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난Nan에서
목자없는 양 같아서
주일이 되면 저희는 주로 담임목회자가 안 계신 교회라든가 전도처에 가서 심방을 하고 예배에 참여하여 설교를 합니다. 난지역에 그런 곳이 많다보니 같은 곳을 두달에 한번, 석달에 한번씩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선은 반갑죠. 그간 잘 지내셨냐 안부를 여쭙고, 같이 기도를 합니다.
그런데 마음 한켠으로는 그분들의 모습이 참 안타깝고 불쌍하고 안됐습니다. 특히 설교를 할 때면 그게 많이 느껴지는데 제가 준비가 부족해서이기도 하지만, 이분들도 말씀을 듣는 이해력이라든가 집중도가 다른 곳과 비교할 때 많이 떨어지다보니 서로가 애를 먹습니다. 주일이 또 가까워집니다. 제가 좀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보다 쉽게, 그러나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그래도 함께 하는 길
위험한 순간이 있었으나 그래도 난 지역은 다행스럽게 코로나 상황이 많이 나아지고 있습니다. 노회 사무실에서 조심스럽게 모여야 했던 목회자 월례회도 이번 달부터는 지역교회를 돌아가며 할 수 있게 되었구요, 긴장감도 한결 덜합니다. 다들 각자 교회에서 맡겨주신 일 잘 감당하다가 왔습니다. 어려운 일이 왜 없었으려구요. 서로 빤히 아는 상황,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속을 헤아리고 그저 밥 한숟갈 더 챙기고 먹을거 싸서 보냅니다.
아버지가 전립선암 말기이기도 하고, 똑같이 늙은 아내가 병원에서 오늘 내일하고 있으며, 애들 학비가 딸려 저렴한 학교로 전학을 고려하고, 부부와의 갈등이 너무 커서 별거 직전까지 가고, 교회 성도들과 의견 차이도 여간해서 좁혀지지 않습니다. 이럴 때 노회에 파야오 목사님 같은 어른이 한분 계시다는 것은 큰 위로입니다. 어느 교회라도 문제가 생겼다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그 일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목사님... 연세가 벌써 일흔다섯이 되셨네요.
팀 사역이란 것
저희 팀 KGAM 설립자 강대흥 선교사님이 KWMA 사무총장으로 선출이 되셨습니다. 앞으로 임기 4년을 채우시면 은퇴 나이가 되기에, 이번에 태국에서는 환송식을 준비하였습니다. 서른 셋에 입국하여 꼬박 33년 3개월을 채우시고 떠나시는 선배 선교사님의 송별을 준비하며 선교사의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울러 열여섯 가정이 태국 전역에 흩어져 사역하고 있는 우리 팀을 돌아보았습니다. 혼자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되는 일...
각자 받은 소명을 따라 태국에 들어와 한 팀으로 엮여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고 도우면서 여태 왔습니다. 여전히 크고 작은 문제가 많이 있지만, 그래도 같은 배에 올라타서 서로 노력해 나아갑니다. 똑똑해 보이는 한사람보다 조금 모자라도 여럿이 같이 할 때 더욱 아름답고 힘을 발휘하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희망이 있습니다.
도움의 손길
외국에 살면서 가장 아쉬운게 있다면 아마도 배움의 기회 특히 책인 것 같습니다. 이미 후원에 익숙해져버린 삶, 더 부담을 드리기도 민망하여 그저 속으로만 바라고 있을 때... 어찌 그리 아시고 연락을 주십니다. 요즘 필요한 책 없냐고, 말하지 않으면 아무거나 보낼거니까 그게 싫으면 목록 적으라구요. 평소 마음에 담아두었던 책 네 권을 부탁했습니다. 성격도 급하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책이 도착했습니다.
한편 미국 달라스의 어느 한인교회에서는 전에 한번 이곳을 방문하신 이후로 Mercy Home이라고 하는 기숙사 아이들을 위하여 정기적으로 큰돈을 보내주십니다. 그런가하면 제가 알지도 못하는 어느 분이 당신네 교회에서 저희 기도편지를 읽었는데 선교하는 일에 동참하고 싶다고 적지 않은 돈을 보내시고 그것도 모자라 정기후원까지 약속하셨습니다.
태국에 들어와서 이삼년이나 지났을까요, 하나님은 우리에게 기도편지든 이메일이든 어디 한곳 계좌번호 적어두는 것을 금하셨습니다. 저희에게는 그러했다는 것입니다. 한결같이 저희를 믿어주시는 파송교회와 협력교회들그리고 여러분의 도움이 크기도 했지만, 하나님은 저희로 하여금 단 한번의 재정적 어려움도 없게 하셨습니다. 계속 이렇게 살겠습니다.
2021. 2. 26. 이준호 조선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