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도 지갑이 있으시다면 그 지갑 속엔 아마도 사랑이 가득할 것 같은데! 그것이 재화를 쌓는 인간과의 차이가 아니겠나 싶다.
인간의 지갑은 대체로 가진 자일수록 두터울 것이며, 저세상 갈 때는 두고 가는데도 지갑을 여는 것에 나부터도 인색하다.
따지고 보면 그 지갑은 하느님으로부터 위탁받은 것으로서 함부로 써서도 안될 것일 진데!
인간의 불성실한 지갑 관리란? 그분의 가르치심에 반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갑을 어떻게 펼치느냐가 관건인데, 아예 열지 않는다던지 낭비성이 많다면 주님을 슬프게 하는 것이며,
과소비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의 이해가 대립되는 이 시대적 과제는, 가진 자가 지갑을 연다든지 낭비를 자제해 준다면 빈부로 인한 갈등 해소와 교회의 윤리강령에도 맞갖아 하느님을 흐뭇하게 해 드릴 것이다.
똑같은 나무이지만 관리에 따라 과실이 많게 또는 적게 열릴 수 있는 것처럼, 재화의 주인은 하느님이지만 관리는 인간의 몫이므로, 사람의 수고를 인정해 주시고 판단력과 의지까지 부여하신 하느님이시므로 사람을 존중하셔서 씀씀이 정도는 체크하실 것이니, 그 체크는 우리가 죽어 천국 문전에서 평가될 것으로 추측해본다.
가령 맡기신 지갑을 자신의 재물로 생각하여 인색하다든지 또는 낭비를 한다면 하느님께 가까이 갈 수 없겠으며,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을 닮았다 하므로 내게 잠시 맡겨진 그 지갑을 마침맞게 열어 하느님을 흐뭇하게 해 드려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그 모상대로라면 하느님의 인성을 닮으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 하느님을 슬프게 한 죄로 멸망당한 소돔과 고모라처럼 우리도 자칫 현세에서 어떠한 형태라도 벌을 받을 수 있겠기에 말이다.
나는 재물의 집착을 죄로 의식하여 다짐을 여러 번 하긴 했으나 내려놓지 못하다 보니, 내가 소속된 곳에 게재된 기부자의 명단을 살피곤 하는데, 내가 아는 그들이 나눔의 대열에 서있는 것을 보며 부러움에 앞서 은총임을 느낀다.
나는 언제쯤 내려놓을 수 있는 지성이 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