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극우 성향 가톨릭매체의 적대적 보도 비판
“나를 비난하는 건 괜찮지만 교회는 그렇지 않다”
극우 가톨릭 매체 비판, 성 이데올로기에 생각도 밝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 최대 가톨릭 언론인 미국의 <EWTN>에 대해 자신은 개인적으로 감시받아도 되지만 교회는 이 언론이 매번 가하는 공격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EWTN>은 미국의 가톨릭 텔레비전 매체로 <CNA>를 산하에 두고 있으며, 극우적 정치관과 교회관을 갖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9월 12-15일에 슬로바키아를 방문 중 12일 슬로바키아 예수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예를 들자면, 교황에 대해 끊임없이 나쁘게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거대 가톨릭 텔레비전이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나 개인적으로는 공격과 모욕을 받아도 된다. 나는 죄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회를 그럴 이유가 없다. 그런 공격과 모욕은 악마가 하는 짓이다. 나는 또한 이 말을 그 방송의 몇몇 사람에게도 한 바 있다”고 말했다.
교황의 이 발언은 21일 예수회 매체인 <치빌타 카톨리카>에 실렸다.
근래, <EWTN>은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적대적 보도와 (극우) 당파적 정치관으로 유명세를 탔다. 더 규모가 큰 다른 가톨릭 매체 가운데에는 이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을 지속해서 공개 비판하는 모습이 없었다.
가장 유명한 보도 사례로, <EWTN>의 수석 뉴스 앵커인 레이먼드 아로요가 전 미국 주재 교황대사로 교회분열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를 자주 인터뷰한 것을 들 수 있다.
비가노는 성폭력 혐의 논란이 있던 미국의 매캐릭 전 추기경의 일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고를 받았으면서도 숨겼다고 주장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었다. 이 주장은 나중에 교황청 조사를 통해 거짓으로 드러났고, 매캐릭은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추기경직은 물론 사제직에서도 쫓겨났다.
아로요는 또한 반 프란치스코 견해로 유명한 평론가들로 구성된 “교황 수색대”(papal posse)라는 프로그램을 주재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뉴욕대교구 사제인 제럴드 머레이 신부와 저술가인 로버트 로얄 등이 있다.
영국의 교황청 전문 언론인인 크리스토퍼 램은 2020년에 낸 자신의 책 “외부자: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회를 개혁하는 그의 싸움”에서 미국 주재 교황대사 크리스토프 피에르 대주교가 <EWTN>의 마이클 워소 사장에게 이 매체의 교황 관련 보도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공개했다. 워소는 교황청 사회홍보부서 자문위원 가운데 하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슬로바키아 예수회원들에게 말하는 중에, 자신의 교황 직무에 대해 공개 비판하는 사제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래요, 나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성직자들도 있습니다. 나는 때때로 인내를 잃어버리곤 하는데, 특히 그런 이들이 진정한 대화를 해 본 적이 없이 판단을 내릴 때 그렇습니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하지만 나는 그 사람들의 생각이나 환상을 반박하지 않고 내 길을 갑니다. 나는 그런 생각들을 반박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계속해서 설교하고 또 설교하는 것을 택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내가 성스러움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내가 늘 사회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내가 공산주의자라고 말합니다.”
예수회 소속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외 방문을 할 때면 예정에 없이 현지의 예수회 동료들을 만나곤 하며, 이런 자리에서 있었던 자유로운 대화는 <치빌타 카톨리카>에 실린다.
그는 이번에 슬로바키아 예수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혼인과 가정생활에 대해 더 열린 자세를 취하는 것에 회의적인 이들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최근 받았던 수술과 회복, 그리고 전통주의자 사제들에 대해서도 터놓고 얘기했다.
한 예수회원이 “젠더 이데올로기”(gender ideology)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교황은 자신의 생물학적 성(gender)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밀어 붙이는 이들과 성소수자(LGBTQ)를 향한 사목적 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신이 말하는 ‘성’(gender) 이데올로기는 위험한 것이 맞습니다. 나는 그 점을 이해하고 있고, 그것이 위험한 까닭은 그것이 한 개인의 구체적 삶에 관해 관념적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한 사람이 언제 자신이 남성 또는 여성이 될지 관념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처럼 말이지요.”
“내게는 관념성은 늘 문제입니다. 이것은 그럼에도 동성애 문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어요. 동성애 커플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과 더불어 사목적 작업을 할 수 있고, 우리가 그리스도와 만남에 있어 진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내가 이데올로기란 말을 할 때, 나는 그것에 담긴 생각, 그 안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한 관념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사람들의 구체적 삶과 실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한 논란이 많았던 2014년과 2015년 가정에 관한 세계 주교시노드에 대해서도 회상했다. 당시 두 차례의 시노드에서는 이혼 후 재혼한 짝들과 성소수자에 대한 사목적 돌봄 문제가 공개 토의됐으며, 이에 시노드에 참석한 보수적 주교들 사이에는 불평이 일었다.
“사목적 경험들 속에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두려운 일입니다. 나는 가정에 관한 시노드에서 이뤄졌던 일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 시노드는 두 번째 결합(재혼) 상태에 있는 커플들이 지옥에 가는 단죄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우리가 성적 다양성을 지닌 사람들과 동행한다는 것은 겁이 납니다. 우리는 바오로 6세가 얘기한 바 있던 교차로를 두려워합니다. 말하자면, 완고함과 성직주의, 즉 두 가지 타락에서 길을 찾는 것은 이 시점에서 악입니다.”
지난 7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통적 라틴어 미사 집전을 강하게 제한함으로써 가톨릭 교회 내 전통주의자들에 충격파를 일으켰다. (역자 주: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전통주의자와의 화해를 위해 각 교구 교구장 주교의 허락 없이 각 사제가 임의로 라틴어 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확대했지만, 이번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구장 주교의 승인 조건을 부활시켰다.)
이 결정에 대한 반발에 관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 추기경에게서 그 밑의 두 새사제가 라틴어를 공부하고 전통적 라틴어 미사를 집전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 추기경은 유머 감각을 갖고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우리 교구에는 히스패닉이 많습니다! 스페인어로 설교할 수 있을 정도로 스페인어를 공부하세요. 그리고 스페인어를 다 공부하면 내게 다시 오세요. 그러면 우리 교구에 베트남계가 얼마나 많은지 얘기해 줄 거고, 당신들에게 베트남어를 공부하라고 할 거에요. 베트남어를 다 배우고 또 내게 오면, 그때 라틴어를 공부하도록 허락해 주겠습니다.’라고요.”
“그렇게 그 분은 그 두 사제에게 ‘땅’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그들이 흙으로 돌아가게 한 것이에요. 나는 지금처럼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인데, 그것은 내가 혁명을 시작하고자 해서가 아닙니다.” “나는 내가 해야만 한다고 느끼는 것을 할 뿐입니다. 그 일을 하려면 많이 참고 많이 기도해야 하며, 자비심도 많이 있어야 합니다.”
교황은 지난 7월에 10일간 입원해서 수술한 뒤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다음과 같이 유머스럽게 대답했다.
“아직 살아 있습니다. 내가 죽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나의 상태가 공식 발표보다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 일부 고위성직자들이 모임들을 가졌다는 것도 압니다.” “그 사람들은 콘클라베(Conclave, 교황선거)를 대비하고 있었지요. 참으세요!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 다 괜찮아요.”
기사 원문: https://www.ncronline.org/news/vatican/pope-francis-issues-thinly-veiled-criticism-ewtn-comments-gender-ideology
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