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며 - 세월호 참사 692일
너를 기다리며 돌아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오늘도 긴 하루 눈 감으면 눈에 선한 너를 기다리며 귀 기울이면 멀리서 다가오는 너를 기다리며 이제 나 그런 기다림 잊었노라.
너를 기억하며 물 아래 떨어진 너를 기억하며 맹골수도 깊은 곳 여린 날개 퍼덕거리는 너를 기억하며 꽃마차 타고 올 너를 기억하며 이제 나 그런 기억 잊었노라.
너를 노래하며 머리카락 길어지는 너를 노래하며 사이레스 울음 우는 아픔만큼 붉어지는 너를 노래하며 불러도 불러도 다함이 없는 너를 노래하며 이제 나 그런 노래 잊었노라.
너를 사랑하며 노랗게 노랗게 피어나는 너를 사랑하며 바람 불고 나뭇가지 흔들려도 물 위으로 솟구치는 너를 사랑하며 수직으로 나부끼는 깃발 같은 너를 사랑하며 이제 나 그런 사랑 잊었노라.
너를 기다리며 돌아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물 아래 눈물이 자라나서 기어이 인양될 진실, 너를 기다리며 기억의 콩나무 타고 돌아올 너를 기다리며 이제 나 그런 기다림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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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달빛세상 원문보기 글쓴이: 바른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