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wed.비 갈치 세 토막과 문맥 구조

[헤세드]

비가 차분하게 내리고 있습니다. 4시간을 자면 자동으로 기상이 되는 건

불법하면서 생긴 루틴입니다. 010 전화벨이 울리자마자 목소리를 까는 것도

루틴인가? 가습기 물통을 채우고 소피를 빼고 다시 자빠져서 잤고 am 11에

일어났어요. 89세에 작고하신 선친을 기준으로  제 수명은 29년인데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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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버티기로 사는 꼬라지가 역겹습니다. 갈치 구이 세 토막을 마주하니

그 옛날 선친 상에 손을 댔다가 입술이 터지는 형벌을 받았던 생각이 나서

경건해졌어요. 마르크스-니체-프로이드-소쉬르-푸코-바르트-레비스트로스-

라캉까지 구조주의 언어학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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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주의 언어학(Structural linguistics)은 소쉬르에 의해 시작되어 20세기

전반 언어학계를 지배했던 언어철학 및 언어 연구 방법론을 말합니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언어는 하나의 체계로 존재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문법

요소보다는 요소 간의 관계를 통해 설명해야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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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한국어의 소리의 층위에서 'ㅂ'소리는 그것 혼자로는 어떤 가치도

없으며, 그것과 'ㅃ' 및 'ㅍ', 나아가 'ㄷ','ㄱ'과의 대립 관계에서 그 가치가

생긴다는 겁니다. 사실 제가 성경을 공부할 때  '문맥 구조'라는 걸 20년 전에

접했는데 ‘구조주의’란 '단어' 자체의 의미보다, '문맥의 연결'(관계)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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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부여를 한다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라깡은 아버지의 언어에 익숙해

지는 것은 속는 것이라고 했어요. 속지 않는 자들은  방황해요. 그래서 비록

방황할지라도 너만의 세상을 만들라고 합니다. 에예공! 유목민의 삶을 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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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들의 언어로만 이루어진 너는 너 자신일 뿐, 너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타자를 지워야 한다는 역설을 어쩐다냐. 타자의 언어를 다 지워낸 공백에서

너만의 것을 세우시라.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관의 한계라면 말(言)이 다양

한 만큼 나의 세상도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오 예, 비트겐슈타인 리스펙트!

2023.9.13.wed.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