으로 예상된다. 2018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3%를 차지해 본격적인 고령 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보이며, 또 2026년에는 그 비율이 20%를 넘는 이른바 초고령 사회(super-aged society)로 진입할 전망이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29쪽)
맞는 말이다. 그런데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괴물 속에서 국민은 잔뜩 만들어졌다 빨리 죽고 또 만들어지고 하면서 그냥 그렇게 오랫동안 질퍽질퍽 살아갈 것이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79쪽)
이 구절은 이 책의 내용과 두 가지로 모순된다. 첫째, 낮은 출산율을 걱정하는 책에서 “잔뜩 만들어졌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둘째, 고령화를 걱정하는 책에서 “빨리 죽고”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런 식의 모순은 이 책 내내 출현한다.
고령화를 멈추려면 생물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세상물정 모르는 생물학자의 유치한 구호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나는 그 동안 어쭙잖게 스스로 생물임을 거부했던 과오를 청산하고 지극히 생물다운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고령화를 멈추거나 최소한 상당히 늦추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77쪽)
한국을 비롯하여 몇몇 나라에서 낮은 출산율은 고령화의 속도를 더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 고령화는 평균 수명의 증가로 인해 시작된 현상이지만 대부분의 선진국들에서는 출산율의 저하가 실질적으로 더 심각한 원인이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33쪽)
고령화와 맞서 싸워야 하는
젊은 부부가 안심하고 자식을 기를 수 있는 양육 환경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조성해줘야 한다. 출산장려금 한 번을 지급하는 정도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보육 시설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사교육비 문제를 포함하여 신뢰할 수 있는 교육제도의 확립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81쪽)
좋은 말이다. 나도 복지 제도가 훨씬 잘 갖추어지길 바란다. 하지만 좋은 정책에 대한
또한 아래에서 살펴보겠지만
이처럼 남성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출산율이 인구대체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43쪽)
남성이 육아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출산율을 인구대체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목적이다.
이 책에서
하지만 지금 인구 증가는 인류가 직면한 커다란 문제가 아니던가? 이
문제에 대한
물론 인류 전체로 보면 우리는 아직도 인구 증가를 염려해야 한다. 지구생태계의 인구 수용 능력(human carrying capacity)에 한계가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위기를 맞고 있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24쪽)
고령화를 늦추기 위한 방법으로 출산율 증가만이 유일한 것은 아니다. 전 지구 차원에서 보면 인간은 아직도 인구 증가를 걱정해야 하는 동물이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22쪽)
여기까지 보면
이제 고령화를 걱정하는 선진국들이 그간의 산아제한 정책을 포기하고 출산장려 정책을 펴면 지구 생태계의 운명은 더욱 어두워지고 말 것이다.
인구의 감소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26쪽)
한국에서도 인구의 감소 그 자체는 잘못이 아니란다. 그런데 위에서도 인용했듯이
이처럼 남성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출산율이 인구대체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43쪽)
출산율을 인구대체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도대체 무엇이
한국의 출산율이 낮더라도 이민자들이 그 공백을 메운다면
첫째, 고령화의 직접적인 원인을 낮은 출산율이 제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 출산율을 높이는 것만이 최선의 방책인지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지구촌 전체를 생각하면 저출산은 사실 반가운 현상일 수 있다. 외국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하여 노동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일 먼저 검토해야 한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72쪽)
하지만 여기서도 불길하긴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을 나도 환영한다. 하지만 그 목적이 노동력의 확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미국이 이처럼 양호한 출산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이민 덕분이다. 이민 여성들의 출산율이 전체 출산율을 끌어올린 덕에 미국은 비교적 완만한 고령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행한 것은 아니겠지만 1989년 이민법을 개정하여 많은 불법체류자들을 구제해준 일은 훗날 대단히 현명한 판단으로 평가될 것이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48쪽)
개별 국가의 입장에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닐지 모르지만 지구 생태계의 차원에서 보면 이제 와서 갑자기 출산을 장려할 것이 아니라 노동 인구의 이민을 보다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다. 이민 인구는 상대적으로 젊고 제1세대 이민 여성들의 출산율 역시 상대적으로 높다. 미국이 지금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고령화의 충격에 덜 흔들리는 까닭이 바로 일찍부터 문호를 열었기 때문이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26쪽)
미국에서 불법체류자를 구제해준 일을
우리나라 여성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아 편안히 기를 수 있도록 훌륭한 양육 환경을 조성해주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대대적으로 펼쳐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우리도 이제는 다른 나라로부터 이민자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열린 정책을 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부터 달라져야 한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30쪽)
이주 노동자(외국인 노동자)를
환영해야 한다는
나는
게다가 외국인 노동자를 환영해야 한다는
진정한 개혁은 말로 떠드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 그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퇴임식에서 한 말이 기억 난다.
