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의 숨은벽 등반과 늦는 술자리로 인해 몸이 무겁다.
조현구, 김하연씨의 야영이 없었다면 다시 자리에 눕고 싶었다. 여러번의 통화시도에도 불통이던, 괴물형의 산행을 할 수 없다는 전화까지 받으니 마음도 무겁다.
오늘따라 도선사에서 초하루 법회로 우이동에서 도선사 주차장까지 태워주던 택시도 통제하면서 걸어서 올라 가야할 판이었으나 10여 분을 기다린 끝에 통제가 풀려 절에 가는 할머니들과 서로 실랑이를 별이면서 겨우 택시를 얻어 탈 수 있었다.
야영장의 두 사람은 준비를 마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땀을 식히면서 만경릿지로 코스를 정하고 휴식년제로 입산금지였으나 호젓한 길을 찾아서 국립공단 관리공단 직원과 등산객의 눈치를 보면서 살금살금 깔딱고개로 올랐다.
청명한 날씨 덕분에 인수봉을 마주보며 올라가는 능선길은 여기까지 오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말끔히 풀어 주었고 김하연씨가 백운산장까지 다녀오는 수고 덕분에 양념두부에 잣술까지 곁들이니 뻐근하던 몸도 한결 개운하다.
어느 코스나 그렇지만 올라가는 길보다 거꾸로 내려가는 길은 훨씬 신경이 쓰인다. 자일도 20m면 충분한데 50m를 가지고 온 탓에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조심스럽게 가는데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어떤 여자분은 평지를 걷듯 혼자서
우리 앞을 살랑살랑 지나가는 폼이 가히 프로의 경지다.
능선의 끝부분에서 싸 온 족발과 남은 잣술로 점심과 하산주를 대신하며 무겁게 시작한 산행을 가볍게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