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브홀릭] 01
씬1. 프롤로그
-흐드러지게 핀 벚꽃 사진.
자막, <너는 없고, 그래도 꽃은 피고, 2002, 5, 7.>
-감방 안, 강욱이 제자리 뛰기를 하면서 허공에 대고 샌드백을 치듯 팔을 쭉 쭉 뻗고 있다.
-솜사탕을 코끝에 대고는 미소 띤 표정으로 솜사탕의 따스함과 향기를 맡고 있는 율주의 사진.
살짝 감은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다.
자막, <보고 싶어서, 너무 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어서, 2003, 4, 5. >
-교도소 안, 강욱, 설거지통에 잔뜩 쌓여 있는 식판을 닦고 있다.
-교도소의 높은 벽 앞에서 흰색 잠바, 흰색 바지에 빨간 산타클로스 모자, 빨간 장갑을 낀(마치 산타클로스처럼) 율주의 전신사진.
자막, <메리 크리스마스! 2003, 12, 24. >
-교도소 안, 이마가 터진 강욱, 멀거니 앉아서 창문에서 내려오는 햇살을 보고 있다.
-강욱이 바라보는 창문 밖에 걸린 무지개. 교도소 밖에서 찍었다.
자막, <안녕, 안녕, 안녕…… 정말 안녕인거야? 2004, 3, 15>
-약혼식 드레스를 입은 무표정한 표정의 율주.
2. 춘천 시내 일각/오후
춘천시내 한 복판, 교복을 입은 강욱과 경오, 같은 반 패거리1, 2가
동광고 교복을 입은 패 거리 네 명과 싸움을 하고 있다.
패거리 1,2는 피하기만 하는 수준, 강욱과 경오가 네 명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강욱의 주먹과 발차기가 제법 쎄다.
경오는 이미 힘이 빠졌고 강욱이 연신 주먹과 발길질을 하고 있다.
패거리들, 강욱에게 밀리면서도 악착같이 달려들지만 소용이 없다.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까지 띠우고는 패거리들을 일제히 제압하는 강욱,
멀리서 오토바이 소리가 나면서 두 명의 아이들이 달려오고 있다.
경오 : (오토바이를 보면서 인상 쓰는데)
강욱, 신경 안 쓰고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패거리들을 제압하고 있다.
3. 춘천 시내 일각/오후
율주,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면서 어느 좌판대 앞에서 물건을 구경하고 있다.
율주 : (웃는 얼굴로) 응, 잘 도착했어. 지금 시내 구경하고 있어.
4. 검찰청 복도/오후
한쪽 팔에 서류더미를 잔뜩 안 듯이 들고 한 손으로 전화를 하면서 걸어가 는 태현.
태현 : (아쉬운 듯) 내가 같이 갔어야 했는데… (미소) 하숙집은 어때? (사이) 잘 됐네.
태현, <310호 검사 김태현>이라고 써있는 사무실로 들어간다.
5. 태현의 사무실/오후
태현 들어오자 조사실에 있던 여직원과 검찰주사인 조사관이 일어난다.
조사관 앞에는 20대 초반의 여자가 흐느끼고 있었다.
태현이 들어오자 여자의 울음소리가 더 커진다.
태현 : (여자를 한번 보고는) 짐 정리는 다했고?
6. 춘천시내/오후
빠르게 달려오고 있는 강욱과 경오, 패거리1,2. 동광고 패거리들,
뒤늦게 도착한 오토바이에 뒤에 타고 쫓아오고 있다.
율주, 태현 과의 통화에 빠져있다.
율주 : (웃으며) 괜찮아, 내가 삐치긴 왜 삐쳐. 괜찮다니까.
순간, 달려오던 강욱, 율주의 어깨를 세게 치면서 율주의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진다. 아프다.
낮게 인상 쓰면서 돌아보는 율주, 강욱이 막 강욱을 쫓아온 동광고 패거리들에게 둘러싸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먹을 날리는 패거리들.
맞서는 강욱, 이미 다친 네 명의 아이들에 나중에 도착한 두 명까지 강욱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율주 : (바로 코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패싸움에 어리둥절한)
지나가던 사람들은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고,
잠시 바라보던 율주, 갑자기 열명의 아이들을 향해 몸을 날리더니 태권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한다.
한 명, 두 명, 세 명, 네 명까지 한순간에 제압해 버린다.
갑자기 등장해서 돌려차기를 휘두르는 여자에 어안이 벙벙해진 패거리들은 저절로 싸움을 멈추고,
강욱 : (율주를 보는)
율주, 이번에는 강욱을 향해 공격하려는 순간, 팔은 벌써 뻗었는데, 갑자기 몸의 모든 근육이 스르르 풀리기 시작한다.
강욱 앞으로 푹, 하고 쓰러진다.
강욱 : ????…… (얼떨결에 자신의 가슴팍으로 쓰러진 율주를 안고 있는)
기면증의 일종인 탄력 발작이다.
율주, 온 몸이 풀려 움직여지지 않는다. 서서히 눈마저 감긴다.
율주 : (강욱의 얼굴을 보면서 서서히 눈이 감기고)
강욱 : (쓰러진 율주를 보는)
율주 : …… (잠이 들고 말았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 무슨 일인가 싶은데,
경오 : (목소리) 강욱아 튀어!
동시에 오토바이 소리가 난다.
발 빠른 경오와 패거리1,2가 동광고 패거리들의 오토바이를 타고는 도망치고 있다.
저 새끼들이, 입에서 쌍소리를 내며 미친 듯이 경오와 패거리1,2를 쫓아가는 동광고 패거리들.
강욱, 잠든 율주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안고 있다.
잠들었던 율주가 서서히 눈을 뜬다.
율주 : (강욱을 보는)
강욱 : (율주를 보는)
율주 : !…… (얼른 고개를 든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이 간다.
율주, 벌떡 일어나더니 바닥에 떨어진 가방을 주워서는 탁탁 먼지를 털고는 휙 돌아서다가, 멈칫, 강욱을 본다.
강욱 : (보는)
율주 : (꾸벅 인사하고는 빠르게 걸어간다)
강욱 : ???
빠르게 걸어가던 율주, 뒤를 돌아본다. 강욱 걸어가고 있다.
강욱도 몇 걸음 가다가 뒤돌아 본다. 율주 빠르게 걸어가고 있다.
7. 공사장/밤
공사장 가운데 불을 피워놓은.. 강욱과 경오 부르스타에 끓인 라면을 소주와 함께 먹고 있다.
패거리1,2는 뺏어 온 오토바이를 타고 빙빙 돌고 있다.
영화와 지윤이 합류했다. 패거리1,2 뒤에 바짝 붙어서는 괴성에 가까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강욱 : (라면을 먹고 있는)
경오 : (소주를 병째 들어 강욱의 병에 부딪쳐 마시고는) 새끼들, 지금쯤 완존 꼭지가 돌아서 난리가 났을끼다. (좋아죽겠다. 낄낄)
강욱 : (소주를 들이키는)
7-1. 강욱의 집 앞/밤
율주와 영애가 집에서 나오고 있다.
두 사람, 문 앞에 세워놓은 영애의 차 앞에 선다.
영애 : (율주의 머리를 쓸어주며) 엄마 간다.
율주 : 조심해서 운전 해.
영애 : (걱정스럽게) 약 챙겨 먹는 거 잊지 말고.
율주 : (웃으며) 알았어.
영애 : (집을 한번 보고는) 집은 잘 얻은 것 같다. 주인 할머니도 좋으시고.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해. 엄마가 바로 올 테니까.
율주 : 응.
영애 : 그래 엄마 간다. (차문을 열려다가) 율주야, 엄마 오늘 여기서 자고 갈까?
율주 : 아유 정말, (차문을 열어주며 애교 있게) 어서 가세요 어머니이~
율주에게 밀려 차에 오르는 영애, 시동을 켜고는 창문을 열어 다시 인사하 고는 차를 출발 시킨다.
율주 : (멀어져가는 영애의 차를 보는)
7-2. 시내에서 벗어난 춘천 일각/밤
강욱,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고 있다.
경오와 패거리1은 다른 한대의 오토바이를 타고 뒤따라오고 있다.
강욱 : (속도를 내는)
강욱, 경오와 패거리가 탄 오토바이와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바람 속을 가르는 강욱.
8. 학교 일각 거리/오전
교복 입은 아이들이 활기차게 등교하고 있다.
율주, 빠른 걸음으로 아이들 사이를 활기차게 걸어가고 있다.
9. 교실/ 아침
자경, 교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반 아이들 자리에서 떠들고 있는데, 자경,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뒷줄에는 영화와 지윤이 손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속눈썹 집게로 눈썹을 올리고 있다.
자경의 시선, 문득, 시선이 강욱의 자리로 간다. 책상위에 아무 렇게나 던져져 있는 가방.
자경 : (미소, 다시 책으로 눈가는데)
자경 책상위에 놓이는 포장된 샌드위치. 보면, 옆에 호태가 서있다.
자경 : 뭐야?
호태 : 어… 샌드위치. 매점 갔다… 내거 사다가……
자경 : (빤히 보다가) 고맙다.
호태 : (웃는데)
경오 : (뒤에서) 야, 정호태.
자경 : (돌아보면)
경오 : 잠깐 나와라.
호태 : (잠시 망설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나가는)
자경 : (나가는 두 사람을 보고는 다시 책으로 눈가는)
10. 학교 옥상/아침
강욱이 혼자 오는 비밀스러운 장소다. 낡은 소파가 중앙에 놓여있다.
강욱, 의자에 앉아서 눈을 감고 있다.
옥상 문이 열리고, 강욱을 확인하는 자경, 다가와 옆에 앉는다.
강욱 : (보는)
자경 : 내려와. 종칠 때 됐어.
강욱 : (귀찮은 듯) 알았어.
