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시민공원에는 열대야를 피해 나오는 시민들이 아직도 많다. 이들이 모여 한여름밤의 더위를 쫓는 단골 메뉴는 '귀신 출몰 괴담'. 대형 투신사건이 잇따른 이후 반포대교나 한남대교 부근에서 귀신을 목격했다는 등의 얘기들이다. 그믐을 앞둔 12일 밤에서 13일 새벽까지, 퇴마사를 동행하고 한강시민공원 주변을 배회해 봤다.
"앗 귀신이다."
멀리 다리에서 사람 형상의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 같았다.
동행한 퇴마사 장윤정씨(32·여)가 쳐다보더니 "귀신 아니에요"라고 잘라 말한다. 장씨는 "사람들이 착각을 일으켜 귀신을 봤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귀신은 일반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까이 가서 확인해 보니 교각 위의 상판 틈새가 벌어진 것이었는데, 기자가 긴장한 나머지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장씨는 "일반인들이 물체의 그림자를 귀신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가로등이나 네온사인 불빛이 물결에 어른거리는 것을 귀신이 아니냐며 호들갑을 떠는데, 일반인의 눈에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얘기했다.
12일 자정이 가까운 시간, 장씨가 반포대교 상단과 강물 쪽을 가리키며 자신의 눈에 수두룩하게 보이는 귀신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장씨에 따르면 "검정색 승용차를 타고 온 남자, 다리 난간에서 뛰어내리기를 반복하는 사람" 등등이 보이며 "유난히 소주 냄새가 많이 난다"고 했다.
하지만 기자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공연히 기분만 스산해졌다.
'13일의 금요일' 새벽이 되자 하늘이 서서히 흐려지면서 반포대교 교각 밑에 물결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열대야를 식히러 강변을 찾은 사람들도 많이 돌아가 강변에는 사람의 그림자가 적어졌다.
장씨는 "음산한 기운이 강남 쪽보다는 강북 쪽에서 느껴지고, 동작대교 방향으로 귀곡성이 좀더 많이 들린다"고 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대부분 다리에서 투신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최근에는 강둑에서 투신한 사례가 더 많다고 전했다.
친구들과 매점 주변에서 술을 마시던 김모씨(53)는 "반포대교 아래 잠수교 옆은 불빛이 없어 어둡기도 하고 어쩐지 꺼려지는 기분이 들어 가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심야 낚시를 하던 한 낚시꾼은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느냐"며 "사람들이 찾지 않는 건 수풀이 우거지고 불빛이 없어 어둡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40대 여성은 "밤에 운동이나 산책을 하면서 귀신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다지 이상한 느낌도 받은 적이 없다"며 "세태가 흉흉하다 보니 희한한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녀의 10대 딸은 "학교에서도 귀신이 나온다는 말이 돌고 있어 무섭다"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스스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죄를 짓지 않는다면 귀신을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장씨의 말이다. 보통 사람들의 눈에 귀신이 보이지 않는 만큼 무서울 이유가 없으며, 특히 귀신은 몸과 마음이 허약해진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노리므로 심신을 강건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씨와 함께 반포대교를 조금 벗어나니 심리적인 이유에서일까, 싸늘함 대신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