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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까페 (Bagdad Cafe, Out Of Rosenheim, 1988)
감독 : 퍼시 애들론 (Percy Adlon)
사막 한가운데에 불쑥 솟아난 듯한 허름한 바그다드 카페에 어느 날 여행 중이던 독일 여인 자스민이 머물게 된다. 무능한 남편과 아이들의 뒤치다 꺼리가 지겹기만한 여주인 브렌다는 그녀의 방문이 썩 달갑지만은 않다. 그러나 자스민은 황량한 카페에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자스민의 마술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카페는 북적거리게 되고 무엇보다 자스민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사람은 브렌다이다. 마력처럼 영혼을 빨아들일듯한 콜링 유 음악처럼 이 둘의 교감은 메마른 삶을 회복시켜준다.
바그다드 카페 : 이리가라이의 여성의 정체성과 연대
김성환 (대진대 철학과 교수)
여성과 남성의 어두운 자화상을 그리고 나면 열나게 토론하던 학생들도 힘이 빠진다. 문제를 해결할 길이 막막해 보이기 때문이다. 아예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여학생과 다시 입 다물거나 조는 학생이 늘어난다. 그러나 아직 토론이 끝나지 않았다. 나는 또 닥달한다. 어떻게 하면 여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 널 부른다
독일에서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여행 온 문츠크테크너 야스민 (마리안느 재게브레히트)은 캘리포니아 사막을 지나다가 사소한 일로 남편과 다투고 헤어진다. 남편은 차를 몰고 가다가 야스민이 두고 내린 보온병을 도로 곁에 버리고 떠난다. 얼마 뒤 야스민 대신 트럭을 끌고 지나가던 중년 남성이 보온병을 주워 간다.
황폐한 사막 가운데 허름한 카페 바그다드가 있다. 브렌다(CCH 파운더)는 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말이 운영이지 카페에 딸린 주유소와 싸구려 모텔에서 세차와 청소까지 도맡는 브렌다는 게으른 남편이 지긋지긋하다. 새로 사오라고 부탁한 커피 기계 대신 보온병을 들고 나타난 남편에게 브렌다가 불만을 터뜨린다. 별 일도 아닌 걸 가지고 난리라며 남편이 집을 나가 버리겠다고 하자 브렌다는 땅에 뒹구는 깡통을 던지며 쫓아 낸다.
멋부리기 좋아하는 딸은 어느 건달과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 돈을 뜯어 가고 어린 나이에 벌써 애기 아빠가 된 아들은 피아노만 치고 있다. 브렌다는 덥석 의자에 풀썩 주저앉아 모든 게 엉망인 신세를 한탄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 때 야스민이 먼지 휘날리는 누런 벌판에서 큰 가방을 끌고 땀을 뻘뻘 흘리며 바그다드 카페로 걸어온다.
뚱뚱한 백인 야스민은 모텔에서 숙박하기를 원하지만 말라깽이 흑인 브렌다는 영어가 서투른 이방인 손님을 반가와하지 않는다. 다음 날 브렌다는 야스민의 방을 청소하다가 남자 옷과 면도기가 널려 있는 걸 보고 보안관에게 신고한다. 알고 보니 야스민은 남편과 헤어질 때 가방을 바꿔 들었다. 보안관이 신분을 확인하자 브렌다는 더 이상 야스민을 의심하진 않지만 가까이하려 하지도 않는다.
마음씨 착한 야스민은 브렌다가 잠시 외출한 사이 카페와 사무실과 지붕과 물탱크까지 말끔히 청소한다. 그러나 돌아온 브렌다는 모든 걸 되돌려 놓으라고 고함을 지른다. 옷을 입어 보다 들킨 브렌다의 딸에게 야스민은 놀라지 말라고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독일 춤도 보여 준다. 또 아들에겐 피아노 연주를 멈추지 말라며 열심히 듣는다.
카페 근처에 침대 딸린 캠핑카를 세워 두고 생활하는 콕스(잭 팔란스)는 피아노 연주에 심취해 있는 야스민을 보고 미술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 야스민에게 모델이 되어 달라고 청한다. 야스민은 승낙한다. 야스민은 콕스의 차를 방문해 모델이 될 때마다 옷을 하나씩 더 벗는다.