자경 : 오늘 담임 새로 와. 너 또 찍히는 거 보기 싫으니까 얼른 내려 와.
강욱 : (비웃듯 웃고는) 잘 보이면, (능청) 뭐 생기는 거라도 있나?
자경 : (그 말엔 대꾸 않고 일어나 가며) 개폼 그만 잡고 얼른 오기나 해.
강욱 : (개 폼 소리에 쿡, 웃고 만다)
11. 교정 일각/아침
후미진 곳, 경오와 패거리1,2가 호태를 한쪽에 몰아세웠다.
패거리1 : 야, 윤자경 주둥이만 입이냐? 나도 샌드위치 좋아해.
호태 : ……
경오 : 야 정호태. 이거, 번번이 미안한데 돈 좀 빌리자.
호태 : … 없어.
경오 : (어이없다는 듯이) 없어?
호태 : 그래. 없어.
경오 : (호태에게) 야, 넌 줄 거면서 꼭 없다 그러더라.
호태 : (떨면서도 할 말은 하는) 지난번에 마지막이라고 그랬잖아.
경오 : 내가? 내가 그랬어? 이거 기억이 안 나네.
패거리1 : (심각하게) 기억상실증 아냐?
하고는 지들끼리 낄낄거린다.
호태 : ……(굳어있는)
경오 : 야, 그럼 언제 줄래? 내일?
패거리1 : (호태의 머리를 때리며) 야, 너 샌드위치 사고 남은 돈 있을 꺼 아냐.
호태 : (용기를 내서) 없어. 있어도 못줘.
경오 : 뭐? 아 짜식, 꼭 신성한 학교에서 주먹을 쓰게 만든단 말야.
바로 호태의 턱을 세게 친다. 경오의 주먹을 피하려던 호태, 코를 맞으면서 코피가 흐른다.
경오, 패거리들에게 눈짓하면 패거리들, 경오의 주머니를 뒤져 돈을 찾아낸다.
패거리1, 2 돈이 나오자 호태의 머리를 몇 대 더 때리고,
패거리들에게 돈을 건네받는 경오, 돌아서다가 호태를 돌아 본다.
호태 : (손으로 코에 묻은 피를 닦으면서 경오를 노려보는)
경오, 바로, 달려가서 호태를 두들겨 패기 시작한다.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지는 호태.
12. 교장실/아침
50대 후반의 여자 교장과 율주, 접대용 소파에 앉아 있다.
율주 : (놀란) 제… 가요?
교장 : 힘드시겠지만 부탁드립니다.
율주 : (당황한) 제가 어떻게 오자마자……
교장 : 앞으로 한달이면 겨울 방학이니까 그때까지만 부탁할 게요.
율주 : …… (고민하는)
13. 복도/아침
율주, 가슴에 2학년 3반이라고 써있는 출석부와 윤리교과서를 꼭 안고는 걸어간다.
교장E : 이런 말씀드리기는 뭐하지만 그 반에 학교에서도 내놓은 문제아들이 몇 명 있습니다.
율주 : …… (떨린다. 마음을 다잡듯 숨을 한번 크게 내쉰다)
14. 2학년 3반 교실/오전
율주, 씩씩한 걸음걸이로 들어선다. 웅성거리던 아이들 조용해진다.
율주 : (교탁 앞에 서서는 아이들을 보며 다시 한번 숨을 고르는데)
자경 : (일어나) 차렷, 경렛!
모두 : (말로만) 안녕하세요!
율주 : (웃는 얼굴로) 반갑다. 난 이율주라고 해. 남은 학기까지 병가 내신 너희 담임선생님을 대신해 담임을 맡게 됐어.
우리 잘 지내보자.
아이들, 별다른 반응 없이 멀뚱한 얼굴로 율주를 본다.
영화는 여전히 속 눈썹 집게로 눈썹을 올리는데 열중하고 있다.
율주 : (별 반응 없자 당황한 웃음 짓고는) 음- (둘러보다가) 빈자리가 있네? 아직 안온 사람들인가?
영화 : (고통스럽게) 아!
율주 : (놀라 무슨 일인가 싶은데)
영화 : (눈을 가리고 울듯이) 살 찝었어.
지윤 : 눈썹이 너무 짧으니까 그렇지.
율주 : ? (사태 파악하고는 어이없어 웃음 나는데)
뒷문이 열리면서 강욱이 들어온다.
율주 : (보는)
강욱 : (보는)
두 사람, 서로를 알아봤다.
강욱 : (재밌네, 하는 미소)
율주 : (친절하게) 늦었네, 어서 앉아.
강욱 : (자리에 앉으면서 계속 율주를 보는)
경오와 패거리1, 2, 호태가 들어온다.
경오와 패거리들도 율주를 알아봤다. 모두 잠시 황당한 눈으로 율주를 본다.
경오 : (장난친다) 아니 이런, 아이구, 안녕하세요?
율주 : 그래. (엷게 웃으며) 반갑다.
경오 : 우리도 무지하게 반갑네요. (율주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
율주 : ?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악수 하려는데)
경오 : (싹 손을 거두고는 킬킬거리며) 어제 발차기 죽이던데요.
패거리1 : (놀린게 재밌다. 낄낄거린다)
율주 : (당했다! 끝까지 웃으며) 니들도 싸움 잘하더라.
자경 : (무슨 소린가 싶은데)
경오 : 야~ 선생한테 칭찬을 다 들어보네? (더 킬킬거린다)
율주 : …… (계속 당하고 있는, 당황스럽다)
호태 : (율주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앞자리로 가서 앉았는데)
율주 : (호태의 얼굴을 보곤) 잠깐만, 너 얼굴 좀 들어볼래?
호태 : ……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고 숙인다)
율주, 호태 가까이 가서 호태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코피를 흘린 탓에 뺨에 피가 묻고 눈 근처에는 멍까지 들었다.
척 보기에도 맞은 얼굴이다.
율주 : (순간적으로 솟는, 강욱과 경오, 패거리를 본다)
경오 : (킬킬거리는)
율주 : (차분히) 니들, 얘 때렸니?
경오 : (바로) 아뇨. 안 때렸는데요.
율주 : (호태에게 차분히) 너, 쟤들한테 맞았니?
호태 : … 아닙니다.
율주 : (가만 호태를 보는)
경오 : 안 맞았다 잖아요.
율주 : (강하게) 조용히 해.
강욱 : …… (율주를 보는)
율주 : (호태에게) 너, 똑바로 말해봐. 맞았어, 안 맞았어.
호태 : … 안, 맞았습니다.
경오 : (더 크게 킬킬거린다)
율주 : (굳는/ 경오에게 다가와서 차분하게) 너, 지금 왜 웃는거니?
경오 : (계속 킬킬거리며) 제가 허파에 바람이 들어가지고요… 킬킬.
율주 : (처음으로 쏘아보는)
경오 : (웃음 멈추지 않고 계속 킬킬거린다)
강욱 : (경오에게) 그만 해라. 선생님 당황하신다.
경오 : 그럴까? (바로 웃음 멈춘다)
율주 : (강욱 보는/얘가 짱이구나 하는 느낌)
강욱 : (엷게 웃고 있는)
율주 : (강욱에게 차분한 어투로) 너, 쟤 왜 때렸어?
호태 : (얼른) 선생님 저, 강욱이한테 맞지 않았어요.
율주 : 협박까지 했나보네. (좀 강해진) 왜 때렸어?
강욱 : (잠시 율주를 보다가 건조하게) 안 때렸는데요.
율주 : (웃으며) 니 눈엔 저 얼굴이 멀쩡해 보이니?
강욱 : (똑같은 톤으로) 안 때렸다니깐요.
율주 : (어이없는 듯 핏 웃는다)
강욱 : (굳어지는)
율주 : (기선을 잡을 건수를 잡았다) 내가, 어제, 니들 시내 한복판에서 싸움질 할 때부터 알아 봤다.
강욱 : (순간 일그러지고)
율주 : (강욱, 경오, 패거리1,2를 가리키며) 니들 모두 복도로 나가 서있어.
(호태에게) 너도 나가, 맞고도 맞았다고 못하는 것도 잘못이야.
강욱 : …… (일그러진 눈빛으로 가만 율주를 보고)
율주 : (곱지 않은 눈으로 마주 보다가) 얼른 나가!
강욱, 무표정한 얼굴로 천천히 일어난다.
경오와 패거리1,2는 벌써 일어났다.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닌 듯 킬킬거리며 당당하게 어깨 펴고 나간다.
호태도 굳어진 표정으로 일어나 나가고,
자경 : ……
율주 : (아이들 향해 어색하게 웃으며) 오늘 첫 시간이니까 한명씩 인사부터 해볼까?
15. 교실 복도/오전
강욱, 경오, 호태, 패거리1,2 한쪽에 일렬로 선다.
교실에서 누군가, 이름은 김재철이고요, 취미 없고, 특기 없고, 좋아하는 것 없고, 여자친구는 있습니다.
하는 소리와 이어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강욱 : …… (굳어있는)
경오 : (교실 창문 너머 율주를 보면서) 저 걸, 몸매 죽인다! 가슴 빵, 빵, 하고,
패거리들 : (율주를 보면서 킥킥거린다)
호태 : …… (고개를 숙이고는 눈물을 뚝 뚝 흘리기 시작하는)
경오 : 이 새끼가, 야 너 왜 질질 짜고 난리야!
강욱 : ……
16. 2학년 3반 교실/오전
율주, 아이들을 보고 서있다.
율주 : 자, 다음은, (자경을 보면)
자경 : (일어나서) 윤자경입니다. (하고는 바로 앉는다)
율주 : 그게 다야?
자경 : 네.
율주 : 그럼 선생님이 질문 하나 할까, 자경이는 늘 마음속에 두고 있는 단어가 뭐지?