결국 개혁이라는 것은 서로 믿고 사랑하고 서로를 배려해줌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 인간다움, 오로지 인간다움 그 한 가지를 실현하기 위해서 그것을 가로막는 여건들, 그것을 가로막는 서로의 오해, 서로의 불신을 녹여나가는 작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은 제도의 개혁이라고도 표현이 되고 문화의 개혁이라고 표현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서로의 사랑을 열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한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서 제 말에 동의한다면 저는 굳이 개혁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는 개혁되고 있다고 믿습니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67쪽)
고령화와의 투쟁에 돌입한
출생률 자체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결혼 시기를 늦추는 것이 어떤 의미로는 고령화의 속도를 더욱 크게 부채질하고 있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85쪽)
조혼과 그에 따른 이른 출산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인구 감소를 방지하고 고령 인구 비율의 증가를 막는 데 기여하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이득을 갖고 있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86쪽)
조혼과 조기 출산이 실제로 출산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양육 환경을 개선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89쪽)
요즘처럼 만혼이 늘어나고 더군다나 많은 사람들이 좋지 않은 경제 사정을 이유로 들어 아이 낳기를 꺼리는 시점에서 사춘기를 지내고 너무 늦지 않게 자식을 낳자는 제안이 무척 무식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조혼과 그에 따른 조기 가족계획은 만혼에 비해 본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이득을 제공한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63쪽)
양육 환경을 완벽하게 만들어가는 노력과 함께 조혼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 것을 제안한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84쪽)
조혼을 위한 투쟁에서
그러나 고령 출산은 눈에 보이는 경제적 손실 외에도 생물학적으로 볼 때 선천적으로 열등한 개인들을 사회에 유입한다는 점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는 사회가 조혼과 조기 출산 문화를 정착시키기만 하면 치르지 않아도 될 손해라는 점에서 생물학자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87쪽)
될지 안 될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하나의 사회로서, 어떤 형태로든 의식적으로 그 도덕 유전자가 더 잘 퍼지게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되는 거죠. (『대담 -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 573쪽)
우리 사회의 성매매가 반드시 결혼을 하지 않은 남녀들의 문제는 아니지만 조혼이 불필요하게 문란한 성문화를 보다 성숙한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적어도 성적으로 성숙한 남녀가 지나치게 오랜 세월 동안 일정한 상대자도 없이 ‘성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만혼 사회의 부담은 줄어들 것이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88쪽)
여기서는 성매매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인 것 같다. 그런데 만혼은 “성적으로
성숙한 남녀가 지나치게 오랜 세월 동안 일정한 상대자도 없이 ‘성생활’을 영위”하는 것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결혼을 안한다고
연애를 안하는 것은 아니다.
고령화 때문에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의 비중이 줄어든다. 이대로 간다면
이제 더 적은 사람이 더 많은 사람을 먹여살려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는 이를 ‘두 인생 체제(two-lives system)’라고 부른다. ‘두 인생 체제’에서는 제1인생의 직업을 제2인생으로 끌고 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50세를 전후하여 제1인생의 직업에서 은퇴하고 다시 제2인생으로 뛰어들 것을 제안한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62쪽)
제1인생의 직업으로부터 은퇴하고 또다시 제2인생을 위한 직업에 뛰어들자고 하는 것은 사실 은퇴하지 말자는 말이다. 이제부터는 우리들 사전에 은퇴란 없는 걸로 하자는 얘기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63쪽)
나는 “우리들 사전에 은퇴란 없는 걸로 하자는 얘기”에 동의한다.
