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리 염낭거미
이견숙
이 세상 모성애보다 더 강한 사랑 어디있으랴
잎새 끝 정자에 밀폐된 밀실을 만들어 놓고
산고의 진통 한가운데서 견디는 건
그 어떤 것 보다 귀하고
눈물겹도록 애처롭다
부화의 산방이 마지막 무덤이 되는 아픔을
종족 보존의 사랑으로
새끼들에게 골과 살 다 내어주고
최후의 순간을 맞는 슬픔 같은 건
처절하리 만큼 냉혹한 현실이다
그 현실은 2번의 탈피가 끝난 후
찌는 여름 날이 비켜서면 산실을 박차고 나와
무두 흩어져 저마다의 한 생애로
비정의 전철을 밟게 되는 숙명이
이탈없이 재연되고있다
죽는다는 것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다
비워낸 자리가 있어야 새것이 들어선다고
새끼들이 살아 숨쉬는 한
어미는 껍질 만 남았어도
결코, 죽은 것이 아니다, 영원히 살아있는것이다 (출처 보기)
애어리염낭거미
김태실
누에가 실을 뽑듯 음식을 뽑는 어머니
한세상 먹고 마셨다
내 어미 손 발을 먹고
내 어미 가슴을 먹어 키운 몸뚱이
풀잎 접어 지은 집에서 먹고
징검다리 만들어 호적 세우는 일
대대손손 이어진 가계
이제 네 앞에 만찬을 차렸다
먹고 마셔라
피 한 방울만큼 크고
살 한 점 만큼 자라는
거미의 일생
네게 주기 위해 나를 살찌웠다
기쁨 되는 물 흐름 (출처 보기)
애어리염낭거미는 갈대나 부들잎의 끝을 삼각형으로 말아 집을 짓고 그 안에 들어가 알을 낳고 알이 부화하면 새끼들이 살아있는 어미의 몸을 먹고 자란 다음 집 밖으로 나옵니다.
에어리염낭 거미는 알을 낳을 준비가 되면 잎을 싸고 방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새끼를 지키는 것이죠.
그리고 새끼가 부화하고 두번째 탈피를 거치면 어미는 살아있는채로 자신이 지킨 새끼들에게 잡아 먹히고 맙니다. 그리고 새끼들은 바깥으로 나와 독립하여 살게 되는 것이죠.
아마 이것은 자연의 순리가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다. 그 어미 거미도 자기 어미를 먹고 자랐으니 새끼들에게 자기 몸을 내어주는 거죠....... 잘 생각하면 희생적인 모성애입니다...
출처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