자경 : (짜증스런 표정으로) 선생님, 진도 나가주시죠.
율주 : (보는)
자경 : 저희 기말 얼마 안 남았습니다.
율주 : (웃는 얼굴로) 이것도 윤리 수업중의 하나야.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하는 방법. 그리고 내가 누군지 아는 시간.
자경 : ……
율주 : (미소)
17. 교실 복도/오전
강욱,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서있다.
경오, 발로 자꾸 호태의 발등을 밟으며 괴롭히고 있다.
호태 : (점점 더 우는)
강욱 : (인상 쓰며) 그만 해라.
경오 : 이 새끼가 계속 울잖아 재수 없게. 야, 너 왜 우냐? 넌 벌이란 걸 서본 적이 없지 짜식아.
호태 : (분노에 차서) 쪽팔려서 운다 새끼야.
강욱, 경오, 패거리들, 호태의 의외의 반응에 놀라 보고,
경오 : 어? 얘 귀여운 데가 있었네? 야, 너 뭐가 그렇게 쪽팔리는데?
호태 : 난 니들이랑 달라!
강욱 : (그 소리에 본다)
호태 : 난 니들 정말 싫어. 니들하고 같은 취급 받는 거 정말 싫어.
강욱 : (호태를 쏘아보는)
호태 : (서러움에, 더욱 용기를 내서) 난 니들 정말 싫어.
강욱 : 우리가 어떤데, (톤이 높아지면서) 우리가 어떤데!
호태 : 나쁜 놈들! 인간쓰레기!
강욱 : (이글이글)
호태 : 버러지들! 바퀴벌레들!
강욱,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갑자기 호태에게 주먹을 날린다.
호태, 윽, 소리를 지르고,
율주, 교실 안에서 소리를 듣고는 놀라 문을 여는데,
강욱, 호태에게 연타로 발길질을 한다.
율주, 얼른 달려 나와 강욱을 거칠게 잡아 당겨 호태에게서 떨어뜨린다.
율주 : (기막히고 어이가 없어) 너 지금 뭐하는 거니?
강욱 : (율주를 쏘아보는)
율주 : (기가 막혀오면서) 너만 남고 다들 들어가.
경오, 계속 킬킬거리며 들어간다. 패거리들도 재밌게 돌아간다는 표정으로 들어간다.
율주 : (강욱을 잠시 보다가) 명찰도 안 달았네, 너 이름 뭐니?
강욱 : (대답 않고 쏘아 보는)
율주 : (톤이 높아진다) 이름이 뭐냐구!
강욱 : 서강욱 입니다.
율주 : 서강욱, 너 내가 선생님으로 안보이나 본데,
강욱 : (자르며) 네.
율주 : 뭐? (점점 더 기가 막히고)
강욱 : (보는)
율주 : (보는)
강욱 : (피식 웃고는 돌아서 현관 문 쪽으로 가버리는)
율주 : (어이가 없어) 야, 서강욱! 너 이리 안 와!
강욱 : …… (대꾸도 않고 걸어가는)
율주, 더 이상 강욱을 부르지 않고 어이없는 얼굴로 강욱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18. 화장실/오후
영화와 지윤, 거울 앞에 서있다. 영화가 지윤의 머리에 구루쁘를 말아주고 있다.
영화 : 새 담임 진짜 재수지 않냐?
지윤 : (맹하다) 재수는 없는데, 예쁘지 않냐?
영화 : (인상 쓰며) 예쁘긴 뭐가 예쁘냐?
지윤 : 너 눈 나빠진 거 아냐?
영화 : (흘겨보고는 머리를 잡아당긴다)
지윤 : 아! 살살 해.
영화 : 낙하산으로 왔을껄? 그러니까 학기 초도 아닌데 왔지.
자경 : (화장실 안에서 나와 손을 닦으며) 낙하산 아냐.
지윤 : 아냐?
자경 : 정식 모집 공고 보고 온 거야. (젖은 손을 털며 나가는)
영화 : (나가는 자경을 노려보다가) 쟤도 재수 없어.
지윤 : 재수, 재수 하지 말자. 그러다 우리 재수할라.
19. 교무실/오후
율주, 학생기록부를 보고 있다.
(강욱의 사진이 있고 인적사항/ 학적사항/ 출결사항/ 신체발달사항/ 수상경력/ 진로지도사항/ 등이 적혀있다)
1학년 수상경력에 “강원대학주최 사생대회 금상수상” 이라는 경력이 눈에 띈다.
가족상황에 “아버지 (사망) 어머니 (사망)” 그리고 특기사항에 “조모와 함께 살고 있음, 아버지가 의문사로 사망.” 이라고 써있다.
학생주임인 40대 후반의 남자가 들어온다.
학주 : (들어오면서) 이율주 선생님.
율주 : (그제서야 고개 들고) 네.
학주 : 아주 자알~ 하셨습니다. 옆 교실까지 쩌렁쩌렁 울리던데 내가 얼마나 속이 후련하던지.
어차피 대학가긴 틀려먹은 놈들이니까 대충대충 하세요. 첫날부터 그렇게 해놨으니 앞으로 큰 말썽은 안 피우겠네.
율주 : … 선생님, 근데 걔 서강욱이는 왜 일년 휴학을 했어요?
학주 : 무단결석이죠 뭐. 머리가 아주 나쁜 놈은 아닌데, 하긴 뭐, 싸움도 대가리가 돌아가야 하니까.
율주 : (특기 사항에 아버지 의문사라는 글씨를 본다)
학주 : (보곤) 아버지가 대학 교수였는데 의문사를 당했대나, 뭐래나, 새끼, 맨날 똥폼은.
율주 : ……
20. 거리 육교 위/오후
강욱 깡통을 차면서 걸어가고 있다. 곧바로 직진, 비딱하게 직진하며 굴러 가는 깡통.
무표정한 얼굴의 강욱, 깡통을 따라가며 찬다. 깡통이 계단 밑 으로 또르르 굴러간다.
강욱 깡통을 따라갔지만, 승용차 한대가 차도로 떨 어진 깡통을 밟고 가버렸다.
납작하게 찌그러진 깡통.
강욱 : (찌그러진 깡통을 바라보는)
21. 거리 일각/오후
복잡한 거리, 강욱, 어느 상가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사람 구경하듯이 앉아 있다.
찌그러진 깡통을 들고 있는.. 깡통으로 바닥을 무의미하게 툭, 툭 치고 있다.
22. 태현의 조사실 안/오후
태현 앞에서 울고 있는 20대 초반의 여자(꽃뱀).
태현 : (여자를 똑바로 보며 크리넥스 한 장 뽑아주면)
여자 : (받아서 닦으며) 그날 제가 좀 술이 받았어요. 근데 그 아저씨가 오더니 술값을 내준다는 거예요.
그리곤 커피 한잔만 같이 하자믄서… 그 노무 커피 한잔 때매… (흑!)
태현 : (말없이 크리넥스 한 장만만 뽑아주고)
여자 : (닦으며) 너무 취했어서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요… (흑흑!)
태현 : (크리넥스 한 장 더 건네고)
여자 : 술 취한 여자를 성폭행 하는 그런 나쁜 놈이, 합의금 천만원이 없어서 죄 없는 저를 사기죄로 맞고소를 해?
검사님 전 진짜 억울하거든용?
태현 : (크리넥스를 뽑으려는데 다 떨어졌다. 주머니에서 깨끗한 손수건을 건네며 처음으로 입을 뗀다)
한 오백이면 합의가 될 것 같은데…
여자 : (반응 보이는)
태현 : (태연하게 조서 앞 뒷장 넘겨보며) 근데 장소가 506호였나, 7호였나?
여자 : (얼른) 507호요.
태현 : (조서 보며) 아 여기 있네. 삼정 모텔 507호.
여자 : (정정하는) 삼우 모텔.
태현 : 아, 삼우. (여자를 똑바로 보며) 전지영씨, 그날 만취해서 저항도 못하고 그냥 당한 거 맞죠?
여자 : (불쌍한 표정으로) 네.
태현 : 근데 어떻게 여관하고 묵은 방 호수는 정확하게 기억하십니까? (강한) 피해자라고 우기면 그냥 대충 넘어갈 줄 알았어요?
여자 : (태도 확 바뀌면서 태현이 준 손수건에 코를 팽, 풀고는 다리를 꼬고 앉는다)
태현 : 4월 28일 새벽 두시, 22세 전지영 나이트클럽에서 황대진을 만나 삼우모텔 507호에서 의도적으로 관계를 맺고
다음날 성폭행으로 황대진을 고소. 합의금 천만원 요구. 황대진 측에서 무고죄와 사기죄로 맞고소. 인정 하시죠?
여자 : (포기했다)
태현 : (조서에 적는다) 죄질이 악하고 반성의 빛이 전혀 안보임. (조사관에게) 데려가세요.
23. 고급 쥬얼리 샵/오후
태현, 들어선다.
직원 : (들어오는 태현을 보고는) 어서오세요.
태현 : (다가가서는) 안녕하세요. 다 됐나요?
직원 : 네. (미리 준비해 둔 반지를 태현 앞에 내밀고)
태현 : (보는)
24. 2학년 3반 교실/오후
종례시간, 율주, 교탁 앞에 서있다.
빈자리가 눈에 띈다. 강욱의 자리다. 가방만 보인다.
율주 : (다시 아이들을 보고는) 오늘 하루 수고 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으니까 다들 감기조심하고, 내일 보자. 이상.
자경 : (일어나서) 차렷, 경롓!
모두 : (벌써 가방 들고 일어서며) 수고하셨습니다.
여학생1, 2와 경오, 패거리들은 인사도 않고 벌써 일어섰다.
율주 : 반장은 잠깐 교무실에 좀 왔다 갈래?
자경 : 네.