하는 일 없이 놀면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03쪽)
기력이 쇠해서 더 이상 일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현대의 인간들은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아직 일을 할 수 있다. 이 때 정년 퇴직으로 일자리에서 완전히 퇴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을 전혀 하지 않는 노인들은 자신을 쓸모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며 무위고(할 일이 없어서 심심한 것도 상당히 괴롭다)에 시달린다.
하지만 이모작(두 인생 체제)에
대한
자식을 기르는 시기에 적합한 직업과 직업 환경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식을 떠나보낸 다음 하고 싶은 일 또는 할 만한 일이 따로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두 인생 체제’는 자연스럽게 많은 새로운 일자리들을 창출할 것이다. ‘노인’들이 계속 일하게 된다고 해서 젊은 사람들의 직장을 뺏는 것이 아니다. 두 인생이 구조적으로 확실하게 분리되면 일자리를 두고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어 보이는 세대간의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63쪽)
사회가 고령화하면 노인들의 노동력이 반드시 필요하게 될 것은 분명하지만,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같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도록 해서는 상황을 점점 어렵게 만들 뿐이다.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아 상호보완적으로 협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33쪽)
일자리를 놓고 젊은이와 노인이 경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령화가
10년 내지 15년 후면 노동력이 부족하여 고령자들이라도 고용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게 될 것이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06쪽)
또한
어떤 이들은 제1인생에서 하던 일을 제2인생에서도 그런대로 계속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작가나 예술가들은 50세를 전후하여 구태여 붓을 꺾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2인생을 새롭게 준비하길 바란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70쪽)
물론 학자도 예술가처럼 50세를 전후하여 구태여 학계를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왜 하필이면 작가나 예술가 같은 직종의 전문인들만 자신의 일을 계속해야 하나? 왜
젊은 시절 일한 것에 비해 제대로 받지 못한 임금을 훗날 나이 들어 보상받으라는 이른바 ‘연공(年功) 임금제’는 고령화 시대에 전혀 적합하지 않은 제도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몇몇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는 ‘임금피크제’는 충분히 연구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93쪽)
나도 연공 임금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죽을 때까지 자신이
원하면 일할 수 있는 사회라면 임금 체계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럴 만한 명분과 현실성이 주어져야 한다. 나는 내가 제안하는 ‘두 인생 체제’가 [임금피크제의] 이론적인 근거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94쪽)
도대체 왜 그것이 이론적 근거일 수 있는지 나는 도통 모르겠다.
나는 기본적으로 제1인생에서는 감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자고 제안하려 한다. 프로젝트 단위로 사업단을 구성하고 그 일에 가장 합당한 품성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나이에 상관없이 단장 또는 팀장으로 추대하고 그 프로젝트가 끝나면 직위해제하는 방식을 권한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94쪽)
한편 전통적인 의미의 ‘장’ 자리는 제2인생의 ‘노인’들이 맡되 기본적으로 명예직이어야 한다. 보수도 제1인생의 젊은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적고 중재 역할에 필요한 권한 이외에 실질적인 권한은 주어지지 않는다.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이기보다는 젊은이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장이 아니라 사실 비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98쪽)
나이에 상관 없이 팀장을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에는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왜 ‘장’ 자리를 ‘노인’[50세를 넘긴 사람들]들이 맡아야 되는지 모르겠다. 또한 장이 아니라 비서의 역할이라면 그런 감투는 그냥 없애버리면 된다.
