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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신비의 도성/가경자 아그레다의 마리아 환시
교황과 교도권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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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경자 아그레다의 마리아의 환시를 기록한 책인 하느님 신비의 도성 내용 중
⑴. 하느님께서 우리의 이 시대에 마리아의 생애를 계시하신 이유
⑵.천사의 창조와 루치펠의 타락
⑶.사람의 창조와 타락
⑷.인류의 확산, 구세주에 대한 기다림, 그리고 성 요아킴과 성 안나
⑸.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⑹.구세주 그리스도의 탄생
부분만을 미국 워싱턴 근교에 거주하고 계시는 김인석 마리아 스테파노님이 번역한 내용
하느님의 신비의 도성(THE MYSTICAL CITY OF GOD)
17세기 스페인의 수녀 아그레다의 가경자 마리아는 탈혼 상태에서 하느님의 신비의 도성, 즉 복되신 성모 마리아의 일생에 대한 환시를 보았습니다. 나중에 성모님께서는 이 신비를 책으로 쓰게끔 하셨는데,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신비의 도성"이란 책입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생애 외에도 이 책은, 세상의 창조, 묵시록의 의미, 루치펠의 반란, 지옥의 위치, 마리아와 요셉과 예수님의 숨겨진 생활, 우리 주님에 대한 상세한 일들과 우리를 사로잡는 다른 많은 것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교황, 추기경과 신학자들로부터 많은 갈채를 받아온 이 책은 여러 가지 언어로 60판 이상 출판되어 왔으며, 300여 년간 신자들과 성직자들을 고무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직 이 귀중한 책이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번역이 안 되어 있으므로, 여기서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등에 관한 일부분을 아주 간략히 소개 하고자 합니다. 이를 성모님의 티 없으신 성심을 통해 주님께 봉헌하며, 저의 졸역 이 주님의 원 뜻을 거스르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I. 하느님께서 우리의 이 시대에 마리아의 생애를 계시하신 이유
독실한 집안의 딸로 태어난 아그레다의 복녀 마리아는 하늘에서 큰 표징을 보았다. 태양을 입고 달을 밟고 별이 달린 월계관을 쓴 아주 아름다운 여인인 여왕을 보았다.(묵시 12,1) 거룩한 천사들이 나(즉, 복녀 마리아)에게 말했다. "이분이 바로 성 요한이 묵시록에서 봤던, 그리고 구원의 놀라운 신비가 담겨있는 바로 그 복되신 여인이다. 지극히 높으신 권능의 하느님께서 이 피조물을 얼마나 많이 사랑하시는지 우리 천사들은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녀의 특권에 대해 명상하며 공경하고 기록에 남겨라. 그러면 너의 상황에 적절한 정도에 따라 그 특권들이 명백해질 것이다." 또 다른 때 나는 여러 단이 있는 아주 아름다운 사다리를 보았는데, 그 주위에 많은 천사들이 있었으며 여러 천사들이 그 위에서 오르내리고 있었다. 주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이 하느님의 집이요 하늘 문인 신비스런 야곱의 사다리다.(창세 28,17) 만일 네가 내 눈에서 벗어나지 않고 충실히 살려고 노력하면 그 사다리를 따라 나에게 올라올 수 있을 것이다."
며칠 후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는, 그 사다리는 바로 지극히 거룩한 동정녀의 삶과 성덕과 성사를 의미한다고 하시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나는 나의 정배인 네가 이 야곱의 사다리에 올라 하늘 문을 통해 들어와서 나를 더 잘 알고 나의 신성에 대해 깊이 묵상하기를 바란다. 그러니 일어나서 걸어와 그 사다리를 통해 나에게 올라오려무나. 그 사다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들은 내가 마리아에게 수호천사로 지정한, 시온을 지키고 방어하는 임무를 띤 천사들이다. 그녀와 그녀의 성덕에 대해 주의 깊게 묵상하고 본받도록 하여라." 난 또한 그 사다리 위에 계신 만물의 주님과 모든 피조물의 여왕을 보았는데, 이 위대한 신비에 대해 하느님께 흠숭과 찬미를 드리며 기록하라고 명령하셨다. 초기 교회 때 이 신비를 밝히지 않은 이유는, 은총과 복음의 법칙이 확고히 설립되어야 하는 것이 더 필요한 때에 이 크나큰 신비의 묵상과 찬미로 인하여 신자들이 갈팡질팡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님께서는 말씀하셨다.
II. 천사의 창조와 루치펠의 타락
모든 원천중의 원천은 존재하고 있는 모든 것을 창조하신 하느님이다. 천지 창조에 대해서는 모세에 의해 창세기 첫 장에 기록되어 있다. 그 첫날에 대해서 모세는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 내셨다."고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천사와 사람을 위하여 하늘을, 그리고 사람의 유배지로서 땅을 창조하셨다. 천사를 처음 지어 내셨을 땐, 그들 모두가 은총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완전한 피조물이었다. 그러나 천사들 가운데 일부가 타락하게 되어 성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은 사도 성 요한이 묵시록 12장에서 묘사하고 있듯이 용과 그의 부하들에 맞서 크게 싸웠다. 용, 즉 루치펠이 타락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주님께서는 천사들에게, 그들보다 열등한 그러나 이성을 지닌 사람을 곧 창조 하실 계획이라고 알려주셨다.
사람들도 하느님을 그들의 창조주로서 사랑하고 경외하고 흠숭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주님께서 사람을 특별히 사랑하사, 복되신 삼위일체의 제 2위이신 분이 사람이 되시어 신성과 결합할 계획에 대해서도 알려 주셨다. 그러니 천사들은 제 2위이신 분을 그들의 머리로 인정하고, 단지 신(神)으로 뿐만 아니라 하느님과 사람 즉 신인(神人)으로서 그를 높이 받들고 흠숭 하여야 한다고 하셨다. 이에 주님께 순종하는 모든 천사들은 겸손과 사랑으로 주님의 뜻을 온전히 따랐다. 그러나 시기심과 교만으로 가득 찬 루치펠은 하느님의 계획에 반대하고 자기 부하들도 그렇게 하도록 부추겼다. 그리하여 이들 타락한 천사들은 루치펠을 우두머리로 하는, 그리스도와 분리된 독립 군단을 형성하였다.
그리하여 성 요한이 묘사하듯이 하늘에서 큰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묵시 12) 천사들이 육화될 말씀(요한 1)께 복종하여야 한다는 것이 계시되어졌을 때, 또 다른 지침이 주어졌다. 성부님의 아들을 육화시킬 여인은 그리스도와 함께 그들 보다 우월한 존재이며 또한 이 여인이 모든 피조물의 여왕이자 여주인이 될 것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선한 천사들은 주님의 권능과 신비를 찬양하며 더욱 겸손되이 자유로이 주님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루치펠은 그가 육화될 말씀의 어머니보다 열등하다는 지침에는 극렬한 신성모독으로서 반발하였다. 그는 만물의 주인이신 분께 등을 돌리며 자기 부하 천사들을 불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당신의 그 명령들은 부당하며 나의 위대함에 손상이 됩니다. 주 당신께서 그렇게 많이 사랑하고 호의를 보이는 사람을 나는 나의 모든 힘을 다하여 학대하고 멸망시키겠습니다.
그리고 말씀의 어머니인 이 여인을 당신께서 앉히시려는 그 자리로 부터 끌어내어 당신의 계획을 헛되게 만들겠습니다." 교만스런 이 장담에 주님께서는 분노하셔서 루치펠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공경하기를 거부하는 이 여인에 의해 너는 머리를 밟힐 것이며 패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너의 교만에 의해 죽음이 이 세상에 들어왔지만 이 여인의 겸손에 의해 사람이 생명과 구원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의 아들과 이 여인과 같은 사람들이 너와 너의 부하 천사들이 잃어버린 선물과 왕관을 향유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주님의 뜻과 지침에 분노로 가득 찬 그 용은 전 인류를 멸망시켜 버리겠다고 위협하며 교만스럽게 대답하였다. 좋은 천사들은 루치펠과 그 부하에 대한 지존하신 분의 의노를 보고 진리를 따라 그들과 싸웠다. 또한 이 때 하느님께서는 놀라운 기적을 행하셨다. 선한 천사와 악한 천사 모두에게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의 합체에 대한 위대한 신비를 충분히 명료하게 알려 주셨다. 그리고 지극히 거룩한 동정녀를 환시로 보여주셨다. 전능하신 분의 손이 다른 모든 피조물을 창조하실 때보다 더욱 놀라운 일을 하심으로써 이루어질 가장 완전한 여인상의 계시에서 인성의 완벽함을 보았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더욱 고양하고 특별한 방법으로 당신의 바른손으로 은총과 선물을 부어넣으실 것이었기 때문이다.
