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여정
바버는 현상 세상에서의 진보는 물질적에서 물질-정신, 정신-정신적으로,
정신-영적에서 영성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했다.
내게는 3명의 어머니가 있다.
희한하게도 3명의 어머니가 전부 동갑내기이다.
그중 한 분은 시어머니다.
그분은 단순하고 물욕이 많았다.
의식주에 대한 과도한 욕심으로
가족과 주변을 힘들게 했다.(물질적 단계)
그 다음은 나의 친어머니이다.
그분은 물질에 대한 욕심과 더불어 정신적인 것에 대한 욕구도 컸다.
상당한 지성과 감성을 갖고 있어서
그 당시 명문학교를 다니고 상당한 예술적 소양도 있었다.
에고가 강해서 정신적 고통이 많은 듯,
일찍 세상을 뜨셨다.(물질적- 정신적 단계)
마지막 어머니는 동광원 수도원 원장을 역임하신 어머니이다.
오로지 주님을 따르겠다는 일념으로
한평생 청빈과 사랑으로 봉사에 헌신하신 성녀같은 분이시다.(영성의 단계)
굳이 이 단계를 인간의 일생으로 나누어보면
아기 때는 오직 기본적인 본능(식욕과 수면욕)만 충족되면 된다.(물질적)
그러다가 차차 “나의 것”이라는 에고가 생기고
청소년기의 사춘기를 지나면서
물질적, 정신적 애착관계에서 오는 괴로움을 만나고 (정신적)
점차 노년에 접어들면서
차차 포기나 평온에 도달한다. (영적)
그래서인지 어떤 이들을 영혼의 단계를 baby soul, young soul, old soul, 이런 식으로로 나타내기도 한다.
친어머니의 성향을 많이 가진 나로 말하면,
허약한 몸에 지성적인 냉랭함과 민감한 감성, 영성에 무지한 환경으로
세 단계가 분열되어 몹시 힘들게 살아왔던 것 같다.
또 에고가 강한 이 단계 사람들은
의심과 두려움이 강하므로
자신과 세상에 대해 불만이 많고 부정적이다.
바버는 이 거대한 우주라는 현상 세계가 마음이라는 욕구의 씨(까마 비자)에서 차차 마음이 물질화되었고(상차라 과정)
물질에서 마음(욕구)으로 되돌아가는 여정(프라띠 상차라)이므로 거친 물질적 욕구에서 보다 더 정묘한 정신적 욕구로, 마지막으로 마음과 물질과 상관없는 영성으로 가는 끝없는 원 순환의 여정이라고 하였다.
또한 “욕구는 이 세상의 기초이므로 자연스럽다. 다만 한정적인 물질로는 절대 충족되지 않는다. 또 정신적이라 할지라도 제한적이므로 결코 만족할 수 없다. 왜냐면 우리의 근원이 바로 ’무한 의식‘이기 때문이다. 무한한 의식에 이르는 영성만이 모든 욕구의 귀결점이다.”라고 하였다.
사실 그렇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 고급 의류, 좋은 집이어도 잠시 만족할 뿐 더 나은 것을 찾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만 해도 늘 듣게 되면 식상해서 다른 것을 원하게 된다. 그리고 보다 젊었을 때는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것인 것에 많이 이끌렸으나 지금은 시들하고
노년인 나는 아직 클래식 음악, 몇몇 가요, 민요 등과 놀고 있지만
그보다 영성적인 찬송가나 프상, 만트라 등을 많이 듣고 있다.
아무튼 단계에 대한 이런 고찰은 내게 큰 도움을 주었다.
이런 가르침으로 모든 것에 불만이었던 나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아, 나는 아직 물질 40% 정도, 정신 50% 정도, 영성 10%의 단계를 지나는 중이구나”라고 생각하니 그런 단계의 ’나‘가 봐줄만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감사한 일은
내가 사랑하기 힘들었던 탐욕적이었던 시어머니, 에고가 강한 친정 어머니, 두 분이 모두 나의 한 표현(expression)으로 보이고
그분들 또한 나처럼 힘들게 자신들의 여정을 갔었고
나의 업식(삼스카라)을 태우는 역할을 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분들은 나를 저항하게 하고 또 투쟁하게 하여
진보에 박차를 가하는 역활을 한 큰 사랑의 일부였다.
그분들의 사랑은 나를 성장시키는 가장 큰 매개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큰 사랑은 묘한 인연으로 동광원 원장어머니를 주셨고
그 어머니의 사랑은 영원한 평화를 갈구하는 나의 여정에
빛나는 등불이 되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