야스민이 점점 브렌다의 가족과 가까워지자 자기 방식대로 자식을 다루던 브렌다는 자존심이 상해 "당신 자식에게나 신경 쓰라"고 소리친다. 야스민은 자식이 없다고 힘없이 말한다. 문을 닫고 나간 브렌다가 되돌아와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브렌다와 마음을 터놓은 야스민은 바그다드 카페 일을 돕기 시작한다. 귀에서 달걀이 나오고 손가락을 잘랐다 붙이는 케케묵은 마술을 손님에게 선보인다. 착한 운전기사들이 "라스베가스에서도 볼 수 없는" 야스민의 마술을 보기 위해 '라스 바그다즈(Las Bagdads)' 카페로 몰려든다. 이제 야스민은 바그다드 카페의 한가족이다.
좋은 일이 있었으니 나쁜 일이 남았다. 어느 날 보안관이 찾아와 야스민에게 노동 허가증이 없고 관광 비자도 기한이 곧 끝난다고 통고한다. 아쉬운 작별. 바그다드 카페는 옛날로 돌아가 버린다.
따분한 날이 이어지는 바그다드 카페 벌판에서 배낭 여행하다 잠시 머물고 있는 청년이 부메랑을 열심히 던진다. "널 부른다(Calling You)." 배경 음악도 야스민을 열심히 부른다. 주문이 통했는지 야스민이 다시 브렌다에게 걸어온다. 이번에는 처음과 모습이 다르다. 자신감이 넘친다.
야스민이 돌아오자 바그다드 카페는 다시 활기를 띤다. 브렌다의 소심한 남편도 언덕에서 망원경으로 계속 카페를 지켜보다 돌아온다.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 날 콕스가 들꽃을 꺾어 들고 야스민에게 청혼한다. 야스민이 대답한다. "브렌다와 상의해 볼게요."
- 여성의 연대
[바그다드 카페]는 여성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보고 좋아하는 영화다. 화면을 가득 채운 황토색이 처음엔 쓸쓸하기 그지없다가 점점 따뜻하게 바뀌어 가는 것이 아주 인상 깊다. 이 영화를 보고 학생들과 토론하면 어김없이 두 가지 질문이 나온다. 야스민이 콕스의 캔버스 앞에서 모델 노릇을 하면서 옷을 한 겹씩 더 벗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야스민이 콕스에게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여는 것을 의미해요." "야스민은 처음부터 브렌다 가족이나 콕스에 비해 좀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차라리 그림에 대한 의욕을 잃은 콕스와 특히 세상이 귀찮은 브렌다가 마음의 문을 차츰 여는 것을 상징해요."
비슷한 대답이다. 옷 벗기가 곧 마음 열기다. 그러니까 야스민의 모델 장면은 여느 영화와 달리 관객의 몸이 아니라 마음을 자극하게 되어있다. 한편 야스민이 상의하면 브렌다가 뭐라고 할까?
"제가 브렌다라면 청혼을 받아들이라고 말하겠어요. 그래야 콕스의 말처럼 야스민이 영주권을 얻어 바그다드 카페에 정착할 수 있고 그게 브렌다에게도 좋으니까요." "아니예요. 야스민이 콕스와 결혼하면 아무래도 바그다드 카페에 신경을 덜 쓸 것이고 그러면 브렌다와 어렵게 맺은 우정도 허물어질 거예요."
두 학생의 대답은 결론이 반대지만 공통점이 두 가지 있다.
둘째, 두 학생이 바라는 목표는 모두 브렌다와 야스민이 결속을 유지하는 것이다. 여성의 연대가 여성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시각이다. 과연 야스민과 브렌다가 각자의 이해도 챙기면서 연대를 유지할 수 있을까? 야스민과 브렌다에게 어떤 길이 이해와 연대를 모두 보장해 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 물음은 좀 더 일반화하면 다음과 같다. 여성들이 각자의 이해를 챙기면서 연대를 유지할 수 있을까?
있는 집 사모님과 없는 집 아줌마가 서로 헐뜯는다.
"여자가 좀 꾸며야지. 저 차림새가 뭐야!"
