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봉산의 아름다운 추억
(기행 수필)
루수/김상화
남양주시에 있는
예봉산이 날 오라 한다. 오래전부터 그곳을 가고 싶어 때를 기다리던 차였다. 오늘은 봄의 향기를 담은 날씨까지 부드러운 햇살이 내려온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날씨인가!! 필자는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시간을 갖고 싶어 어디론가 조용한 곳을 찾아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배낭 하나 메고
나를 기다리는 예봉산으로 가기로 했다. 그곳에 가서 아늑한 어느 골짜기 한옆에 자리 깔고 누워 망중한(忙中閑)도 누릴 것이다. 아마도 지금 내가
가는 이 산은 나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이해할 것이다. 자연과 대화도 나누고 싶고 자연의 신비로운 소리도 듣고 싶다. 무엇보다 새들의
조잘조잘 대화하는 소리가 제일 듣고 싶구나!! 그리고 그 산의 아름다움까지 샅샅이 살펴보고 오려 한다. 가자!! 임이 기다리고 있는
예봉산으로~^^
*유유자적(悠悠自適)= 속세를 떠나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로우며 편안하게 삶
*망중한(忙中閑)= 바쁜 가운데의
한가한 틈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 손 한번 들고 발 한번 옮겨 놓는다는 말로,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를 이르는
말이다
그곳을 가려고 잠실역에서 전철을 타고 왕십리역까지 왔다. 여기서 경의 중앙선으로 갈아타고 팔당역에 내렸다. 역에 내리고 보니
한가로운 시골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필자가 시골 태생이어서 그런지 이러한 풍경이 익숙하게 느껴진다. 안타깝게도 예봉산으로 가는 길을 몰라
물어물어 걷는다. 드디어 입구까지 왔다. 지금서부터 정상을 향해 올라갈 것이다. 새소리 빛이 쏟아지는 소리 들으며 혼자서 걷는 것도 그 나름대로
즐겁다. 간혹 바람 소리도 들려온다. 신께서 주신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껏 사랑하고 음미하며 사색에 빠져도 볼 것이다.
예봉산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검단산과 함께 백제의 강력한 군사력으로 적을 수비하던 산이다. 조선조에는 나라에서 굿으로 기우제를 행하던 명산이다.
특히 예봉산은 산 아래 한강과 맞은편 검단산, 그리고 서울시와 남양주시 하남시뿐 아니라 동쪽으로 북한강과 두물머리를 비롯해 양평 일원의 명산과
유명한 봉우리까지 한눈에 들어올 만큼 조망이 뛰어나다.
처음 가는 예봉산이다. 이 산은 소문에 의하면 전철이 개통되기 오래전부터
등산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려왔던 산이다. 그런데 마니아가 있을 만큼 인기 높은 산으로 등산로가 다양하다. 북쪽 새재 고개로 능선에 올라선
다음 적갑산과 철문봉을 거쳐 예봉산 정상에 오른 다음 남으로 직녀봉(예빈봉·589.9m)~견우봉(590)~승원봉(475m)을 거쳐 남쪽으로 내리
닫으면 능내까지 이을 수 있다. 이 밖에도 도곡리에서 적갑산으로 오르는 코스, 팔당1리에서 철문 봉으로 오르는 코스 그리고 팔당 2리에서
율리고개나 벚나무 쉼터로 오르는 코스 등 예봉산 남북 능선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10여 가닥에 이른다.
그중 팔당 전철역을
기점으로 삼는 코스는 팔당 2리 마을회관에서 남서릉을 타고 정상에 오른 다음 남동릉 쪽의 벚나무 쉼터 혹은 율리고개에서 계곡을 거쳐 다시 팔당
2리 마을회관으로 내려서는 코스가 가장 인기다. 필자는 이곳을 택해 갈 것이다.
정상까지의 거리는 3.56km이다. 초입부터 매우 가파른
산이라 땀을 흘려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즐거움이 쏟아져 콧노래까지 나온다. 한참을 올라갔다.