25. 교무실/오후
자경, 율주 책상 옆으로 작은 의자를 두고 앉아있다.
율주 : (웃으며) 내가 첫날부터 신고식을 된통 치뤘다. 그지.
자경 : …… (표정 없이 보는)
율주 : (자경의 반응에 어색해지면서) 저기, 내가 반장을 부른 이유는… 서강욱에 대해서 좀 알고 싶어서야.
자경 : 선생님이 실수 하셨습니다.
율주 : 뭐?
자경 : 아침에 강욱이는 호태를 때리지 않았습니다. 옥상에 있다가 늦게 온 거뿐이에요.
율주 : !
자경 : 제가 봤습니다.
율주 : ……
자경 : (빤히 보는)
율주 : 근데 왜 아까 말하지 않았니?
자경 : 제가 나서는 거, 강욱이가 싫어해서요.
율주 : ……
자경 : 선생님께 이런 말씀드리는 것도 강욱이가 알면 싫어하겠지만… 강욱이가 일년 꿇었다고 해서 달리 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어제 강욱이 만나셨다고요. 그것 때문에 강욱이를 달리 보신 거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율주 : !!!……(멍해지는)
26. 버스 안/저녁
율주, 버스 안에 앉아서 창밖을 보고 있다.
<플래쉬 컷>
-복도에서 날이 선 눈으로 율주를 보다가 돌아서던 강욱.
율주 : (미안한 마음에 절로 한숨이 길게 나오고)
27. 강욱의 집/저녁
ㄷ자 모양의 리모델링을 한 한옥집. 마당 한가운데 오래된 샌드백이 하나 걸려있다.
강욱 들어오는데, 바가지가 먼저 날아와 강욱의 머리를 맞힌다.
강욱 : 아!
인자 : 이 육시랄놈아, 어제는 또 어디서 자빠져 잤어!
강욱 : (날아온 바가지를 주워서는) 이 바가지 진짜 튼튼하다. 도대체 몇 번째야 이게.
인자 : (흘겨보고는) 빨랑 씻고 들어와!
강욱 : 넷!
28. 강욱의 집 일각/저녁
율주가 집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29. 강욱의 집/저녁
율주, 들어온다.
강욱이 마당에서 어깨에 수건을 걸치고 세수를 하고 있다.
문소리가 나자 비누칠한 얼굴로 돌아보곤 다시 얼굴을 ?는..
율주, 강욱 옆을 막 지나가는데 강욱의 어깨에 걸쳐있던 수건이 바로 율주의 발 앞으로 떨어진다.
율주 : (수건을 집어 옆에 놔주며 다른 하숙생인가 싶어서) 안녕하세요?
강욱, 얼른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일어선다.
인자의 방 쪽으로 가고 있는 율주.
강욱, 율주를 보고는 기겁한다.
율주 : 할, (하는데)
강욱 : (수건으로 입을 막는)
율주 : (놀라서 보는/ 강욱을 보고는 기겁하고)
강욱, 다짜고짜 거칠게 율주를 데리고 나온다.
억지로 끌려나오는 율주.
30. 대문 앞/저녁
나와서는, 율주 서강욱.
강욱 : (기가 막혀) 아니 여기까지 무슨 일이에요?
율주 : 너야말로 여기 웬일이니.
강욱 : (어이없어) 여기 우리 집이에요. (한숨쉬곤) 가정방문 오신 거예요?
율주 : 여기가, 너희 집이야?
강욱 : …… (기막혀 인상만 써지는데)
그 순간, 인자가 안에서 나온다.
인자 : 둘이 여기서 뭐해?
율주 : 할머니, 우리 학교 다닌다는 손자가, 강욱이였어요?
강욱 : !
인자 : 어. 이눔이 어제 안 들어와서 인사를 못시켰네. 인사드려, 우리 집에서 하숙치시기로 했어.
율주와 강욱 서로 당황스럽다.
인자 : (눈치를 보니) 둘이 벌써 만났어?
율주 : (어이없는) 네, 제가 강욱이 담임이에요.
인자 : 그래? 그렇게 됐어? … 이거 좀 거시기한 일이 벌어져 버렸네?
강욱 : (율주를 보는)
율주 : (강욱을 보는)
31. 안방/밤
제사상이 차려져 있고 강욱 아버지와 엄마의 사진이 나란히 놓여 있다.
강욱, 부모의 사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술을 따라 올리고는 절을 한다.
인자 : (옆에 앉아서 웃고 있는 강욱 엄마의 사진을 향해) 저 미친년은 뭐가 좋아서 저리 웃어, 서방 죽었다고 지 자식을 하루아침에
고아새끼 만든 한심한 년. 그것도 지 서방 죽은 날에, (깊은 한숨) 나이 오십도 안 돼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은
한심한 내 새끼… 그게 다 저 기집 잘못 얻어서 생긴 거야. 내가 서방 일찍 잡아먹을 년이라고 그렇게 말렸는데…
에구 불쌍한 내 새끼…….
강욱 : …… (묵묵. 제사 때 마다 여러 번 들은 소리다)
인자 : (깊은 한숨) 나도 미쳤지, 저런 년 뭐가 예쁘다고 내손으로 제사상을 차려 주고,
32. 율주의 방 앞/밤
율주 방문을 열어놓고 문턱에 앉아서는 마당의 샌드백을 바라보며 안방에서 나오는 인자의 탄식 소리를 듣고 있다.
인자E : (한숨이 짙어 지면서) 두 번 죽어도 싼 년. 에이구 우라질 년. (길게 한숨 쉬고는) 아무리 생긴 대로 살고 간다지만
한심하고 불쌍한 인생들.
율주 : …… (애잔해지는)
33. 강욱의 방/밤
강욱, 문 앞, 벽에 기대앉아서 사진을 보고 있다.
서울의 놀이공원에서 찍은 다섯 살의 어린 강욱과 강욱부, 강욱모가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다.
(어린 강욱은 손에 분홍빛 솜사탕을 들고 있다. 세 사람 뒤의 배경에는 놀이 기구,
그리고 9살 먹은 여자 아이가 세 사람 뒤를 지나가다가 같이 찍혔다.
어린 강욱 쪽을 보고 있는 여자아이. 어린 율주다)
강욱 : ……
강욱모E : 강욱아 가지 마!
33-1. 5년 전 강욱의 서울 집 골목/낮/회상
중2의 강욱, 미친 듯이 달려가고 있다.
앞에 형사들에게 끌려가는 강욱부, 갑자기 집에 있다가 끌려가는 듯, 양말도 제대로 신지 못한 슬리퍼 차림이다.
쫓아간 강욱, 형사들을 잡아챈다.
형사들 사납게 강욱을 내친다.
넘어 지는 강욱, 강욱 경찰차를 따라가려는데,
강욱모 : (뒤에 와서 잡으며) 가지 마, 가지 마 강욱아.
강욱 : (강욱모를 뿌리치고 경찰차를 따라 뛰어간다)
강욱모 : 가지 마! 강욱아 가지 마!
순간 자동차 급브레이크 소리와 엄마의 비명소리.
뛰어가다가 걸음을 멈추는, 놀라서 돌아보는.. 놀란 강욱의 얼굴.
율주E : 엄마 아빤가 보다.
33-2. 강욱의 방/밤
강욱 : (놀라서 퍼뜩 고개를 든다)
율주 : (문 앞에 서서) 문이 열려 있어서…… (사진을 보며) 어머님 미인이셨네.
(일부러 더 다정하게) 어이구, 이 예쁜 꼬마는 누구야. 어디 봐. (강욱의 손에서 사진을 집으려는데)
강욱 : (율주의 손을 세게 뿌리치며 사진을 감춘다)
율주 : ?…… (놀란/민망해지는)
강욱 : (관심도 없고 못마땅하기만 하다/무뚝뚝) 무슨 일이에요?
율주 : (당황) 어……, (다정하게) 저기 나랑 바람 좀 쐴까?
강욱 : 왜요.
율주 : (당황하면서) 어? 어, …너 오늘 하루 종일 수업 안 들어왔다며.
강욱 : 그런데요.
율주 :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아니, 왜 하루 종일 수업을 안 들어왔냐고.
강욱 : (덤덤히) 들어가기 싫어서요.
율주 : (할 말 없는)
강욱 : (빤히 보는)
율주 : 저기…, 아침에 내가 오해가 있었던 거 같다. (웃으며) 안 때렸으면 안 때렸다고 말을 하지.
강욱 : 말 했는데요.
율주 : (계속 당황) 어? 어, 참 그랬지. 저기, 마당에 샌드백 있던데 권투하니?
강욱 : 아뇨.
율주 : 그럼?
강욱 : 아버지 거였어요.
율주 : 어 그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강욱, 일어나더니 외투를 들고 나가 버린다.
아무 말도 못하고 당황하는 율주, 나가는 강욱의 뒷모습만 본다.
34. 강욱의 집으로 가는 길/밤
자경, 강욱의 가방을 들고 걸어오고 있다.
집에서 나오는 강욱, 서로를 발견 한다.
자경 : (웃는 얼굴로 다가와서는 강욱에게 가방을 안기는)
강욱 : 뭐 하러 가지고 와, 내일 그대로 가지고 갈 건데.
자경 : 심심해서.
강욱 : (미소)
자경 : 제사 잘 끝났어?
강욱 : 음. (성큼 걸어가는)
자경 : 어디 가?
강욱 : 바래다줄게.
차 한대가 걸어가는 두 사람 옆을 지나간다.
운전석에 태현이 타고 있다.
강욱, 문득 운전석의 태현의 얼굴을 본다.
35. 강욱의 집 앞/밤
율주, 빠르게 집에서 나온다.
태현, 차 앞에 서있다.
율주 : (반가워하며) 웬일이야? 갑자기.
태현 : 갑자기, 생각나서.
율주 : 핏!
