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간 모두들 평안하셨는지요? 키르기즈에는 첫 눈이 왔습니다. 지난주까지 낮기온이 영상 30 도에 이르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는데 갑자기 겨울이 되었네요. 아직 자라고 있는 토마토와 고추, 피망은 이제 시들어버리겠죠. 그나마 하루 전 루슬란네 가족을 불러서 가져갈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수확을 거두어 갔으니 다행입니다. 유난히 가뭄이 심해 전력난까지 겪고 있는 올해 이만큼의 수확을 허락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예년보다 늦게까지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서 감사하게도 고아원 아이들이 겨우내 먹을 토마토를 충분히 거둘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김치를 만들듯이 여기서는 토마토로 여러가지 병절임 채소를 만들어 겨우내 먹거든요. 특히 올해 개학이 9 월 1 일에서 15 일로 연기되면서 원장님의 특별한 결정으로 아이들이 저희 집에 와서 직접 하우스에서 채소들을 함께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한꺼번에 다 올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조금씩 다시 예전처럼 자주 만나고 하면 좋겠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식사도 하고 놀이도 하면서 하늘이, 현수와도 친해져서 앞으로는 고아원에 갈 때마다 저희 아이들도 함께 가야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루슬란의 아내 에르케아임이 지난 8 월에 ㅅㄹ를 받았습니다. 토크막 회사 식구들과 함께 이스쿨 호수가에서 수련회가 있었고 그 가운데 아버지의 자녀가 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 반가운 소식을 들은 가까운 친구들이 토크막 인근의 조그만 공터에서 함께 모닥불을 피워 고기를 굽고 축하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제 아버지의 자녀로서 새로운 삶이 시작된 에르케아임을 향해 축복의 말을 전하며 함께 이 좁은 길을 걸어가기를 바라는 소망의 나눔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사역자들이 젊은 친구들이어서 더욱 그 앞길에 펼쳐질 이들의 동역들이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울룩벡 형제의 40 일째 되는 날이 8 월말에 있었습니다. 장례후 40 일 되는 날에 가까운 친척들이 모여 고인을 기억하는 관습이 있습니다. 루슬란과 쿠반, 젱이시, 울란 등 친구들이 함께 모여 소 한마리를 잡아 식사를 준비하고 친지들과 함께 고인을 기렸는데 사랑하는 가족을 떠난 보낸 유가족과 아디스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 날을 지나서 미망인인 엘미라와 아이들이 마지막에 살던 비쉬켁 집으로 다시 떠났습니다. 장례와 40 일이 되는 시간을 아디스네 집에서 머무르면서 슬픔을 나누었는데 다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서 남편과 아버지의 빈 자리를 느끼며 힘겨워 하겠지요. 아버지의 위로로 채워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지난 8 월부터는 다시 안경사역도 재개되었습니다. 8 월말 계획했다가 취소했던 오쉬 남쪽 국경지역 카즈사이 마을에는 우여곡절 끝에 9 월초 송 이센, 송 자크야, 장 징그스 세분이 함께 사역했습니다. 저는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서 함께 가지는 못했구요. 그동안 약속하고 미뤄둔 분들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만나서 시력검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겨울 방문했던 나른에도 9 월 중순에 다시 방문해서 섬길 수 있었습니다. 너무 시력이 낮은 아이인데 그 아이에게 꼭 맞는 안경이 마침 있어서 너무 놀랍고 감사했었습니다. 시력검사를 통해 알게 된 질병을 치료하면서 시력도 덩달아 회복되는 감사한 일도 있었습니다. 송 자크야 선생님과 함께 그동안 계속 미뤄졌던 슨 타쉬 마을에 가서 사역할 수 있었습니다. 시골마을 곳곳에 이렇게 아버지께서 세우시는 사람들이 있고 함께 교제하며 동역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영상으로 안경사역 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매주 한번씩 다 함께 모여 이론적인 부분을 다시 점검하고 주중에 한번씩 일대일 실습이 있습니다. 다양한 사례들을 토대로 시력검사와 처방의 실제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디어 사역을 위해 울란도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자세와 발음에 관한 기초적인 강의인데 도움이 된다니 감사하지요. 저희 아내가 지난 봄에 받은 미디어 사역 교육내용에 대해서도 루슬란과 함께 나눌 예정입니다. 하지만 울란 가정은 최근 그동안 살던 처가에서 떠나 이사를 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살던 처남이 와서 장모님이 살고 있는 집을 팔아 떠나려고 해서 부득이 비쉬켁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섬기던 회사에 일단 머물고 있는데 출산한지 두 달 지난 아이를 품에 안고 이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참 안타깝네요.
저희 가정도 상황이 비슷했는데 저희 이사문제는 해결되고 있습니다. 주마벡 아저씨가 가족들과 논의하여 마치 한국의 전세처럼 계속 여기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전세금액을 확정해야 하는 단계가 남았지만 일단 저희로서는 감사한 일입니다. 이사해서 새로 수리하고 비닐하우스 옮기고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닌데 그 짐을 덜게 되어 감사합니다. 한편 이 기회에 좀더 루슬란이나 아디스와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던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네요.
저는 이제 내일 밤 비행기로 4 주동안 한국방문을 합니다. 예전에 소매치기로 잃어버린 아내의 현지 운전면허 재발급도 했고 차량 점검도 꼼꼼히 해두었습니다. 하우스에서 자라고 있는 토마토와 고추를 제외한 텃밭도 정리를 했고 창문들도 제자리에 미리 채워두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내일 출발하려니 미처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보이네요. 마을 전체의 문제이긴 하지만 급수관 파열로 인한 공사로 제한 급수를 하고 있고 이틀 전에는 전기회사에서 방문하여 난방용 전기보일러 사용을 못하도록 봉인해버렸습니다. 그나마 전열난방기 사용을 허락한다니 다행입니다. 아내와 아이들을 남겨두고 제가 한 달이나 떠나 있는 것이 처음이라 이것 저것 마음이 편치는 않네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저희를 바라보시는 아버지의 마음도 그렇겠지요? 아버지 집에 머물 곳을 예비하러 가신다고 하신 그 말씀을 의지하여 다시 오실 그 날을 기다립니다.
* 기도제목
단기제목
1. 4 주간의 한국 방문동안 남아있는 아내와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기를.
2. 새로 이사해서 정착하는 울란 가정이 잘 안정되기를.
3. 매주 진행되는 교육을 통해 안경사역을 잘 세워갈 수 있기를.
4. 한국에서의 일정 가운데 인도하심을.
중장기 제목
1. 안경사역팀의 구성원들의 연합과 사역의 방향성을 올바로 세워가도록.
2. 함께 농사일을 해나갈 사람을 잘 선정할 수 있도록.
3. 현지인들과 함께 하는 모임 가운데 인도하심을.
4. 더불어 사는 사람들 현지 지부와 한글 수업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5. 프로그레스의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세워가도록.
개인과 가정 제목
1. 첫째 지성이가 고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진로를 찾아가도록.
2. 집에서만 지내는 아이들과 아내가 건강을 잘 지키도록.
3.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의 건강을 위해.
4. 누나와 매형 가족의 인도하심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