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유엔군이 북진중인 가을
강원도 이북철원 평화로운 시골마을
옹기종기 모여있는 정겨운 초가집들
어둠이 마을을 살포시 덮은 밤
별들은 하얗게 앞마당에 내리고
어디선가 개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순간 밤의 적막을 깨는 소리
" 순근아 빨리 도망가 !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에 아들은 방문을 연다
어머니가 앞마당에 들어서며 다시 소리를 지른다
"큰일났다 ! 인민군이 너를 데릴러 오나 보다"
어서 빨리 남쪽으로 도망 가거라"
어머니는 아들에게 숨넘어 가는 소리로 외친다
조용한 시골집 안마당에 인민군 여럿이 들이 닥친다
그들의 어깨에는 따발총을 메고 있고
충혈된 눈으로 누구를 찾는지
" 이간나 어디로 숨었나 " 연신 소리를 지르며
누군가를 찾아대기 시작한다
방안에 있던 아들은 다급한 상황임을 알고
"어머니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
그 때까지 꼭 살아계세요 !
울먹이며 어머니의 두손을 꼭 잡더니
재빨리 방 뒷문을 열고 쏜살같이 문 밖으로 뛰쳐 나간다
뒷뜰 빠알간 봉숭아 꽃의 예쁜 향기에 둘러싸인
싸리 울타리를 훌쩍 넘어 힘차게 내달린다
남쪽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줄달음을 친다
한참을 지나 힘이 빠져 그만 터벅 터벅 걷는다
몸에 지닌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보이는 건 산과 들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어머니와 아버지 동생들은 어찌 되었을까 ?
나 때문에 어떤 큰 피해를 당하는 건 아닐까 ?
생각만 하면 몹시 가슴이 쓰리고 아프다
이 모든 것이 차라리 꿈이었으면...
2시간여를 걸었을까 배가 고파오기 시작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어머니가 아침에 삶아놓은
부엌에 찐 옥수수 몇개랑 감자라도 챙겨올 걸
멀리 산 아래 평화롭게 흐르는 개울물이 보인다
허겁지겁 개울물에 입을 대고 주린 배를 채운다
18세 소년,
아버지는 그렇게 공포와 불안속에
밤 낮을 걸으며 무사히 남쪽 땅을 밟았다
아버지는
북쪽의 강제 징용을 피해 남쪽으로 왔지만
연고 없는 남쪽땅에서 전쟁중에
혼자서 먹고 살길이 없다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해댔지만
굶주린 생활을 면하기가 어려웠다
어느날 어떤 사람 대신 돈을 받고
탄약운반 노무자로 전장에 나갔다
그러나 탄약운반 노무자로 나가면서 받은
논 몇마지기를 살 수 있는 그 금쪽 같은 돈을
몽땅 사기를 당하고 말았다
전장에서 북한군의 포격으로
여러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리고 얼마후 다시 집으로 돌아와 결혼을 했지만
또 다시 생계가 어려운 가족을 남겨 두고
군복무 3년을 해야 했다
평생 고생만 하신 아버지
2009년 대장암 말기로 호스피스 병동에서
이산의 한을 품고 하늘로 가셨다
아버지는 늘 북에 두고 온 어머니를 그리워 했다
평생 아들이 살아 있는지 걱정을 하시며
힘들어 하셨을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로 세월을 보내셨다
아버지는 그렇게 이산에 한을 풀지 못하고 어머니를 만나러
먼 하늘나라로 가셨다
첫댓글
아버지의 삶
저도 슬픔니다
동행님 사연이 짠하네요
하늘나라에서 상봉하셔서 편안히
게실거라 믿어요..글감요
암울한 시대에 태어나
고생만 하다 가신 아버님
제가 아프네요
격려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동행님~~저는서울에서 태어나서 서울사람이지만....부모님들은 이북에서 내려온
이산가족입니다.
암울한 시대의 북한동포들의 이야기 너무나 애달픈사연이 많은듯합니다.
저먼곳에서라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나서 한이라도 풀었으면 좋겠슴니다
글 주시어 감사합니다..
방장님 부모니께서도 북한의 고향을 떠나 오셨군요
전쟁을 직접 겪으신 부모님 세대는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오셨지요
편안한 세상 이제 부모님 세대 고생하신분들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늘 따뜻한 정서와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마음이 찡합니다.
두어번 말해도 말입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아픈 마음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거서리님 늘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50년 그 전쟁통에 태여났네요
그러니 그때의 긴박하고 어려웠던
상황이 상상도 할수없이 처참했겠지요
정말 가슴이 아픔니다.
전쟁이 치열 했을 때 태어나셨군요
참 어렵고 힘든 때 였습니다
격려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분단국가에서 빚어지는 참상은 이루 말할 수 없었겠지요.
생사를 넘어 와서
타향객지에서 발 붙이고 살기가 얼마나 힘 들었을까요?
전후 세대인 우리도 밥 굶는 일이 허다했는데....
고생만 하시다 가신 아버님 생각만 하시면
슬픔에 잠겨 먹먹해지겠지만
그 시대에 태어난 죄 아닌 죄 아닙니까?