태현 : (강욱의 집을 이리저리 보며) 지내기 괜찮아?
율주 : 응. 아주 좋아.
태현 : (잠시 보다가) 그 사이 말랐네.
율주 오자마자 신고식을 화려하게 했거든.
태현 (미소) 율주 (미소) 36. 자경의 집 앞/밤 고급 주택이다. 강욱과 자경이 다가와 선다. 강욱 (아직 켜지지 않은 불을 보며) 어머닌 안계신가 보다. 자경 아버지 만나러 서울 갔어. 일주일에 한번 있는 행사거든. 엄마가 아침에 곱게 화장을 하고 나가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남 얘기하듯) 유 부남이었던 우리 아버지 코 꾀려고 나를 낳았나? 강욱 (빤히 보는) 자경 왜 그렇게 봐? 강욱 (능청스럽게) 예뻐서. 자경 뭐? 강욱 너는 니가 왜 예쁜 줄 모르지. 자경 ? 강욱 (잠시 보다가) 들어가라. (돌아서려는데) 자경 말 안하고 가? 강욱 나중에. 자경 (의미 있게) 강욱아. 강욱 (보는) 자경 (한걸음 다가와) 우리, 대학 같이 가자. 너만 좋다면 내가 도와줄게. 강욱 윤자경. 니가 예쁜 건 좋지만, 너무 넘치지는 마라. 니가 울 엄마는 아니잖 아? 간다. (걸어간다.) 자경 (강욱의 뒷모습을 보는) 37. 태현의 차 안/밤 태현과 율주가 나란히 앉아있다. 율주 (후회스럽게) 내가 실수했지. 그치 응? 태현 (빤히 보고만 있는) 율주 나는 그냥 어제 길거리에서 패싸움을 한 애들이길래, 그래도 그렇지 선생 님이, 그것도 담임이, 얘기 좀 하자는데 나가버려? 태현 걔 얘기 그만해. 율주 ? 태현 왜 아까부터 걔 얘기만 해. 내 앞에서 다른 남자 얘기하지 마. 율주 (쿡 웃으며) 남자가 아니라 학생이야. 태현 남학생이잖아. 율주 뭐? (어이없다는 듯이 큰 소리로 웃는데) 태현, 안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더니 케이스를 연다. 율주 ? 태현 (반지를 꺼내 율주의 손가락에 끼워준다.) 율주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분 좋은데) 태현 어? 좀 큰가? (반지를 끼웠다 뺐다 해보며, 낭패다 싶은데) 율주 (태현의 맘 배려한다.) 괜찮아. 그냥 낄게. 태현 다음에 맞는 걸로 다시 사줄게. 율주 됐어. 그냥 길께. 태현 다음 주 토요일로 날 잡았다. 율주 무슨 날? 태현 부모님 상견례. 어머님이랑 통화했어. 율주 (화가 나서) 그걸 왜 태현씨 혼자서 맘대로 정해? 태현 주말이니까 어차피 서울 올 거잖아, 우리 엄마 아버지 처음 보는 것도 아 니고. 율주 그래도 그렇지, 의논을 했어야지. 태현 하려고 했어. 전화 할 때 마다 수업 들어가야 된다며 끊었잖아. 율주 …… (사실이다) 그날은 안 돼, 당직이야. 태현 (보곤) 바꿔. 율주 (치솟는데) 태현 너 꼭 여기까지 혼자 내려와서 선생 해야 되겠니? 율주 (짜증이 오르며) 그 얘긴 이미 끝난 얘기잖아. 태현 선생은 결혼하고도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 너 또 픽 픽 쓰러질까봐, 율주 (자르며) 괜찮아 나. 태현 내가 안 괜찮아. 걱정 된다고. 율주 김태현 검사님. 저요, 검사님께서 나 환자 취급하는 거 정말 싫거든요? 싫 다고요. 태현 환자 맞잖아. 율주 (싸늘하게 보는) 38. 강욱의 집 앞/밤 강욱, 자경이 준 가방을 옆에 끼고는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집 앞에 서있는 태현의 차가 눈에 잡힌다. 그 순간, 차에서 거칠게 내리는 율주. 강욱 !…… (걸음 멈추고 보는) 태현 (차에서 따라 내리며) 이율주! 율주 (이미 화가 날 대로 나서 집으로 가려는데) 태현 (잡으며) 왜이래. 율주 나, 환자 아니라고 했지? 태현 (강하면서도 걱정이 담긴) 그건 니 생각이고, 니 마음 다 이해하는데, 그래 도 나한테는 환자야. 율주 싸늘하게 쳐다보다가 잡고 있는 태현을 뿌리치고 돌아선다. 태현, 잠시 율주를 보다가 차에 오르더니 바로 시동을 켜고는 차를 몰고 가버린다. 차 소리가 나자 율주, 돌아본다. 떠나는 차를 보자 더 화가 치솟 는데, 율주 (갑자기 눈이 감기는) 주변 사물이 모두 굴곡 되어 보인다. 마치 오목렌즈, 볼록렌즈로 사물을 보는 듯한, 일곱 색깔 무지개 빛이 어느 순간 눈앞에 가득 찬다. 강욱 ???? ……(율주를 보고 있는) 율주,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기면증으로 인해 잠으로 빠졌다. 율주의 손 에 있던 반지가 손가락에서 빠져 스르르 굴러간다. 강욱 (놀라서 달려가서는) 선생님, 선생님! 율주 …… (자고 있는, 그러나 정신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강욱, 율주를 업고는 뛰기 시작한다. 39. 거리/밤 강욱, 율주를 업고는 미친 듯이 뛰어가고 있다. 40. 병원 복도/밤 율주가 누운 응급 침대, 의사, 간호사에 의해 빠르게 달려간다. 초조한 눈길의 강욱, 쫓아가는.. 41. 병원 응급실/밤 간호사, 율주의 손에서 피를 뽑는다. 의사,(4부에도 나옵니다.) 빠르게 율주 의 맥박수와 동공 상태을 확인하고, 강욱, 더 초조한 눈빛이 되어서 아직 깨어나지 못하는 율주를 보고 있다. 순간, 천천히 눈을 뜨는 율주. 의사 (보곤) 정신이 드십니까? 강욱 (다가가는) 율주 …… (주변을 둘러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이 간다.) 42. 춘천 거리/밤 빠르게 차를 몰고 가던 태현, 차를 세운다. 운전대를 잡고 잠시 앉아있던 태현, 안되겠는지 율주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가 되지 않는다. 계속 걸어본 다. 받지 않는 전화. 태현 (메시지를 남기는) 율주야 난데, …저기 아까는 내가, …… (하다가 멈추 고는 취소 버튼을 누른다,) E 메시지가 취소되었습니다. 43. 병원 앞/밤 율주와 강욱이 병원에서 나와 거리를 걸어간다. 강욱 (걱정스럽지만/말은 툭, 툭, 내뱉듯이 거칠게) 정말 괜찮은 거예요? 율주 (밝아진) 응. 강욱 (보는) 율주 그냥, 가끔 이래. 스트레스를 좀 심하게 받으면… 좀, 유별나지. 강욱 (관심 없는 표정으로 대답 않는다.) 율주 강욱아. 혹시 말이야. 혹시… 내가 다음에 또 이러면 그냥, 잠시… 그냥, 잠깐 옆에서 지켜만 봐줄래? 강욱 …… (이 여자가 무슨 소리하나 싶은 표정으로 빤히 보는) 율주 응? 강욱 제 앞에서 쓰러지지 마세요. 율주 …… 강욱 (능청스럽게) 선생님 진짜, 무겁더라고요. 율주 (민망해져서 흘겨본다.) 강욱 (통쾌한 표정으로 앞서가는데) 율주 서강욱! 강욱 (멈추고 보는) 율주 (다가가서는) 낮에는 정말 미안했다. 내가 사과할게. 강욱 (빤히 본다.) 율주 내가 실수했어. 미안해. 강욱 …… 율주 (손을 내밀며) 자. 강욱 (그 손을 보기만 하고 잡지 않는) 율주 (애교 있게) 참 내, 내가 미안하다니까. (강욱의 손을 가져다가 억지로 악 수하면서 손을 흔드는데.) 강욱 (손을 빼고는 놀리듯) 조금 멋 대로시네요. 율주 응? 강욱 맘대로 오해하고, 맘대로 사과하고. 율주 (보는) 강욱 가죠. (돌아선다.) 율주 …… (진지해진 표정으로 보는) 44. 교무실/낮 호태 엄마가 학생주임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다. 이미, 강욱과 경오, 패거리 1,2가 학주에게 불려와 한쪽에 서있다. 호태모 이래가지고 애를 학교에 보내겠어요? 한두 번도 아니고, 선생님들이 대체 뭐하는 거냐구요. (강욱과 경오, 패거리들을 노려보는) 학주 (고개 숙이며) 정말 죄송합니다. (강욱, 경오, 패거리들에게) 야이새끼들아, 어서 잘못했다고 말씀 못 드려! 경오와 패거리1, 2는 잘못했습니다, 하는데, 강욱, 고개를 빳빳이 들고 호태모를 쳐다본다. 율주 ??…… (마침 들어오다가 보곤 무슨 일인가 싶기만 한데) 학주 (출석부로 강욱의 머리를 한 대 치며) 이 자식이 근데! 율주 ! 교장 (다급하게 다가와 호태모에게) 안녕하세요. 호태모 안녕 못합니다. 제가 지난번에 분명히 말씀드렸죠. 다시 한번 이런 일 생 기면 교육청에 얘기 할 수밖에 없다고. 교장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호태모 얘들 당장 퇴학시켜버리세요. 이번엔 그냥 못 넘어가요. 학주 (강욱, 경오 패거리들에게) 잘못했다고 빌어 어서! 호태모 다 필요 없어요. 당장 퇴학 시키라니까요.! 율주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는 듯이 다가가서는) 저기 안녕하세요. (호태모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저 호태 담임입니다. 