III. 사람의 창조와 타락
육 일째에 주님은 아담을 창조하셨는데 그의 나이 33세였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당할 나이였으며, 아담은 그의 육체가 그리스도와 아주 닮았으며 차이점 이라곤 거의 없었다. 그리고 아담의 영혼은 그리스도의 영혼과 유사했다. 하느님은 아담으로부터, 외관과 모습이 복되신 동정녀와 아주 유사한 하와를 창조하셨다. 그리스도와 복되신 동정녀의 두 이미지를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 아주 만족하시며 그리스도와 마리아를 태어나게 하실 때까지 아담과 하와와 그 후손과 함께 즐기시려는 것 같이 많은 은총을 사람에게 내려주셨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인류의 조상을 창조하신 그 행복한 때는 잠시뿐이었다. 사람에 대한 시기심과 증오로 가득 차 있던 사탄은, 아담과 하와가 창조되자마자 이들을 멸망시키기 위한 행동을 즉각 시작하였다. 그러나 하느님은 사탄이 사람이외의 피조물이 창조되는 것은 모두 볼 수 있도록 하셨지만, 아담과 하와의 창조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허용치 않으셨다. 그렇지만 사탄은, 어느 다른 피조물보다 뛰어난 인성의 고귀함과 아담과 하와의 영혼과 육체의 아름다움, 그리고 주님의 그들에 대한 부성애와 사람들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드신 것과, 또한 주님이 그들에게 영생의 희망을 주셨음을 알았을 때, 그 용의 분노와 시기심은 극도에 달하여 그 두 존재의 생명을 빼앗으려고 크게 갈망하였다. 만일 사탄이 자기보다 더 큰 힘이 그렇게 하는 것을 막고 있다는 것을 몰랐었다면, 마치 격분한 사자처럼 그렇게 했을 것이다. 사탄은 그 대신 사람에게서 지존하신 분의 은총을 빼앗아서 그들을 주님의 적이 되게 하는 꾀를 궁리해냈다.
그러나 주님이 루치펠에게 말씀이 지극히 거룩한 마리아에게 잉태되어 인성을 취할 것이라고 처음부터 계시해 주셨지만 언제 어떻게 그 일이 일어날지 알려주진 않으셨기 때문에, 아담이 하와로부터 생겨났으며 하와가 어머니이며 아담이 육화된 말씀이 아닐까 하고 의심하였다. 또한 그리스도와 마리아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찬 루치펠은, 오히려 자기가 그들에 의해 짓밟힐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망설였다. 특히 무엇보다도 하느님이 아닌 단순한 피조물인 천국의 여왕에 의해 정복당할지도 모른다는 혼동에 빠져 두려워하였다. 그렇지만 주님의 허락에 의해, 주님께서 그들에게 교훈하시는 것을 엿듣고, 또한 그들의 자연적인 능력을 엿본 후 용기를 내어 미끼를 준비하였다. 그리하여 온 힘을 다하여 그들을 유혹함으로써 주님의 뜻이 실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였다. 루치펠은 먼저 여자에게 접근하였다.
여자가 남자보다 날 때부터 더 연약하다는 것을 알았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유혹함으로써 그가 대적하고 있는 자가 그리스도가 아니라는 것을 더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하늘에서 마리아에 대한 신비스런 상을 본 이후 그리고 하느님의 그에 대한 위협이 있은 이후 그녀에게 더욱 분노하고 있었다. 이러한 모든 것을 고려하면 그는 아담에게보다 하와에게 더 큰 분노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루치펠은 먼저 하와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흥분과 선입관념의 상태에 있게 한 후, 뱀의 형태로 나타나 하와가 허용하지 않았어야 할 상호 대화를 시도하였다. 그의 말을 듣고 대답함으로써 그녀는 그를 믿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주님의 계명을 어겼으며 결국 그녀의 남편까지도 죄를 범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그들과 그 후손들이 주님께서 주신 낙원을 잃게 되어 멸망하게 되었다. 루치펠이 두 몰락한 인간과 그들의 내적 아름다움, 은총과 원초적인 정의가 죄의 추악함으로 변한 것을 보고 자기 부하들과 함께 뽐내며. 말할 수 없는 기쁨으로 승리를 자축하였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뿐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기대와는 달리 주님께서 자비로운 사랑으로 그들을 아주 친절하게 대하셨으며, 그들에게 용서와 은총의 회복에 대한 희망을 주심으로써 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시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는, 그들이 슬퍼하고 회개하며 용서를 바라는 것이 역력하였으며, 은총의 아름다움이 다시 그들에게 복귀되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마귀들이 회개의 효력을 깨달았을 때 모든 지옥은 다시 혼동에 빠졌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이미 천국에서 들은 바 있는, "여인이 너의 머리를 부술 것이다 (창세기 3, 15)"의 예언을 다시 들음으로써 괴로움을 받았다. 하와의 후손은 그 몰락 이후, 수가 불어났으며, 그에 따라 선인과 악인, 뽑힌 이와 버림받은 이, 구세주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와 사탄을 따르는 이들이 불어나 그 차이는 더 현저해졌다. 뽑힌 이들은 신앙, 겸손, 자비, 인내 등 모든 성덕과 함께 그 지도자에게 의존하며, 그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모든 이의 구세주이시자 주님이신 분께서 그들에게 천상의 은총과 선물로써 도와주고 미화시켜 주신다. 그러나 버림받은 이들은 그들의 거짓 지도자로부터 그러한 선물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영원한 고통과 지옥의 혼동 이외의 아무런 보답도 없이 교만, 억측, 외설과 사악함 등에 사로잡혀 거짓말의 아버지와 죄의 창설자에 의해 혼란 속으로 빠뜨려진다. 이러한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지존하신 분께서는, 그의 형언할 수 없는 자비로 우리의 첫 부모들에게 인류가 번성하도록 축복해주셨다.
그리고 하와가 불의의 카인에게서는 죄의 나쁜 열매를, 그리고 결백한 아벨에게서는 우리 주 그리스도 형태의 열매를 맺게 하셨다. 그럼으로써, 정의의 모든 자들은 죄인들과 버림받은 이, 그리고 그들 자신의 형제에 의해 미움과 박해를 받고 정의를 위해 고통을 당하게 되었다. 그 결과 아벨에게서는 인내, 겸손과 온순함이, 그리고 카인에게 서는 시기심과 모든 사악함이 나타나게 되어, 정의로운 자들을 이롭게 하며 그 자신은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세상이 오늘날까지 각자 나름대로의 지도자와 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주님을 경외하는 예루살렘과 주님을 저버린 바빌론에서 볼 수 있듯이, 사악한 자들이 승리하고 선한 이들이 고통을 받게 되었다. 세상이 이렇게 나아가자 주님께서는 말씀이 성부님으로부터 내려와서 인성을 취할 수 있도록, 과거와 미래에도 존경받을 수 있는 아주 거룩한 민족을 선택하셨다. 또한 아주 거룩한 예언자들과 선조들을 기르시어 이들에게 많은 계시를 해 주셨으며, 이들은 아주 많은 신비를 함유하고 있는 성경으로써 이 계시를 다시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확실한 신앙의 법칙을 가르쳐 주시고, 우리를 그의 교회에서 성경의 말씀으로 키워주신 육화된 말씀에 의해 완성되며 명확하게 된다. 예언자들과 의로운 선조들은 그리스도를 몸소 볼 수 있는 은총은 받지 않았지만, 주님께서는 예언으로써 그 자신이 명백히 드러나도록 하셨으며, 또한 그의 강생과 전 인류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도록 그들의 마음을 움직임으로써, 그들이 주님의 해방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주셨다. 이 모든 예언, 신비와 선조들의 갈망의 조화는 지존하신 분의 깊숙한 마음에는 달콤한 음악이었으며 주님의 강생을 재촉하였다.
IV. 인류의 확산, 구세주에 대한 기다림, 그리고 성 요아킴과 성 안나
선인과 악인이 불어났기 때문에, 아담의 후손도 크게 증가하였으며 또한 많은 민족이 탄생하였다. 그리하여 주님의 은총을 받지 못하는 악인들의 행패와 함께, 선인들의 구세주에 대한 갈망도 훨씬 커졌다. 지고하신 분의 민족에 대한 계획과, 인성을 취하실 주님의 승리에 대한 계획이, 이미 메시아 강림을 위한 마지막 준비 단계에 와 있었다. 악인들의 죄의 왕국은 그 지배력을 최대한도로 확장해 왔으며, 이제 그것을 시정할 적절한 때가 다가왔다. 늙은 뱀은 그의 독기서린 숨결로써 온 세상을 전염시켰으며, 이성의 빛과 율법의 지침에 눈멀어 버린(로마 1,20) 사람들을 통치하며 즐기고 있었다. 사람들은 참된 주님을 찾지는 않고, 자신을 위해 많은 거짓 법칙을 만들었으며 각자의 기호에 따라 신을 만들었다. 루치펠은 교만에 가득 빠져 요르단의 순수한 강물을 삼키려 하였다.(욥 40,18) 그러나 이때 주님께서는, 정의의 손길보다는 그의 자비심에 기우셨다. 즉 악인들의 사악함에 대한 그의 의노보다는 의인들과 그 자신의 선함과 그가 선택한 민족의 예언자들의 부르짖음에 더 귀 기울이셨다. 구약에서 언급하는 이 어두운 밤에, 하느님은 은총의 날의 도래를 명백히 보장해 주시기로 작정하시어, 정의로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태양이 다가오는 새벽을 선포하시려고 아주 빛나는 두 별을 보내셨다. 이들은 하느님의 특별한 배려로 준비되고 창조된 성 요아킴과 성 안나였다.
