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역시 뼛속으로 스며드는 차가운 바람이, 익숙해질만도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겨울이었지요.
훈련소의 차가운 바람에 매일쏟는 코피, 굳어진 목을 붇잡고 통합병원을 왔다갔다한지라. 날씨도 날씨지만, 그 눈빛들이 더 차가운 겨울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온 그런 날이었습니다.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이끌고 종교행사에 참가.. 역시 아침엔 차가운 수돗물 위로 코피가 흘러내렷지요..
이미 이명이 진행된 터라, 교회안에서 울러퍼지는 음악은 저에겐 지독한 소음이었습니다. 괴물이 울부짖는것처럼 들리죠.
머리가 이미 어혈로 가득한찬 상태에 뭐가 뭔지 사리 판단도 안되는 그런 상황에, 하늘은 누렇게 빙빙 돌더군요.
빙글빙글 도는 하늘에 날아가는 새가 부럽더군요.
새가 부럽다는 생각, 처음 해봤습니다.
예배가 시작되었을까요...
추위에 떨고 얼굴로 올라온 열은 눈까지 충혈되게 만들었지요. 몇달동안 계속 몸살이 있는것이지요.
설교하는 목소리는 머리를 때리고, 귀는 없는게 나을정도로,
어찌그리 큰소리로 들리는지요..
몇분앉아 있었을까..
갑자기 심장이 지 맘대로 뛰기 시작합니다... 제의지와는 상관없이, 심장의 박동수가 올라가는게 느껴집니다..
불안과 공포가 습격해 옵니다.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지요. 자신은 그것을 모릅니다.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볼려고 하지만, 혈액이 도는곳은 심장 주위 인거 같습니다. 손발은 이미 굳은 상태라 자크도 제대로 못잡는 상태니까요... 심장이 어떻게든 발버둥 쳐볼려는거 같습니다.
화장실로 뛰어갔습니다.
굳어있는 다리가, 불안함에 이끌려 어찌그리 잘움직이는지요. 허허.
화장실안에서 빙글빙글 맴돕니다. 한두명씩 사람들이 들어왔다 나갔다 합니다.
아무렇지 않은척 하지만, 몸은 계속 움직이려고 합니다. 몸이 불안한것이지요. 손발로 피가 가야되는데
갈곳이 없으니 심장이 이상반응을 일으키는 것일까요.
밖의 하늘은 정말로 시리고 시립디다. 푸르다 못해 노랗더군요..
노을색같기도 하고, 뭐 암튼 그랬습니다.
눈에 띄지 않으려고, 화장실안에 들어갔습니다.
화장실안에서도 앉았다 일어섰다. 몸이 난리를 피우고 있습니다.
전투화 끈을 풉니다. 화장실안에 있는 파이프를 찾고 있습니다.
모든것을 끝내려는 것이지요...
몇번을 그렇게 전투화 끈을풀었다 묶었다 합니다.
예배가 끝나는 시간인가 봅니다.
사람들이 화장실을 들락 날락 거립니다.
저는 역시 앉았다 일어섰다 안절부절 하고 있습니다.
잠시후 누가 노크를 하더군요.
군종병인가봅니다. 예배시간이라고 들어갈 시간이라고 하네요..
전투화끈이 제대로 묶이지도 않은체, 예배당안으로 들어갔는데,
그큰소리는 여전히 제머리를 때립니다.
불안해서 못앉아있겠다고, 말하니. 여기서 무슨 말이 씨가 먹혀 들어갑니까...
그냥 앉아있으라고, 하지요.
몇시간을 그렇게 부들부들하면서 앉아있었습니다.
교회에서 주는 초코파이는 맛있더군요.
그지옥에서 살아온 제가 신기합니다.
훈련소에서 어찌나 아픈지 한약을 택배로 붙여먹었는데,, 그게 부자란 약을 탄거랍니다..
예전에 사약만들때 쓰던 몸을 뜨겁게 한다는 약이라 조심해서 먹어야된다는 그런게 들어가 있었지요.
손발에 혈액이 돌지 않은 상태에선 그어떤 약도 효과가 없더군요.
결국 저는 사약을 먹은꼴이 된것이지요. 약을 먹으면 먹을수록 머리로 치고 올라오는열이 결국 코피를 쏟으며
죽게 만드는 그런거 그런꼴이 된거지요...
굳은 몸을 녹여보고자 지은 약이 사람을 죽일줄이야...
손발은 이미 동상에, 사리판단도 되지 않는 그몸으로 4년을 버텨온게 살아있는게 아니라
죽은 몸뚱아리 끌고 다닌 꼴이지요..
어쨋든 제대 했네요. 허허...
제대 일주일남기고 발작을 했네요. 군병원은 밖에가서 치료하란 말밖에 안하지요.
뭐 기대도 안합니다. 제가 뭘 바라겠습니까.. 입술은 터져있고, 몸은 부서질듯 아프더군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사는거 아무것도 없더군요. 결국에 모든것을 놓고 가덥디다..
그때생각나는건, 왜 이 삶에서 웃을때 맘껏 웃지 못했나, 무슨 고민들이 그리 많이 했던가 싶더군요..
