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으)ㅁ직하다’를 접미사로 처리한 예(금성출판사 『국어대사전』, 민중서림 『국어대사전』)도 있고 ‘-(으)ㅁ직’을 어미로 처리하여 ‘-(으)ㅁ직’과 ‘하다’를 띄어 쓴 예(한글학회 『우리말큰사전』)도 있다. 따라서 ‘-(으)ㅁ직’의 성격이 무엇인지 ‘-(으)ㅁ직’과 ‘하다’를 띄어 써야 하는지, 붙여 써야 하는지 등이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으)ㅁ직하다’에서 ‘-(으)ㅁ직’은 어근을 만드는 접미사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첫째, ‘-(으)ㅁ직’ 앞에 올 수 있는 말이 ‘믿다’, ‘바라다’, ‘먹다’ 등과 같은 몇몇 동사(그것도 주로 타동사)의 어간으로 제약된다. 만약 ‘-(으)ㅁ직’이 어미라면 의미상의 충돌이 없는 한 그 앞에 서술격조사 ‘이다’나 형용사가 못 올 까닭이 없다. 둘째, ‘-(으)ㅁ직’ 앞에는 ‘-었-, -겠-’ 등과 같은 어미가 올 수 없다. 셋째, ‘-(으)ㅁ직’ 뒤에는 ‘-하다’나 ‘-스럽다’와 같은 파생접사가 온다. 만약 ‘-(으)ㅁ직’이 어미(굴절접사)라면 그 뒤에 파생접사가 올 수 없다. 아래 (1)은 접미사 ‘-(으)ㅁ직’이 쓰인 예이다.
(1ㄱ) 씩씩한 모습은 상상만 하여도 믿음직하다/믿음직스럽다.
(1ㄴ) 한편 복지부는 국민연금제도의 특성상 의료보험료 지원처럼 갹출료에 대한 직접적인 정부 지원은 바람직하지/바람직스럽지 않다고 판단해 …
(1ㄷ) 감나무 끝에 매달린 홍시가 참 먹음직하다/먹음직스럽다.
그러나 ‘-(으)ㅁ직’의 예로 보이는 것 중에는 이상의 설명과 맞지 않는 예도 적지 않아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2ㄱ) 탄핵 대신 견책이 매우 있음 직한/*직스러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ㄴ) 모두들 누가 보나 대기업에 다님 직해/*직스러워 보이는 말끔한 얼굴들이었다.
(2ㄷ) 어쨌든 이번 KAL기 사건은 세기의 미스터리로 기록됨 직하다/*직스럽다.
(2ㄹ) 그래도 고마운 벗이라고 할 것인가. 그것은 그때 당해 보아야 알 일이나 우선은 참을 수 없는 일도 아님 직하다/*직스럽다. 얻어맞아 설사 상처가 나고 피를 흘리게 되더라도 꾹 참고 견디지 못할 것도 아닐 성싶다.
(2ㅁ) 본인이 원한다면 신학문도 시켜 봄 직하잖아요/*직스럽잖아요?
(3ㄱ) 아내가 나에게 와 준 나이를 생각할 때, 큰딸과 작은딸은 벌써 결혼해서 아이를 한둘 두었음 직하다/*직스럽다.
(3ㄴ) 저 조신하고 인자한 기품은 부처님 상이니까 그렇다고 치더라도 마치도 신라시대 어느 여인을 모델로 했음 직한/*직스럽다 그 친숙한 이미지는 …
(2)와 (3)의 예는 몇 가지 점에서 (1)의 예와 다르다. 첫째, ‘-(으)ㅁ직’ 뒤에는 ‘-하다’만 올 수 있을 뿐 ‘-스럽다’는 올 수 없다. 둘째, (2)에서 보듯이 ‘-(으)ㅁ직’ 앞에는 대부분의 동사나 일부 형용사, 보조용언이 비교적 자유스럽게 온다. 셋째, (3)에서 보듯이 ‘-(으)ㅁ직’ 앞에는 어미 ‘-었-’이 올 수 있다. 넷째, (1)의 ‘-(으)ㅁ직’은 그 의미가 미치는 영역이 선행하는 동사 어간을 넘지 못하여 그 동사가 표현하는 행위의 대상(즉 목적어로 실현되는 지시체)에 대한 속성을 언급하는 데 비해 (2)와 (3)의 ‘-(으)ㅁ직’은 그 의미 영역이 명제(어떤 사건이나 상태, 상황을 표시하는, 즉 주어와 서술어의 연합체가 표시하는 의미 내용) 전체에 걸쳐 명제(proposition)에 대한 양태(modality)를 표시하거나 명제의 주어가 가리키는 지시체에 대한 속성을 언급한다.]‘-(으)ㅁ직’이 명제의 주어가 가리키는 지시체에 대한 속성을 언급하게 되는 이유는 뒤에 다시 설명한다.] 즉 (1)의 ‘-(으)ㅁ직’은 마치 영어의 접미사 ‘-able’처럼 선행 동사의 의미상의 목적어가 되는 어떤 사물에 대한 속성을 언급하나 (2), (3)은 명제 전체에 대한 양태나 ‘-(으)ㅁ직’이 결합하는 서술어 등의 주어에 대한 속성을 언급하는 것이다.