성 요아킴은 갈릴레아 지방의 나자렛이라는 동네에 그의 집과 가족 및 친척이 있었다. 항상 정의롭고 거룩하며 위로부터의 특별한 은총과 빛을 입은 요아킴은, 성경과 옛 예언자들의 신비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다. 그는 하느님의 약속이 이루어지기를 끊임없이 열렬히 기도하여, 그의 믿음과 사랑이 하늘에 다다랐다. 그는 아주 거룩하고 진지하게 살았으며, 그러나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겸손하며 정직하였다. 다복한 안나는 베들레헴에 집이 있었으며 그녀는 매우 정숙하고 겸손하며 아름다운 처녀였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고양된 묵상 속에 지속적으로 큰 깨우침을 즐겨왔으며, 아주 고결하고 거룩한 은둔 생활을 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주 부지런하고 근면하여 활동면에서나 묵상생활면에서나 모두 완숙에 도달하였다.
그녀는 하느님으로부터 경전에 관한 지식을 주입받았으며, 그 숨겨진 신비와 성사에 대해 명백히 이해하고 있었다.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신덕, 망덕과 애덕에 있어서, 그녀는 어느 누구보다도 못지않았다. 이러한 천품을 지닌 그녀는 메시아의 강림을 위해 쉴 새 없이 기도하였다. 하느님은 마치 배우자와 같이 그녀의 기도를 받아들였다. 이 여인은 또한, 그녀가 주님의 계명을 지키는 것을 도울 수 있고 율법의 실천에 완벽한 남편을, 전지전능하신 주님이 점지해 주시도록 열렬히 기도하였다. 그녀가 이렇게 기도하고 있을 때, 하느님의 섭리로 성 요아킴도 같은 청원기도를 하게 하셨다. 이리하여 두 기도가 거룩한 성삼위의 대전에 동시에 도달하였다. 성삼위께서는 이 기도를 듣고 만족하시어 바로 그때, 요아킴과 안나가 결합하여서, 육화될 주님의 어머니가 될 여인의 부모가 되도록 결정하셨다.
하느님의 지침에 따라, 대천사 가브리엘은 그 두 사람에게 이 사실을 선포하러 갔다. 한편, 큰 축복을 받은 안나는, 기도와 하느님에 대한 명상으로 고양되어 있었으며 육화의 신비에 완전히 흠취되어 있었다. 이 신비는 영원한 말씀께서 안나에게 극단의 이해력과 충만한 빛을 특별히 불어넣은 후 알려준 것이다. 지극히 겸손하고 독실한 신앙의 안나는, 인류를 구원할 구세주가 어서 오시도록 다음과 같이 기도하였다. "지극히 높은 만물의 왕이신 주님, 비천하고 보잘 것 없는 피조물이지만 당신 손의 작품인 제가, 당신으로부터 받은 제 생명을 다하여 기원하오니, 인자로이 저희 구원의 시간을 앞당겨 주소서. 당신의 무한한 자비로써 저희 간청을 들어주시고, 구세주를 우리 눈으로 뵙게 하소서. 독생 성자를 보내주시겠다고 백성들에게 약속하신 옛 자비를 잊지 마시고, 무한한 자비의 이 약속이 성취되게 하소서! 그토록 기대하던 그 날이 곧 오게 하소서! 지극히 높으신 분이 거룩한 천국으로부터 이 땅에 내려오시어, 이 땅위에서 어머니를 가진다니, 소인은 놀랍기만 합니다. 그렇게 복된 여인이 누구입니까? 그녀를 볼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이며, 그녀의 종들의 종이 될 만큼 복된 이는 누구입니까? 그녀를 볼 수 있고, 그녀의 발 앞에 엎드려 공경할 수 있는 민족은 정녕 복된 민족입니다. 그녀를 보며 함께 함은 얼마나 감미롭겠습니까? 그녀를 볼 수 있는 눈과, 그녀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귀와, 지고하신 분이 그의 어머니로 선택할 가족은 얼마나 복되겠습니까? 주님, 당신의 완전한 자비심으로, 당신께서 약속하신 말씀을 이루어 주소서!"
가브리엘은 안나에게 말하였다. "요아킴과 너의 겸손과 신앙과 자비심이, 지극히 높으신 분의 옥좌에 다다랐다. 그리하여 그분께서 그의 천사인 나를 보내셔서, 너의 가슴이 기쁨으로 넘칠 소식을 전하게 하셨다. 주님께서는 너에게 많은 복을 주시어, 네가 성부의 독생성자를 잉태하여 낳을 여인의 어머니가 되게 하셨다. 너는 딸을 낳을 터이니 그녀를 주님께서 주신 이름인 마리아라고 하여라. 그녀는 여인 중에 복되며 성령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그녀는 사람을 새로이 하기 위하여, 천국의 이슬을 뿌려줄 구름이 될 것이다.(1 열왕, 18,44) 그리고 그녀에게서 너의 조상들이 한 예언들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녀는 생명의 문이 될 것이며, 아담의 자손들에게는 구원이 될 것이다. 요아킴에게도 그가 복된 딸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가 일러주었다. 그러나 주님의 뜻에 의해, 그는 그녀가 메시아의 어머니가 되리라는 신비에 대해서는 완전히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너는 이 비밀을 그에게 알리지 않아야 한다. 이제 성전에 가서 당신의 강력한 바른손으로 그렇게 많은 은총을 주신 지고하신 분께 감사를 드려라. 너는 금문에서 요아킴을 만날 것이니, 거기서 그와 함께 이 기쁜 소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다.
주님께서 너에게 특히 많은 복을 주셨으며, 앞으로도 주님께서 직접 더 많은 은총을 베푸실 것이다. 주님께서 조용히 너에게 오셔서 새로운 은총의 법칙을 시작하실지니, 너의 모태에서 불멸의 신(神)을 필멸(必滅)의 인간 육체와 인간의 형상으로 입힐 여인이 나게 하실 것이다. 말씀과 일치될 이 인성 속에, 마치 당신의 성혈과 같이 자비의 참된 법칙이 쓰여지게 될 것이다. 거룩한 안나의 겸손한 마음이 거룩한 천사의 엄청난 소식에 의해 찬양과 기쁨에 넘쳐 쓰러지지 않게끔, 그녀는 성령으로 강건해졌으며, 그리하여 그녀는 비할 바 없는 즐거움으로 그 소식을 잘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녀는 곧 일어나 예루살렘의 성전으로 가서, 그 천사가 이들 모두에게 예언한 대로 성 요아킴을 만났다. 성전에서 그들은 함께 이 엄청난 은총을 베풀어주신 전능하신 하느님께 감사하고 특별한 예물을 바치며 희생을 하였다. 그들은 성령의 은총에 의해 새로워졌으며 주님으로부터 많은 위안을 받은 후, 그들의 집으로 돌아갔다. 기쁨에 넘쳐 그들은 전능하신 주님께서 베풀어주신 은총과, 특히 대천사 가브리엘이 주님을 대신하여 아주 복된 딸을 가질 것이라고 약속한 것과, 각각에게 준 다른 메시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또한 이때, 그들이 결혼하기 전에, 이 천사가 그들이 주님의 뜻에 따라 주님께 함께 봉사할 수 있도록 각각에게 나타나, 서로를 받아들이도록 한 것도 이야기하였다. 그들은 그 천사가 그들에게 그러한 딸의 탄생을 약속할 때까지, 그 비밀을 서로에게 얘기하지 않은 채 20년 동안 간직해 왔던 것이다. 그들은 그녀를 성전에 봉헌하고, 이 봉헌일을 기념하여 매년 이날 성전에 와서 특별한 예물을 바치며 찬양과 감사를 드리고 많은 자선을 하면서 지내리라고 함께 새로이 맹세했다. 이 맹세를 그들은 생애가 끝날 때까지 지켰으며, 그 날을 지극히 높으신 분께 큰 찬미와 찬양을 드리며 지냈다. 신중한 부인인 안나는 그녀의 딸이 메시아의 어머니가 되리라는 비밀을, 요아킴이나 다른 어떤 창조물에게도 절대 알리지 않았다. 거룩한 요아킴은 그녀가 위대한 신비의 여인이 되리라고 짐작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 글의 다른 곳 에서도 언급하듯이, 전능하신 주님께서는, 그의 마지막 순간에 요아킴에게 이 비밀을 알려 주셨다.