고생없는 저 세상에서
꿈에도 그리던 어머님 만나
회포 풀고 계시리라 생각하세요.
아버님도 자식의 행복을 바랄겁니다.
통일은 늦더라도 북한과 어서 빨리
교류와 왕래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께서 생전 그토록 가고팟던 고향땅을
제가 대신이라도 가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서 부모님께 효도 못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네요
아우라님의 위로와 격려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자꾸 눈물이 납니다 우리나라의 근대적
역사앞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속에 사셨죠ᆞᆢ
그어머니 가슴이 까 맣게 탓을 겁니다
아들의 생사를 모르고 사셨을 친할머니
얼마나 마음 고생을 하시며
사셨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잘봤습니다 왠지 마음이 짠 하군요
그시절은힘들었습니다^
그시절 많은 사람들이 힘들고 어렵게
살았겠지요
지금은 참 좋은 세상입니다
모두가 그분들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지요
님의 글속에 눈물이 고이네요 어쩜 우리나라는 국민의 한이 모두에게 담겨 있는 나라인것 같습니다. 우리세대에는....
글을 쓰면서 아픔과 슬픔으로
눈물이 나더군요
위로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부모님이 겪으신 사연을 올렸구먼유,,6.25 전쟁사,,이후의 생활사,,전쟁을 모르는 54년생인지라서 실감은 안나지만, 사진을 통해서 징용간 사람들, 생체실험, 부녀자들 강간, 참혹한 죽음 등등을 보면 일본의 조상들이 한 짓들은 천벌을 받아 마땅하고 그리 될 것입니다. 일본이 지도에서 없어지는 벌을 받는 답니다. 세상사는 악한 짓을 하면 그 대가를 반드시 치루는 것이지요~
아버지께서 40여년전 가족에게 들려준 얘기랍니다
들으면서 가슴이 아프고 먹먹하더군요
어서 빨리 남북이 서로 왕래하는 감격의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남한 대한민국에서 실패한 것이 친일을 청산하지 못한 것이지요.
구한말 쪼다 조선왕들의 우왕좌왕으로 양반사대부의 치맛자락에 휩싸였고, 외국세력이 넘실거리고, 일본의 마수에 걸려서 조선왕조가 거꾸러지고, 일본 침략, 해방 이후의 좌우세력의 혼탁, 이승만 정부의 수립, 한국전쟁... 전쟁이 낳은 이산가족이 1,000만 명.
제 경우 서해안 산골마을에 일본 징용자가 수십 명. 그 작은마을에... 친일파를 제거하지 못한 후유증이 아직도 남고...
일본이 한국을 병탐하지 않았더라면, 미소가 한국을 양분하지 않았더라면, 한국전쟁이 발발하지 않았더라면...
아쉽게도 일반 국민만 작살이 났지요.
올해 남북한 간에 햇볕이 더..
우리 역사 근대사를 보면 우울하고 분노와 자괴감이 듭니다
일본과 미국 소련을 원망 할 수도 있지만
구한말 세계정세 흐름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위정자들
유생들의 만인소 그에 동조한 고종 개혁하지 못한 게 ( ? ) 일제의 강점과
남북 분단 까지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죄없이 죽어 갔으니
너무나 가슴이 아픔니다
곰내님 감사합니다
동행님의 가족 아버지 얘기셨군요 .
어떻게 말로다 표현을 다 하리리요마는 가슴이 매어옵니다 .
우리외삼촌얘기 같아서요. 더 말을 잊질 못하겠네요 .
외삼촌께서도 힘든 일을 겪으셨군요
아버지의 조카는 인민군으로 참전 했다가
포로가 되어 거제 수용소에서 다시 가족이 있는
북으로 갔다고 하네요
감사합니다
@동행~ 어릴때 우리 외삼촌은 참 똑똑하시고 잘생기셨다고
우리엄마한테 얘기만 들어서 조금이나마 알긴 하지만
그때 6.25때 인민군한테 총살 딸 하나놓고 외삼촌이 돌아가셨다고
들어서 생각날때면 외숙모딸 외갓집 언니가 생각나서
우리엄마랑 서울에 살때 한번씩 찿아갔었는데
동행님의 부모님 얘기를 들으니 더더욱 자꾸 가슴이 무너져 내립니다 .
참훈륭한 외삼춘 저도 얼굴도 모르지만
동행님같은분들의 얘기글 보니 눈에 이슬이 젖어옵니다 .
@수선화 외삼촌께서
그런 큰 아픔이 있었군요
수선화님 얘기를 들으니 저도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그리고 수선화님 참 선하신분으로 느껴집니다
수선화님 늘 좋은일만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분단국가에서 겪어야만 하는
이산가족들의 슬픈현실에
가슴아프고...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동행님!..
하늘나라가신 부모님..
그곳에서 편히 영면하고 계시면서
동행님을 위해 많은 음덕을
베풀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힘내십시요!...^^
다시는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버지 세대분들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고
고통받고 사셨지요
석현님 위로와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