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중이다.
동료이자 수다상 독자이자 친구가 된 일일 짝꿍과 너나들이하는
재미가 깨소금이다.
행복 항아리를 비운다.
어젯 밤 퇴근 후엔
문화예술회관 비슬홀로
달려 갔다.
7시 30분에 청춘 코미디
연극 .벚꽃 졸업식.을
관람했다.
대구 연극계가 얼마나 탄탄한지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코로나에게 발목 잡혀
다들 우울한 시대에
시원한 웃음 폭탄을
선물 했다.
학창시절 첫사랑.
이루고 싶은 꿈.
살면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아주 리얼하고
해학적으로 꾸몄다.
혼자서도 참 잘 논다.
문화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 간다.
문화지수가 높은 나라나
개인이 행복지수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
대구 연극인들의 열정과 노력에 박수 갈채를
보낸 후 비슬홀을 빠져
나왔다.
연극 마친 시각이 밤
9시 20분!
그냥 갈순 없잖아.
노래를 흥얼거리며
30억 짜리 나의 정원
.도시숲.에서 달빛과
놀았다.
실컷 놀고 귀가한 덕분에
꿀잠을 잔다.
아주 푹 자고 푹 쉬었다.
느지막히 일어나 씻고
점심 약속 장소로
갔다.
롯데리아에 가면 마음이
젊어진다.
젊은이들만 갔었던 옛날과는 달리 요즘은
나이 든 사람들도 애용하는 곳이다.
세월탑은 두툼해도
마음 나이는 젊은 고객들이 아름다워 보인다.
명품 수필만 쓰는 박미정 수필가와 만났다.
햄버그를 닮은 우리는
롯데리아 애용가다.
박미정 수필가의
3집 수필집
.장미의 기억.독후감을
써 준 글값이다.
감동과 교훈과 재미!
삼합으로 이루어진
.장미의 기억.을 읽자마자
느낌이 쏟아졌다.
좋은 글로 감동을 준 친구에게 수고밥을 사야
마땅한데 기어이 사 준다.
햄버그 셋트.치즈스틱.
치킨까지 총망라 했다.
난 작대기처럼 생긴 치즈스틱을 참 좋아한다.
한 입 베어물면 치즈가
쑥 당겨 나온다.
영원한 피터팬이다.
동심의 세계에서 노니
늘 즐겁다.
문학과인생.가치관.몸매까지 닮아 우린 서로를
참 좋아 한다.
풀밭에 누운 듯 편하고
기분 좋은 그녀다.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대단하고 멋있는지
모른다.
늘 겸손하고 진중하다.
배려와 봉사와 사랑으로
똘똘 뭉친 홍익인간이다.
서로 칭찬 품앗이를
실컷 한 후 헤어졌다.
시장으로 갔다.
나를 위한 선물 몇 가지와
가족을 위한 몇 가지도
샀다.
혼자만 행복할 수 없다.
더불어 행복할 때
행복은 완성이 된다.
수다상 독자들이 늘어갈수록 행복지수는
하늘에 닿는다.
요양원에도 독자들이
다복솔이다.
속 깊고 인물 좋은 훈남 물리치료사.
너나들이가 잘 되는
친구.언니같은 동료들.
이젠 위생사까지 독자로
만들었다.
위생사가 새로 왔다는 말에 무척 반가웠다.
난 빨래를 별로 안 좋아한다.
다림질.바느질도 잘 못하는데도 이상하게
날더러 못하는 것이
뭐냐고 묻는다.
글을 잘 쓰면 머리가 천재라고도 오해 한다.
글은 머리로 쓰는 것이
아니다.
뜨거운 가슴.독서량.
호기심.사랑이 어우러져
수다상으로 재탄생 한다.
빨래하고 개키는 일이 재밌다는 그녀가 신기했다.
그녀는 요양사들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층 마다 나온 대량의 빨래를 깔끔하게 하여
반듯하게 개킨 모습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빨래의 달인이라고나 할까.
청소도 구석구석 꼼꼼하게 하는 것을
눈여겨 봤다.
나도 한 때는 건물관리사를 11년간 했다.
얼마나 많은 손길이 가는지 알기에
만날 때 마다 관심과 칭찬 보따리를 안겼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이 .누군가 당신을
보고 있다.가 아닐까.
수박 겉 핥는 정도만
파악이 된 위생사가 불쑥 물었다.
"명숙샘!
나이가 몇인가요?"
살이 과하게 붙었다는 이유로 나이를 많이 보는
사람도 있다.
마음은 분명히 소녀인데
어느 새 60세다.
한 때는 내 나이 보다 많이 보는
사람을 대놓고 싫어했다.
나도 여자인데 눈에 찌짐이 붙었나 보는 눈이
어지간히도 없다.
하고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냈다.
.이순.
귀가 순해진다는 60세가
되고보니 그러려니 한다.
상대방이 보이는대로
느끼는대로 말하는 것에
서운함을 품을 필요가
없다.
마음을 비우니 경로라고 기차값을 할인해 주려는
역무원의 눈도 밉지 않다.
위생사에게 선수를 쳤다.
"내가 똥뚱하니 나이가
들어 보이죠?
아직 몇 살 안 묵었어요."
하고 내 나이보다 많이
봤다고 해도 이해 할
참이었다.
그런데 반전이다.
"명숙샘 마음이 바다라서
물어 본 겁니다.
가만히 지켜보니 배려심도 참 많더군요."
보기보다 나이가 많지 않다는 말을 들을거라
생각했는데 마음이 넓다는 극찬에 비행기는
높이 올라갔다.
우린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보니 동갑이다.
내친 김에 문학소녀라고
깨알같은 자랑도 했다.
그녀에게 첫 수다상을
보냈다.
이런 부메랑이 날아 들었다.
♡요양원 위생사의
첫 댓글♡
ㅡ명숙샘!
좋은 글 보내줘서 넘 고맙고 나도 나름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는데
명숙샘 일상을 보니 부끄럽네요.
요양원에서 맺은 인연 헛되지 않게 잘 이어나가도록 노력할께요.
주말 잘 보내고 다음 주 만나요~^^
나도 수다상 받고 싶네요.
야간 근무 잘 하고 동갑내기끼리 불 한번 붙어 봅시다. ㅋㅋ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