호태모 (아래위로 보다가) 그런데요. 율주 어제 저희 반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기는 했는데요, 제가 이미 야단을 쳤구 요, 앞으로 제가 더욱 신경을 쓰겠습니다. 강욱 (??한 눈빛으로 보는/ 다른 교사들과 다른 것도 같다.) 호태모 이봐요, 내가 당신한테도 할 말 있어요. 아니 왜 맞은 애까지 벌을 세웁니 까, 벌을. 당신 교사 맞아? 율주 (화를 참으며) 호태어머님, 저는 당신이 아니라 이율주라고 합니다. 그리고 호태에게도 말을 하지 않은 잘못이, 호태모 (자르며) 지금 때린 애들을 두둔하는 거예요? 율주 두둔하는 게 아닙니다. 이런 일이 반복된 데는…(하는데) 강욱 ! (율주의 증세를 감지한) 교장 (막으며) 이선생님, 그만 하세요. 율주 교장 선생님, 우리 반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제가 해결 하겠습니다. 호태모 (버럭) 얘들 당장 퇴학시키는 게 해결이에요! 율주 (눈이 감기면서도 똑 부러지는 어조로) 학생 퇴학 문제는 학부형께서 이래 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닙니다. 강욱 (뭔가 불안한 눈빛으로 율주를 보고 있는) 교장 (버럭) 그만하시라니까요! 이 선생님이 나설 자리가 아니에요. 율주 … (교장 말 듣지 않고) 호태 어머님, 학생한테 일이 생기면 담임인, 율주의 눈이 붉어졌다. 율주 (억지로 참으며) 담임인, 저한테 먼저, 의논을…… 하셨어야지요. 강욱 ! (놀란다./ 전날 집 앞에서의 율주의 모습이다,) 율주 (붉어진 눈을 겨우 겨우 참고 있는데) 교장 (율주의 상태 모른 채) 이선생님이 나설 자리라니까요! 자리로 돌아가세요! 율주, 도저히 안 되겠는지 서둘러 그 자리를 뜬다. 강욱 (보는) 씬 44-1. 교무실 앞 복도/낮 교무실에서 나온 율주, 주머니에서 구강 스프레이를 꺼내더니 눈 밑에 뿌 린다. 잠을 깨려는 것. 그래도 눈이 감긴다. 스프레이 때문에 벌겋게 된 눈 을 부릅뜨고는 얼른 화장실 쪽으로 간다. 45. 화장실/낮 율주, 찬물로 세수를 하고 있다. 억지로 잠을 깨려는, 계속 찬물을 얼굴에 퍼붓다 시피 끼얹는다. 46. 학교 옥상/낮 율주, 강욱이 즐겨 앉는 의자에 앉아 있다. 한참 울고 난 얼굴이다. 멍히 허공을 보고 있는.. 옥상 문을 열던 강욱, 율주를 발견하고는 멈칫한 다. 강욱 (율주의 뒷모습을 보는) 강욱, 율주를 향해 한걸음 다가간다. 걸음을 멈춘다. 돌아선다. 안되겠는지 다시 돌아가려고 몸을 돌리는데, E 율주의 핸드폰 소리. 율주 (받으며) 여보세요, 엄마? 영애E 그래 엄마야. 잘 있었어? 율주 (울컥 하며) 음. (목이 메여) 엄, 마는? 영애E 잘 있지. 학교 어때, 힘들지 않아? 율주 좋아. 강욱 …… (잠시 서서 듣다가 조용히 나가는) 47. 갤러리 내 커피 전문점/낮 영애와 수진이 커피를 마시며 율주에게 전화를 하고 있다. 영애 (걱정의) 너 특별한 일 없지? 그래, 다행이다. (수진을 보며) 지금 태현이 어머님이랑 나왔다가 차 마시고 있어. 잠깐만~ 수진 (영애에게 전화기를 건네받고는) 율주니? 혼자 이사하느라 힘들었겠다. 태현이 안 내려갔지? (사이) 어제 갔었어? (영애를 보고 웃으며) 그랬구나, 근데 얘가 집에 와서 아무 말도 안 했네… (환하게 웃는다.) 영애 …… (흡족한 표정으로 율주와 통화하는 수진을 보는) 48. 3층 복도/오후 2학년 3반 아이들이 모두 복도 창문에 매달려서 단체로 청소를 하고 있다. 손 걸레로 유리창을 닦는 아이, 대걸레로 복도를 닦는 아이, 빗자루로 쓰 는 아이 등등. 학주, 기다란 몽둥이를 들고 왔다 갔다 하면서 청소하는 아 이 들을 감시 하고 있다. 학주 니들, 앞으로는 한명이라도 말썽부릴 때 마다 단체로 기합 설줄 알아! 영화 (빗자루로 복도를 쓸면서) 아니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 큰 학교 청 소를 다해야 하냐고. 지윤 담임 잘 만나는 복도 오복 중 하나라는데. 자경 (옆에서 말없이 청소를 하다가) 서두르자. 영화, 자경을 곱지 않은 눈으로 보곤 창문 밑을 보는데 율주가 창문 가까이 걸어오고 있다. 영화 (율주를 보며) 쟤는 왜 청소 안 해? 지윤 (나름대로 추리했다.) 학주가 예뻐서 봐줬나? 영화 (못마땅하게 흘겨보는) 49. 3층 복도 밑 교정일각/오후 율주, 창문 가까이 걸어가는데, 갑자기 위해서 오물이 쏟아진다. 종이 쓰레기부터 먹다 남은 우유팩에서 나온 우유, 먹다 버린 음료수, 빵 조각, 김밥 풀어진 것 등등, 온갖 지저분한 것들. 율주, 오물을 뒤집어 쓴 채 멍히 서있다. 영화 (창문위에서) 어머, 선생님 죄송해요, 손이 미끄러워서 쓰레기통을 놓쳤어 요. 율주 …… 영화 신고식이라고 생각 하세요~ 아이들 (창문에 매달려 있던 아이들 킥킥거리며 웃고) 율주 (얼굴에 붙은 오물부터 털며 애써) 조심 좀 하지, 이게 뭐야~ 율주, 태연한 표정으로 머리며 몸에 붙은 오물을 터는데, 누군가 빠르게 오물을 털어주는 손. 율주 (보면 강욱이다.) 강욱, 말없이 오물을 털어주고는 외투를 벗어 율주의 몸에 둘러준다. 창문에서 보고 있던 아이들이 우-- 한다. 자경 ……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율주, 어깨에 걸친 강욱의 외투를 꼭 쥐고는 빠르게 안으로 들어간다. 50. 복도/오후 율주, 강욱의 외투를 꼭 쥐고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간다. 지나가던 여선생, 율주를 보고 놀란다. 여선생 (코를 막으며) 어머 선생님, 무슨 일이에요? 율주 (웃으며) 애들이 청소하다가 쓰레기통을 좀 쏟았어요. 냄새나죠. 여선생 체육관에 가서 샤워부터 하세요. 율주 네. 51. 체육관 내 샤워실/오후 율주, 옷을 다 벗지는 않고 속옷 차림이 되서 얼굴이며 팔이며 목이며 씻 고 있다. <플래쉬 컷> -오물을 뒤집어썼을 때 웃던 아이들. -교무실에서 교장이 큰소리를 치던 순간. 율주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해 진다. 눈물이 점점 울음이 되는, 울음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갈까, 물을 크게 튼다. 그래도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52. 샤워실 앞/오후 강욱, 문 앞에 서서 안에서 나오는 물소리에 섞여 나오는 율주의 울음소 리를 듣고 있다. 강욱 …… (율주를 느끼는) E 커지는 율주의 울음소리. 53. 강욱의 집/밤 인자, 마루에 앉아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이불보를 씌우고 있다. 2000년에 유행했던 김현정의 ‘멍’ 이다. 인자 다 돌려놔~ 너를 만나기 전에 내 모습으로~ 추억으로 돌리기엔 내 상처가 너무 커 ~ (가사를 잊어버렸다.) 음- 음- 잘못 이었어~ (이빨을 실로 끊으며 혼자소리로) 잘못 아닌 인생이 어디 있겠냐마는, 나이 들어봐라. 다 그게 거시기할 뿐이다. 강욱 (들어오다가 인자의 노래를 듣고는 엷게 웃고는) 할머니 나 왔어! 인자 (보곤) 육시랄놈, 왜 이렇게 늦게 다녀? 밥은? 강욱 먹었지이~ 인자 밖에 뭐 먹을 게 있다고 맨날 먹고 들어와. 때 되면 집에 와서 쳐 먹지. 선생님은? 강욱 아직 안 오셨어요? 인자 같이 오지, 왜 혼자 왔어! 강욱 나 여자랑 같이 안다녀. 인자 미친놈, 아가, 고구마 좀 쪄 줄까? 강욱 됐어요.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그만 자 할머니, 눈도 안 보인다면서. 인자 (배시시 웃으며) 할미 생각해 주는 거야? 강욱 내가 나중에 안경 해줄게. 인자 (배시시 웃으며) 금팔찌도 해 줘! 강욱 그럼! (웃으며 안으로 들어간다.) 54. 강욱의 방/밤 강욱, 방에 들어와서 옷을 갈아입는다. 문득, 강욱의 귀에 들려오는 물소리. 물소리가 율주의 울음소리가 변하면 서 강욱의 귀에 맴돈다. 강욱 (무거운) 강욱, 밖을 본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한 송이 두 송이 오던 눈이 금방 함박눈으로 변한다. 잠시 내리는 눈을 바라보던 강욱, 안되겠는지 외투를 들고는 빠르게 밖으로 나간다. 55. 학교 일각/밤 강욱, 교내 건물에 들어선다. 체육관으로 걸어가 체육관을 열어본다. 텅 비어 있다. 강욱 …… 56. 