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신동엽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조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신동엽/ 1930. 8. 18 충남 부여~ 1969. 4. 7 서울. 시인
서구지향의 모더니즘과 전통지향의 보수주의가 양립하는 1950~60년대의 한국의 시단에서 역사와 현실에 대한 자각과 그것의 시화(詩化)를 통해 근원적인 민중시를 정착시키는 데 선구적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