그런데 난데없이 검은 염소 한 쌍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누가 방목해서 키우는 것도 아닐 텐데 어찌 이 높은 산까지 올라왔단 말인가? 암놈은 임신이 되었는지 배가 꽤 많이
부르다. 잠시 염소를 바라보다 또 걷는다. 이 산의 높이는 683.2m이다. 인근 주민들은 예봉산을 사랑산이라고 불러왔다고 한다. 옛 문헌에는
예빈산(禮賓山), 예봉산(禮蜂山)으로 기록되어 있던 것이 조선총독부 《조선지지자료》에 예봉산(禮峯山)으로 나와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일제강점기에
오늘의 이름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수림이 울창하여 조선 시대 때는 인근과 서울에 땔감을 대주던 연료 공급지였다고도 한다.
가파른
산이지만 흙산이라 걷기는 편하다. 혼자 걸으니 외로움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여행은 동반자가 필요한가 보다. 걷다가 힘들면 잠시 쉬어 물
한 모금 마시고 걷는다. 내가 외로운지를 아는지 새들이 여기저기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필자는 감미로운 새소리를 들으니 신바람이 난다. 역시
자연의 소리는 경이롭다. 산에서나 들을 수 있는 새들의 아름다운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니 앞에 흰색의 둥근 건물이 나타난다. 이것이 비를
관측하는 대형 강우 레이더가 있는 곳이라는 걸 알았다.
이 레이더는 수도권 및 강원도 영서 일부 지역에 내리는 비를 관측할 수 있는
대형 강우 레이더를 설치한 것이다. 예봉산 강우 레이더 관측소는 2004년에 발표한 '전국 강우 레이더 기본계획(대형 7기, 소형 2기)'에
따라 대형 강우 레이더 중 7번째로 지어졌다. 약 7년의 공사 기간과 225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고 한다.
관측소는 산 정상부(해발
683m)의 레이더 동과 산 아래(해발 103m)의 관리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레이더 동은 연면적 760.62㎡, 지하 1층/지상 4층 건물로
레이더 관측시설이 갖춰져 있다. 관리동은 연면적 237.61㎡, 지상 2층 건물로 업무용 시설이 들어섰다.
본 강우 레이더를
설치해 놓은 이곳은 전망대 겸 뜰이라 할 수 있는 약 300평 정도의 앞마당이 있다. 그곳을 등산객들이 편히 쉬어가라고 개방하였다. 필자도
호기심에서 그곳엘 들어갔다. 많은 등산객이 친소친소 모여앉아 식사를 하곤 피로를 풀기 위해 쉼을 하고 있다. 그곳엔 대형 망원경도 설치해
놓았다. 이곳에서 바라본 세상은 마치 별천지처럼 보인다. 역시 조망의 명소다. 직녀봉이 우뚝 솟구쳐 힘을 불어넣고, 수중도시 두물머리 일원이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검단산도 장벽처럼 힘차고 드높게 바라보인다. 검단산 오른쪽으로 유유히 흘러내리는 한강은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구나! 이
한 폭의 그림과 같은 경이로운 풍경에 필자는 압도되고 말았다. 이곳에서 필자도 집에서 가져온 점심을 먹었다. 그러곤 기념사진을 찍고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는 연인이 보고 싶어 달려갔다.
정상에 세워놓은 표지석이 마치 사랑하는 연인처럼 보인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그녀의
허리를 덥석 끌어안았다. 당신이 하도 보고 싶어 단숨에 올라왔노라고 했다. 그리고 올라오면서 많은 땀도 흘렸지만, 피곤해서 그런지 다리도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그 말 한마디에 자기도 기다렸다는 듯 빙그레 웃는다. 우리는 견우와 직녀가 만난 형국이다. 그런데 견우와 직녀는 일 년에 한
번씩 만날 수 있지만 우리는 오늘 평생 처음 만난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이제 헤어지면 영원히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너무도 슬픈 이야기다.
이렇게 슬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때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다. 두둥실 떠 있는 흰 구름도 우리의 만남을 환영하더니
헤어짐을 안타까워 하는구나!
2020년 4월 18일
첫댓글 수고 많으셨습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항상 안전산행 하시길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김재원 시인님
매일 더위가 밀려 오네요
예상치 모한 뙤약볕입니다
시인님
코로나 19가 아지도 극성입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루수/김상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