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203층탑석) '법당은 좋은데 부처가 영험하지 않다'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여름 더위가 시작되면서
출입문을 열어 두다 보니
청하지 않은 벗들이 다녀갑니다.
대체로 나나리 벌이라 불리는데
녀석들은 방안 어디 구석진 틈에
흙을 물어다 굴같은 집을 짓고
그 속에서 번식의 기능을 다하는가 봅니다.
그런데 문을 열어 두더라도
방충망을 닫아 둔 상태에서는
바깥으로 나가려는 날개짓을 수없이 하니
가만히 두고 보다가 안되었다 싶을 땐
방충망을 열어 주는 수 밖에 없습니다.
녀석들도 마음에 신식이 있는지
내가 문으로 다가가면 얼른 저희들도 날아와
문이 열리자 마자 나보다 더 빨리 밖으로 벗어나니
결국 나는 녀석들 문지기 역할입니다.
그렇게 방이나 법당 마루에는
녀석들이 물어 들이다 떨어 뜨린
작은 좁쌀같은 흙덩이가 종종 보입니다.
닫힌 문을 뚫고 나가려는 나나리들을 보며
중국의 어느 스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계현이라는 스님이 있어서
경을 강론하는데는 아주 유명한 스님입니다.
스님에게 상좌가 있는데 신찬이란 이름으로
스님을 시봉하던 중에 참선 공부를 해보고자
스님께 의중을 말씀드리니 그리 해 보거라
허락을 하십니다.
그래서 선지식 회상에 가서 정진을 한 끝에
한소식을 하고 스승에게 돌아가니
스승은 여전히 경전을 연찬하면서
제자가 몇해를 나갔다가 왔어도
얼마나 사람이 달라졌을지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어느 날 스승의 방에 앉았는데
벌 한마리가 방에 들어 왔다가
밖으로 나가려 하는데
열어 둔 창은 놓아두고 닫힌 창문을 향해
수없이 머리를 들이박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신찬은
열린 문으로는 나갈 줄 모르고
닫힌 문만 두드리는 저 어리석은 벌이
마음을 보아 견성하려고는 않고
옛경책만 들여다 보는 자기 스승과 다르지 않다 여겨
한마디 던지니
계현은 이 녀석이 분명 예전과 다르다
여기지만 여전히 무어라 묻지 않습니다.
어느 날 스승을 위해 목물을 해 드리며 보니
넓적한 스승의 등짝이 하도 보기가 좋아서
손바닥으로 한대 철썩 갈기고 나서
한마디 하는데 뭐라 하는가 하면
'법당은 좋은데 부처가 영험하지 않다' 합니다.
계현은 이 녀석이 스승 등짝을 때리며
중얼거리는 모습이 이상스러워 뒤돌아 보니
또 한마디 하기를
'영험하지는 않은데 방광을 하네'
라고 말하니 계환은 그제사 자기 제자에게
무언가 분명 좋은 인연이 있었음을 느낍니다.
목욕을 마치고 나서 신찬을 불러
그동안 나를 떠나서 공부한 내용을 말해보라 하니
신찬은 자기의 깨친 심경을 게송으로 읊습니다.
제가 백장화상 회하에서 공부가 있었습니다
스승께서는 한번 들어 봐 주십시요.
“신령스런 광명이 홀로 빛나
육근과 육진을 아득히 벗어나면
본체가 드러나 참되고 영원하며
문자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마음의 성품은 물드는 법이 없어
본래 스스로 원만하고 완성되어 있으니,
그저 허망한 인연만 여의면
그대로 여여한 부처님입니다.”
이 게송을 들은 계현스님은
내가 제자를 잘 둔 덕분에 느지막히
마음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며
상좌를 스승처럼 받들었다 합니다.
우리들 마음이라는 벌도
육근과 육진에 가로막혀
자유자재함을 잃었다가도
색이 본래 공함을 깨닫고 보면
육근과 육진이 모두 법 아님이 없는 것이니
여여하고 당당한 본래 모습이 드러날 것입니다.
사람이 등물을 하면 시원한 줄은 알면서
정법을 신수봉행하여 마음에 쇄탁마운하여
상서로운 기운을 스스로 만들어 쓸 줄은 모르니
깨달은 이의 눈으로 보면 이 얼마나 딱한 일이겠습니까?
수많은 비유와 방편으로 일러주어도
스스로 먹어 보고 맛을 봐야
달고 맛있음을 아는 깨달음이 있는 것처럼
올 여름 휴가에는
다만 삼칠일이라도 작정하고 들어 앉거나
아니면 행주좌와 어묵동정간에 일념을 이루어
단 하루 한시간이라도 정진을 하시면서
무더운 여름을 이뭐꼬 화두로 도반 삼아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시라 당부합니다.
공주 상왕산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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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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