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명품 능선을 가다.
(기행 수필)
루수/김상화
봄이 무르익어 간다. 가장 살기 좋은 계절의 향기가 신선한 공기와 함께 바람에 실려 오는구나! 신께서는 날아 온 향기를
우리 인간들에게 조건 없이 나누어 준다. 오늘은 향기 가득한 아침이다. 그래서 그 향기로 인해 얻은 행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어디론가 훨훨
떠나 상큼한 봄 내음을 맛보고 싶다. 또 힘찬 봄의 정기도 받고 싶구나!! 송광 김문환(松光 金文煥) 선생과 둘이서 관악산 명품 능선으로 가서
그 향기의 내음을 맞으며 걷기로 했다. 관악산은 몇 번을 다녀왔지만, 명품 능선은 이번이 처음이다. 8시에 집을 나섰다. 하늘은 파랗게 물들어
있고 아침 햇살은 눈이 부시도록 이 땅에 쏟아진다. 봄이 주는 향기와 쏟아지는 황금 햇살의 기를 받은 대지는 수많은 생명체를 탄생시킬 것이다.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식물들도 기지개를 켜며 땅 위로 솟아날 것이다. 필자도 봄의 기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기쁘구나!!
잠실역에서 송광(松光) 선생과 전철을 타고 사당역에 내렸다. 관악산 관음사(冠岳山 觀音寺) 옆으로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가는 곳마다 봄 내음이 물씬 풍긴다. 진달래는 웃으며 향기를 토해내고 홍매화는 수줍은 듯 꽃망울이 베일에 가려있다. 그 홍매화
꽃망울이 하는 말!! 자기가 베일을 벗고 활짝 웃으면 자기를 보는 모든 사람은 그 순간 탄성을 지를 것이라 한다. 그러곤 자기의 아름다움에 반한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라고 하며 그 고운 자태에 눈을 떼지 못하는 바보가 될 것이라고도 한다. 그때 어떤 사람은 처녀 매화 아가씨를
보곤 넋을 잃고 만다.
산에 피어있는 꽃들은 저마다 고운 향기를 다투어 풍겨 낸다. 산등성이를 바라보니 봄꽃들로 환하게 장식되어
있다. 이 화려하게 장식된 오솔길을 우리는 오늘 걸을 것이다.
그런데 올라가는 첫 출발부터 암반으로 형성된 깔딱고개다. 이렇게 험한 길은
얼마나 걸어야 하나! 겁부터 나기 시작한다. 험한 곳이 이곳밖에 없겠지 하며 올라갔건만 또 암벽이 기다리고 있다. 마치 극기 훈련을 하는 것
같아 명품 코스라고 이름을 붙였나 보다.
아직 갈 길이 까마득하다. 그런데 벌써 땀이 몸에서 흘러내린다. 관악산 공원 우수경관
전망대까지 왔다. 땀도 닦을 겸 여기서 좀 쉬어 가자고 했다. 잠시 쉬는 동안 물 한 모금 마시니 힘들었던 몸이 원상태로 회복되는 느낌이다.
몸이 회복되면서 정신도 맑아진다. 전망대에서 서울시 일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여의도 6.3빌딩이 보이고 까치산 공원이 가물가물하게 보이는가
하면 국립 현충원이 보인다. 북한산과 서울타워가 아름답게 눈에 들어오고 한강과 반포대교도 보인다. 곳곳에 아파트촌이 벌집처럼 들어서 있고 한강
물은 말 없이 유유히 흐른다. 맑은 정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환상적이다. 참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우리의 서울이다.
역시 봄은
봄이다. 가는 곳마다 진달래꽃이 방실방실 웃으며 반긴다. 힘은 들어도 꽃이 웃으며 반기니 행복하다. 마당바위까지 올라왔다. 사방이 확 트여
가슴까지 시원하다. 등산객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을 즐긴다. 마당바위 옆에는 묘하게 생긴 소나무 한그루가 많은 사람들로 부터 자랑을 받고
싶어 손님 오기를 기다린다
오른쪽엔 연주대가 보이고 관악산 정상이 보인다. 이곳에서 연주대까지의 거리는 얼마 안 된다. 다만 능선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높이는 거의 같아 보인다. 말발굽형으로 형성된 명품 코스다. 걷다 보니 벙커가 보인다. 아마도 서울을 지키기 위해 만들었던 것
같다. 나무들은 막 피어오른 연두색 잎을 자랑이라도 하듯 바람에 나부낀다. 지금까지도 바위 능선을 걸었는데 지금서부터는 더 위험한 능선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탈길을 걷다 보니 바위 절벽이 나타난다. 이곳을 내려가야 한다. 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난다. 80도가 넘는
아찔한 절벽이다. 필자는 가파른 이곳을 무사히 내려갈 수 있을까 하고 한참을 망설였다. 젊었을 때는 나비처럼 날듯 가볍게 내려갈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필자는 임신 8개월 된 임산부처럼 배가 나와 몸이 둔해졌다. 몸 하나도 아름답게 관리 못 하는 바보이다. 그때
생각지도 않은 기도가 나온다. 주님과 성모님께 도와달라고 애절하게 청원 기도를 한다. 저는 아직 300대 명산 집필도 끝내지 못했습니다. 만일
제가 이곳에서 사고가 생긴다면 모든 것이 수포가 됩니다. 지금까지 써 놓은 글도 아직 책을 발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감당하지 못할 어려운
절벽이 닥친다 해도 무사히 내려갈 수 있게 저에게 담대한 용기와 힘을 주소서!! 이렇게 간절한 기도를 끝냈다. 그러곤 힘을 모아 한 발 한 발
바위틈에 발을 딛고 손은 바위가 돌출된 곳을 찾아 잡는다. 있는 힘을 다해 내려가고 있지만, 마치 지옥을 헤매는 느낌이다.
