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조각해 놓은 소요산(逍遙山)의 절경
(소요산 제3편)
루수/김상화
그토록 꽃향기를 피워 세상을 향기로운 바다를 만들어 낸 사월도 이젠 마지막 주를 달리고 있다. 사랑을 실은 봄 햇살이
예쁘게 내려온다. 봄의 향기와 기(氣)를 받은 나무들은 싱그럽게 잎을 피워낸다. 고운 햇살과 싱그러운 초록 잎은 소요산(逍遙山)을 아름답게
만들어 놓는구나! 그런데 필자는 왜 이리도 외로움이 쏟아질까? 그 외로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혼자서 첩첩산중을 걷는다. 그때 두둥실 떠 있는
흰 구름을 바라보게 되었다. 필자와 눈이 마주친 흰 구름은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던진다. 이곳 소요산(逍遙山)에 있는 자연은 모두 님의 벗인데
무엇 때문에 그리도 외로워하느냐? 또 위험한 곳은 지혜를 동원해 조심해서 가면 더 즐거울 것이라고 말한다. 흰 구름의 천금 같은 말 한마디가
위안이 되고 행복까지 주는구나!
용기를 얻은 필자는 행복한 마음으로 오늘 주어진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이곳에 있는
자연은 모두 나의 벗이라 했다. 필자는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며 칼바위를 향해 걷는다. 자연은 참으로 끝없는 신비로움을 우리 인간에게 주는구나!
혼자서 중얼거리며 걷다 보니 칼바위까지 왔다. 그때 50대의 멋진 남자 4분이 싱글벙글 대화하며 온다. 얼마나 반가운지 구세주를 만난 듯했다.
더욱이 심산유곡(深山幽谷)에 펼쳐진 칼바위 구간이라 긴장이 되었을 때다. 이곳을 어떻게 가야 슬기롭게 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만난 분들이니 얼마나 반갑겠는가! 필자는 용기를 내 말을 걸었다. 함께할 수 있을까요? 이곳을 처음 와보니 길을 헤맬까 봐 겁도 납니다.
그랬더니 댓 뜸 네 그렇게 하지요. 하며 대답을 한다. "현 필화"님 외 세 분이다. 건실한 네 분과 함께 대화하며 걸으니 마음이 푸근해 지면서
힘이 솟아난다.
이래서 사람은 아무리 잘나고 똑똑해도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동물인가 보다. 필자는 이분들을 따라나서니 힘이 난다.
"현필화"씨는 이곳저곳을 자세히 설명도 해준다. 그러면서 칼바위도 조심해 천천히 가라고 위로도 한다. 아마도 이분은 몇 번을 다녀간 것 같다.
소요산(逍遙山)에 대해 곳곳을 너무도 상세히 알고 있으니 필자는 기쁘고 흐뭇했다. 마치 신앙에서 말하는 이 네분은 나에게 구세주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래서 마음부터 편해지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과 절묘하게 생긴 칼바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역시 사람은 마음이
편하고 안정되어야 혜안(慧眼)도 생기나 보다.
*혜안(慧眼)= 사물을 꿰뚫어 보는 지혜로운 눈
칼바위는 칼날처럼 날카롭고
뾰족하게 생긴 구간이다. 자연은 가는 곳마다 인간들이 즐겁게 감상할 수 있도록 아름다움을 조화롭게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칼바위는
상백운대(上白雲臺)에서 시작하여 선녀탕 입구 하산로까지 약 500m가량 연속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조금은 긴장되는 구간으로 조심해야 한다. 이
구간은 소요산의 수려한 절경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칼바위 옆에는 멋들어지게 생긴 노송이 있다. 이 노송과 함께 기세 당당한 산세를 만들어
냈다. 그래서 웅장하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절경을 이룬다. 뒤편으로 소요산 지맥과 국사봉, 왕방산, 해룡산, 칠봉산이 연결되어 마치 용의 등처럼
동두천의 동북쪽을 휘감고 있다.
