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수(哀愁)의 선율
-미츠코(Mitsouko)
사람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고통이 있다. 이것은 낮에는 해가 돋고, 밤에는 달이 뜨는 사실만큼의 진리이다. [제인 에어]는 18세기 영국의 여류작가 샬롯 브론테의 작품이다. 저자인 샬롯은 가난한 목사의 딸로 태어나서 작가가 되겠다는 집념으로 살다가 짧고 불행한 일생을 마친 여자였다. [제인 에어]는 과히 잘 생기지 못한 ‘제인’이란 소녀가 외삼촌 댁에서 고달픈 더부살이 생활을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제인은 갖은 학대와 편견 가운데서 6년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모교에서 교사직까지 얻게 되었으나 그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돈필드 지방의 유지 에드워드 로체스터의 저택에 가정 교사로 들어가게 된다. 주인 로체스터는 도시에 혼자 살면서 일년에 한두 차례 예고도 없이 불쑥 저택에 나타나곤 하는 수수께끼의 인물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 제인과 로체스터는 결혼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불행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제인이 결혼식장에서 로체스터 가(家)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이다. 즉 로체스터의 아내는 수년 전에 미쳐서 큰 저택 한 구석에 감금된 채 살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미친 로체스터 부인의 난폭한 모습을 본 제인은 큰 충격을 받고 그곳을 떠나 버리고 만다. 돈필드를 떠나서 온갖 고난을 겪은 제인이 수 년 후에 다시 돈필드를 찾았을 때, 그녀 앞에는 당당히 위용을 자랑하던 저택은 간 곳 없고 불타버린 폐허만이 남아 있었다.
로체스터 부인이 지른 불에 그녀 자신은 타 죽고 로체스터는 소경이 되어 하인들과 함께 기거하고 있었다. 제인은 비참한 여생을 보내고 있는 로체스터를 위로하다가 결국은 다시 그의 반려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자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하여 자신을 내던진 것이다. 파란 많은 소녀시절을 지낸 제인은 이제 한적한 시골에 묻혀 장님이 된 남편의 시중을 드는 것으로 제2의 인생을 출발하게 된다.
순결하면서도 우직한 고집을 가진 제인 에어의 이야기, 이것은 참으로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이다. 아름다운 장미는 가시 위에 핀다. 슬픔을 아는 영혼만이 환희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애수(哀愁), 석별(惜別), 정열(情熱)을 한 병에 담은 향수는 없는 것일까? 애수 (哀愁)의 선율(旋律) 같은 향수는 겔랑(Guerlain)의 미츠코(Mitsouko)라고 볼 수 있다. 미츠코는 1919년에 겔랑가(家)의 3세손 쟈크 겔랑에 의하여 창작 되었다. 향조도 겔랑가 대대로의 전통적인 향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즉, 종래의 고전적인 시프레(Chypre) 처방을 답습하고 그 위에 시대적 감각을 부가한 것이다.
설립자의 손자인 쟈끄(Jacques)는 향료 물질를 많이 이용한 새로운 접근에 박차를 가하였다. 메틸노닐 아세트알데하이드(methylnonyl acetaldehyde), 운데실렌 알데하이드(undecylene aldehyde), 무스크 케톤(musk ketone), 아릴 요논(allyl ionone)과 알데하이드(aldehydes) C10, C11, C14과 같은 향료 물질은 미츠코(Mitsouko)의 전혀 새로운 활기와 우아함을 창조하도록 이끌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 시대에서도, 미츠코가 겔랑의 히트 제품으로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이 작품이 향수 역사에서 획기적 사건으로 만든 새로움의 매력 이상이 있다. 그것은 시대의 정신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을 가공 처리하여 전통에 대비됨 없는 최선의 요소를 담아서 향수에 전환시켜 넣었기 때문이다.
Mitsouko의 창작은 프랑소와 코티의 Chypre de Coty(1917)에 시사 받아, 그 개작을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쟈크 겔랑은 향수가 나오기 전에 수년간 새로운 어코드를 연구하고 있어서, 잘 익은 복숭아 껍질의 냄새가 나는 합성향료 C-14 피치 알데하이드를 적량의 10배 이상 사용한 오크모스/패츄리/C-14의 뛰어난 어코드를 만들어 내었다. 쟈크 겔랑은 미츠코의 처방을 최고의 특기로 하고 있다. 정통하고 있는 Moss (이끼향)와 Floral(꽃향)을 조합하고, 향조를 조화 시키기 위하여 Ambergris(용연향)를 첨가하였다. 미츠코의 배합 성분을 온갖 각도에서 분석하여도 아직 완전한 Copy 는 되지 않고 있다. 올리바눔, 갈바눔 같은 천연 수지류를 신중하게 많이 배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프레 계열은 Femme(1942), Quadrille(1955), Gem(1987), 그리고 Champagne(1994)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향수 중의 향수라고 말해도 좋은 Mitsouko의 이야기는, 크로드 파레르(Claude Farrère)의 소설 “La Bataille(전쟁)” -일본 해군 제독의 젊은 부인 Mitsouko와 젊은 영국 해군 사관의 사랑을 다룬 소설 -의 주인공의 이름을 따라 이름 붙여졌다. 환희와 애수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 미츠코 만큼 남녀 공히 매력을 느끼고, 활력을 주는 향수는 없다. 위대한 향수는 확실히 여성에게만 또는 남성에게 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마음에 드는 것이다.
손자 쟝 폴 겔랑은 ‘여인의 피부를 꿈꾸는 듯한 향기’라고 표현 했고, 향수 평론가 루카 튜렝(Luca Turin)이 “Mitsouko는 지극히 풍부하고 복합적이어서, 향수라기 보다는 유산으로 받은 보석과 같은 것이다.”라고 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미츠코의 향조는 고전파 음악 중에서도 화려하고 세련된 모짜르트의 작품에 해당 된다. 서로 음조(音調)와 향조(香調)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향기의 고전성과 낭만성과 근대성을 표징한 것이 미츠코라는 것이다. 발표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약 80 여 년간 향수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챨리 채플린은 Mistsouko 향수를 흠뻑 뿌리고 다니곤 했으며, 러시아 발레 창설자 세르게이 디아기레프도 Misouko 찬미자였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출처 : 불후의 명품 향수 이야기(한상길, 신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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