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자의 집청소
“누군가 홀로 죽으면 나의 일이 시작 된다”라는 표지 글이 인상적이었다. 몇 년 전에 TV에서 본 시사 프로그램이 생각나서 이 책을 선뜻 집어 들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오래되어서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요즘 고독사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고, 고독사의 사회문제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중에서 고독사로 죽은 사람들이 남기고 산 유품을 정리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 내용이 짧게 나왔었다. 그 때는 ‘저런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구나, 쉽지 않은 직업이네.’ 하고 무심코 지나쳤었는데. 요즘도 뉴스에서 종종 등장하는 고독사의 이야기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다보니, 죽음이란 것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이었던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고독사라는 것은 독거노인이 혼자서 쓸쓸하게 죽어가서 몇 달 또는 몇 년 후에 악취에 시달이던 이웃주민의 신고로 발견되어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주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종류의 고독사를 접하면서 꽃같이 젊은이들의 죽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냥하게 인사를 해주던 젊은이의 죽음에 계단청소를 하시던 청소부가 그 사연은 안타까워하며 몇 번이나 착한 사람이었다는 말을 하며 돌아갔다는 글에서는 그들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름의 고민을 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책의 저자는 부자들보다는 가난한 고독사가 훨씬 많았고, 깨끗한 환경보다는 정말 쓰레기통 같은 집에서의 고독사가 많다는 것은 이야기 한다. 참 슬픈 일이다. 현시대를 살아가며,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부가 안전하다고 생각될 수 있을까? 요즘처럼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각종 지능범죄나 범죄가 아니더라도 잘못된 판단으로 우리의 재산은 안전할 수 없고,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쪽방 촌 이야기가 언제든지 내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 책은 나에게 경각심을 불러 올 뿐 아니라 삶을 점검하게도 해준다. 더불어 욕심인줄도 모르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깐 멈춤의 시간을 갖게 되기도 한다. 어느 신부님의 말씀처럼 재산은 많아 봤자 자식들의 유산상속으로 싸우는 것만 보게 된다. 내가 죽을 때 장례를 치를 수 있는 돈만 남겨두면 된다는 설교 말씀이 불현 듯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 소개하는 하나의 이야기는 어느 부인의 죽음이었다. 이부인의 서재에는 많은 책들이 있었고, 이 책은 남편의 유품으로 물려받아 버리지도 못하고 가지고 있다가 본의의 고독사로 인한 죽음으로 인해 고독사청소부들에 의해 폐기처분 되는 과정이 나온다. 얼마 전 분과원들과 같이 공부하던 ‘익명의 독서중독자들’이란 책이 생각났다.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가지고 있던 책들이 지금도 계속 쌓여가고 있는데, 잘하고 있는 것 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의견의 나누었던 기억이 남과 동시에 이 글을 읽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겠다는 결심도 해본다. 또 병으로 죽어가면서 이혼한 아내와 연애시절 주고받았던 손 편지들과 추억의 사진들을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상자에 보관하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였던 한 남자의 사연에서 참 가슴 뭉클한 기문이 들었다. 사람은 죽어도 추억과 기억만은 남는구나. 손 편지가 귀해지고, 인화된 사진이 귀해지고 있는 요즘 내가 남기고 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죽음이란 것을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죽음이란 것은 피해갈수 없는 것이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느림과 울림의 그 어디쯤엔가 나를 던져 놓은 연습을 해볼려고 한다. 내가 이 잭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다는 욕심도 부려보고, 오늘의 나를 다시 돌이켜 본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윤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