칼바위를 지나 나한대(羅漢帶)까지 왔다. 나한대(羅漢帶)는 소요산(逍遙山)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571m)로 오른편에는 의상대(義湘臺)와 공주봉(公主峰)이 위치해 있고 왼편에는 선녀탕과 하산로 그리고 칼바위와 상백운대(上白雲臺)가
자리 잡고 있다. 나한(羅漢)이란 의미는 불교를 수행하여 해탈의 경지에 이른 수행자를 이르는 명칭으로 신라 시대 원효에 의해 창건되었고, 고려
초에 나옹 등 여러 고승이 수행하였던 장소이다. 특히 조선 태조가 이 절에 머물며 절의 면모를 일신한 이후, 자재암(自在庵)이 크게 번성하자
절을 둘러싸고 있는 주위 봉우리들을 불교와 관련된 명칭으로 부르는 중에 이곳을 나한대(羅漢帶)라 부르게 되었다.
우리 다섯 사람은
공주봉(公主峰)은 들리지 않고 그 옆으로 이산의 최고봉인 의상대(義湘臺)로 향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주봉(公主峰)에 대해 알아본다. 소요산
일주문에 들어서서 우측 능선으로 오르면 첫 번째 만나는 봉우리로 해발은 526m이다. 이 공주봉은 자재암(自在庵)을 둘러싸고 말발굽 모양으로
펼쳐지는 등산로의 우측 첫 봉우리가 되며 이 공주봉을 지나면 소요산의 최고봉인 의상대와 만나게 된다. 전설에 의하면 소요산에 자재암(自在庵)을
창건하고 수행하던 원효 스님을 찾아온 요석 공주가 산 아래 머물면서 그 남편을 사모했다고 하는데, 이 공주봉의 이름은 요석 공주의 남편을 향한
애끊는 사모를 기려 붙여진 명칭이다. 공주봉으로 오르는 길목에 옛 절터가 남아있어 이들의 고귀한 사랑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드디어 이산의 최고봉인 의상대(義湘臺)까지 왔다. 이제 정상까지 왔다는 기쁨이 쏟아져 내린다. 필자는 너무도 기뻐서
소요산(逍遙山)이 메아리치도록 만세를 부르고 싶었다. 한 평밖에 안 되는 곳에 정상 표지석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검은 돌로 만든 표지석은
세움이 아니고 눕혀놓은 상태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임이던가! 몇 년 전부터 그렇게 보고 싶었지만 바쁜 관계로 오지를 못했다. 필자는 반가움을
참지 못해 입맞춤부터 했다. 필자는 정신이 몽롱해 진다. 임도 갑작스러운 일이라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힌다. 두둥실 떠 있는 흰 구름도 박수를
보낸다. 주위에 있는 나무들도 소리 없는 박수로 환영을 해준다.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사랑의 침묵이 흐른 뒤 정신이 돌아왔다. 동두천의 명산인 소요산(逍遙山)은 주봉인 의상대(義湘臺)가 해발 587m이다. 이곳에서
산을 바라보았을 때 앞으로는 동두천시의 상, 하 봉안 동이 바라보이며 그 건너편에는 파주의 감악산이 보인다. 뒤편으로는 소요산 지맥과 국사봉,
왕방산, 해룡산, 칠봉산이 마치 용의 등처럼 휘감아져 보인다. 이름의 유래는 조선 태조가 소요산에 머물며 자재암을 크게 일으킨 후 여러
봉우리가 불교와 관련된 이름으로 불렸는데, 자재암(自在庵)을 창건한 원효의 수행 동반자인 의상을 기려 소요산의 최고봉을 의상대(義湘臺)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의상대(義湘臺)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소요산(逍遙山)의 아름다운 절경을 한참 동안 감상했다. 이 아름다움을
집사람과 함께 감상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어찌하다 몇 년 전에 발목을 다친 것이 원인이 되어 안타깝게도 걸음을 잘 걷지 못한다. 그래서
산행을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산행할 때마다 사랑하는 처에게 미안한 마음이 녹아 있다. 이젠 하산을 해야 한다. 현필화 님께서 선두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원시림이 들어찬 소요산은 명산 중의 명산이라고 말하고 싶다. 필자는 오늘 무려 7시간을 걸은 것 같다. 고비 고비마다 의인이
나타나 필자에게 도움을 준 것도 하늘이 내려준 복이다. 언제 이 네 분과 함께 만나 대포라도 한잔할 시간을 갖고 싶구나! 졸 필이지만 이것으로
소요산(逍遙山) 기행을 맺는다.
2020년 4월 25일
첫댓글 수고 많으셨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반가워요 비추 시인님
매우 덥네요
댓글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