효도 한번 못하고 가는구나 싶기도하고, 내가 정말 원하는것들 이 무엇이었는지.
별에 별게 다 생각나더군요....
남들은 무슨 필름처럼 지나간다든데, 저는 그냥, 제 하고 싶은 것 왜 못하고 살았나 그런 생각밖에 안들더라구요.
젊은 나이라서 그럴까요?
지금은 그런 불안함은 없네요. 공황발작이 없는것이지요.
사람이 사는데 왜 불안한게 없겠습니까..
다시 살아가야 하기때문에, 고민이 많아지는것은 당연지사겠지요..
그러나 중요한것, 우선순위는 알겠더라구요..
만약에 다시 그런 상황이 닥치면, 후회없게 떠나도록 살아야 된다는 것이지요.
뭐가그렇게 하고 싶던게 많던지요...
뭔 그런 욕심이 많던지요...
수족냉증. 이거 아주 위험합니다.
다음엔 기억상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것또한 아주 흥미 진진 합니다.
첫댓글 바람의 락커님 지나간 과거는 추억같게 느껴지지만 너무 고생많았네요. 누가 어찌 그 속을 알리요. 질병이 치료되고 나면 마음이 약해질 수 있답니다. 우울한 생각도 들기도 한데 잘 견디어 내시기 바랍니다. 보통 사람들은 아픈 통증보다 정신에서 오는 생각이 더 힘겨워 하는 경우도 많답니다. 병마와 시달릴 때는 이것만 나으면 세상이 다 내것인냥 질병치료에 혼신을 쏟다가 그것이 이루어지고 나면 생각에서 오는 우울함이 엄습하여 병마와 싸운 과거를 잊고 살기 마련인데 락커님은 건강하고 슬기롭게 대처해 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대견스러워 보입니다. 힘내세요 아자 아자 ......
락커님의 질곡의 과정을 풀어 내기가 쉽지 않을텐데....리얼하게 풀어내시네요.공황장애...TV에서는 접했지만 락커님으로 부터 직접 알게되니 새삼 무서운 생각이 드네요...그래요 또다른 이가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많은 도움과 힘이 되겠지요.언제나 건강하시고 그때의 절박함을 기억하시어 세상 살아가시면 더 큰힘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라커님 화이팅~~~~
좋은생각님과 불로수가 있었기에 이 글을쓰는 오늘이 있습니다. 눈물겨운 지난 시간들이 앞날의 거름이 되어서 성숙한 인간미를 가꾸시기 바랍니다. 님의 인내심에 박수를 보냅니다.
딸려오는 기억들때문에, 꽤나 오랜시간동안 괴로워 했습니다. 정신과에서 말하는 "트라우마" 지요. 어떻게든 살아볼려고, 등에 손 안닿는곳 빼고 제손으로 피다빼고, 저 혼자서 목숨걸고 투병했습니다. 부항의 피를 보기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등가교환의 법칙이라고,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그와 동등한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 말이지요. 목숨걸고 했습니다. 그러니 목숨을 얻더이다. 명현현상때문에, 하루에도 수십번 사람목숨이 왔다갔다 하더이다. 명현현상하고 우울증이 같이 온다는 말은 왜 안해주셔서, 사람을 이렇게도 힘들게 하셨는지 원.... 좋은생각님 밉습니다. ?~
네 락커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답니다. 몸이 나으면 그 다음은 마음이 나아야 한답니다.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락커님이 대견스럽습니다. 먼 발치에서 그저 박수만 보냅니다. 락커님의 그 긴 힘겨움을 제가 대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미움도 아시고 ㅎㅎ 너무 미워하면 정드네요 ㅎㅎ 미운정 떼기가 더 힘든다는 것도 아실겝니다. 방학동안 더 싱싱한 모습으로 거듭 태어나시길 빕니다.
바람의락커님 홧팅 홧팅! ! !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정~말 힘들었겠네요 이겨 내심을 만세 불러주고 싶네요 나도 우울증으로 병원 다니고 있습니다 우울증은 명현현상 으로 끝났으면 하는마음 보내고요 님에게 붙어 있는 모든 병들이 낫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보냅니다 우리들의카페 영원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글을 읽고 숙연해 집니다.
오늘 공부하다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제가 지금 공황장애환자 를 치료하고 있습니다....심계 경계 정충 으로 표현되는 중의학에서 뇌와 심장을 주로 보는데요.... 심장은 심주신명(心主神明)이라하여 심장은 한~ 나라의 군주와 같고 정신활동을 주관한다고 했으니 손 따주기도 혈액순환의 이치에 근거 하므로 빙고!~~~~~~
오늘 아침에 다시 복습합니다..... 아내와 제 이쁜딸은 교회에 가고 저는 안가고 집에서 제손가락이 의심되어 손따기를 했는데 左손가락 4번 검지에서 요산이 많이도 나오네요.........깜딱 놀랬습니다......요즘 탁한음식을 절제하고 살았으니 4번 손가락 한개에만 나왔지 아니면 열손가락중 여섯손가락에 요산이 나왔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