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구정.
개포동에 은근슬쩍 유입된
누런 네 다리 괴생명체.
너.
네 이름은 쭈노.
........... 눈이 부은 저 소년... 저에유.......
바랄바랄 떨면서
여기가 어디고,
여기가 어디고!
엄니는 어딨고!!
꾸오이~하며 밤새 울던 겁많은 치와와.
첫날 우느라 잠도 못 이루어서
하필 내 배위에 똘똘 말려야 잠이 들던
멕시칸 강아지.
너만 운게 아니다.
알러지때문에 나도 한참 울었다.
게다가 어찌나 뜨거운지, 아침에 너 내려놓고
배꼽이 빠휴~한숨을 쉬더라.
그리기도 쉽지.
누런바탕에 쩜 세개.
허나,
언제부턴가
밥주는 분이 어느 님이신지 알아채고는 등을 돌려버리고,
집안의 서열을 신속히 파악해
그 응대에 차별을 두는데에 우리 형제로서는 치가 떨리더구나.
아버지가 퇴근하시면,
목이 쉬어라 짖고 재채기를 해대가며 뛰어나와 넘어지고 눕고.
(크게 될 놈....-_-)
어머니가 집에오면,
뽀뽀해달라고 누워서 찔끔찔끔 지리고.
내가 오면,
몇번 건성으로 짖고, 눈빛으로
"음, 왔냐?".
.
.
나는 그래도 나은 편이지...
교민이가 오면,
부른다.
"인사 안 하냐 ?".
.
.
손 달라고 해서 손을 주신적이 몇번 없으시다.
부모님,아주머님이 달라고 하면
넵죽! + 기분 좋을 땐 두손!!내가 달라고 하면 :
잘 보지도 않는다. 기분 좋아야 심드렁 '옛다'
교민이가 달라고 하면 :
문다.
.
.
.
나 서른 하나.
너 열 일곱.
히야, 너 나랑 오래 알고 지냈구나.
.
.
.
어디보자.....
어릴적, 좋아하던 여자아이의 호감을 얻기 위한 필살기로
너를 데려나간적이 있지.
...그나마 약간 남아있던 그녀의 호감을
네가 죄다 앗아가버린 후,
알래스카의 람바다 마냥 어색해질 대로 어색해진 그녀와 나는 훗날
.
.
'어, 어어 음....쭈노는 잘있어?'
'어, 으,으응'
.
.
끝
이것 밖에 기억이 안나.
친구들이 오면 몸무게가 9 Kg 어치 목소리화 되어 튀어나갈 정도로 짖어대며
발가락을 물어대 양말을 죄다 빵구 내버린
'개포동 헤드라이트 쭈노'로 불리던 너의 실체는,
근처에 식구가 없으면 딴데 보면서 바랄바랄 떨며 명상을 하던
'비열한 쭈노'
.
.
언제 였었냐,
산보 나갔던 화창한 봄날,
웬일인지 그날따라
쉬야 할때 유난히도 다리를 높이 치켜 들고는중심을 잃어
비척.
나뭇가지에
알 봉다리가 걸려 터지는 바람에 졸지에
고자가 되어버렸쟌.
나랑 교민이가 매일같이 가지고 놀았던 그
알 봉다리.
우리가 얼마나 속상했는지 아냐, 너의
봉다리가 있던 곳을 쓰다듬으며
'아이고 이 불쌍한 색기야~'
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안타까워 했는지 아느냐.
.
.
.
늦은 밤이면
챡챡챡챡
발톱 소리를 내며 각 방을 순찰하시다 내 방을 들르지.
'내일 학교 가려면 일찍 자야지. 쯧'
라고 눈빛으로 말을 건네면,
야동을 보던 나는 땀이 흘렀지.
.
.
챡챡챡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일없나~ 해서
참犬
으로 불리던 시절에는
꽤나 사슴같은 몸매였는데 말야,
열 다섯살 이후로는 풍성~ 해지는것이..
그래, 너는
쭈노스 프레슬리..
.
.
나 서른 하나.
너 열 일곱.
정말 오래 알고 지냈구나.
내 삶의 반을 너하고 지냈구나..
.
사실 교민이가 중국 유학이 끝나고 왔을때 시름시름하여,
아, 올게 왔나보다..하고 뒷산에 묫자리를 살짝 봐두었어.
그리고 그날부터 너는
날아다니기 시작했지. -_-
네가 네 다리로 서있는것을 본지가 꽤나 오래되었다.
다리 아프다며 툴툴대면서
[너네 모하나? 시끄럽게...]
마냥 앉아 있거나 누워 지내며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참 궁금했다.
그래도 손님오면 왕년처럼
어찌 그리 짖어대누.
언제부터냐, 오른쪽 송곳니가 빠지는 바람에
그놈의 혓바닥이 매일같이
메롱하고 있던것은.
