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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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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참학 자유게시판 스크랩 나무가 사람에게
최기종 추천 0 조회 10 12.02.01 12:2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나무가 사람에게 / 최기종

 

세상에 쓰이진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물론 사람에 따라 성품이 다르고 생활이 다르고 배움이 다르겠지만 동량이 되고 마루가 되고 장작이 되고 방방곡곡 들어차서 바퀴가 되고 나사가 되고 바닥이 되어서 세상을 떠메고 가지 않겠는가 곧은 사람은 곧은 사람대로 구부러진 사람은 구부러진 사람대로 큰 사람은 큰사람대로 작은 사람은 작은 사람대로 쓰임이 다를 뿐이지 세상에 쓰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농부는 농부대로 어부는 어부대로 사무직은 사무직대로 기술자는 기술자대로 학자는 학자대로 상인은 상인대로 하는 일이 다를 뿐이지 귀하고 천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하다 못해 줄파산자도 실업자도 병자도 유랑인도 노숙자도 장차 세상의 쓰임을 기다리는 잠재적 인력이 아니겠는가

 

세상에 쓰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나무가 모두 나무이듯이 사람도 모두 사람일 뿐이니 세상 앞에서는 잘 난 사람도 못 난 사람도 없고 성공도 실패도 시샘도 깔봄도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온갖 종류의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강물을 내려 보내듯이 온갖 문양의 사람들도 세상을 이루고 역사를 만들어 내지 않겟는가 그러니 사람들이여 지금 잘 나고 못 났다고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구나 만인지상도 금의환향도 저 혼자서 이룬 것이 아니구나 땅이 되고 바닥이 되어서 다리가 되고 어깨가 되어서 받혀준 이웃이 있어서 세상이 있어서 금이 되고 꽃이 되는 것이구나 그러니 사람들이여 사람만 보지 말아라 그러면 세상이 금처럼 은처럼 빛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사람들이여 세상만 보지 말아라 그러면 사람이 꽃처럼 달처럼 피어날 수 있겠는가 세상이 평등하듯이 사람의 쓰임도 평등한 것이구나 사람의 쓰임이 이렇게 귀하고 드높듯이 이웃도 귀하고 드높은 것이구나

 

세상에 쓰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선비는 선비답게 농부는 농부답게 기술자는 기술자답게 상인은 상인답게

목숨 받혀서 쓰이는 것이 만인지상이고 금의환향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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