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엔 “공정”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이원화 공정 모델 운운하다가 급기야 코로나사태 예산절감이란 명목으로 자치경찰 아닌, 사실상 국가경찰 일원화 모델로 회귀하였다. 이러고도 마치 자치경찰제를 실현한 것처럼 홍보한다.
한편 어느 나라 자치경찰도 강절도 수사권이 없는 나라는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일반범죄 수사권은 국가경찰이 독점하고 자치경찰에게는 박탈해버렸다. 전 경찰청장은 범죄수사를 국가경찰이 하면 중립성확보 및 인권보호가 가능하여 국민의 신뢰도 높일 수 있다(2020.1.15.)고 했다. 그러니까 자치경찰이 일반범죄수사를 하면 마치 중립성 확보나 인권보호가 힘들다면서, 이를 위해 옥상옥에 불과한 국가수사본부 창설 및 자치경찰의 일반범죄 수사권 박탈을 정당화하는 논리였다.
정부가 이 허구적이며 왜곡된 반‘공정’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은 경찰의 본질을 왜곡함을 넘어서서 자치경찰을 비하한 넌센스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위헌적 특혜 덩어리 경찰대학 고수와 뭐가 다른가.
실상 시도지사 교육감처럼 경찰감을 주민직선 하는 것이야말로 민주경찰의 요체이다. 그러나 경찰감 주민직선을 미룬다 하더라도 시도지사 시도의원을 주민직선 하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자치경찰을 하면 된다. 즉 지방경찰청의 인력과 예산과 조직을 그대로 주민직선 단체장과 지방의회에게 이관하기만 하면 된다. 지방경찰조직에 속해 있지 않은 국가경찰은 자치경찰 지원 기관으로 축소 정비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하면 그야말로 전혀 돈 안들고, 지극히 손쉬우며, 억지춘향식 국가경찰/자치경찰 구분으로 인한 112 신고나 범죄의 예방/진압/수사 측면의 온갖 혼란도 없는, 그야말로 지방자치 원리에 합당한 자치경찰이 가능하다. 칠레 독재자 피노체트가 런던 공항에 도착했을 당시 그를 체포 수사한 주체는 검찰이나 국가경찰 아닌 런던 자치경찰이었다.
과거 지방자치를 반대하던 역대 정권은 분단 상황이니 지방재정 부족이니 국민 수준 미흡이니 하는 논리를 내세웠었다. 그러나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태어난 문재인 정부조차 여전히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 채, 코로나사태 예산부족이란 핑계로 이른바 ‘한지붕세가족’ 국가경찰 일원화로 사실상 자치경찰을 좌절시키고 말았다.
여기에 경찰대학 출신도 경찰조직을 장악한 채, 정권과 합세하여 경찰 민주화를 위한 경찰감 주민직선이나 자치경찰전환은 필사적으로 막아 왔다. 이들은 특혜를 유지하면서 오히려 옥상옥 국가수사본부를 따내며 한지붕 세가족으로 경찰조직을 망가뜨려가며 고위직 자리 만들기에 매달려왔다. 과거 일선 경찰의 경찰대학 폐지를 위한 위헌 소송 움직임마저 온갖 교묘한 수단을 동원하여 가로막아왔으며, 급기야 문재인 정부 출범 전후에는 경찰대학 폐지를 대선공약에서 뻬도록 만들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경찰대학생 학비와 병역 면제를 폐지한다면서도 핵심 특혜와 특권을 손대지 않은 것이 과연 “공정”한 경찰개혁인가. 즉 첫째 현직경찰 입학금지라는 모순과 둘째 졸업생 경위 자동임용이라는 특혜 중 특혜, 이 두 가지는 극력 고수하고 있다.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직경찰 입학금지는 유지하되, 현직경찰 25명의 추가 편입을 허용하지만 이마저도 현직경찰직을 퇴직해야만 편입이 가능하며, 졸업생은 계속해서 자동경위로 임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이번 자치경찰위원 절대다수는 교수 변호사 전직경찰 등으로서, 임명직인 이들은 지역주민을 대표하지 못하며 오히려 경찰조직의 이익을 대변할 가능성이 크다. 주민직선 시도지사와 지방의회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자치경찰위원회는 그야말로 옥상옥 위인설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 시도지사 시도의원 교육감은 왜 임명직으로 하지 않고 주민직선 하는 건가.
영국에서는 2012년 경찰의 민주적 책임(accountability)이 결여되었다며 자치경찰위원회를 아예 폐지하고 대신 경찰감 주민직선을 전면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나라가 본떴다는, 그때까지의 영국 자치경찰위원회조차 주민직선 지방의원이 과반수 내지 2/3를 차지했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 실정에 맞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자치경찰전환을 하든지 아니면 시도 경찰감 주민직선이라야만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즉 민주경찰의 첫걸음을 뗄 수 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주민직선 경찰감을 세워 “민중의 지팡이”로 바로잡는 것은 경찰조직을 장악한 경찰대학 출신이나 불공정한 정권이 아니라 “민중”의 몫이다.
2021. 7. 8. 내일신문 신문로 칼럼으로 게재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