V.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옥좌에 계신 하느님의 뜻이 모든 창조물의 필연적이며 절대적인 원천이다. 각각의 조건과 상황 하에서 만물이 지음을 받고 결정되므로, 주님께서는 어떤 것도 잊지 않으시며 또한 어떤 창조물의 힘도 주님의 뜻이 조금이라도 성취되지 않게 할 수 없다. 모든 천체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생명체는 그들을 다스리고 있는 신성한 법칙에 의존하며, 모든 일에 있어서 자연적 근거를 따르게 된다. 하느님께서는 만물 가운데서 역사하시며 오로지 당신의 뜻에 의해 만물을 영위하신다. 그리하여 주님 없이는 만물이 무(無)로 돌아갈지니, 만물의 보존과 소멸이 모두 당신께 달려있도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영광과 육화될 말씀의 영광을 위하여 우주를 창조하셨다. 그러므로 당신은 바로 이 말씀이 인간의 육체를 입고 그들 가운데 살 수 있도록 자신을 낮출 수 있는 길을 태초부터 마련해 놓으셨다. 이는 인간들이 주님을 향해 올라와, 주님을 알고 두려워하며, 주님을 찾고 봉사하며 사랑하고 찬미드리며, 주님과 함께 영원히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하느님이 정하신 적절한 때가 다가오자 성삼위께서는 (우리의 표현 방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우리가 즐길 그 일을 시작할 때다. 이제 다른 모든 창조물보다도 우리에게서 더 많은 은총을 누리게 될 그 순결한 창조물과 그의 영혼을 빚어 만들자. 그리하여 그녀에게 가장 고귀한 선물을 베풀고 우리 은총의 큰 보고(寶庫)를 마련해 주자. 우리에 의해 지음 받은 다른 모든 창조물이 그들 원조의 행복을 계속 누리도록 하려는 우리의 의향과 목적을 그들 자신의 잘못으로 뒤엎고 방해함으로써 우리에게 배은망덕하고 반항하였다. 우리의 뜻이 완전히 좌절되는 것은 온당치 못하므로, 원죄(原罪)가 그녀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이제 이 존재를 온전히 거룩하고 완전하게 빚어 만들자.
우리가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 그녀의 영혼을 아담의 죄를 조금도 입지 않은 우리 신성(神性)의 열매이자 무한한 권능의 경이로운 작품으로 창조하자. 우리의 전능으로 우리 자녀들을 위한 극치의 모범이 될 창조물의 마지막 면류관을 만들자. 첫 인간이 죄를 지어 온 인류에게 미치게 되었으므로(로마 5,12), 이제 그녀로 하여금 인간들이 잘못으로 인해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유일한 피조물이 되게 하자. 그리고 그녀에게 우리 신성을 가장 많이 닮은 아주 특별한 성상(聖像)을 부여하여 영원토록 우리의 선의(善意)와 기쁨의 극치가 되게 하자. 우리가 태초에 천사와 인간들에게 조건부로 줄려고 작정했으며 그들이 원초의 상태대로 있었다면 받았을 그 모든 특권과 은총을 그녀 안에 부어넣자. 그리하여 우리의 원초적 섭리가 훼방 받지 않고 도리어 선택받은 이 유일한 존재를 통해 더욱 고매하게 이루어지게 하자. 그리고 가장 완전하고 존경받을만한 선물을 이를 잃어버린 창조물을 위해 마련하여 준비해 놓았으므로, 우리의 사랑을 받는 그녀에게 천상 보고(寶庫)를 하사하리라. 이 여인은 그 뱀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우리는 다른 모든 인간들에 적용하는 존재 법칙으로부터 그녀를 분리하리라. 나는 천국으로부터 그녀의 태내(胎內)에 강생하여 그 여인의 본체(本體)로부터 나의 인성을 취하리라."
"우리 신성(神性)이 죄에 물들지 않은 가장 순수한 본체(本體)에 근거를 삼고 에워싸여지는 것이 합당하고 어울릴지니라. 가장 적절하고 완전하고 거룩한 것을 놔두고 열등한 존재를 선택하는 것은 공정한 우리의 섭리에 맞지 않으며, 우리의 뜻을 거역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에스델 13,9) 모든 인간들의 구세주이며 스승이 될 육화될 말씀은 가장 완전한 은총의 계율 위에 서야 하며, 부모는 인간존재의 두 번째 근원이므로 순종해야 한다는 것을 그 계율을 통해 가르쳐야 한다. 하느님의 말씀이 그녀를 그의 선택된 어머니로서 존경하고, 그의 힘 있는 팔로써 높이 들어올리며, 그녀에게 모든 은총과 천상 선물 중 가장 우수하고 거룩하며 뛰어난 것을 쏟아줌으로써 이 계율을 제일 먼저 성취할 것이다.
그 은총과 천상 선물 중에 우리의 적과 그 악의(惡意)에 지배받지 않을 특별한 영예와 축복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그녀는 죄의 대가인 죽음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말씀은 땅 위에서는 아버지 없이 어머니만 가질 것이며, 하늘에서는 어머니 없이 아버지만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을 그의 아버지로 이 여인을 그의 어머니로 부름에 있어서 적절한 일치와 조화가 있어야 하므로, 우리는 창조물과 그 신(神)과의 사이에 가능한 한 가장 높은 상호 의사소통과 접근 방법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죄에서 해방되는 이 위엄은 말씀의 어머니가 갖는 그 특권 때문이며, 그 자체로써 더욱 존경할만하다. 단지 어머니가 되는 것보다는 거룩해지는 것이 더욱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모든 거룩함과 완전함은 그녀가 하느님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말씀이 형상을 취할 인간 육체는 죄를 띠고 있지 않아야 한다. 그 이유는 그가 그 육체를 입은 채 죄인들을 보속할 것이기 때문에, 그 자신은 다른 죄인들처럼 자신의 육체를 보속할 필요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성과 일치되어 있는 그의 육체는 구원의 대가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 육체는 무엇보다도 흠 없이 보존되어져야 하며 우리는 이미 바로 이 육체와 인성을 띨 말씀의 공적(功績)을 예견하고 받아들였다. 우리는 영원토록 말씀이 감실과 그 인성의 지상 거주와 관련하여 영광을 받기를 바란다."
"그녀는 최초의 사람의 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은총 지위(地位)에 있어서는 유일하게 죄에서 해방되고 벗어난 이가 될 것이며, 본성에 있어서는 가장 완전하고 주님의 섭리에 의해 특별히 지음을 받은 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육화된 말씀이 겸손과 거룩함의 스승이 될 것이며 이를 위해 우리의 눈에 가장 고귀한 보물로써 그 자신 고통을 선택하고 감수(甘受)함으로써 인간의 헛되고 잘못된 생각을 깨뜨릴 것이므로, 우리는 그의 어머니가 될 그녀도 그와 동일한 수고와 고통을 겪음으로써 인내에서 특히 뛰어나고 고통을 능히 감내하며 독생 성자와 함께 그녀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 우리에게 통고의 값진 희생을 하기를 바란다." 하느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계속 말씀하셨다. "이제 우리 눈에 가장 즐겁고 훌륭한 창조물을 이 세상에 지어내려고 섭리(攝理)로써 결정한 바로 그 때가 다가 왔다.
그 창조물이란 원죄 없이 태어나서 그 용의 머리를 짓밟을 것이라고 상징된 바로 그 여인이며, 또한 우리와 함께 하늘에서 나타났으며 영원한 말씀에게 인간의 몸을 취하게 할 바로 그 여인이다. 천상 보고와 하늘의 문들이 열릴, 인간들에게 아주 복된 그 시간이 다가왔다. 지금까지 인간에게 내린 징벌을 생각하여 강직한 우리의 정의의 손길을 누그러뜨리고, 창조물들에게 축복을 내리며 말씀이 그들로 하여금 은총과 영원한 영광의 보물을 누리게 하자."
"이제, 죽어 가는 이들에게는 생명, 병자들에게는 약, 슬퍼하는 이들에게는 위로자, 상처받은 이들에게는 향유, 곤경에 처해 있는 이들에게는 안내자 및 동반자가 될 그들의 보속자(補贖者), 스승, 형제 겸 친구를 인류가 얻게 해주자. 이제, 우리의 종들이 한 예언과 그들에게 우리가 한 약속들이 이루어지게 하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우리가 기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세상 창조 이후 숨겨진 이 신비스런 일을 시작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종 안나의 모태를 선택하여 그녀 안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마리아가 잉태되게 하여 가장 복된 영혼을 만들 것이다.
그녀의 생성과 형성은 일반 자연법칙에 따라 진행될 것이지만, 전능한 우리의 권능에 의해 그녀는 은총 지위에 있어서 다른 인간들과 다를 것이다." "너희들은, 그 오래 된 뱀이 이 놀라운 여인의 징표를 이미 보았기 때문에 모든 여인들을 유혹하려고 시도하는 것과, 인간이 처음 창조된 이후 줄곧 그의 머리를 짓밟을(창세 3,15) 여인을 찾기 위해 덕행과 행실이 뛰어난 모든 여인들을 얼마나 많이 박해해 왔는지를 알고 있다. 그 뱀은 이 가장 순수하고 흠 없는 창조물을 만나게 되면, 그녀가 아주 거룩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녀에 대한 그 자신의 생각에 따라 그녀를 박해하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이 용의 교만은 그 자신의 실제 세력보다도 훨씬 더 클 것이다.(이사 12,7) 그 적들로부터 그녀를 보호하고 지키며 도와주고 방어하며, 그녀가 필멸(必滅)의 인간들 가운데 나그네로 있는 한, 그녀를 비쳐주고 힘을 북돋아주며 위로해주는 것이 우리의 거룩한 도성과 육화될 말씀의 감실에 대한 너희의 임무이다." 지고하신 분의 이 말씀을 듣고, 모든 거룩한 천사들은 지극히 거룩한 성삼위의 어전에 엎드려 주님의 뜻에 신속하고 열심히 복종하겠다고 고백하였다. (내용은 계속되나, 번역은 여기까지 함)
구세주 그리스도의 탄생 (BIRTH OF CHRIST OUR SAVIOR)
["하느님의 신비의 도성 (The Mystical City of God)"으로부터 요약 발췌: (2001년) 성탄을 맞이하여, 성모님의 작은 종 김인석 스테파노가 티 없으신 성모성심께 이 글을 바칩니다.]
