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
-친구 ‘이여상’을 보내면서-
저승의 첫날밤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데
이승이 눈에 밟혀
뜬 눈으로 지세 운다는데
친구야 너도 그랬냐?
얼굴이 헬쓱하구나
눈가에 이슬이 맺혔구나
영정 속 다문 입술이 말할 듯 말이 없다
무릎 꿇고 친구 손을 잡을 때
향초는 타오르고 국화는 고개를 꺾었다
평생을 닦아놓은 친구의 길 위에
친구들이 간다
낮에는 향기가 밤에는 별들이 속삭이는 동안
우리는 이별을 한 것이 아니라
잠시 헤어져 있는 것이다
냇물이 바다에서 만나듯이
이승의 문을 열고 나가면 그때 저승에서 우리 만나자고
산 놈은 산 놈들 끼리 술잔을 주고받는다
꺼억 꺼억 어깨를 들썩이는 소리
저승 문앞을 서성인다
첫댓글 같은 시간에 동창들이 모여 조문했더라면, 읽어야 할 조문이구려. 여상이도 그리 생각하고 기다리리라.
친구는 가고 남은 친구들은 술잔을 기우리네.
말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네.
누군들 그 길을 가지 않을 수 없다네.
서산에 해지는 것이 두렵다네.
어이하랴. 어둠이 이마를 덮는 것 그게 인생이라네.
우리 6회 카페에 들어오면 첫 화면에 여상이가 돼지고기 굽는 드럼통을 돌리는지 아니면 드럼통을 닦고 있는지? 얼굴이 보이는데 웃어야 하냐? 아님 곡을 해야 하냐? 참 허무한 것이 사람 사는 일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