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을 함께한 가족을 잃었습니다..
(펌 / 홍커피라이프스타일)
12월 13일 어제...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언제나 마찬가지로 커피물을 끓이고 있을 때 였습니다.
갑자기 걸려온 핸드폰에 어머니의 번호가 뜰 때부터..
아니 청바지 호주머니 속 핸드폰 진동을 느낄 때부터..
'아...이런...'
가슴이 갑자기 무거워짐을 느꼈습니다.
사실 오래전 부터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습니다.
1992년 11월 겨울 저녁...
조그맣고 피부병이 온몸에 도진 불품없는 강아지를 아버지께서 안고 오셨습니다.
그게 그 녀석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당시 강아지를 가지고 싶었던 저로선 그 녀석이 신기하고 매우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그 녀석은 낯선 사람들과 낯선 곳 그리고 주인에게 버림 받은 상처 탓인지
오랫동안 낯을 가렸던것 같군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그 녀석은 우리 가족의 한 구성원이 되었고...
처음과는 몰라볼 정도로 다르게 이뻐졌습니다.
피부병에 푸석했던 털은 윤기가 흐르고 앙상하게 메말랐던 몸집은 미끈하게 변했으며
언제나 돌돌말려 있던 꼬리는 당당하게 솟구쳤죠...
그 녀석은 천상 여자 였습니다.
언제나 거실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고, 제법 새침을 떨기도 하였죠.
그 녀석은 언제나 저를 반갑게 반겨주었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집에 오면 언제나 그 녀석이 젤 먼저 나와서
반갑게 반겨주었죠..
강아지를 키우는 분들을 알겠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강아지와 묘한 감정적 대립이 생길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때도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언제 그랬냐듯 반갑게 반겨주었죠..
이 녀석의 특징이라면 반가울 때면 그 자리에서 뺑글 뺑글 돕니다..
아.. 갑자기 웃긴 모습이 생각 나네요!!
요녀석ㅋㅋ 기침을 할때면 언제나 머리를 땅에 박곤 했죠.ㅋㅋ
잠을 잘때면 언제나 내 침대에 올라와 제 옆에서 함께 잤습니다.
2002년 군대를 갈무렵..
어쩌면 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던것 같습니다.
벌써 그 녀석의 나이가 대략 13살 정도가 되었거든요.
예전 보다 많이 약해졌고...
강아지 평균 수명이 13~14살인걸 생각하면 군에 있을 때 어찌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죠..
제대 후에도 그 녀석은 건강하게 문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제멋대로의 기우였죠.
하지만 이제는 너무 늙어 버려서 갈색털은 거의 백발에 가까웠고 귀가 먹어 목소리마저도
잘 듣지도 못하더군요.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냈고, 저녁때 가족들이 돌아올 시간에 맞춰
일어나 반갑게 맞이하고는 다시 잠을 청하였죠.
예전에는 매우 예민한 성격이라 조그만 자극에도 벌떡 일어났는 데...
요즘엔 매우 깊게 잠에 빠져들더군요..
아침에 일어나면 혹시하면서 일부러 그 녀석을 깨우는 것이 일이 되었습니다.
이젠 다리 근육에 힘이 없어져 2층 제 방으로 올라오는 계단도 버거워져 오르다
굴러 떨어지기 일쑤였죠.
이제 정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했습니다.
3일전 아침 출근하려는 데, 이 녀석이 보이지 않더군요.
마루에는 온통 피똥을 싸놓고는 침대 밑에 기어들어가 나오질 않더군요.
하지만 언제나 기우였던 것 처럼... 나름 마음에 준비 하면서도 ... 설마 했었죠...
12월 13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 녀석이 매우 피로한 듯이 자리에 누워서 꿈쩍을 안하더군요..
가냘프게 숨을 쉬면서 살짝 저를 쳐다보더군요...
그게 살아있는 그 녀석을 본 마지막 모습입니다.
사실 오래전 부터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까닭인지 어머니의 축축한 목소리의 전화에도 당장 슬프진 않더군요.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좀 전의 전화는 듣지 못한 전화인양 언제나 마찬가지로 담담하게
회사 일을 할 수가 있더군요.
퇴근 후, 집에 들어갈 때 까지...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집에 들어가보니 거실에 조그만한 상자가 놓여있더군요.
그 안에 뻣뻣하게 굳어버린 그 녀석이 누워있더군요...
슬프더군요...
가슴 깊이 울렁하는 게...
정말 슬프더군요...
나의 가족.. 그 녀석을 기록 합니다.
첫댓글 정말 가슴이 찡하네요.... 쭈노야 하늘에서도 행복하렴~~
에휴... 언젠가 우리보다 먼저 떠나야 할 아이들이기에...항상 남 일 같지가 않네요. 제가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걷고 말하는 것까지 지켜봐온 우리 할매들 보낼땐 제가 옆에 있어줄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저두...지난 몇개월전 아용이의 병으로 곧 하늘나라로 보내야 될거란 사실에 매일 매일 눈물로... 마음을 굳게 먹구 또 다짐하구 수없이 되새김을 하였지만..막상 아용이를 떠나 보내야한다는게... 그래두 암만 맘의 준비를 한다구 했어두 너무 큰 고통이었습니다 그냥..상상으로만으로도..쭈노 가족의 맘이 헤아려집니다.. 그래도 사랑스런 아이로 가족의 품에서 하늘나라 갓으니..쭈노는 행복한 아이예요 저두 하루하루를 매번 아용이의 작은 행동에 걱정스럽지만 이렇게 병을 이겨내는 대견한 우리 아용이~ 오래오래 우리 식구들과 행복하게 건강하게 살다..마지막은 제품에서 떠나보내구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