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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끊어질 듯 이어지는 바이올린의 가락에서,
단단한 보도 위에서 금빛 발꿈치가 번쩍이는 데서
황홀을 찾았던 것인데,
이제 나는
온기가 바로 시의 소재임을 안다.
아, 신이여, 별이 좀먹은
묵은 담요짝 하늘을 작게 접어주오.
몸에 감고 편안히 누울 수 있게. (이창배 역)
추운 밤, 지치고 허기진 남자가 강둑에 쓰러져 있습니다. 화려한 도시에 가려져 있지만, 분명 우리 가까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삶의 모습입니다. 인간의 슬픔과 고독에 무관심한 자연―별이 총총한 하늘을 구멍이 숭숭 난 좀먹은 담요에 비유하는 시인의 눈이 놀랍습니다.
통상 우리는 시의 소재로 별, 장미꽃, 바이올린 선율, 여인의 금빛 구두 등, 아름답고 낭만적인 것들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피상적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시들은 온기가 부족합니다. 시인은 삶의 아픔을 겪고 나서 가난과 눈물, 절망이 있는 곳에도 삶은 숨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버림받은 사람, 병든 시대까지 담요처럼 감쌀 수 있는 시야말로 온기가 감도는 진짜 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템즈강, 라인강, 세느강..보다 한강이 더 멋지다는데 한강을 소재로 노래한 이는 별로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