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난Nan에서”
난으로 왔으면
파얍대학교 맥길버리 신학교의 학 생들은 방학이 되면 두 달 동안 지역교회에서 목회 실습을 합니 다. 둘씩 짝을 이뤄 말로만 들어 봤던 태국 각 노회로 파견이 됩니다. 이번 학기에 꽃보다 아름다운 4명의 신학생들이 여기 난 지역 5노회를 찾았습니다. 고향을 들어보니 치앙마이, 메홍쏜, 팻부리 등 여기서 참 먼 곳들입니다. 학기 중에는 분명 기숙사 생활을 했 을테니, 방학이면 가족들이 많이 그리울텐데 집보다 지 역교회를 먼저 찾은 친구들이 참 귀합니다. 앞으로 노회 의 지도를 받아 각 교회를 방문하고, 성도들을 심방하고, 주일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며 신학교에서 배웠던 이 론을 현장에서 적용하고 확인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제가 욕심을 내건데, 이 학생들이 앞으로 공부하면서 계 속 난을 잊지 말고 가능하면 학교 졸업하고 이곳으로 부임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태국 에서도 신학생들이 시골보다 대도시를 선호하며, 교회보다 상대적으로 편하고 월급이 많은 기관사역을 하려고 하니 많이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난만 해도 담임목회자가 없는 교회들이 전체의 절반이나 되는데 말입니다.
반컨 전도처
난의 24개 교회들 가운데 성도 수가 가장 적은 반컨전도처입니다. 주일이면 예닐곱 명 정도 출석합니다. 그러다보니 자립은 언감생심, 담임목회자 자리 또한 오래도록 비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나르몬 전도사님이 부임을 하였습니다.
나르몬 전도사님은 탐마펀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삐야챗 전도사님의 아내입니다. 신학교 커플인지라 사모님도 신학을 공부하셨었죠. 평소 반컨전도처의 성도들을 알게모 르게 챙겨오셨는데, 탐마펀교회와 노회의 권유로 4월에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되었습니다.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는 나르몬 전도사님이 반컨의 성도들과 함께 교회를 잘 섬기리라 믿습니다. 이날 전도사님의 선서는 제가 태국 에서 경험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소리였답니다.
두 번째 주례
수년 전 시골 노총각과 젊을 때 남편과 사별한 어느 아주머니의 결혼을 주례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제 생애 두 번째 결혼식 주례를 맡았습니다. 좀처럼 닿지 않는 기회라서 설레기도 했으나 긴장도 많이 되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전체 일정에 맞춰 연습도 수차례 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복을 빌어주고 싶었습니다. 신랑 신부가 어찌나 어리고 사랑스럽던지요.
태국 결혼식에서는 주례자가 혼인서약서에 서명을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그때조차 두 사람 은 눈을 마주치고 사랑에 어쩔 줄 몰라했더군요. 며칠 지나고 저희의 결혼 21주년을 맞았습니다. 둘이 한 몸 을 이룬다는 의미를 해마다 깨달아 갑니다.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 틀림없었습니다. 주님의 은혜가 실로 큽니다.
그럼에도 외국인
난에 온 지 만으로 8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이 지역의 질퍽한 사투리마저 알아듣는 수준이 되었지만, 해마다 비자를 연장해야 하고 90일 마다 이민국에 가서 신고를 해야 하 는 저희는 이곳에서 여전히 이방인입니다. 한국이든 태국이든 어차피 우리네 인생 나그네와 같다지만 아주가 끔은 한국이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하여 시장에 갔습니다. 서울깍쟁이 부부가 제깐에 장을 크게 봤습니다.
김치찌개를 한솥 끓였습니다. 김밥을 몇십 줄 말았습니 다. 얼마 전 귀하디귀한 대파 몇 다발로 김치를 담궜는데 아주 잘 익었습니다. 샤브샤브까지 준비가 되었습니 다. 인근 목회자들을 불렀습니다. 노회 사무실에 모였습니다. 탁자 큰거 세 개를 펼쳤습니다. 기분 꿀꿀할 때는 같이 모여 먹고 떠드는게 최고입니다. 우리는 웃고 있었 지만, 몇몇 목회자들이 눈치를 챘습니다. 힘내라는 말이 참 따뜻하고 정스럽습니다. 이분들이 좋습니다.
<기도제목>
1. 5-6월 노회의 여러가지 여름행사들을 위해서
2. 파얍대학 신학생들의 목회실습이 뜻깊은 시간이 되도록
3. 난노회 교회들의 성장과 목회자들의 성숙을 위해서
2022년 4월 26일 이준호, 조선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