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class="table-wrap"><table data-ke-type="table" data-ke-align="alignLeft" style="width: 100%;" border="1"><tbody><tr><td><br><br><br><br>제주, 오늘과 어제는<br><br>박효찬<br><br><br>제주의 밤거리는 어느 도시보다 화려하다<br>사람들은 흥청거리고 고유의 제주 방언은 중국어로 변해버리고<br>본연의 하르방은 담 돌에 새겨지고 물허벅은 박물관에 있다<br><br>봉아름,<br>칠오름 고깔모자는 찢어지고 고냉이술 고사리는 보이지 않는다<br>평화재단이 들어서고 명도암 갈림길 소나무는 등이 굽어 허물어지고<br>더듬더듬 오르다 보면 거죽만 남은 오래된 감나무, 뒤켠 대나무 바람 소리를 듣는다<br><br>무자년 떠나버린 아버지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 아기의 아가는<br>감나무 거죽에 매달려 그네를 타고<br>대창에 묻은 핏물은 오랜 빗물에 씻겨 아가의 자장가를 불러준다<br><br>한밤중 한글을 배운다고 숨어들었던 대나무 숲은 여전히 바람이 분다<br>역적이 아닌 역적이 되기 위해 피신하던 대창은 여전히 바람이 분다<br><br>말이 다른 사람들 속에 섞여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제주의 거리<br>평화의 탑 아래 묻는다.<br><br></td></tr></tbody></table></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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