학교 옥상/밤 강욱, 옥상 문을 열어본다. 텅 비어 있다. 57. 동네일각/밤 눈이 내리는 거리. 강욱, 여기저기 걸어 다니면서 율주를 찾고 있다. 놀이터를 보고, 편의점 안을 보고, 여기 저기 둘러보는 모습 빠르게 컷트 되고, 율주를 찾는 강욱의 표정이 점점 더 걱정스럽게 변한다. 58. 동네 포장마차/밤 강욱의 외투를 입은 율주, 술이 많이 취해있다. 각 자 테이블에 앉아있던 몇몇 사람들, 이미 한 손님이 되어서 율주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다. 율주 (소주병을 마이크 삼아 온갖 표정을 지어가며 트로트를 한 곡 부르고 있 는) 너무 합니다~ 너무 합니다~ 당신은 너무 합니다~ 사람들 환호하면서 박수친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면서 구십도로 허 리를 숙여 인사하는 율주, 비틀거리기까지 한다. 59. 거리/밤 눈 발 사이를 걷고 있는 강욱. 길 건너 포장마치에서 비틀거리며 나오는 율주를 발견했다. 율주 (넘어질 듯 비틀비틀) 강욱, 길을 건너 빠르게 달려간다. 율주 (다가온 강욱을 보곤) 어? 강욱이네? 아, 참참. (옷을 벗어 강욱에게 걸쳐 주며) 아깐 고마웠다. 강욱 (옷을 다시 율주에게 걸쳐주며) 입으세요. 눈 많이 와요. 율주 (하늘을 보며) 하필 오늘같이 쪽팔리는 날에 눈이 오냐. 강욱 쿡! (쪽팔린다는 말에 웃음이 난다.) 율주 왜 웃어? 내가 우스워 보여? 웃지 마. 아무리 그래도 난 니 선생이야. (걸으려다가 비틀하는) 강욱, 얼른 율주를 잡는다. 그 바람에 자연스럽게 강욱에게 안기게 되는 율주. 율주 (갑자기 창피하다는 듯이 떨어지며) 내 몸에서 냄새나지. 강욱 네. 율주 (민망해 하며) 머리를 못 감았어. 지독하니? 강욱 네. 율주 (팔을 가져다가 킁킁 맡아보고는) 정말 지독하다. 강욱 솜사탕. 율주 ? 강욱 … 선생님한테서는, 솜사탕 냄새가 나요. 율주 (잠시 보다가 배시시 웃으며) 강욱아 오늘 선생님이 술을 먹은 건 말야, 속이 좀 답답해서…… 강욱아, 나, (아픈)역시, 자격 없나봐. 강욱 …… 율주 오자마자 너한테 실수했지, 교장선생님한테 혼났지, 애들한테는 따 당했지, 강욱아, 나 어릴 때 꿈이 뭐였는줄 알아? 강욱 뭐였는데요? 율주 선생님. 대빵 좋은 선생님. 강욱 (웃는) 율주 학생 때는 뭐였는 줄 아니? (대답하기도 전에) 울트라 캡숑 대빵 좋은 선 생님. …지금 내 꿈은 뭔 줄 아니? 강욱 ? 율주 꿈 많은 너희들의 첫사랑. 첫사랑인 선생님. 강욱 …… (보는) 율주 (크게 숨을 들이쉬며) 아- 나 정말 대빵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강욱 (어른스럽게) 실망하긴 아직 일러요. (야단치듯) 이제 얼마나 됐다구. 율주 (보는) 강욱 속 뚫으러 갈래요? 60. 큰 나무길/밤 강욱과 율주, 나무 밑에 서있다. 율주 (태권도의 기본자세를 취하고 기합을 넣으며) 태권! 강욱 ???????? 율주, 갑자기 팔과 다리를 쭉 쭉 뻗으면서 태권! 태권! 하고 외친다. 동작의 난이도가 점점 세지고, 기합소리도 점점 커진다. 정권삼단지르기! 태, 권. 도! 태, 권, 도! 태, 권, 도! 한다. 율주의 갑작스런 행동에 어이없어 멍한 얼굴로 보고 있던 강욱, 갑자기 웃 음보가 터진다.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큰소리로 웃어 댄다. 율주, 강욱의 웃음소리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태권! 태, 권, 도! 한다. 율주 (모든 동작을 멈추고 숨을 크게 내쉬고는 강욱을 보며 환하게 웃는) 강욱 (웃고 있는) 율주 아, 이제야 속이 좀 뚫린다. (강욱을 보며 환하게 웃는) 강욱 (일렁이는) 눈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여전히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는 두 사람. 61. 검찰청 앞/밤 태현, 전화를 하면서 검찰청 입구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E 메시지로 넘어간다는 안내 음. 입에서 짧은 한숨이 나오는 태현, 전화를 끊고는 잠시 선다. 시계를 본다. 춘천에 내려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다. 62. 태현의 집/밤 넓은 평수의 아파트. 모던한 스타일의 인테리어. 수진, 현관에서 들어오고 있는 태현을 맞고 있다. 수진 늦었다. 태현 네. 수봉 (안방에서 나오며) 늦긴 뭐가 늦어. 난 신임검사 시절에 매일 밤샜어. (태현에게) 술 안마셨나 보다? 오늘 형사부 모임 있지 않았니? 태현 안 갔습니다. 수봉 왜. 태현 좀 피곤해서요. 수봉 (못마땅한 듯) 검사에게 정보는 판단력만큼 중요해. 그런 데 자꾸 빠지지 마. (거실 소파로 가서 앉는) 태현 (마주 앉으며) 알겠습니다. 수진 (마주 앉으며) 나 오늘 율주랑 통화했다. 너 어제 춘천 갔었다며? 태현 네. 수진 학교 재밌나 보더라. 태현 (잠시 망설이다가) 저 율주 부모님들 만나는 거, 며칠 미뤄야겠습니다. 수진 왜? 태현 제가 그날 일이 좀 생겼어요. 수봉 무슨 일, 중요한 일이야? 태현 네, 미룰 수 없는 일입니다. 수봉 (끄덕이는) 수진 율주 아버님 바쁜 시간 내시는 건가 보던데, 너무 미안하다. 태현 제가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63. 학교 외경/오전 64. 2학년 3반 교실/오전 조회시간, 율주가 교탁 앞에 서있다. 율주 (씩씩한 표정으로) 어제 우리 반에 여러 가지 일들이 참 많았지? 경오 (장난스럽게 키득키득 거리는데) 갑자기 분필이 경오에게 날아가더니 정확히 이마를 맞췄다. 경오 (이마를 만지며) 아! 모두 (큰 소리로 웃는) 강욱 (미소) 율주 (경오를 한번 흘겨보고는) 반장. 자경 네. 율주 우리 단합대회 한번 하자. 어떻게 재밌게 할 건지 종례 전 까지 의논들 해 봐. 아, 그리고 김영화. 영화 (심드렁한 표정으로) 왜요? 율주 영화는 다음부터 복도 청소는 하지 말도록. 영화 (좋아서) 네. 율주 대신 화장실 청소를 해. 아이들, 여기저기서 큰 소리로 웃는다. 강욱 (미소 띤 얼굴로 율주를 보는) 영화 (삐죽거리는) 율주 (큰 소리로) 이상! 65. 교정일각/오후 호태, 뭔가를 가슴에 품고는 초조한 표정으로 서있다. 멀리 자경이 오고 있다. 호태 (다가오는 자경을 보자 긴장하는) 자경 (다가와서는) 무슨 일이야? 호태 어… 저기. 호태, 가슴에 품고 있던 책을 하나 꺼내서 자경에게 내민다. 학생들이 보기에는 좀 어렵고 난해한 철학책이다. 호태 이거 너 읽으라구. 자경 (힐끔 책을 보고는) 나 책 읽을 시간 없어. 호태 읽어두면 좋아. 논술에 도움 될 거야. 자경 이거 주려고 부른 거야? 고맙지만 됐어. (돌아서려는데) 호태 자경아. 자경 (보면) 호태 나 서강욱이랑 싸웠어. 자경 (빤히 보는) 호태 난 내가 서강욱이랑 싸웠다는 게 너무 기분 좋아. 우리 엄마가 학교에 오 는 바람에 내가 마마보이가 됐지만, 그래도 좋아. 내가 서강욱이랑 싸웠다 는 게. 자경 강욱이랑 싸운 게 뭐가 그리 좋은데? 호태 (망설이다가) 널, 널…… 좋아하니까. 자경 (잠시 보다가 비실 웃는) 호태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난 알아, 강욱이는 너, 나만큼 안 좋아해. 자경 (굳어지는) 호태 널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나야. 자경 (노려볼 듯이 잠시 보다가) 니가 날 좋아하는 건 니 맘이고, 난 내 마음이 있고, 그리고 강욱이 마음은 강욱이 거야. 알았니? (싸늘하게 돌아서는) 호태 …… 66. 복도/오후 굳은 표정의 자경, 걸어간다. 강욱, 경오가 마주 걸어오고 있다. 뒤이어 패거리1,2와 여학생1,2도 낄낄거리며 걸어오는.. 강욱 (자경과 눈이 마주치자 엷게 웃어보이고는 지나치는데) 경오 반장, 우리 먼저 간다! 영화, 지윤 (자경을 힐끗 보면서 낄낄거리고 가는) 자경 (가던 걸음을 멈추고) 서강욱. 강욱 (돌아보는) 자경 잠깐 나 좀 봐. 강욱 왜. 영화 야, 니가 뭔데 오라가라야? 자경 (싸늘하게 보는) 강욱 …… (잠시 자경을 보다가) 니들끼리 가라. 경오 (잡으며) 너 빠지면 재미없지. 자경, 강욱에게 성큼 다가오더니 강욱을 데리고 가버린다. 경오 저 반장 걸은 왜 또 저러냐아~ 경오와 패거리1,2, 영화, 지윤, 할 수 없다는 듯이 삐죽거리며 간다. 자경 (강욱을 잡고 무조건 걸어가는) 강욱 무슨 일인데 그래. 