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운을 불사르고 한 해의 무사 안녕을 비는
제16회 제주들불축제를 찾아
제주들불축제는 옛부터 제주인들이 말과 소를 방목하던 초지의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구제를 위해 들불을 놓던 '방애' 라는 제주의 옛 목축문화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현하여 무사안녕이라는 의미를 담아 축제화한 것으로 이제는 전국적인 축제에서 나아가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1997년 축제를 시작한 이래 2013년 제16회를 맞는 제주들불축제는 지난해 까지는 '제주정월대보름들불축제'라는 명칭으로 음력 정월 대보름에 벌였는데 정월 대보름 때면 날씨가 너무 춥고 바람도 많이 불어 파행 운행되자 올해부터 경칩(驚蟄)이 낀 주의 금요일에서 일요일 까지로 날짜를 변경하여 열리게 되었다.
첫째날은 무사 안녕의 날로 명명하고 기원제, 오름 '눌' 만들기, 횃불 대행진, 오름 '눌' 태우기 등을 하고 둘째날은 줄다리기, 집줄놓기, 제주농요 공연 등을 하고 마지막 셋째날은 듬돌들기, 마상마예 공연, 군무공연 등을 하며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정상 화산분출쇼와 오름 불놓기를 한다.
주최측의 홍보에 의하면 이러한 산 하나 전체를 태우는 축제는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하는데 그런 이유에서인지 외국인 관광객도 많으며 무대 공연도 외국인 출연자가 많았다.
축제에 참가한 수많은 내국인 관광객과 제주 도민들은 미리와서 무대 공연을 보거나 난장에서 음식을 사먹으며 들불놓기를 기다리는데 저녁 때가 되자 더욱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에 들어왔다.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 중에는 들불을 놓을 억새더미(눌)에 각자의 소망을 적은 소원지 또는 소지라 불리우는 길쭉한 종이를 붙이고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본격적인 불붙이기에 들어가 억새더미(눌)에 불이 붙어 소원지가 함께 탈 때 다시 한 번 두 손 모아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제주인들은 전부터 활 활 타오르는 들불에 온갖 액운을 함께 타 없어진다고 믿어 왔다.
바다에서 거친 풍랑과 싸우며 고기를 잡는 어부와 물속에 들어가 물질을 하며 수산물을 채취하는 해녀들, 토양이 비옥하지 못하고 물이 고이지 않고 땅 속으로 스며들어가 버리는 거친 땅을 일구어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부들에게는 육지인들과 달리 많은 신들에게 삶을 의지하고 빌곤 하였다. 그런 맥락에서 이러한 들불놀이에도 더욱 간절하게 소원을 빌며 축제 또한 범 도민적인 참여와 응원으로 이어져 오고 있지 않나 여겨진다.
오름불놓기에는 사전에 많은 준비와 수많은 인원이 동원되어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데 먼저 들불을 놓는 새별(晨星)오름 안에 있는 억새를 적당히 베어야 하고 불이 옆으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바람이 진행하는 오름 한 쪽의 인화물질인 억새를 베어 완충지대를 만든다.
또, 베어낸 억새로 만든 억새더미 '눌'을 요소 요소에 놓아 불이 활 활 오래타고 번지도록 해야 한다. 오름 정면에 슬로건과 산등성이 바로 너머에 불꽃축제를 준비해야 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소방대원을 비롯한 행사 진행요원들이 들불놓기 전 오름에 올라 대기하여야한다.
오름 안에 있는 무덤은 타지 않도록 사전에 소화액을 뿌리고 헬리콥터를 이용하여 불이 더이상 번지지 않도록 오름 한 쪽을 물을 뿌려 두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다.
그렇다고 모든 게 순조롭게 되는 게 아니라 하늘의 도움이 있어야 되는 것이 당일에도 낮에는 포근한 날씨가 저녁 무렵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바람이 너무 거세게 불어 행사를 진행하는 쪽에서는 위험하다고 불놓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이어온 전통이 있고 수많은 관광객의 기대를 저바릴 수 없다고 더욱 많은 물들을 뿌리며 관민합동으로 협동하여 불놓기를 시행할 수 있었다.
추위와 심한 바람에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힘들어 했지만 온 산 전체가 활 활 타오르는 벅찬 광경은 이러한 추위를 날리고도 남았다.
제주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향토성이 짙은 이 들불놓기는 보전해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우리의 전통문화이자 민속의 하나로 지켜나가야 하며 큰 행사를 관민합동으로 치뤄낸 것은 제주인의 자긍심의 발로라고 본다. 끝.
- 인증샷에서 보듯 대포 하나, 동영상 촬영용 하나, 가방속에 콘팩트 하나, 외다리, 어깨에 맨 작은 삼각대 하나...
달랑 카메라 하나 메고 다니는 것은 아닙니다. -
- 오름 전체가 조망되는 작은 언덕위에서 불놓기 몇시간 전부터 자리잡고 날아 오는 먼지 먹으며 추위에 덜덜 떨면서
찍는답니다. 좋아서 하지 돈받고는 못해요. -
- 불놓기 전 카운트 다운, 오름이 순식간에 검게 변했네요. -
- 오름 위에서 아름다운 불꽃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
- 드디어 점화가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