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이야기]
목회자 성폭력 사건을 지원하면서..
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 윤귀남
지난 7월, 모 선교단체 대표인 목사가 그 단체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20대의 여신도들을 열 명 정도 수년 간 성폭력한 사건이 의뢰되어 왔다.
피의자는 6년 전에 선교단체를 설립하였는데, 이 단체를 지도감독하는 상위기관이 없는 독재 체제였다고 한다. “성관계를 가져야 정결해진다. 육신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하나님이 너에게 알려주라고 하셨다. 진짜 아버지의 사랑을 알려주겠다”고 하였고 대 여섯 번 씩 질문하며 “하나님에게 순종할 수 없느냐“고 하였다고 한다. 하나님을 거론하면서, 여신도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악용하여 성폭력을 하였는데, 장소는 모텔, 호텔, 사무실, 자기 집 등이었고, 피해자들에게는 이 일을 절대 비밀로 하라고 지시하였으며, ”너만이 나의 특별한 사람이다“라는 식으로 말했기 때문에, 이 사건이 드러나게 된 최근에야 서로 같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사건을 고소하려고 할 때,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이 두려워하여 법적 대응을 하려고 나서는 사람이 극히 적었으며, 성폭력 특별법에 의한 고소기간 1년을 다 넘겼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피고인은 1년 여 전에 안식년으로 단체를 떠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시 이런 사건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용기 있는 4명의 여성이 일단 고소를 하게 되었고, 기독교여성상담소에서는 목회자 성폭력의 특수성을 알리는 의견서를 써서 고소장과 함께 제출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우리 상담소 자문변호사의 도움으로 형법 303조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의견서를 썼다. 담당 형사는 이 사건을 작은 정명석 사건으로 보고 처벌하려는 의지가 강하였고 피해자들을 조사할 때도 성적수치심을 느낄 질문은 하지 않고 피해자의 말을 믿어주려 하였다고 한다. 성폭력만으로는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자 단순폭행사건을 추가로 고소하였으며, 결국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되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가해자가 하나님을 거론할 때 피해자들이 항거불능 상태에 놓인다고 보아 준강간으로 보며, 지난 6월에야 피해자들이 성폭력임을 인지하였기 때문에 그 시점부터 고소기간을 기산할 수 있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즉, 종교의 이름을 빙자하여 일어나는 성폭력에서 피해자의 심리상태가 미성년자와 같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이 된다.
여성단체에서 재판에 참석하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큰 지지가 되고 재판부에도 무언의 압력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상담원들은 공판 기일에 참석하여 재판과정을 지켜보았다. 검사는 징역9년을 구형하였다. 국선변호사는 피고인이 지난 5, 6월에 반성하고 피해자들에게 잘못을 고백하고 사과하였으며, 고소기간이 1년이 지나서 공소권 없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으나 피고인은 법정투쟁하지 않겠고 어떤 선고를 받더라도 승복하기로 하였다고 변론하였다. 피고인에게 진술할 기회가 주어지자 피고인은 갑자기 무릎을 꿇고 울면서 너무나 잘못했다면서 피해자들과 아내와 자식에게도 죄송하고, 하나님께도 죄송하다고 하였다. 어떤 선고가 내려질지는 미지수이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교회내 성폭력의 특징을 그대로 다시 보는 느낌을 받았다. 안수기도의 명목으로 성폭력을 한 경우에 피해자가 동의했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결된 경우가 있었고, 2007년 우리 상담소에서 지원했던 교회내 성폭력의 경우는 징역형이 선고되었었다. 그렇지만, 강압 유무나 저항 유무를 기준으로 강간죄를 보는 사회법으로는 교회내 성폭력을 유죄로 인정하기가 참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사건을 다루는 형사, 검사, 판사들의 관점과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러한 끔직한 사건이 왜 일어나게 되었을까를 살펴보자. 물론 교회내 성폭력이 일어나는 여러 가지 요인은 이번 사건에서도 매우 흡사하게 나타났지만, 피고인을 지도감독하는 상위 기간이 없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감독하는 기관이 있다고 해도 교회내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그나마 그런 상위 기관이 없었다는 점이 이런 성범죄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된 요인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여러 선교단체에서 일한 바 있었던 피고인은 스스로 단독으로 선교단체를 세우게 되면서, 1인 독재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과거에 열정적으로 헌신하는 것으로 사람들 눈에 비쳤던 피고인이었지만, 아무런 제재 없이 일하게 되자, 지속적인 범죄는 제동이 걸릴 줄 모르게 되었다. 감독 기관이나 영적 멘토, 혹은 상담자나 영적 지도자가 없이 자신만 믿고 행하는 사역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사람은 견제 없이는 타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어떻게 이런 피해를 장기간에 걸쳐 입게 되었을까? 가해자가 평소에 인생의 스승으로서 아버지같이 신뢰하였던 사람이기에 조금 미심쩍어 하면서도 별 저항 없이 가해자의 말에 순종하였던 것이다. 신체적 경계선을 침범하는 것은 어느 때, 어느 대상과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았다면 피해가 이렇게까지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피해자들은 목회자를 이상화하여, 그의 말에 순종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였으며, 불순종하면 하나님의 심판이 따를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게 되어 이성적 판단이 흐려지게 되었다. 이에 더하여 목회자가 성서적 교리적으로 적절하게 합리화하여 말하므로 저항할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교회내 성폭력 피해자들을 상담하면서 가장 가슴 아픈 것은 몸과 마음과 영혼까지 상처를 입게 되어 그들의 삶이 총체적으로 무너진다는 점이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사역하던 자, 그리고 신뢰관계에 있던 자로부터 받은 학대는 일반 성폭력 피해에서 오는 수치심, 자괴감, 분노, 자책감 등에 더불어, 하나님에 대한 원망, 불신, 분노로 이어져 영적 절망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피해 후유증은 회복되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장기간의 상담치료가 꼭 필요하다. 우리 상담소는 교회내 성폭력 피해자들을 개인상담 뿐 아니라 집단상담을 통해 치유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목회자의 성범죄가 근절되도록 다양한 각도에서 노력할 것이다.
<출처: 한국여성신학, 2009년 겨울호>
(참고: 2010년 1월 피고인에게 징역5년이 선고되었으며, 검사가 항소하였음)
첫댓글 교회내에서도 상식이 통하면 이런 일은 없어질 것입니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목사가 하나님의 대변인과
같은 역할이라고 믿는 우매한 성도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신약시대에 있어서는 목사나 평신도나 다 같은 믿음의 형제입니다. 다만 교회의 유익을 위해 전임사역을
맏겼을 뿐이지요.
이제는 어느 누구나 언제든지 성경을 읽을수 있는데 무엇이 옳고 그른지 왜 분별하지 못하겠습니까?
성경을 읽지 않고 목사 설교에만 의존하는 스스로의 게으름이 가장 큰 문제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