사람은 성을 가릴 것 없이 개인의 이해가 서로 다르고 충돌할 수 있다. 직장 여성에겐 남성과 똑같은 임금 체계가 이익이지만 가정 주부에겐 이런 임금 체계가 유일한 수입원인 남편의 임금 감소를 뜻한다. 여성이 각자의 이해를 챙기면서 연대를 유지하는 데는 장애물이 많다. 이런 장애물을 걷어 낼 수 있을까?
- 여성의 정체성
개인마다 이해가 다르다고 해서 공통의 이해가 없으라는 법도 없다. 만일 있다면 여성의 공통 이해는 여성의 연대를 위한 기초가 될 수 있다. 그게 뭘까?
야스민과 브렌다를 묶어 준 공통 이해는 바그다드 카페의 성황 전에 이미 있었다. 자식이 없다는 야스민의 힘 없는 말을 듣고 골치아픈 자식만 있는 브렌다가 무엇을 느꼈을까? '그래, 무자식이 상팔자야.' 브렌다가 이렇게 느꼈다면 야스민에게 미안할 것도 없다. '그래, 자식은 있어도 골치 아프고 없어도 골치 아프지. 니 팔자가 내 팔자구나.'
여성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연대할 수 있는 기초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온갖 형태의 억압이다. "여학생이 술이나 먹고, 어떻게 시집 갈려고 그래...", "성폭력? 미스 김은 얼굴이 무기야...", "결혼했어? 아기는 아직 없어? 피임을 너무 오래하다 보니 불임이 되었나...", "집안 살림이나 하는 주제에 알긴 뭘 안다고..." 이런 억압을 극복하고 팔자를 뜯어고치는 것이 여성의 공통 이해고 목표다.
한편 여성이 남성과 달리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정체성도 여성의 연대를 위한 중요한 기초가 될 수 있다. 여성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프로이트는 페니스가 없는 것이 여성의 정체성의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페니스의 결여로 규정한 여성의 정체성은 여성의 열등의식만 조장한다. 또 여성은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 태도가 숙명이라는 결론이 쉽게 나온다. 여성의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규정하는 요소는 없을까?
뤼스 이리가라이(Luce Irigaray)는 여성의 긍정적 정체성을 어머니와 딸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린 딸이 어머니와 맺는 관계는 어린 아들이 어머니와 맺는 관계와 다르다. 아들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지만 어머니처럼 아이를 낳을 수 없다. 아들은 자기가 어머니와 다르다는 걸 느끼기 시작하면 불안해지고 이런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남성인 아버지의 명령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딸은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아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처지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다. 아들은 남을 지배하는 성격이 자라고 딸은 남을 존중하는 성격이 자란다.
이리가라이에 따르면 남녀 평등은 남녀 차이를 해소하는 게 아니라 남녀 차이를 제대로 살리는 데서 시작한다. 만일 남녀 차이를 존중하지 않으면 차이를 빌미로 불평등하게 대우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백인과 흑인의 불평등한 대우도 피부색의 차이를 존중하지 않고 오히려 악이용하는 데서 비롯한다.
억압의 극복이라는 목표가 있고 남을 존중하는 정체성이라는 기초가 있더라도 여성의 연대는 갈 길이 멀고 험하다. 그러나 김남주의 시처럼 손 맞잡고 함께 가는 길은 쉬었다 가더라도 마침내 하나가 될 것이다. 너무 감상적인가? 그러나 본래 실천은 마음보다 몸이 일어서야 하고 몸을 일으켜 세우는 건 이성보다 감상이 아니겠는가.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피운 꽃
옥선희(영화/DVD 컬럼니스트)
(1)감독 퍼시 아들론
독일 감독 퍼시 아들론(1935년- )의 <바그다드 카페>는 한국의 비디오 전성기를 대표하는 컬트작이라 할 수 있다. <바그다드 카페>는 국내 극장 개봉시 일주일만에 간판을 내렸지만, 비디오 출시 이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워낙 출시량이 적어 비디오는 희귀 비디오 목록에 올랐고, SKC에선 1995년에 재출시를 단행했다.
