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다.
목욕탕 가는 길에 불쑥 들어 왔다.
교통카드 충전을 시킨 후
나가려는데
빈 자리가 나를 불러 앉힌다.
길거리 작가다.
아무데나 앉으면 책상이다.
돈 한 푼 안들이고 내 이야기 마음껏 풀어 헤치고 독자들의 무한 사랑과 내 심신 건강까지 챙기는 수다상 작가라 무진장 감사할 따름이다.
편의점 총각의 하품 소리가 들린다.
야근의 피로를 잘 알기에
측은지심이 든다.
도둑질 빼고는 다 해야 하는 것이 작가의 도리다.
방구석에 앉아 감동
주는 글을 쓰려는 건
독자들을 우롱하는 행위다.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야
알밤처럼 글이 터진다.
오늘은 편하게 쉬는 날이다.
목욕탕에서 열정이 도를
넘는 주인을 만나 알게
모르게 고생했을 내 몸과
마음에게 푹 쉬게 하리라.
편의점에서 수다상 쓰는 재미도 꿀이다.
자릿값 정도로 뭘 마신 후 눈치 안 보고 후다닥
수다상을 차린다.
어제 야근을 마친 시각이
아침 9시!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며
두류산길을 걸어 도서관으로 갔다.
아침 10시!
독서토론회가 막 시작되었고 독후감 당번인 회원이 낭독하고
있다.
토론 도서는 임솔아
작가의 .최선의 삶.
나처럼 최선을 다하는 내용인가 했는데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못
보내고 있는 사춘기 소녀들의 슬픈 이야기다.
자기들딴엔 최선이라고
용을 쓴 삶이 어른들의
눈으로 보니 위험천만이다.
연예인들 중에서도 과거 학폭으로 인해 정상의
고지에서 추락한 경우도
있다.
함부로 살땐 몰랐으리라.
잘못 살아 온 과거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삼켜 버림을,,,
어쨌거나 바르게 살아야 한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는
건강하고 행복한 뒷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최선의 삶이다.
각자의 생각을 불꽃 튀게
토론 후 한 해의 마지막을
갈무리 했다.
산악 자전거를 잘 타는
멋쟁이 언니가 점심을
보시한다.
해물찜 뷔페 식당에서
두류산만한 배를 안고
근처 까페로 자리를 옮겼다.
등단한 회원이 행복값을
지불한다.
차와 빵을 먹으며
폭풍 수다꽃을 피우니 회원들간의 행복지수도
빵빵해졌다.
해넘이가 되어서야 꽃자리를 털었다.
난 제일 만만한 두류산으로
가려고 했다.
그때 내 마음에 쏙 드는
멘트를 날려 주는
고마운 자전거 소녀 언니.
"맹숙아!
니는 우리집으로 가자.
7시 30분에 하는 콘서트
보려면 아직도 많이
기다려야 되네.
야근하고 나와 피곤할테니 우리집에서 눈 좀 붙여라.
저녁 먹고 콘서트 보러 가면 추위에 안 떨어도
되고 안 좋겠나?"
내 주변엔 온통 부처요
천사들이 있다.
전생에 지은 복이 많은지
넘치는 사랑에 인생이
쫄깃하다.
에헤라디야!
맘춤을 추며 앞산 빨래터
전망대에서 노을을 볼 수
있는 위치의 아파트로
갔다.
언니는 팔방미인이다.
딱 내가 바라는 스타일로
깔끔하게 꾸며 놓고 산다.
칭찬 보따리를 안긴 후
앞산을 바라보며 너스레를 떨었다.
언니는 쇼파에 누워 한숨 자란다.
친정처럼 편했다.
하얀 쇼파에 벌러덩 누워
수다꽃을 피웠다.
언니가 잽싸게 저녁 준비를 하길래 손사래를
쳤다.
"언니야.
저녁 안 묵어도 된다.
언니가 사 준 해물 뷔페도
아직 뱃 속에 그득한데.
그냥 앉아 놀자."
언니는 엄마처럼 말을 잇는다.
"맹숙아!
전에 네가 북어국 먹고
싶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토론회 가기 전에 끓여 놓았다.
저녁은 우리집에서 먹이고 싶었거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사랑어였다.
엽렵한 언니답게 후다닥이지만 정성스런
밥상이 하얀 식탁 위에
차려졌다.
모든 반찬이 입맛에
딱 맞다.
그 중 압권은 북어국이다.
피로를 말끔히 데려가 준
북어국과 언니의 깊은
사랑 앞에 가슴북 소리가
났다.
언니는 나 홀로 밤길 갈 것이 마음에 걸렸던지
동행한단다.
난 천지 무서운 것이 없는
불도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행한 건 콘서트를
함께 즐기고 싶어서다.
청랭한 밤길을 자박자박 걸어 문화예술회관으로
갔다.
.탈춤은 탈춤.
무료 공연이라 더 고맙게
관람하러 들어 갔다.
탈춤은 가까이하기엔 먼
문화였다.
드디어 눈 앞에서 보게 되어 설레고 신났다.
작가에겐 첫 경험이
첫사랑만큼이나 설렌다.
구성 멤버도 남녀노소로
이루어진 정가악회다.
음악의 밭을 일구는 건강한 농부들이다.
전통 음악의 현대화와 예술의 사회적 가치적
가치를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시대를 뛰어 넘는 탈춤.
.현재를 보여주는 탈춤.
영상의 강렬함과 다큐의 진솔함이 매우 잘 합쳐진
작품이다.
한국의 정신을 담은
.신명.을 어떤 조미료도
더하지 않고 무대에서
발현시켰다.
탈춤은 자유롭게 상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탈춤의 탈춤.
현대적인 음악과 춤.
영상의 콜라보레이션.
새로운 무대 구현에
힘 썼음이 역력했다.
한 시간 반 동안 관객들과 하나가 되어 신명판을
펼쳤다.
손바닥이 얼얼할 정도로
박수 갈채를 보냈다.
한층 고무된 탈춤꾼이
반가운 소식을 들려
준다.
유네스코에 등재시키려고 노력 중이란다.
꼭 그런 경사가 있기를
바라면서 무대를 빠져
나왔다.
♡동장군조차 벌벌 떨게한 봄볕같은 독자의 댓글♡
바람꽃!
힘들었던 시절을
수다상으로 읽으니
불쑥 들장미 소녀 캔디 만화가 떠 오르네.
힘들어도 울지 않고 씩씩한 캔디...
육십 즈음 살다보니 말은 안해서 그렇지 각자 삶의 구비가 있지 않을까?
그 힘든 시기에도 씩씩하게 살면서 문학,예술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 온 바람꽃의 열정에 뜨거운 박수는 보낸다...
날씨가 완전 겨울답게 바람이 불고 춥네.
감기 조심하고...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