자경 (그제 서야 멈추고) 너 오늘 나랑 놀아. 강욱 뭐? 자경 오늘 나랑 놀자구. 강욱 (어이없는 듯) 어떻게 놀고 싶은데. 자경 (앞에 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쟤들처럼. 67. 학교 앞/오후 율주가 학교에서 뛰어 나온다. 학교 앞에 주차되어 있던 차안의 태현, 율주를 보고는 차에서 나온다. 율주 (태현을 보자 삐친 듯 천천히 다가오는) 태현 (미소) 율주 (부러 흘겨보며)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태현 (웃으며) 어서 타기나 하세요 선생님. 강욱, 자경과 함께 교문에서 나오다가 율주와 태현을 본다. 강욱의 시선으로 보이는, 차에 오르는 율주. 율주 (차 안에서 강욱과 자경을 보고) 강욱 (차 밖에서 차 안의 율주를 보고) 차가 출발 한다. 68. 춘천 시내/밤 태현이 미리 예약해둔 춘천시내 야경이 보이는 고급 레스토랑. 율주와 태현이 마주 앉아서 밥을 먹고 있다. 태현 날짜 바꿨다. 니가 정해. 율주 어. 고마워. (미안해지고) 율주, 가방에서 약을 꺼내 먹는다. 태현 (걱정의 표정이 되는) 율주 (부러) 나, 환자잖아. 태현 (엷게 웃곤) 기면증, 학교에 미리 말하는 거 어때? 학교에서 갑자기 잠들 수도 있고. 율주 (잠시 망설이다가) 봐서, 나중에. 태현 (알겠다는 듯이 끄덕이는, 순간 율주의 손가락을 보고는) 반지 어쨌어? 율주 어? (그제 서야 자신의 손가락을 보면 반지가 없다.) 태현 화나서 빼버렸어? 율주 어? 그게 아니고…… (어쨌지? 생각이 안 나는데) 태현 잃어버렸어? 율주 아니, 집에 있어, 세수하다가 잠시 빼놨어. (미안한 듯 배시시 웃는) 69. 테크노 바/밤 테크노 음악에 맞춰 정신없이 춤을 추는 아이들. 주로 대학생으로 보이나, 자경이 한가운데서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다. 사람들 춤을 추는 자경을 힐끔거리며 본다. 바 안의 디제이, 자경의 춤을 보면서 신이 난 듯 더 판을 긁고, 춤에 빠진 무자지경의 자경. 강욱 (바에 앉아있는) <플래쉬 컷> -태현과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율주. 자경. 영화와 지윤이 들어온다. 단골인 듯, 들어오면서부터 몸을 흔들고, 한쪽 테이블에 앉다가 자경을 발견한다. 지윤 (놀란 듯) 어, 자경이다. 강욱이도 왔네. 영화 (자경을 고깝지 않게 보면서) 저 기지배가 웬일이야. 지윤 (감탄하며) 야, 춤 죽인다. 강욱 …… (생각에 빠져있고) 춤을 추던 자경, 춤을 추면서 강욱에게 다가와 바로 옆에서 춤을 춘다. 강욱, 자경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웃고, 강욱을 똑바로 보면서 춤을 추는 자경. 자경의 춤이 격해지자 바에 있던 사람들 두 사람을 향해 장난스럽게 박수치면서 환호한다. 70. 강욱의 집 앞/밤 강욱, 집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멀리 율주가 집 앞에서 랜턴을 들고는 뭔가를 찾고 있는 것이 보인다. 강욱 …… (뭐하나 싶은 눈으로 서서 바라보는) 율주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다.) 강욱 (다가가서는) 뭐하세요? 율주 (놀래서) 엄마야! (가슴 쓸어내리고는) 놀랬잖아. 지금오니? 강욱 뭐 찾으세요? 율주 어? 어, …반지. 강욱 반지. 둘러본다. 바로 강욱의 눈에 반지가 보인다. 반지를 집는다. 율주 (눈은 계속 반지를 찾으며) 서강욱, 너 아무리 여자친구가 좋아도 이렇게 늦게까지 있는 거 아냐. 강욱 (보는) 율주 연애는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아직은 학생이야. 강욱 (잠시 보다가) 선생님. 율주 응? 강욱, 율주에게 다가와 갑자기 율주의 손을 잡는다. 율주 (당황하는데) 강욱, 율주의 손에 천천히 반지를 끼워준다. 강욱 반지가, 좀 크네요. 율주 (웃음) 강욱 (미소) 71. 학교 운동장/낮 남학생들, 활기차게 축구를 하고 있다. 72. 교무실/낮 학주, 강욱과 자경을 세우고 야단 치고 있다. 학주 (자로 강욱의 머리를 때리며) 야이 자식아, 너 정말 하루도 안 불려 오는 날이 없구나. 너 학교에 왜 나오니, 응? 왜 나와? 강욱 …… (굳어진 얼굴로 대꾸 않는) 율주 (들어오다가 강욱과 자경을 보곤 무슨 일인가 싶은데) 자경 강욱인 잘못 없다는데 왜 그러세요. 제가 가자고 했어요. 학주 (자경의 말은 듣지도 않고) 이제는 니들 패거리들로도 부족해 순진한 사람 까지 꼬시냐? 응? 너 일년 더 꿇고 싶냐? 니네 할머니도 아시냐? 응? 강욱 …… 학주 야 이 자식아, 넌 엄마 아버지 없어서 그렇단 소리 안 들으려면 더 잘해야 될 거 아냐, 새끼야. 강욱 (쏘아보는) 학주 이 새끼가 근데 어디서 눈을 치켜뜨고, 야, 왜 내가 틀린 말 했냐? 야, 니 아버지가 의문사라고? 야, 난 니 인생이 어떻게 돌아갈지 그게 의문이다 그게, 근데 이 새끼가 어디서 (출석부로 머리를 치며) 눈을 치켜뜨고, (팍, 팍, 때리는데) 강욱 (갑자기 그 손을 잡는) 학주 이 새끼 봐라? 율주 !…… (이걸 어쩌나 싶기만 한데) 학주, 이 새끼가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나, 하면서 강욱에게 잡힌 팔을 빼려는데 빠지지 않는다. 강욱 꽉 잡고 있다. 주변에 있던 교사들이 모두 달려들어 강욱의 팔을 비틀어 내려놓는다. 그 순간, 책상위에 있던 두터운 책으로 강욱의 머리를 세게 때리는 학주. 강욱, 갑자기 발로 학주 의 책상을 힘껏 걷어찬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모두 놀라고, 강욱, 잠시 학 주를 노려보다가 나가버린다. 율주, 빠르게 강욱을 쫓아나간다. 73. 복도/낮 강욱, 빠르게 걸어가고 있다. 율주 (쫓아가면서) 강욱아, 거기 서! 강욱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걸음은 점점 빨라지고) 교무실에서 따라 나온 자경, 빠르게 걸어가는 강욱과 강욱을 쫓아가는 율주를 바라본다. 74. 학교 밖 일각/낮 교문에서 나와 빠르게 걸어가는 강욱. 율주 악착같이 강욱을 쫓아가고 있 다. 점점 빨라지는 강욱의 발걸음. 율주 뛰다시피 하면서 강욱을 쫓아간다. 강욱, 신호들이 바뀌지 않은 횡단보도를 건넌다. 율주도 강욱을 따라서 길 을 건넌다. 두 사람을 향해 크락션을 울려대는 차들. 75. 거리/낮 인파가 많은 거리. 강욱 쉬지 않고 빠르게 걷고 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뛰어오는 율주, 강욱 과의 거리를 좁혔다. 율주, 드디어 강욱의 팔을 겨우 잡는다. 율주 (숨을 몰아쉬며) 강욱아 서! 강욱 (서는, 율주를 보는) 율주 (숨을 몰아쉬며) 가지 마. 가면 안돼. 순간, <플래쉬 컷> -5년 전 강욱을 잡으며 강욱에게 ‘가지 마, 강욱아 가지 마’ 하던. 강욱 ! (율주를 보는) 율주 가면, 니가 지는 거야. 가지 마. 강욱 …… 율주 가지 마. 강욱 …… (눈시울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하는) 율주 (그 눈을 보는) 강욱 (곧 눈물이 떨어 질 것 같은) 율주 강욱아, 내가 있잖아. 너한텐, 담임인 내가 있잖아. 강욱 … (눈물을 참고는) 율주 나랑 같이 돌아가자. (손을 내밀며) 자, 날 잡아. 같이 돌아가자. 강욱 …… (율주가 내민 손을 보는) 율주 자 어서. (강욱에게로 좀더 손을 뻗는) 율주의 손을 바라보던 강욱, 천천히 잡더니 갑자기 율주를 자신의 앞으로 바짝 끌어당긴다. 율주의 얼굴이 강욱의 코앞까지 닿았다. 당황하는 율주, 율주를 똑바로 쳐다보는 강욱, 서로 마주보는 두 사람, 그 모습에서 엔딩. 76. 에필로그/모노톤 씬6의, 강욱에게 안겨있던 율주, 벌떡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가방을 주워서는 탁 탁 먼지를 털고는 휙 돌아서 가는데, 새끼손가락부터 빨간 실이 나와 있 다. 그리고 그 실은 몇 번 엉킨 뒤에 ??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강욱의 손가 락까지 이어여 있다. 강욱 (보는) 율주 (보는) 서로 보고 서있는 두 사람. 두 사람 손가락 끝에 나와 있는 빨간 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