‘직하다∽직스럽다’의 교체 가능성이 띄어쓰기의 기준
그렇다면 (2), (3)의 ‘-(으)ㅁ직’은 파생접사가 아니라 어미(즉 굴접접사)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이때에도 ‘-(으)ㅁ’만을 어미로 볼 것인지, ‘-(으)ㅁ직’ 전체를 어미로 볼 것인지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근거가 충분치 않지만 여기서는 ‘-(으)ㅁ직’ 전체를 어미로 보고 ‘하다’를 별도의 용언으로 보는 것보다 ‘-(으)ㅁ’만을 어미로 보고 ‘직하다’를 하나의 용언으로 보는 쪽에 서고자 한다. 첫째, ‘-(으)ㅁ’ 없이 형용사 어간에 붙어 “좀 또는 꽤 그러하다”라는 뜻을 보이는 접사 ‘-직하다’를 고려할 때(‘묵직하다, 되직하다, 굵직하다’ 등 참조) ‘-(으)ㅁ’과 ‘직하다’를 구분하여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 듯싶고 둘째, 구결(口訣) 자료 등을 참조할 때 이 구성에서의 ‘-(으)ㅁ’은 기원적으로 명사형어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2), (3)에서 ‘-(으)ㅁ’을 어미로 본다면 그 뒤에 오는 ‘직하다’는 무엇으로 보아야 하나? 그것은 보조용언으로 판단된다. 마치 보조용언 ‘듯하다’류가 관형사형어미 ‘-ㄴ/-ㄹ’에 의해 본용언과 연결되는 것처럼 (2), (3)도 본용언과 보조용언이 명사형어미 ‘-(으)ㅁ’에 의해 연결되는 구조로 보는 것이다[앞에 제시된 예 (2ㄹ)에서 ‘아님 직하다’가 본용언과 보조용언이 결합한 구성인 ‘아닐 성싶다’에 대응됨을 참조하기 바람]. 이처럼 ‘직하다’를 보조용언으로 보는 것은 그 의미 영역이 명제 전체에 걸치는 ‘-(으)ㅁ 직하다’ 구성이 명제의 주어에 대한 속성을 나타낼 때 쓰이기도 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때에는 ‘듯하다’류 보조용언이 흔히 그러듯이 본용언과 보조용언이 일종의 복합서술어가 되어(즉 재구조화가 되어) 선행하는 명제의 주어와 주술 관계를 맺는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물론 이 경우 명제의 주어가 주제화한 것으로 이해하는 길도 있다).
‘직스럽다’가 성립하지 않을 때에는 띄어 써야
이상의 논의를 요약하면 표면적으로 ‘-(으)ㅁ직’이 들어간 구성은 어근을 만드는 접미사 ‘-(으)ㅁ직’에 어간을 만드는 접미사 ‘-하다’, ‘-스럽다’가 붙은 것](4ㄱ) 참조]과 어미 ‘-(으)ㅁ’에 보조용언 ‘직하다’가 붙은 것](4ㄴ) 참조]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자는 ‘-음직하다’처럼 붙여 쓰고 후자는 ‘-음 직하다’처럼 띄어 써야 옳다.
(4ㄱ)은 그 서술어가 나타내는 행위의 대상이 주어로 실현되고 ‘-음직’ 앞에 어미가 올 수 없으나 (4ㄴ)은 그 서술어가 나타내는 행위의 대상이 목적어로 실현되고 ‘-음’ 앞에 어미가 올 수 있다. 그리고 (4ㄱ)의 ‘-음직’은 그 뒤에 ‘-하다’ 외에 ‘-스럽다’가 올 수 있으나 (4ㄴ)의 ‘직하다’는 ‘직스럽다’로 교체될 수 없다. 다만 형용사 어간에 결합하고 그 뒤에 ‘-스럽다’가 결합할 수 없어 (4ㄴ)류처럼 보이는 예 중에서 ‘큼직하다’는 예외적으로 붙여 씀에 주의해야 한다. ‘큼직하다’는 ‘큼직큼직하다’라는 말을 참조할 때 한 단어로 굳어진 예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에도 ‘크-’ 뒤에 어미 ‘-었-’이 결합한 ‘컸음 직하다’는 띄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