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야기 : 다시 쓰는 유레카
(1부. 우주 / 10장. 생명자)
101. 의지 현상 - 생각 1. 생각이 존재의 근원이다.
의지가 육체와 결합하여 나타내는 현상은 대략 다음의 3가지로 축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 감정 그리고 진화.
[생각]
뇌라는 신경 물질에 작용하는 생체 전기에너지.
설마 우리 중엔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을 것이다.
생각은 뇌에서 일어나는 에너지 대사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생각이라는 두뇌 활동은 컴퓨터에서 컴퓨터 언어를 사람의 언어로 바꾸어 표현하듯이 의지의 언어를 사람의 언어로 바꾸는 작용이다.
생각이 존재하는 것은 의지가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데카르트가 위대한 것은 모든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생각한다고생각했을 때, 그는 생각이 존재에 우선한다는 것을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생각이 존재의 근원이다.
우리가 의식이 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생각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무의식은 생각이 육체를 지배하지 못하고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을 경우와, 딴 생각을 하거나 생각을 게을리하여 생각을 하지 않고 행동한 경우를 말한다. 잠을 잘 때 꾸는 꿈은 생각이 육체와 상관없이 생각이 자기 마음대로 생각한 것이고, 희망을 꿈 꾸는 것은 생각의 바람이다.
생각!
이처럼 생각은 우리 육체와 연결된 듯 보이지만 사실은 별도로 움직인다.
생각을 생각해 보자. 생각은 육체의 부속물이 아니라 육체와 결합은 되어 있지만 육체와는 별개의 생명 메커니즘이다. 생각은 물리적 물질대사가 아니다. 이미 정의하였듯이 의지는 외부에서 오는 힘이고 생각은 의지의 표현이므로 생각의 공간은 우주의 내부가 아니라 외부의 공간이다.
머릿속의 생각을 붙잡는 실험을 해보자.
주위를 조용히 하고 편안한 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머리의 잡다한 생각을 비워보자. 머릿속에 가상의 공간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최대한 그 비움을 오래 유지하도록 해보자. 처음에는 그 비움을 단지 몇 초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런 실험을 지속하다보면, 머리를 비워 공간을 만드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게 된다. 처음 몇 초, 십여 초, 몇 십 초, 드디어 1분, 10분, 수십 분, 마침내 1시간.
불가(佛家)에서는 이것을 수행이라 하고, 그리스도교 수도회에서는 관상이라 한다. 둘 다 명상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물론 불가에서는 수행을 하며 주로 한가지의 관념, 화두(話頭, 말머리)에 집중하여 생각을 하며, 그 화두가 가지는 본질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그 본질을 발견했을 때 깨달았다고 표현한다.
수도자들은 이런 상태에서 기도를 하며 신비한 영적 체험을 하기도 한다.
나는 화두나 기도를 붙잡지 말고 비움의 시간을 최대한 길게 하기를 권한다. 그러다 그 비움 공간에 무엇이 들어오려 하면 자아를 끄집어 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와 대화하라. 나의 순수한 내면과 대화를 시도해보라.
생각은 나와 나의 대화이고 깊은 생각인 명상은 나와 나의 결합이다.
명상을 통해 우리는 거대한 우주와 소통할 수도 있고, 자아를 만날 수 있으며 또 그를 통해 우리의 프로그래머와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더덕을 생각할 때 사람들은 뿌리와 더덕향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더덕꽃이 이리 아름다운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명상은 마음의 거울을 닦아 유리를 만드는 작업이다. 거울에 반사된 우리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 유리창 너머의 본질을 보는 것이다. 2016년 여름. 우리집 옥상에 더덕꽃이 활짝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