프랑스 현대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 중의 한 사람이자 정치인으로는 보기 드문 지성이었던 미테랑도 고령화에 관한 한 결정적인 오수를 두고 말았다. 그는 1983년 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년을 65세에서 60세로 낮췄다. 일본이 1980년부터 본격적으로 고령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프랑스 정부는 안이하기 짝이 없는 정책을 편 것이다. 실패학의 개념을 제대로 도입하지 못한 나머지 1998년 프랑스 정부는 또다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은 38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여 세상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실질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고령화의 악영향을 경험하고 있는 프랑스는 이미 2000년 현재 근로자 2명이 퇴직자 1명을 부양하고 있다. 2020년에는 근로자와 퇴직자의 비율이 1대1이 되며 그로 인한 연금재정의 적자 규모가 500억 유로(약 6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뒤늦은 대처로 엄청난 대가를 치르던 프랑스는 드디어 2003년 7월 연금개혁을 단행했다. 상처뿐인 훈장이지만 이제야 진정한 창조적 실패를 활용하기 시작한 셈이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46쪽)
과감하게 연금제도를 민영화한 칠레와 그보다도 먼저 민영화를 대비한 연구를 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1998년부터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비교적 적절하게 결합하여 새로운 연금제도를 만들어 실시하고 있는 스웨덴 정도로부터 새로운 대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을 뿐, 대부분의 선진국에는 사실상 벤치마킹할 것이 별로 없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41쪽)
노동시간을 줄인 프랑스가 아니라 연금제도를 민영화한 칠레를 본받으란다.
앞으로 파견근무와 비정규직은 혐오스러운 예외가 아니라 매우 일상적인 직업 형태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노동 인구의 유동성 덕분에 연령이 아니라 능력을 기준으로 하여 선임된 팀장 또는 단장의 지휘 아래 한시적으로 일하다 해산되는 일이 그리 자존심 상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지금은 진통을 겪고 있지만 곧 파견근무자들과 비정규직에 대한 보다 바람직한 법령이 만들어질 것이라 믿는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96쪽)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도 호의적으로 보는 듯하다.
일자리를 과연 정부가 만드는 것인가? 시장경제에서 일자리란 기업들이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하여 사람을 고용하려 할 때 창출되는 것이라고 나는 이해하고 있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31쪽)
투자심리를 되살릴 수 있는 시장 구조를 마련하려는 장기적인 계획이 아니라 임대주택과 군인아파트 또는 학교 건물과 공공도서관 등이나 지어 급한 대로 건설경기를 부양할 계획으로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달성한다는 얘기는 경제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에게도 전혀 설득력이 없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32쪽)
여기서도
여유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그 돈을 자기와 자기 가족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를 위해서 쓰고 갈 수 있으면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공산주의 체제가 아닌 다음에 가지고 있는 재산을 강제로 몰수하여 필요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 줄 수는 없으리라. 그러나 이미 풍요로운 사람들이 제2인생에서도 재산을 축적하기는 어려운 사회 구조를 제도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08쪽)
“제2인생에서도 재산을 축적하기는 어려운
사회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수많은 대기업의 자본가들이
50세를 넘긴 제2인생을 살고 있으며 그들의 지상 목표가 재산 축적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런 메커니즘이 자본주의의 핵심이라는 것을
이런 것을 따지는 나의 말은
헛된 이념투쟁과 부질없는 마녀사냥으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72쪽)
하지만
사실
AARP[미국은퇴자협회]는 현재 3,500만 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미국 최대의 NGO로서 150명의 전문 로비스트들이 의회 등에서 정책 입안을 위해 뛰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노인들의 복지에 무관심한 정치인들은 입지의 여지를 잃은 지 오래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71쪽)
지금 이 시대에도 회사 내에 보육 시설을 갖추는 걸 꺼리는 기업이 있다는 사실은 정말 믿기 어렵다. 아이를 가까이 두고 일할 때 훨씬 일의 능률이 오른다는 연구 결과는 벌써 여럿 나와 있다. 우리나라 화장품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직장 내 보육 시설을 마련한 태평양이 전반적인 경제 불황에도 계속 매출이 늘고 있는 것이 그러한 연구 결과들을 입증해주고 있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44쪽)
자본가들은 보육 시설에 투자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데 과연 멍청해서 보육 시설에 투자하지 않는 것일까? 태평양이 매출 증가는 과연 보육 시설 때문일까? 설령 보육 시설에 대한 투자 때문에 일의 능률이 오른다고 하더라도 자본가의 입장에서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이 아니다. 보육 시설에 대한 투자를 능가할 만큼 일의 능률이 올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가의 입장에서는 결국 손해다.