퍼시 아들론은 <바그다드 카페>의 성공으로 할리웃으로 불려갔고, 할리웃 스타들을 기용해 <영거 앤 영거 Younger and Younger>(1993)를 내놓았다. <영거 앤 영거>는 할리웃으로 불려가 자기 색채를 잃어버린 감독들의 전철을 답습한 작품이었고, 따라서 이후 아들론의 작품을 ‘나만의 영화’로 꼽는 호사가들도 사라졌다. 그러나 <쥬커 베이비> <바그다드 카페> <연어알>은 한국의 척박한 비디오 문화에 긍정적 흔적으로 남아있다.
(2)나만의 바그다드 카페
<바그다드 카페>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에서도 소수의 열광적인 팬을 거느렸다. 감독 자신도 뮨헨에 ‘바그다드 카페’를 여는 등, 세계 여러나라에 ‘바그다드 카페’를 오픈시켰고, 주연 여배우 마리안네 제게브레히트는 각 나라의 ‘바그다드 카페’에 초대 받았다고 한다. <바그다드 카페>의 실제 촬영 장소인 캘리포니아 뉴베리 스프링스의 ‘The Sidewinder Cafe'는 영화 팬의 순례 장소가 되었고, 카페 주인은 새 집을 지을 여유가 생겼지만, ’Bagdad Cafe' 간판을 단 허름한채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바그다드 카페>는 TV 시리즈물로 만들어졌고, 세자르 최우수 외국영화상 등, 국제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두 여성의 우정을 중심으로 한 마술같은 이야기, 특수 필터를 사용한 아름다운 영상,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던 주제곡 ‘Calling You'를 인기의 핵심으로 꼽을 수 있겠다.
사막의 허름한 모텔에 둥지를 튼, 별볼일 없는 인생들에게 삶의 의미를 일깨워준 독일의 뚱보 아줌마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눈이 부시게 파란 하늘을 가로지르는 무지개, 황금빛 사막과 포도주빛 노을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멀리서 나를 부르는듯한, 제베타 스틸이 노래한 ‘Calling You' 선율은 메아리처럼 귓전을 맴 돌고.
(3)독일 아줌마와 미국 흑인 아줌마의 우정
렌트 카를 운전하며 캘리포니아를 여행하던 독일인 부부가, 사막 한 가운데서 싸움을 하고 헤어진다. 모직 투피스에 깃털 모자를 쓴 뚱보 아줌마 야스민 문슈테드나(마리안네 제게브레히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바그다드 카페에 들어선다.
66번 도로변에 위치한 바그다드 카페는 개스와 오일을 파는 주유소와 모텔을 겸하고 있다. 그러나 주류 허가가 없어 술을 팔지 못하며, 커피 머신이 없어 커피도 만들지 못하는 카페엔, 어쩌다 트럭 운전사가 쉬었다 갈 뿐이다.
카페 여주인 브렌다(C.C.H. 파운더)는 빈둥거리는 남편 살(G. 스모키 켐벨), 종일 피아노만 두드리며 신경을 거스르는 아들 살라모(드론 플레그), 살라모가 낳아온 어미 없는 젖먹이, 아무 남자 차나 얻어 타고 다니는 철딱서니 없는 사춘기 딸 필리스(모니카 칼혼), 틈만 나면 낮잠을 자는 인디언 요리사 코엥카(조지 아퀼라)와 악다구니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모텔 장기 투숙객 루디 콕스(잭 팔란스)와 데비(크리스티네 카우프만)도 남루한 모텔 만큼이나 처량한 인생들이다. 할리웃에서 영화 세트를 담당했었다는 루디는 트레일러에서 팔리지 않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늙은이고, 데비는 트럭 운전사들 엉덩이에 문신이나 새겨주는 주제에 ‘베니스에서 죽다’를 읽으며 고상 떤다.
바그다드 카페가, 라스베가스에서도 볼 수 없는 마술을 즐길 수 있는 환상적인 공간으로 바뀐 것은 야스민이 투숙하면서다. 바바리아 출신 독일 아줌마 야스민은 폭탄 맞은 것같은 카페와 모텔을 깔끔하게 청소한 후, 필리스의 친구가 되어주고, 살라모의 피아노 연주를 들어주며, 살라모의 아기를 돌본다.
“무슨 꿍꿍이야. 당신 아이나 돌봐”라고 다그치던 브렌다는 “아이가 없다”는 야스민의 힘없는 대꾸에 “사는 게 힘들어서 그랬다”고 사과한다. 이 때부터 브렌다는 야스민의 도움을 받아들이고, 마술을 익힌 야스민은 손님들을 상대로 마술 서비스를 한다. 가게는 손님들로 북적이고, 루디는 활기 넘치는 야스민에게 반해 그림 모델이 되어달라고 청한다.