1. 나자렛에서 베들레헴으로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독생 성자가 베들레헴에서 태어나리라고 미리 성인들과 예언자들을 통해 밝히셨다. (키가 5: 2) 주님께서는 아무도 거역할 수 없는 이 하느님의 뜻이 로마황제 아우구스토의 호구 조사령을 통해 이루어지게 하셨다.(루카 2: 1) 그래서 사람들은 등록을 하러 저마다 본 고장을 찾아 길을 떠나게 되었다. 성 요셉은 외출중 이 호구 조사령에 대해 전해 듣고, 슬픔 모습으로 집에 돌아와 그의 천상 배우자에게 알리자, 지극히 신중하신 동정 마리아께서 말씀하셨다.
“저의 주인이시며 부군이시여,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하늘과 땅의 주님이시며 왕이신 분의 섭리에 의한 것이므로, 우리 지상 통치자의 훈령 때문에 걱정 마세요. 우리 자신을 주님의 손에 맡기고 실망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극히 거룩한 마리아께서는 그녀의 성자의 모든 신비를 수행할 능력이 있었으며, 성부와 그녀의 독생 성자께서 이방인으로서 아무도 모르게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시리라는 것을 포함한 모든 예언과 실행에 대해 익히 알고 계셨다. 그러나 그녀는 신앙심 깊고 거룩한 남편을 위로하고자 하는 그녀의 갈망에도 불구하고, 주님의 허락 없이는 주님께 관한 비밀을 누설하지 않고자, 이에 관해 성 요셉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천상의 여인의 해산일이 이미 다가왔으므로, 그들은 앞으로 할 일을 서로 상의하였다. 성 요셉이 말하였다. “하늘과 땅의 여왕이며 나의 부인이여, 만일 전능하신 분께서 다르게 지시하지 않으셨으면, 나 혼자 갔다 오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그러나 이 훈령이 가장에게만 해당되지만, 당신을 도울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이대로 당신을 혼자 내버려두고 가고 싶지도 않군요. 또한 당신 없이 살 수 없으며, 당신을 떨어져서는 잠시도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지 않군요.” 그들은 같이 떠나기로 하고, 출발 일을 정했다. 나자렛 마을에서는 황제의 훈령에 따라 다른 지방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기 때문에, 요셉은 마음 조리며 수소문한 끝에 그 곳에서 이 세상의 여주인을 모시고 갈 짐승을 겨우 구할 수 있었다.
이 나귀는 모든 창조물의 여왕과 만왕의 왕이시며 모든 군주의 군주이신 그녀의 태중의 아기를 모시게 되었을 뿐 아니라, 나중에 그 아기가 탄생하실 때 사람들이 거역한 그 흠숭을 자기 창조주께 드리게 될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복된 동물이었다.(이사 1: 3) 이 천상의 여행자들은 그 여행을 위해 평상시 섭취하던 빵과 과일과 약간의 생선을 포함한 5일분의 양식을 준비하고, 엘리사벳을 방문하기 위하여 즈가리야의 집을 방문할 때와 같은 복장을 하였다. 지극히 신중하신 동정녀께서는 이 여행이 더 길어질 것과 주님의 높으신 뜻에 따라 모든 일을 수행하고, 그녀가 기대하고 있는 일을 준비하고자 그녀의 해산에 필요한 천과 옷가지 등을 조용히 챙겼다. 그리고 돌아올 때까지 그들의 집을 이웃 사람에게 부탁하고, 세상 사람들 눈에는 가난하고 겸손한 부부인, 지극히 정결하신 마리아와 영광스런 성 요셉께서는 나자렛에서 베들레헴을 향하여 길을 떠났다. 그러나 교만한 이들은 알 길이 없으며 이 세상의 지혜로는 꿰뚫어 볼 수 없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오 놀라운 성사여! 그들은 가난하고 버림받은 채 외롭게 가지 않았다. 그들은 영원하신 성부의 지극한 사랑과 총애를 받고 있었으며, 하느님께서 아주 흡족해 하고 계셨다. 그들 부부는 천상 보화이신 하느님 자신을 모시고 가고 있었다. 모든 천상 군대들이 그들을 공경하였으며, 요르단 강이 살아계신 참된 계약의 궤를 인식하여(여호수아 3: 16)
그 궤와 따라오는 이들에게 공손히 길을 열어드린 것보다 더 자연스럽게 모든 무생물들도 참된 계약의 궤를 알아보았다. 하느님께서 그 여정 내내 그들을 돌보도록 직접 선정하신 만 명의 천사들이 그들을 호위하고 있었다. 이들 천상 군대들은 수많은 태양보다 더 찬란하게, 천상의 여인께서 볼 수 있는 인간의 형태로써 그들의 수행원 역할을 하였다. 그녀 자신은 이스라엘의 빼어난 장사, 육십 명의 호위를 받은 솔로몬의 가마보다 더 잘 보호받은 채 길을 가고 있었다.(아가 3: 7) 이들 만 명의 천사 호위대와 더불어, 영원하신 성부께서 성모 안에서 인간이 되신 그의 독생 성자와 통교하기 위하여 천국으로부터 보내신 천사들이 하늘과 땅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이로운 은혜와 환희와 함께, 주님께서는 그의 어머니가 여정 중에 맞닥뜨린 어려움과 불편함에 동참하셨다. 왜냐하면 겸손하고 수줍으신 동정 어머니와 그녀의 배우자께서는 황제의 호구 조사령에 따라 길을 가는 중 여인숙에서 묵고 있는 자들과 마주치게 되는 것이 아주 겸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은 주로 외모나 개인적 영향력으로 사람을 평가하므로, 가난하고 조용한 그들은 다른 사람들, 특히 부유층의 인사들보다 덜 환영을 받았으며 소홀히 대하여졌다. 우리의 천상 순례자들께서는 여행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여인숙에 도달하였을 때 종종 핀잔을 받기도 하였으며, 어떤 여인숙에서는 무가치하고 경멸할 만한 이들로 취급 되어 배척당하기도 하였다.
어떤 때에는 하늘과 땅의 여주인께서는 복도의 구석을 배정받기도 하였으며, 또한 다른 때에는 성 요셉과 함께 세상의 견지에서도 아주 초라하고 부적절한 장소에서 묵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녀가 어디에 체제하든 그리고 아무리 비천한 장소일지라도, 천상 군대들은 그들의 왕과 여왕의 주위에 궁정을 만들고 즉시 밤의 공포에 대비하여 꿰뚫을 수 없는 벽처럼 그들을 둘러싸며 솔로몬의 신부 침실을 보호하였다. 그녀의 아주 충실한 배우자이신 성 요셉은 천국의 여주인이 천사들에 의해 그렇게 잘 보호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그녀가 요청한 대로 쉬며 잠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녀를 수행하고 있는 만 명의 천사들과 계속 천상 대화를 나누었다. 이렇게 다양하고 경탄스럽게 보호를 받은 채, 우리의 여행자들께서는 5일째 되는 토요일 오후 4시에 베들레헴 고을에 도착하였다. 때는 동지 경이었으므로, 해가 이미 지고 있었고 밤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그들은 마을에 들어가서 묵을 곳을 찾기 위하여 친지나 아는 이들의 집의 문을 두드려 보았으나, 그들을 받아주지 않았으며 여러 곳에서는 깔보거나 거칠게 대하기도 하였다. 성 요셉이 거리에서 이집 저집을 찾아가는 동안, 지극히 정숙하신 여왕도 군중의 틈새에서 그를 따라 갔다. 그녀는 사람들이 그들에게 마음을 닫고 그들을 받아주지 않으리란 것을 알고 있었으며, 또한 묵을 곳을 못 구하는 것보다 그녀의 나이에 자신의 상태를 남들에게 보이는 것이 정숙한 그녀에게 더욱 고통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성 요셉에게 순종하고 이 경멸과 부당한 수치를 받아들이기를 원했다. 길을 가는 동안 호구등록 사무소를 지나치게 되었는데, 황제의 훈령에 응하고 이곳에 되돌아올 필요가 없도록 그들의 이름을 등록하고 세금을 납부하였다. 그런 후 계속 다른 집들에도 가 보았다.