송광(松光) 선생은 걱정이 되는지 먼저 내려가 필자가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이곳저곳을 살펴보며 가장 안전한 곳을 찾아
안내한다. 간절한 기도와 송광(松光) 선생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안내로 무사히 내려왔다. 내려와 보니 나비가 춤을 추고 진달래꽃이 환하게 웃으며
잘 오셨다고 반갑게 맞이한다. 어려움이 닥칠 때는 마치 지옥을 헤매는 것 같았는데, 안전하게 땅에 발을 딛는 순간 모두 다투어 눈웃음으로 잘
오셨다고 칭찬하며 반가워한다. 행복한 이 순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까? 한마디로 천당엘 온 것 같구나! 필자는 잠깐 사이 지옥과 천당을
들락날락한 셈이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나는 어려운 환경이 닥쳐야 주님을 찾는 못난 사람이다. 평상시 열심히 기도하지 않고 위험이
닥쳤을 때 기도를 한다면 주님께서는 어떤 말씀으로 응답하실까? 기도는 남을 위해 하는 것이지, 나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깊은 계곡이 나타난다. 그 옆엔 남자의 심볼인 성기를 딱 닮은 남근석이 우뚝 서 있다. 저 녀석은 어찌
남자의 성기를 빼닮았을까? 투구를 쓴 장면이라든가 성이 났을 때 튀어나온 핏줄들이 희한하게도 닮았다. 이 계곡은 관악산에서 제일 깊은 계곡이다.
계곡은 여성을 의미한다고 했다. 계곡이 깊을수록 음기가 왕성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왕성한 음기를 달래기 위해 남근석이 옆에 보란 듯이 서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음(陰)과 양(陽)의 조화를 잘 이루라는 우주의 신비로운 명령일 것이다. 신께서 우주를 만들 때 음과 양을 만드셨다.
음과 양은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묘한 존재다. 그런데 음은 어미의 마음으로 모든 것을 품고 산다. 계곡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생명체가
이곳에서 삶의 보금자리를 틀고 살아간다. 그 삶을 보고 주체 못 할 음기를 달래기도 하지만 남근석이 옆에 있어 매일 행복할 것이라 본다.
우리는 관음사(觀音寺)까지 내려왔다. 그때서야 안심이 된다.
관음사(觀音寺)는 관악산 줄기의 북쪽 사면인 서울시 관악구 남
현동 519-3번지에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사찰로서, 신라 말엽인 895년 (진성여왕 9년)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창건한
비보사찰(裨補寺刹)로, 천여 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관음 기도 도량(觀音祈禱道場)이다.
1977년 극락전해체 시에 발견된
상량문(上樑文)을 보면 조선조 숙종42년인 1716년 4월 21일 (康熙 55年)에 극락전을 개축하였고, 영, 정조 시대에 쓰여진[범우고]와
[가람고] 및 [여지도서]에 의하면 관음사에 대한 대강의 기록과 함께 사찰 근처에 승 방벌이라는 마을과 승방교라는 다리가 있었던 사실을 기술한
것으로 보아 사찰의 규모가 매우 컸던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봉은 말사지]에 의하면, 1924년에 전석주 스님이 요사체
1동을 신축하였고, 그 후 정봉선 스님이 삼성각과 극락전을 다시 개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근세에 이르러서는 창건역사와 유래에
걸맞은 발전을 하지 못하고 당우의 황폐화와 사세의 위축으로 그 명맥만 유지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1973년 진산당(晉山堂) 박종하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여 사찰중흥을 위한 장기 불사계획을 수립하고 1977년에 정면 5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형 대웅전을 다시 짓는 것을
시작으로, 1980년부터 1989년 사이에 범종각 신축 및 범종 조성,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형 삼성각 증.개축, 정.측면 각 1칸의
용왕각 증.개축 및 자형의 요사채(7칸)를 신축하였다.
그리고 1992년에는 대웅전 마당 지하에 대 강당을 신축하고 강 당내에
3천 불을 조성하였으며, 1997년에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형 명부전과 동 측 요사채 1동(3칸)을 추가 신축하였고 재단법인
불교방송이 발원한 불교방송개국기념대탑(9층 석탑)을 경내에 유치 조성하였다.
뒤이어 2001년과 2002년에는 요사채와 공양간을 크게
신축하고 저수조와 미터 전을 조성하였다. 또한 2005년에는 대웅전 좌측에 석조 관세음보살입상을 조성하여 가람의 격을 한층 더 높였으며
2007년 봄에는 관악산 산문 초입에 [관악산 관음사]( 冠岳山 觀音 寺) 일주문을 건립함으로써 30여 년에 걸친 장기 대작 불사를 마무리 짓고
현재에 이르렀다.
관악산 명품 코스 산행은 여기서 맺는다. 오늘 필자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송광 김문환(松光 金文煥) 선생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2020년 4월 15일
첫댓글 항상 건강하시고 안전 산행하시길 바랍니다.
김재원 시인님 반갑습니다.
이젠 여름입니다
오늘도 너무 더워 활동하느라 고생하셨지요
초여름이 이렇게 더운데 7,8월은 어떻게 지내야 할지
지금서 부터 걱정입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루수/김상화 선생님 건강 잘 지키시고 평안핰 밤 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