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학교에는 빨강이(감정), 초록이(느낌), 파랑이(이성) 여러 아이가 살고 있었어요
아이들은 대부분 여러 색깔을 다 가지고 있었지만
어떤 아이는 온갖 색들을 다 가지고 있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빨강이 많고 파랑이 아주 조금인가 하면
어떤 아이는 온통 노랑이가 많고 빨강이는 아주 조금인 아이도 있었지요.
아이들은 서로 비슷한 아이들끼리 놀기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빨강이가 분홍이 같이 비슷한 아이끼리, 파랑이는 푸름이같은 아이끼리 그룹을 지어 놀았어요
그래야 서로 편안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서로 비슷한 아이들끼리 노는 것은, 편안하기는 했으나 차츰 지루해졌어요
무엇보다도 빨강이는 빨강이들끼리 놀다 보니 때때로 지나치게 뜨거워져서 힘들어지기도 했어요
어느 날 빨강이는 파랑이하고 놀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파랑이에게 다가갔어요
“얘, 파랑아 나는 너같이 차가운 친구가 필요해. 나랑 친구하자.”
그러자 파랑이도 좋아하면서 선뜻 응답했어요
“그래, 나도 나 같은 아이들과 맨날 놀다 보니 심심하고 추워. 너랑 친구하자.”
그래서 둘은 친구가 되기로 했지요
파랑이와 빨강이는 친구가 되자 몹시 기뻤어요
따뜻한 빨강이는 파랑이 덕분에 시원해져서 좋았고
차가운 파랑이는 따뜻한 빨강이 덕분에 따뜻해져서 좋았지요
그래서 파랑이는 빨강이를 많이 좋아하게 되고
빨강이는 파랑이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또한 많이 놀다 보니 둘이는 너무 달라서 서로 싸우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매사에 반듯하고 정확한 것을 좋아하는 파랑이는 걸핏하면 울었다가 금시 헤헤거리는 빨강이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지요
파랑이는 뭐든 불분명한 것을 싫어하고 확실한 것을 좋아했지요
늘 변덕스럽고 매사를 예측할 수 없는 빨강이랑 노는 것도 불편하고 싸움도 싫어하는 터라,
먼저 두 손을 들고 빨강이에게 냉정하게 선언했어요
“나 너랑 더는 놀기 싫어. 그만 헤어지자.”
그 말을 듣자 빨강이는 너무나 서러워하면서 울었어요
사실 내심으로는 빨강이를 좋아하는 파랑이는 평소와 같이 냉정하게 말은 했지만 슬피 우는 빨강이가 가여워져서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빨강아 그럼 어떡하면 좋니?”
빨강이도 분명하고 정확한 것만 요구하는 파랑이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파랑이보다는 흔들흔들할 수 있어서 많이 싸우더라도
파랑이와 헤어지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빨강이가 말했어요
“내가 네 맘에 들도록 열심히 노력해 볼게. 너도 힘들겠지만 나를 많이 이해해 주렴.”
파랑이도 그러기로 했지요.
그래서 빨강이와 파랑이는 필사적으로 서로 마음에 들도록 노력하기 시작했지요
빨강이는 파랑이처럼 흔들흔들하며 걷지 않으려고 맹렬하게 연습했고
파랑이도 빨강이처럼 대충대충 흔들거리며 걸어보려고 온 힘을 다했지요.
그런데 노력을 하면 할수록 자신이 이상해지고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졌어요.
억지로 자신을 바꾸어 상대방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을 하니까 너무 힘들어서 점차 상대방이 미워지기 시작했지요.
먼저 사랑하는 상대방의 마음에 들지 못하는 자신이 밉고, 다음에는 자신을 미워하게 한 상대방이 미워졌지요.
그러다 보니 싸움은 더 예전보다 격렬해지고 말았어요.
서로 사랑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니 혼란스럽기도 하거니와 자신을 바꾸려는 노력이 힘들었기 때문이지요
어느 날 다시 둘은 헤어질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둘은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그냥 헤어지기는 몹시 가슴이 아파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싶었어요
마침내 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우주 학교의 교장선생님인 하양이에게 묻기로 했어요
교장선생님인 하양이님은 빨강이와 파랑이를 반갑게 맞이했지요.
“어서 오렴. 난 너희들이 왜 내게 왔는지를 알고 있단다.”
“그걸 아신다고요? 어떻게 아시나요?”
“왜 그걸 모르겠니? 너희는 나의 자식들인 걸. 너희는 내 품에서 태어났지.”
“정말이예요? 우리는 빨강이이고 파랑이인데요. 교장선생님은 하양이님이시잖아요? 우리하고 완전히 다른 분이신걸요.”
“하하. 그렇지. 하지만 너희들은 하얀 바탕이 없다면 빨강이도 파랑이도 나올 수가 없단다. 그러니 나의 자식들이지. 그러니 나는 너희들과 늘 함께 있고 너희들의 일을 몽땅 다 알고 있지.”
“그렇군요! 그렇지만 교장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우린 맨날 싸우기만 해요. 어떡하면 좋은가요?”
“그래? 싸우는 것이 뭐가 어때서 그래? 싸우면서 서로 이해하고 성장하는 걸.
너희들은 아직 아이들이니까 싸워도 괜찮단다. 지금은 많이 서로를 알게 되었지?”
“녜. 예전보다는 서로 많이 이해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더 많이 싸우게 되었어요”
“그래, 바로 그거란다. 싸움은 고통스럽기 때문에 서로를 다른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법.
서로 상대방에게 나의 식대로 살기를 고집하지 않게 되지.
빨강이는 빨강이대로, 파랑이는 파랑이대로, 그러다 서로 필요한 부분을 보충하고 돕게 되는 것이야. 생각해보렴. 이 학교가 빨강이나 파랑이만 있다고 하면 어떻겠니? 얼마나 재미없는 학교일까?
그러나 언제나 기억하렴.
우리의 진짜 본성은 하양이라는 것을.
이 학교는 하양으로부터 나와서 하양으로 돌아가는 여정의 학교란다. 서로 싸우는 것은 괜찮지만 절대로 다르다고 미워해서는 안 된다.
안 싸우고 사이좋게 사는 비결은 가끔 내게로 오는 것이다.
나를 기억하고 가끔이라도 내게로 오지 않으면 금방 자신이 누구라는 것을 잊어버리지. 싸울 일이 생기면 나를 생각하고 나를 부르렴,”
빨강이와 파랑이는 눈부신 하얀 빛인 교장선생님께 깊은 인사를 드리고
서로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자신들의 교실로 돌아왔지요.
첫댓글 우연히 교장선생님을 알게된 뒤,
가끔, 그러다가 조금 더 자주, 그러다 매일, 그리고 매순간...함께함이 얼마나 은총인가 싶어요.
우리 같은 학교에 다니니 넘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