무려 50여 집이나 시도해 보았으나 그들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하늘의 천사들은 지극히 높으신 분의 이 숭고한 신비에 놀랐으며, 또한 이에 따라 사람들의 냉혹한 무정과 주님의 동정 어머니의 인내심과 겸손이 명백히 드러나게 되었다. 하느님께서 이때부터 인간들의 가난과 겸손을 높이 들어 올리셨으므로, 천상 천사들은 전능하신 하느님의 업적과 숨겨진 성사를 찬미하였다. 밤 9시경, 아주 충실한 성 요셉은 비통한 마음으로 그의 지극히 정숙한 배우자에게 말하였다. “지극히 사랑하는 나의 여인이여, 당신이 은신할 곳을 찾아주지 못하고 이 날씨로부터 보호해 줄 어떤 방편은 물론, 심지어 이 세상의 가장 가난하고 멸시받는 이들에게도 좀처럼 또는 결코 거부하지 않는 조그만 쉼터조차 마련해 주지 못하여 나의 마음은 슬픔에 찢어지는 것 같군요.
우리들에게 밤을 지새울 곳을 거부할 만큼 사람들의 마음이 그렇게 무정한 것을 보니, 필히 하늘이 어떤 신비를 감추고 있음에 틀림없는 것 같군요. 나의 여인이여, 지금 기억나는데, 이 시의 담 벽 밖에 목동들과 양떼들의 은신처로 쓰이는 동굴이 있어요. 그곳을 시도해 봅시다. 아마도 그곳에는 아무도 없을 것 같군요. 땅에서는 우리를 받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하늘에서 도움을 내려 주시겠죠.” 지극히 신중한 동정녀께서 대답하였다. “나의 배우자이시며 주인이시여, 주님의 사랑으로부터 오는 당신의 열렬한 그 소원이 성취되지 않았다고 하여 당신의 지극히 친절한 마음이 상처받지 않게 하십시오.
내가 주님을 잉태하고 있으므로,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하신 주님께 감사드리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말씀하신 그 장소에 나는 아주 만족합니다. 당신의 슬픔의 눈물이 기쁨의 눈물로 변하게 하고, 나의 지극히 거룩하신 아드님의 더할 나위 없이 귀한 보물인 가난을 사랑으로 받아들입시다. 주님께서는 이 가난을 찾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오셨으므로, 우리도 영적으로 기뻐하며 주님께 가난을 실천할 기회를 드립시다.” 거룩한 천사들이 밤길을 환히 밝히며 이 천상 부부를 동행하였으며, 시의 성문에 도달하였을 때 그들은 그 동굴이 버려진 채 그 속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았다. 천상으로부터의 위안에 가득 차, 이들 부부는 이 은혜에 하느님께 감사드렸다.
II. 동정 마리아로부터 우리의 구세주 그리스도의 탄생
왕 중의 왕이시며 군주중의 군주께서 이 땅에서 그의 영원한 육화하신 아들을 기쁘게 하시기 위해 택하신 궁궐은 가장 천하고 볼품없는 마구간 동굴이었다. 이 동굴은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와 요셉이 인간들로부터 버림받은 후 거처하게 된 바로 그 곳이었다. 비록 베들레헴 마을 전역에 밤을 지새울 은신처를 찾고 있는 이방인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겸손과 가난의 스승이신 우리 구세주 그리스도와 그의 지극히 정결한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이러한 장소에 묵을 만큼 자신을 낮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거룩한 마리아와 성 요셉은 그들을 보호하고 있던 만 명의 천사들의 광채에 의해 그 동굴 마구간의 궁핍과 고독을 쉽사리 발견하고는 위안과 기쁨의 눈물로써 이를 주님의 은총으로 받아들였다. 이 두 거룩한 여행자들은 이 혜택이 주님의 은밀한 지혜에 의해 베풀어졌다는 것을 알고 즉시 무릎을 꿇고 하느님께 감사 찬미를 드렸다. 천상의 공주 마리아는 이 신비를 더 잘 감지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마리아가 성스런 발자국으로 그 동굴의 내부를 성스럽게 하자마자 충만한 기쁨이 그녀를 완전히 사로잡으며 들어높여 주었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자기를 배척함으로써 이 버려진 동굴에서 이토록 많은 은총을 받게 해 준 이웃 마을의 모든 주민들에게 하느님께서 강복해 주시기를 기원 드렸다.
이 동굴은 단지 동물의 은신처로서 아무런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인공적인 장식이 전혀 없이 거친 바위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영원한 성부께서는 그 자신의 아드님의 숙소로서 이곳을 택하셨다. 천사들은 천상 군대처럼 그들의 여왕이며 여주인이신 분을 보호하였으며 궁정 호위대와 같이 대형을 지었다. 그들은 성 요셉에게도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그도 지금은 이러한 은총을 누리는 것이 당연하였으며, 또 한편으로는 이 초라한 숙소가 천상 무리의 존재에 의해 축성되고 미화됨을 바라볼 수 있게 함으로써 그의 슬픔을 달래고, 다른 한편으로는 주님께서 그날 밤 이 고독한 장소에서 이루시기로 작정하신 일들을 위하여 그를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함이었다.
여기에서 일어날 신비에 대해 미리 알고 있는 위대한 여왕이자 왕후이신 마리아는 곧 왕궁이 되고 거룩한 자비의 장소가 될 그 동굴을 자기의 손으로 직접 깨끗이 치우고자 하셨다. 이는 그녀의 겸손을 실행할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곳을 정리하고 그녀의 외아들의 전당을 청결하게 함으로써 그에게 흠숭을 드리고 경의를 표하기 위함이었다. 천상 배우자의 위엄(겸손에 대한 열렬한 갈망 때문에 그녀가 잊어버리고 있었던)을 염두에 두고 있는 성 요셉은 그것을 자기 혼자만의 일로 간주하고 그녀가 그 일을 앗아가지 않도록 요구하였다. 그리고 성 요셉은 동굴의 바닥과 구석들을 급히 청소하기 시작하고 겸손한 여왕은 그 안에서 계속 그를 도왔다.
거룩한 천사들이 그때 가시적(可視的)인 형태로 있었기 때문에, 그 천사들은 그들의 겸손에 대한 그러한 강렬한 열망에 당황하며 (우리가 말하는 식으로) 그들도 서로 서로를 본받으며 이 일에 동참하였다. 그리하여 그 동굴을 거룩한 향내로 채우며 단시간 내에 그곳을 깨끗이 치우고 정리하였다. 성 요셉은 미리 준비해 왔던 물건으로 불을 붙이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매우 추웠으므로 몸을 녹이기 위하여 불가에 앉았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왔던 음식을 나누고, 비할 바 없는 영혼의 즐거움과 함께 그들의 소박한 저녁인 그 음식을 먹었다.
하늘의 여왕은 곧 다가올 하느님 분만의 신비에 대한 생각에 몰두하여 흠뻑 젖어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배우자가 그렇게 하도록 강력히 권하지 않았으면 음식을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배우자에 대한 순종으로 그녀는 그렇게 하였다. 조촐한 저녁 식사 후 그들은 여느 때와 같이 주님께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육화될 말씀의 신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자, 지극히 경건하신 동정녀는 가장 복된 분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밤이 이미 아주 깊었으므로 그녀는 그녀의 배우자 성 요셉이 쉬며 수면을 취하기를 재촉 하였다. 하느님의 사람인 그는 그의 배필의 청에 응하며 그녀도 똑같이 그렇게 하기를 요청하였다. 그는 동물들을 위해 목동들이 내버려 둔 말구유에 준비해 왔던 옷감과 같은 천을 사용하여 일종의 침상을 준비해 놓았다. 그렇게 준비된 동굴 쪽에 지극히 거룩한 마리아가 있게 하고, 성 요셉은 입구의 구석에 가서 쉬며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즉시 하느님의 영이 내려오시어 아주 감미롭고 비상한 영향력으로 감싸며 그를 무아의 경지로 이끌어 올려 주셨다. 하느님께서는 그 무아경 속에서 이 복된 동굴에서 그날 밤 일어난 모든 것을 그에게 보여주셨으며, 그는 천상 배우자가 그를 부를 때까지 의식을 깨지 않았다.
그날 밤 성 요셉은 바로 이러한 수면 상태에 있었으며, 이는 천국에서 아담이 즐긴 것보다 더 고양되고 복스러운 것이었다. (창세 21: 2)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그의 동정 어머니에게 그가 세상에 올 시간이 다가왔음과 이 일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를 알렸다. 아주 신중한 여인께서는 환시를 통하여 이 놀라운 신비와 성사가 가져올 그 숭고한 목적과 영향을 깨달았다. 그녀는 하느님의 옥좌 앞에 엎드려 그녀 자신과 모든 조물을 대신하여 주님께 영광과 감사와 찬미를 드렸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팔에 안고 처녀의 젖으로 양육할 육화될 말씀께 잘 봉사하고 흠숭 드릴 수 있도록 새로운 빛과 은총을 주시기를 간청하였다.
