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 양주동
가 없는 빈들에 사람을 보내고
말없이 돌아서 한숨 지우는
젊으나 젊은 아낙네와 같이
가을은 애처러이 돌아옵니다
애타는 가슴을 풀 곳이 없어
옛뜰의 나무들 더위잡고서
차디찬 달 아래 목놓아 울 때에
나뭇잎은 누런 옷 입고 조상합니다
드높은 하늘에 구름은 개어
간 님의 해맑은 눈자위 같으나
수확이 끝난 거칠은 들에는
옛님의 자취 아득도 합니다
머나먼 생각에 꿈 못 이루는
밤은 깊어서 밤은 깊어서
창 밑에 귀뚜라미 섧이 웁니다
가을의 아낙네여, 외로운 이여 ...
가을 - 조병화
이제 일년내 맡고 계시던
그 눈을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당신 뜻대로 가을은 이루어져갑니다
당신 뜻대로 이루어지는 가을을
하나, 하나, 주워 모으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이제, 일년내 맡고 계시던
그 눈을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실로 많은 것들이 끝을 지어갑니다
대지에선 동식물들이 그 번식을 끝냈습니다
그리고 당신 뜻대로 그 열매들이 남아갑니다
하늘에선 태양과 구름이 그 가뭄과 홍수를 거둬 들였습니다
그리고 당신 뜻대로 다시, 빈 천지가 마련되어 갑니다
사람에선 사랑과 미움이 그 스스로의 맺음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당신 뜻대로 고독한 혼자들이 남아갑니다
그 열매들을 당신 뜻대로 주워 모으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맡으신 그 눈을 이제 돌려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그 가득찬 빈 천지에 새 봄을 마련하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맡으신 그 눈을 이제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그 고독한 혼자들에게 당신의 뜻을 전하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맡으신 그 눈을 이제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맑게 닦아내 주십시오
흐린 점 하나 없이 맑게 닦아 내 주십시오
당신의 입김으로
티 하나 없이 맑게 닦아 내 주십시오
도시에선 되도록이면 담가로
돌아다니겠습니다
전원에선 물가로 둑으로 산록山麓으로
되도록이면 잡목림, 잡초 속으로
돌아다니겠습니다
밤에는 별에서 쉬겠습니다
되도록이면 새로운 별을 찾아
좀 떨어진 곳에서 쉬겠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돌아오겠습니다
빈 손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모든 거 다,
당신 뜻대로 살펴 제자리 가려두고
지닌 거 하나 없이 혼자서 돌아오겠습니다
수고는
봄으로 해 주십시오
눈을 다시 돌려 드릴 때
수고의 말씀
봄에 받겠습니다
가을 (졸시-해월)
가을아
가을이여
차라리 오지나 말지
그렇게 빨리 가려면
저도 그렇게 가고
나도 요롷게 마친다
공주 상왕산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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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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