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소금 넣어줄게 🧂
음식점 출입문이 열리더니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어른의 손을 이끌고 느릿느릿 안으로 들어왔다...
사람의 너절한 행색은 한 눈에도 걸인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봐요!! 아직 개시도 못했으니까 다음에 와요!! "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앞 못보는 아빠의 손을 이끌고 음식점 중간에 자리를 잡았다 .
나는 그때서야 그들이 음식을 먹으러 왔다는 것을 알았다...
"저어... 아저씨! 순대국 두 그릇 주세요 "
"알았다... 근데 얘야 이리 좀 와 볼래 "
계산대에 앉아 있던 나는 손짓을 하며 아이를 불렀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음식을 팔 수가 없구나... 거긴 예약손님들이 앉을 자리라서 말야... "
그렇지 않아도 주눅든 아이는 나의 말에 낯빛이 금방 시무룩해졌다...
"아저씨 빨리 먹고 갈게요... 오늘이 우리 아빠 생일이에요... "
아이는 비에 젖어 눅눅해진 천원짜리 몇 장과 한 주먹의 동전을 꺼내 보였다...
"알았다... 그럼 빨리 먹고 나가야한다 "
잠시 후 나는 순대국 두 그릇을 갖다 주었다...
그리고 계산대에 앉아서 물끄러미 그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아빠 내가 소금 넣어줄게 "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소금통 대신 자신의 국밥 그릇으로 수저를 가져갔다...
그리고는 국밥 속에 들어있던 순대며 고기들을 떠서 앞못보는 아빠의 그릇에 가득 담아주었다
"아빠 이제 됐어... 어서 먹어... 근데 아저씨가 우리 빨리 먹고 가야 한댔으니까...
어서 밥 떠... 내가 김치 올려줄께... "
수저를 들고 있는 아빠의 두 눈 가득히 눈물이 고여 있었다...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조금 전 내가 했던 일에 대한 뉘우침으로
그들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없었다......
외모에 보이는 것에만 생각하고 말을 했던 내 자신이 한 없이 미워 지고 수치스러웠다.
행색은 그래도 저들 부녀의 아름다운 사랑을 보며 나는 많은 걸 생각하고 느끼었다.
나는 그들 앞으로 다가가 꼬마에게 물었다.
"꼬마야 이름이 뭐니? "
"경옥이라고 해요 아빠가 지어 주셨어요."
"그래 경옥이구나 이름을 참 예쁘게 지어주셨구나."
오늘 아빠 생일이라구? "
"오늘이 우리아빠 마흔 두번째 생신이어요"
"그랬구나!! 경옥아 걱정 말구 천천히 많이 먹어라..
경옥이 아버지 오늘 생신인데 쐬주 한잔 하셔야죠? "
"아닙니다. 별말씀을요.... "
아니요 이건 제가 사는 겁니다. 여기 모듬 순대 한접시 하구 소주 한병 가져오세요..
나는 경옥이 아빠와 마주 앉아 같이 한잔씩 하면서 이야기 하니 그도 말문을 열었다.
"살기가 힘들지요? " 하고 여쭈었더니
"저애 때문에 살고 있지요. 너무나 불쌍한 애이지요. 부모 잘못 만나서... "
"어미는 저 핏덩이를 낳고 저 하늘 나라로 가버렸지요.
혼자 키우며 화학 공장 연구 실에 다녔는데 그만 사고로 이렇게 실명을 하게 되었지요.
보상금 조금 받은거로 치료해 본다구 하다가 돈만 다 날리고 이렇게 요런 꼴이 됐네요.
수없이 세상을 등지려 했지만 저 애가 걸려서 이렇게 짐이 되고 있지요... "
경옥은 "아니에요. 아빠 아빠가 돌아 가시면 저도 죽을래요. 아빠 없으면 못살아요... "
경옥도 아빠도 울고 있었다.
경옥이는 그런다.
"제가 우리 아빠 눈이 되어 드릴꺼예요.
그리고 이담에 돈 많이 벌어서 우리 아빠 이세상 다 볼수있게 할거예요. "
"아저씨 순대국 한그릇에 4000원 이니까 두 그릇 8000원 이네요? "
"그렇구나 근데 8000원 있니? "
모아두었던 천원권 지폐를 몇장 동전까지 꺼내 8000원을 채워 놓는다.
"착한 경옥이로구나 아빠 생신 차려 드리고... "
나는 그 돈을 주어 담았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그 애의 뜻을 받아 주려구...
두사람은 잘먹었다 하며 고맙다 하며 일어선다,
나는 얼른 카운터에 가 봉투에 얼마의 돈을 넣어 경옥에게 쥐어 주며
"필요한데 잘 쓰거라 그리고 이담에 한 십년후에 이 아저씨 찾아 올래?
그때 아저씨가 너에게 줄께 있을지 모르니.
공부 열심히 하고 건강하고 아빠 잘 모시고 알았지?"
애가 바로 천사인것을..
두사람이 가는 뒷모습을 감동과 서글픈 마음으로 바라보며 나는 결심을 했다.
장사를 하는 날까지 하루에 한그릇값을 저 애를 위해 저축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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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생각하기도 참 힘든데
고사리같은 손으로 스스로 다 해결하고 행복하게 살꺼라고 말하는
어린 소녀의 야무친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벗님들께서도 마음 속 작은 천사가 다들 있으실텐데
그런 기운을 느끼는 날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카페 게시글
┌………┃자유☆지대┃
아빠 소금 넣어줄게
여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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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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