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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군청사(좌) 등나무 운동장 |
공공디자인을 추진하는 방식은 국가나 지역적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르다. 이에따라 주민과 소통하는 방식 또한 상이했다. 현재까지 공공디자인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지역에서 주민과 소통하는 방식은 크게 2가지로 대별된다. 주민들이 추진주체가 되거나, 건축가 등의 전문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방식 등이다. 이들 방식의 공통점은 자치단체장이 사업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주민이나 건축가에게 위임했다는 것이다. 무주군의 경우, 건축가를 통해 추진하는 방식을 택했다.
▲ 주민을 위한 공공건축
무주군청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탁 트인 청사마당이다. 지상의 주차장을 모두 없애고 마당 전체를 주민을 위한 여유공간 및 잔디광장으로 조성, 깔끔하면서 세련된 공간배치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자동차가 많지 않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 자동차에게 빼앗겼던 공간을 주민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한 배치"이라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같은 공간 및 건물배치는 무주군청 뿐아니라 군 지역 곳곳에 산재해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 2000년에 준공된 안성면 사무소로, 이 건물은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농촌현실속에서 '면사무소는 주민을 위한 어떤 역할을 하는 공간인가'라는 고민이 담겨져 있다는 평이다.
설계에서부터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확보라는 전제를 내걸고 진행된 건물에는 일반 행정시설에서는 볼 수 없는 목욕탕과 보건소, 이미용실, 문화교실 등이 들어서 있다.
무주 공설운동장은 스탠드에 가림막이 없어 여름철이면 뜨거운 햇볕 아래서 땀을 흘려야 했던 주민들을 위한 공공디자인이었다. 기존 시설을 조금도 훼손하지 않고 스탠드에 철재빔만을 설치, 경기장 주변에 빙 둘러 식재되어 있는 등나무가 자연스레 타고 올라가 천연지붕을 만들도록 했다. 자연을 그대로 이용한 친환경적 방식. 이로인해 운동장 명칭도 '등나무 운동장'으로 바뀌었다.
▲ 자치단체장의 의지
이후 무주군내에서는 이같은 개념으로 설계된 공공건축물이 31개나 들어섰다. 모두가 특색있고, 차별화된 건축물들이었다. 장기계획에 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 1998년 이래 10여간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무주 프로젝트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특이한 점은 이들 공공건축물이 한 사람의 건축가에 의해 설계됐다는 것이다.
지난 1998년 당시 무주군수였던 김세웅 군수는 건축가 정기용씨에 군에서 발주하는 모든 공공건축물을 맡겼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모든 권한을 민간에게 위임한 것.
이에 사실상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건축가는 지역주민들을 직접 찾아가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다.
행정기관 건물로는 특히하게 안성면사무소에 공중 목욕탕이 들어선 것도 이 때문으로, 정씨는 주민들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지역내에 변변한 목욕시설이 없어 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가야한다'는 지역노인들의 민원을 설계에 반영했다. 이같은 지역민을 위한 설계는 이후 신축되는 모든 건축물에 적용됐다.
이는 무주 프로젝트를 한 사람의 건축가가 주도하도록 한 것은 자치단체장의 독단적인 행정이라는 지적속에서도 주민을 위한 공공건축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기도 하다.
무주군 담당자는 "만약에 행정이 직접 나서서 진행했더라면 이처럼 좋은 디자인의 건축물이 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면서 "그런점에서 진행과정에서 적잖은 충돌도 있었지만, 무주 프로젝트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 농촌지역에서의 새로운 실험
무주 프로젝트는 행정이 건축가에 권한을 위임하고, 권한을 위임받은 건축가는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지역을 디자인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도시와 달리 인구 유입책이 없는 상태에서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농촌지역에서는 도시지역과는 다른 공공디자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또하나의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나 과거와 같이 행정일방의 사업추진이 아니라, 건축가라는 매개체를 통해 주민과 소통하는 등 민관 협치방법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의 지속성 여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단체장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진행된 만큼 단체장이 바뀌게 되면 이 사업이 지속될지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스템화된 제도적 장치가 요구되고 있는 것. 이는 건축가가 지역내 공공디자인을 총괄하는 '커미셔너'라는 독특한 제도를 도입한 일본 구마모토현의 추진방식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출처] ④무주 공공프로젝트 10년|작성자 beet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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