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응수/ 출판사 새움
‘시말서’라는 ‘말에 무슨 잘못을 했을까?’하는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그’라 칭한 주인공 ‘오 씨’ 어떨 때는 ‘오 형’이 되기도 하고 ‘오 선생’이 되기도 한 그는 아파트 경비원이었다. 아파트에서 발생되는 일상적인 사건 사고들이 얽혀있는 경비원의 일상이 녹아져 있었다. 2015년에 발간되었던 책이라 요즘과는 약간 다른 근무형태를 보이지만, 그 시대의 경비원들과의 경험을 떠올리며 공감할 수 있었다.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만나게 되었던 경비원들과의 인연과 그 직업에 대하여 돌아보았다. 아파트들이 여기저기 많이 건설되며, 경비원들도 많아졌고 그 역할이 분명히 있음에도 왜 그 직업이 천시 받아야만 했을까? 그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직업관, 윤리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을까?
내 아버지도 환경미화원으로 20년을 일하셨다. 자식 교육을 위해 서울에 올라오니, 농사만 짓고 사시던 분이라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급여가 다달이 나오는 안정적인 직장이라며 줄을 놓아 부탁해서 들어가셨지만, 정작 본인은 원치 않았던 일이었다. 경비원 오 씨와 무엇이 달랐을까? 남이 싫어하는 일, 천시하는 일을 하면서 자존심 강한 아버지는 매일 자신과의 싸움을 하셔야만 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으로 일은 하지만, 배운 것 없고 할 줄 아는 것 없으니 이런 일밖에 못하신다며, 약주를 드시고 오는 날이면 한참을 푸념하셨다.
아버지께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였지만, 가족을 위해 헌신하신 최고의 가장이시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사는 나는 결코 해내지 못할 일을 하셨다. 나이와 상관없이 애쓰며 노력하는 내 아버지와 같은 경비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약삭빠르게 숟가락을 얹어 이익을 취하는 이들보다 현장에서 뛰며 삶을 치열하게 사는 이들을 존경한다.
얼마 전 못자리를 하러 갔을 때, 아버지께서 손에 힘이 없고, 단어도, 할 말도 잘 기억하지 못하시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담과 검사를 통해 그 당시 치매가 아니라는 결과에 참 감사했다. 경비원 오 씨의 아내가 겪는 치매가 내게 가깝게 다가왔고, 15층 최 노인의 한 밤중 고양이 소동 또한 남일 같지 않았다. 부침개라도 부치는 날이면 경비원 아저씨께 가져다 드렸고, 주차로 애 먹을 때 같이 연락주시며 신경을 써 주시던 고마운 모습이 기억났다. 재활용 쓰레기를 엉망으로 버리는 사람들의 뒤처리, 음식물쓰레기통 주변의 냄새나고 더러운 곳을 물청소하며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분들이었다. 각각의 사연과 내용들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 끝부분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와 감성적인 결말로 한 바탕 눈물을 흘렸다. 씁쓸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아버지의 시말서’는 끝났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활동가 유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