언제부터냐, 쪼그만 네가 있어
삼형제로서 집안이 시끌 벅적해진 것은.
언제부터냐, 집에 오면
네가 거기서 버티고 있는 것이 당연해진 것은.
그리고
언제부터인거냐,
우리 형제 인생의 반이 되기 시작한 것은.
네가 있어 항상 우리가 웃으면서 지냈단 말이지.
.
.
.
너.
네 이름은 쭈노.
열일곱살 치와와, 내 반생의 친구.
우리집 막내둥이 쪼꼬만 개시끼.
우리 형제 크는거 봐주느라 수고했다.
언젠가 우리가 얘기했지.
다음에도 우리 친구로 태어나라고.
또 친구먹자고.
이제 그만 아프고,
이제 그만 우리 지켜보아주고,
코오 자라.See you Again.
또 보자, 쭈노야.
2007年 7月 12日 아침.
- 우리 형제 반생의 친구 쭈노 눈 감다. -
첫댓글 그림처럼 행복한 가족의 모습, 반려견으로서의 삶,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 곁에서 행복했을 삶을 마감한 쭈노의 명복을 빌며...이별조차도 잔잔하고 아름답게 그려준 그림이 너무 감동적이네요. 우리곁의 아이들 모두가 쭈노와 같은 삶, 마지막이기를 바래봅니다..
마지막 글을보며....갑자기 울컥 하는게...너무도 사랑스럽게 행복하게 살다 간 쭈노에게 명복을 빌며...17살이라하여 아직도 그렇게 건강하게 잘있다는 글인줄 알았어요...아...정말 맘이 저려오는게...행복한 삶이긴한데..괜시리 눈물이 나요..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감동스러운걸 보면 이 사회가 참으로 메말랐단 생각이 드네요...글과 아름다운 사진을 보며 먼저 간 우리 아이들이 생각나 눈물이 납니다. 내 청춘을 함꼐 해 준 우리 세아이 그리고 쭈노..하늘에서 건강하게 잘 있겠지요..나중에 보자. 아가들...저도 스크랩해 가요.
스크렙 해 갈께요.우리카페루...감사합니다.
너무 재밌게 잘 읽고 있었는데,,,ㅠ 쭈노는 좋은 곳에 가서도 행복할꺼에요~
쭈노의 명복을 빕니다. 잉코까페에 자주 들르게 되면서 하루에 거의 한 번씩은 우는 것 같네요...ㅠㅠ....아낌없이 주고 아낌없이 받았다면 슬프지 않을 거예요..저도 저보다 먼저 갈 아이들 보내면서 슬프지 않게 아낌없이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ㅠ.ㅠ...........
잘자라~~ 쭈노야...우리집에도 15살 짜리가 자주 아파서 맘을 졸이는데..오늘 14살 꼭지 병원에 가야합니다 자궁을 적출해야될거같다네여
ㅠㅠ 저도 아직 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빌면서 읽었는데...하지만 이렇게 같이 행복하게 살고 꼭 끌어안고 보내줄수 있다면 그것도 복인거 같아요. 우리 다롱할배도 꼭 마지막엔 제가 옆에 있어주고 싶었는데...그게 제일 한이네요..스크랩할께요..
가슴이 뭉클히네요.... 정말 잼나게 글 읽다가.... 마지막에 그만 눈물이 나네요... 너무 감동적이구 슬프구... 우리 토미가 7살인데... 아.... 우리 아이들이 모두 건강하게 있다가 쭈노처럼 행복하게 삶을 마감 할 수 있게 바래봅니다....
어제는 잘 보였는데 갑자기 오늘은 사진이 안뜨네요.. 다른 까페에 퍼간것들도 다 그런거 같던뎅...이쁜 가족이라 더 보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왜 그런거징..
본문 조회수가 높아지면서 스트리밍 용량을 초과했었다는군요. 반려견의 의미를 알려주는 좋은 메시지인데... 이제 보이시지요?!^^
퍼갈께요... 많은것을 느끼게 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봤음 하는.... ^^
너무 감동적이면서도...머라그럴까...많은 감정이 교차합니다 ^^* 스크랩 했습니다...모든 아가들이 저런 삶으로 마감을 해야할텐데...^^*
아 너무 감동적이네요. 쭈노가 하늘나라에서 편히 잘 쉬고 있을겁니다. 글과 사진 넘 감동적입니다. 만감이 교차하네요.
마지막까지 사랑으로 함께 해준 가족들이 있어서 쭈노는 행복 했을거예요.이땅의 모든 애견인들도 생을 다하는날까지 사랑해주고 주인의 품에서 무지개 다리 건널수 있게 해주어요. 아프다고 버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을,생명을 버리는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가족의 사진과 얘기를 읽고 양심이란 것이 있으면 회개하길...몹쓸인간들이 너무 많다.
눈물이 납니다..3일전 떠나보낸..마루가 생각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