그녀는 이 새롭고 위대한 성사를 잘 이해하고 있었으므로, 이 청원을 지극히 겸손하게 하느님께 드렸다. 육화된 하느님을 양육하고 어머니로서 주님과 대화하는 그러한 일은 가장 높은 세라핌도 할 수 없는 일로써, 그녀는 신중하고 겸손하게 자신이 그럴 자격이 없다고 간주하였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을 티끌까지 낮추며 전능하신 분 앞에서 자신의 허무를 인정하였기 때문에, 주님께서는 그녀를 위로 이끌어 주시며 그녀에게 하느님의 어머니(Mother of God)라는 호칭을 새로이 확인하여 주셨다. 주님께서는 그 자신의 합당하고 참된 어머니로서의 이 직분을 수행하며, 그녀가 그를 성부의 아들로서 그리고 동시에 또한 그녀의 모태의 아들로 대하도록 명령하셨다.
이 모든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빼어나신 그러한 어머니에게 쉽사리 위임되었다. 지극히 거룩한 마리아는 하느님을 분만하기 적전 약 1시간여 동안 이러한 황홀경과 지복(至福)의 환시 상태에 있었다. 그녀가 그 상태에서 빠져나와 의식을 다시 회복하자마자, 아기 하느님의 몸이 그녀의 동정 모태에서 움직이시는 것과, 그리고 하느님께서 자연(自然)의 순리(順理)에 따라 9개월 동안 계시던 그곳으로부터 자신을 푸시며 어떻게 그 거룩한 신방으로부터 나오시려고 준비하시는지 감지하며 관조하였다.
주님의 모태에서의 이 움직임은 아담과 하와의 다른 딸들이 그들의 아기를 낳을 때와 같이 산고(産苦)를 야기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영혼과 동정의 몸에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그러한 숭고하며 성스런 효과를 일으키며 그녀를 비할 바 없는 기쁨과 환희로 채워주셨다. 그녀의 몸은 천상 나라의 아름다움으로 아주 영적화 되었기 때문에 그녀는 더 이상 한 인간이나 지상의 창생이 아닌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은 열렬한 사랑으로 불타오르며, 묘사할 수 없을 만큼 진지하고 장엄하게 불그스름한 태양처럼 광채를 띠고 있었다. 그녀는 구유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으며, 그녀의 눈은 하늘로 향하며, 그녀의 두 손은 함께 포개어 가슴에 놓여 있었으며, 그녀의 영혼은 주님의 품에, 그리고 그녀 자신은 완전히 신처럼 되었다. 이 상태에서 그리고 천국의 황홀경이 끝난 후, 지극히 고양된 그 여인이 성부의 독생 성자이며 참 하느님이시며 참 사람 (True God and True Man)이신 우리의 구세주 예수님을 이 세상에 주셨다. 이때는 창조 후 5199년이 되는 해의 일요일 자정이었는데, 이로써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알려준 그 날이 참된 것으로 확인되어졌다.
그리하여 정의(正義)의 태양이시며, 영원하신 성부(聖父)님의 독생 성자이시자 지극히 정결하고, 아름답고, 찬란하고 티 없는 마리아의 아들이 그녀의 동정성과 순결을 손상하지 않으시고 그녀를 더욱 신같이 그리고 영원히 신성하게 하시며 태어나셨다. 왜냐하면 그녀의 동정성을 깨지 않으시고 무지개와 같은 아름다움으로 높이 밝히시며, 태양 광선이 수정 같은 성전을 침투하듯이 그 동정성을 침투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기 하느님께서는 그 자신에 적합하지 않은 이질적인 물질에 의해 장애를 받지 않으시고 그 동정 모태로부터 나오셨다. 그 후 타볼 산에서 사도들이 있는 곳에서 영광스럽게 변모하신 것처럼 (마태 17: 2), 그의 가장 거룩한 영혼의 영광이 탄생 때 그의 몸에 넘쳐흘러야 한다는 하느님의 영원한 지혜에 의해 영광스럽게 변모되어 태어나셨다. 이 기적이 주님께서 동정성을 손상치 않으시고 그 장벽을 침투하시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 영광스런 변모없이도 하느님께서는 다른 기적으로 그렇게 하실 수 있으셨기 때문이다.
지극히 복되신 동정녀가 신(神)이며 인간이신 그녀의 아들의 몸을 영광 받은 상태에서 처음 보아야 한다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었는데, 이는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 번째로는, 하느님을 이렇게 봄으로써 그녀가 참 하느님이시며 참 사람이신 분을 그녀의 아들로 대할 때 최고의 흠숭의 정을 가지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이미 주님의 양위성(兩位性)에 대하여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는 시각적으로 그녀의 지극히 거룩한 아들의 위대함에 상응하는 새로운 은총으로 그녀를 채워주려고 하셨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그녀의 지극히 거룩한 아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세상의 모든 것을 멀리하신 그녀의 아주 정결(貞潔)하고 순수한 눈이 그가 탄생할 때 이 영광 상태에 계신 주님을 관조함으로써 기뻐하고 이 환희로써 하느님의 어머니가 그녀의 충실성과 아름다운 사라에 대한 상급을 받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거룩한 복음사가 루카는 동정녀 어머니가 그녀의 첫 아들을 낳고, 그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말구유에 눕혔다고 말한다.
그는 그의 기술(記述)에 관련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가 그녀의 동정 모태로부터 그녀의 팔에 아기를 안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 미카엘과 성 가브리엘 두 대천사가 이때 동정녀의 보조가의 역할을 하였다. 그들은 육화된 말씀이 하느님의 권능에 의해 동정 모태로부터 빛으로 나오실 순간, 인간의 형태로써 적당한 거리에 서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의를 표하며 그들의 손에 그분을 받아 모셨다. 사제가 사람들이 흠숭하도록 성체 현시(聖體 顯示)를 하는 것처럼, 이 두 천상의 대리자들도 그렇게 하느님의 어머니에게 그녀의 영광스럽고 빛나는 아들을 드렸다. 이 모든 것이 짧은 시간 내에 일어났다. 그 거룩한 천사들이 이렇게 아기 하느님을 그의 어머니에게 드리는 순간, 아드님과 어머니는 서로를 마주 보게 되었는데 이 상견(相見)에서 그녀는 감미로운 아기 하느님에게 사랑으로 상처를 입혔으며, 또한 동시에 그녀는 그분 안에서 고양되고 변모되었다. 천국의 제후들의 팔에서 모든 천국의 왕자께서 그의 거룩한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어머니, 나를 본받으세요. 당신이 오늘 나에게 준 인간 존재에 대한 대가로, 나는 당신에게 또 다른 더욱 고상한 은총을 베풀어, 단순한 창생으로서의 당신의 존재를 신(神)이며 인간인 나와 융화시켜 드리겠습니다.” ...
이에 지극히 경건한 어머니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Trahe me post Te, curremus in odorem unguentorum tuorum." (아가 1: 2).
주님, 나를 끌어 올려 주소서, 임의 향내 그지없이 싱그러워 임을 따라 달음질치겠나이다.
아가서의 많은 감추어진 신비들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 졌으며, 아기 하느님과 동정녀 어머니께서 나눈 다른 말씀들은 이 아가서에 기록되어 있다. 예를 들면, “임은 나의 것, 나는 임의 것, 임은 나리 꽃밭 에서 양을 치시네.”(아가 2: 16). 그리고 “그대, 내 사랑, 아름다워라. 아름다워라, 비둘기 같은 눈동자. 그대 내 사랑, 멋진 모습 얼굴만 보아도 가슴 울렁이네.”(아가 1: 15).
지극히 거룩한 마리아가 그녀의 지극히 거룩한 아들의 입으로부터 들은 말씀에 의하여 그녀는 신성과 일치된 그의 가장 거룩한 영혼의 내부 작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말씀을 따름으로써 그녀는 주님과 같아질 것이다. 이는 지극히 충실하고 복된 어머니가 참 하느님이시며 참 사람이신 그녀의 아드님으로부터 직접 받은 가장 큰 은총 중의 하나이었다. 왜냐하면, 그 날부터 그녀의 일생 동안 그 은총이 지속되었을 뿐 아니라, 이 은혜로 말미암아 그녀가 단순한 창생으로서 가능한 한 충실하게 주님의 삶을 본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천국의 여인은 지극히 거룩하신 성삼위께서 함께 하심을 감지하였으며, 영원하신 성부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마태 17: 5) 아주 경건한 어머니는 그토록 많은 성사를 넘치도록 받아 완전히 신성하게 되어,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영원하신 아버지이시며 지고(至高)의 하느님, 주님이시며 우주의 창조자시여, 모든 민족들이 갈망하던 분을 저의 품에 모실 수 있도록 새롭게 당신께서 허락해 주시고 축복해 주소서. 그리고 당신의 신성한 뜻을 당신의 부당한 낮은 종이 실행할 수 있도록 저를 깨우쳐 주소서.”