그러나 이런 활기도 잠깐. 보안관은 야스민의 관광 비자가 만기된 데다, 취업 비자도 없이 일하고 있다며 야스민을 데려간다. 야스민이 떠난 후, 바그다드 카페는 예전의 남루하고 어두운 공간으로 돌아간다.
남편과 자식과 일할 공간이 있지만, 사는 데 지쳐 빈 깡통을 주우며 눈물 흘리는 성마른 흑인 아줌마 브렌다. 야스민은 푸짐한 몸집과 하얀 피부가 상징하듯 경제적으론 그리 어려움이 없어보이지만, 남편의 애정도 자식 사랑도 모르고 살아온 것으로 짐작된다. 어느 한쪽이 완전 결여된 상태로 만난 두 사람은 의심과 오해를 넘어서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된다.
거대한 트럭이 질주하는 사막의 고속도로변, 다 쓰러져가는 카페 마당을 내려다보고 있는 칠이 멋겨진 물 탱크 앞, 두 아줌마의 포옹은 낯설지만 푸근하게 각인된다. 야스민과 브렌다가 사막에 핀 작은 꽃더미에 주저앉아 이야기하는 모습은 사춘기 소녀들처럼 밝고 아름답다.
“두 여성의 우정을 그린 감동적인 드라마”라는 표식을 드러내지 않지만, 영화의 마지막 대사인 “브렌다와 상의 할께요. I'll talk it over with Brenda"라는 야스민의 대답은, 그 어떤 표식보다 <바그다드 카페>의 여성성을 높여준다.
(4)두 여배우
<바그다드 카페>는 음악, 영상과 함께 두 주연 배우의 공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다.
1945년생인 독일 여배우 마리안네 제게브레히트는 결혼, 정신과 보조의, 작은 극단 운영, 이혼을 거친 후 1977년에 자신의 극단 오페라 큐리오차로 연극 무대를 밟았다. 연극 관객이었던 퍼시 아들론과의 인연으로 <쥬커 베이비>의 사랑스런 노처녀와 <바그다드 카페>의 야스민 역으로 미국에서까지 인기를 얻게된다. 할리웃 영화 <독재자 파라돌 Moon over Parador>(1988), <장미의 전쟁 쏟 War of the Roses>(1989)에 출연했지만 조연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독일 TV극에 주로 출연하고 있다.
1952년, 기아나에서 태어난 C.C.H. 파운더의 이름 약자는 Carol, Christine, Hilaria와 같은 여성 친척들의 이름 이니셜이라고 한다. 1979년에 <올 댓 째즈 All That Jazz>로 데뷔했고, <바드다드 카페>로 컬트 배우가 된 후 <ER> 시리즈, <Funny Valentine 퍼니 발렌타인> 등 주로 TV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오버하지 않는 연기로 독립 영화 쪽의 꾸준한 프로포즈를 받고 있는 알프레드 우다드, 시실리 타이슨과 비견되는 미국의 흑인 여배우다.
잭 팔란스에게 있어 <바그다드 카페>는 뜻밖의, 그러나 행운의 로맨스물이다. 트레일러에 사는 초라한 늙은이지만, 그림과 사랑에 대한 열정이 남아있는 로맨티스트 역이 꽤 잘 어울린다. 붉은 스카프로 머리를 동여맨 방랑자 차림이나, 야생화와 하얀 털이 달린 슬리퍼를 들고 청혼을 하는 모습을 보면, 서부극의 악당으로 이미지 업 된 것이 무척 아깝게 여겨진다.
Calling You
- Jevetta Steele
A desert road from Vegas to nowhere
베가스에서 누구도 갈수없는곳으로 난 사막길
I am calling you 난 당신을 부르고 있어요
A hot dry wind blows right thru me The baby's crying and can't sleep
나를 스쳐 지나가는 뜨거운 마른바람
I am calling you
난 당신을 부르고 있어요 난 당신을 부르고 있어요...
Calling You - Jevetta Steele(영화 '바그다드 카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