현재 일본의 개인 금융자산의 거의 대부분이 고령자들의 손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고령화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일본 경제가 만족할 수준으로 살아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44쪽)
이 구절을 보면
현명한 여성 고령자를 가진 인류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여러 면에서 훨씬 유리했을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적어도 그 여성 고령자가 축 내는 음식의 양보다는 훨씬 더 큰 지식의 이득을 제공할 것이다. 생물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은 그 동안 보다 확실한 진화적 근거를 찾아다녔다. 드디어 지난 2002년 영국 런던 대학 연구진에 의해 할머니의 존재가 유아 사망률을 절반이나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67쪽)
런던 대학의 연구는 “그 여성 고령자가 축 내는 음식의 양보다는 훨씬 더 큰 지식의 이득을 제공”함을 밝힌 것이 아니다. 할머니가 유아 사망률을 줄여준 이유는 그 할머니가 일을 해서 유아에게 음식을 제공했기 때문이지 그 유아가 먹을 음식을 축냈기 때문이 아니다. 사냥-채집 사회에서는 40 세 정도에 할머니가 되는 일도 흔하다.
인간도 엄연한 생물이다. 생물로 태어나 스스로 번식을 거부하는 것은 번식이 개체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특수상황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84쪽)
하지만 한국에 사는 인간이 “스스로 번식을 거부하는 것은 번식이 개체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기 때문이 아니다. 한국은 고령 사회에 급속히 진입하고 있다. 즉 오래산다. 이런 면에서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매우 다르게 행동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콘돔의 발명 때문인 듯하다. 나는 「콘돔과 자살 - 진화심리학적 고찰」, 「콘돔 - 인류에게 닥친 재앙」, 「콘돔과 진화」에서 이 문제를 다룬 적이 있다.
우리보다 훨씬 먼저 이곳에 등장하여 우리보다 훨씬 많은 걸 보아온 그들[다른 동물들]이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91쪽)
다른 동물들은 우리보다 훨씬 먼저 등장하지 않았다. 다른 동물의 조상이 살아가고 있을 때 우리의 조상도 같이 살고 있었다. 또한 우리가 우리의 조상과는 다르듯이 다른 동물도 그들의 조상과는 다르다. 진화는 모든 동물에게서 일어난다.
동방예의지국에서 맞아 죽을 얘기일지 모르지만 ‘효’는 애당초 전혀 생물학적이지 못한 개념이다. 자연계에서 인간을 제외하고 나면 그 어느 동물에게서도 효는 찾아볼 수 없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07쪽)
전 세계적인 인구 감소를 원한다면 한국만 인구가 감소하지 않기를 바라서는 안된다. 그것은 매우 어리석거나 이기적인 생각이다.
이민이나 이주 노동을 한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한국으로의 이민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가임기의 여성인지 여부, 젊은지 여부, 병에 걸렸는지 여부 등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어떤 한국인이 가임기가 지났다고, 늙었다고, 병에 걸렸다고 한국에서 추방해서는 안되는 이유와 같다.
노인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을 노령화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노인이 젊은이와 같은 직업을 놓고 경쟁하더라도 노인의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복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어서는 안된다.
노령화가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자본주의 하에서나 그렇다. 사회주의 사회라면 별 걱정 할 필요가 없다. 나의 사회주의론에 대해서는 『나는 왜 극좌파인가(나는 왜 다윈주의적 극좌파인가』를 참조하라.
첫댓글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들어봐서 봅니다. 평소에 저도 최재천 선생의 글이 너무 심한 논리적 비약으로 가득차 있다고 생각했는데 속시원히 잘 지적하셨네요. 어떤 말을 해도 들어주는 권력을 가졌다는 것이 무책임으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입니다. 진화생물학에 관심있는 사람으로서 최재천 선생의 두 책은 좀 민망한 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