그녀는 성부께로부터 즉시 이 말씀을 들었다. “너의 외아들을 받고, 그를 본받으며 그를 키워라. 그리고 내가 너에게 요구할 때 너는 그를 나에게 바쳐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하느님의 어머니는 답하였다. “당신 손이 지어내신 창생을 굽어보시고, 당신의 아드님이며 나의 하느님께서 나를 그의 종으로 받아 주도록 나를 당신의 은총으로 꾸며 주소서. 당신께서 당신의 전능하신 힘으로 저를 도와주신다면 저는 그를 충실히 모시겠나이다. 하찮은 이 창생이 자신의 주님이며 창조주이신 분을 팔에 받아 안고 가슴의 젖으로 키워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소서.” 신비로 가득 찬 이러한 말씀이 교환된 후, 아기 하느님께서는 그의 변모의 신비를 중단하셨다. 즉 다른 말로, 영광이 단지 그의 영혼에만 국한되고 그의 지극히 거룩한 몸에는 나타나지 않게 하는 다른 기적을 행하셨다. 그리하여 이제 주님께서는 고통을 받을 수 있는 형태를 취하셨다. 지극히 정결하신 어머니는 이제 이 형태로 주님을 바라보고, 아직 계속 무릎을 꿇은 자세로 깊은 겸손과 경의로 주님을 흠숭하며 거룩한 천사들의 손으로부터 그녀의 팔에 주님을 받아 모셨다.
그녀가 그녀의 팔에 안긴 아기 하느님을 바라보았을 때, 그에게 말씀 드렸다. “나의 가장 달콤한 사랑이며 나의 눈과 영혼의 빛이시여, 당신은 때가 차서 죄와 죽음의 어두움을 물리치기 위하여 정의의 태양(말라 4:2)으로 이 세상에 오셨나이다! 참 하느님이시여, 당신의 종들을 구원하시고, 모든 백성이 그들을 구원해 주실 당신을 바라볼 수 있게 하소서. (이사 9:2) 당신의 봉사자인 나를 당신의 종으로 받아 주시고 내가 당신을 잘 섬길 수 있도록 나의 결점을 채워 주소서. 나의 아들이시여, 당신이 내가 당신께 봉사하도록 원하는 대로 나를 그렇게 만들어 주소서.”
그러고 나서, 지극히 경건한 어머니는 영원하신 성부님께 그의 아드님을 드리며 말씀드렸다.
“모든 우주의 지고(至高)한 청조주시여, 여기에 당신의 마음에 드는 제단과 제물이 있나이다.(말라 3: 4) 오! 주님, 이 시간부터는 인간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우리가 당신의 분노를 자아냈던 것만큼, 이제는 당신의 아들이며 저의 아들이신 분을 통하여 당신의 분노를 푸실 때가 되었나이다. 이젠 말씀께서 죄 많은 인간의 모습을 취하셔서,(로마 8: 3)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으므로,(필립 2: 7) 당신의 정의가 참되게 하시고 당신의 자비가 기뻐 날뛰게 하소서. 이 맥락에서 저는 그들을 형제로 인정하며, 저의 영혼 깊은 곳으로부터 그들을 위해 간구 하나이다. 당신 독생 성자의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모든 창조물의 공덕을 초월하는 것이므로, 저의 공로에 의해서가 아니라 당신께서 저를 그의 어머니로 만들어 주셨나이다. 그러나 저는 사람들 때문에 저가 육화되신 말씀과 모든 이들의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었으므로, 이 비할 바 없는 행운이 얼마간은 그들 덕분이라고 간주하나이다. 저는 그들에게 저의 사랑을 물리치지 않겠으며, 그들의 구원을 위하여 저의 염려와 보살핌을 그치지 않겠나이다. 영원하신 하느님, 저의 이 희망과 청원이 당신을 기쁘게 하고 마음에 드신다면 이를 받아 주소서.”
자비의 어머니는 또한 이 세상 모든 인간들에게로 향하며 이야기 하였다. “고통 받는 이들은 위안을 받고, 비탄에 빠져있는 이들은 기뻐하고, 넘어진 이들은 일어나고, 불안한 이들은 평안을 되찾기를... 의인들은 즐거워하고, 성인들아 기뻐하여라. 천상의 영들은 새로운 희망으로 노래 부르고, 만민들아 놀라운 일을 새로이 하시는 주님께 찬미 찬양 드려라. 가난한 자들아 어서오너라. 미천한 이들아 어서오너라. 나의 팔에 양이 되신 사자, 약한 이가 되신 전능하신 분, 누그러지신 무적의 용사가 계시니 근심 말고 어서오너라. 생명을 얻으러 오고, 구원을 얻기 위해 어서 오고, 영원한 안식을 얻기 위해 어서오너라. 내가 만민을 위해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고, 질투하지 않고 그 모두를 너에게 자유로이 줄 것이로다. 인간의 자녀들이여, 마음을 지체하며 침울해 하지 말라. 오, 나의 영혼의 가장 감미로운 즐거움이신 주님이시여, 모든 창생들이 자랑하는 그 입맞춤을 저가 당신께 드릴 수 있도록 허락하소서.” 이와 함께, 지극히 복되신 어머니는 그녀의 가장 정결하고 천국 같은 입술로 아기 하느님에게 사랑을 표하였으며, 아기 하느님도 그녀의 참된 아들로써 그녀로부터 이를 원하고 있었다.
아기 하느님을 그녀의 팔에 안고 있음으로써 그녀는 제단과 성소의 역할을 하였으며, 그 만 명의 천사들은 인간의 형태로써, 육화하신 그들의 창조주께 흠숭을 드렸다. 그리고 말씀이 탄생하실 때 지극히 복되신 삼위일체께서 특별히 보조를 하심에 따라 모든 천상 궁정이 베들레헴의 그 복된 동굴로 내려와서 종의 신분을 취하신 창조주(필립 2: 7)를 흠숭하고 있었기 때문에 천국이 텅 비어있는 것 같았다.
그 거룩한 천사들은 함께 찬미하며, 새로운 노래를 불러드렸다: “Gloria in excelsis Deo, et in terra pax hominibus bonae voluntatis.” 즉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 14) 그들은 조화를 맞추어 아주 감미롭고 웅장하게 이 영가를 계속 불렀으며,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이 세 가지 기적과, 그렇게 굉장하고 놀라운 성사의 수락자이자 집행자가 된 15살의 애정 어린 처녀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건함과 은혜와 겸덕과 아름다움에 대해 경탄해 마지않았다.
이제 아주 사려 깊고 세심한 여인의 충실한 배우자인 성 요셉을 부를 때가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는 무아지경에 있었으며, 이러한 상태에서 하느님의 계시에 의해 이 날 밤 일어난 그 거룩한 탄생의 모든 신비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육적인 능력과 감각으로써 다른 인간들보다 먼저, 육화된 말씀과 함께 하는 경험을 하고 흠숭과 존경을 드리는 것이 합당하였다. 이는 다른 어떤 이 보다도 그가 이 거룩한 성사의 충실한 파수꾼의 역할을 하도록 선택받았기 때문이다.
천상 배우자의 희망에 따라 성 요셉이 그의 황홀경에서 깨어나 의식을 되찾자, 그의 눈에 처음 보인 것은 동정 어머니의 거룩한 얼굴과 가슴에 기대어 그녀의 팔에 안겨있는 아기 하느님이었다. 거기서 그는 가장 겸손 되게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아기 하느님께 경배 드렸다. 성 요셉은 아주 즐거워하고 탄복하며 그의 발에 입을 맞추어 드렸다. 만일 하느님께서 권능으로써 생명이 유지되도록 돕지 않으셨다면, 성 요셉은 너무 탄복하여 그의 생명을 확실히 잃었을 것이다.
성 요셉이 아기 하느님을 경배한 후, 아직도 무릎을 계속 꿇고 있던 지극히 경건하신 어머니가 일어나자 성 요셉은 포대기와 강보를 그녀에게 전해 주었다. 이에 그녀는 비할 바 없는 존경과 사랑과 부드러움으로 아기 하느님께 옷을 입혀 드렸다. 성 루카가 이야기한 대로, 그의 어머니가 천상의 지혜로써 그렇게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말구유에 눕혔다.(루카 2: 7) 이렇게 하기 위하여, 그녀는 신(神)이자 인간이신 분에게 지상에서의 최초의 쉼터(아기 하느님께서 그녀의 팔에서 발견한 바로 그 안식처 옆에)를 마련해 드리기 위하여 돌 위에 놓을 약간의 짚과 건초를 미리 준비해 왔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주위의 들에서 소 한 마리가 급히 달려 와서 그 마구간 동굴로 들어와, 그 여왕이 짐을 부리기 위해 데리고 온 동물과 함께 하였다. 복되신 어머니는 그 동물들이 그들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자기들의 창조주를 인식하고 경배하도록 명령하였다. 그 겸손한 동물들은 그들의 여주인에게 복종하고, 그들의 숨결로 아기 하느님의 몸을 녹여드리며 인간들이 거절한 봉사를 그에게 해 드리고, 그 아기 하느님 앞에서 땅에 엎드렸다. 그리하여, 사람이 되신 하느님께서는 포대기에 싸인 채 두 동물들 가운데 계시며, 다음의 예언이 경이적으로 이루어지게 하셨다.
“소도 제 임자를 알고 나귀도 주인이 만들어 준 구유를 아는데, 이스라엘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내 백성은 철없이 구는구나.” (이사 1: 3)
(끝)
김인석 스테파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