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왕대본[제목] 리어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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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연극동호회2회공연
리어왕
원작:W.세익스피어
번역:이경미
연출:한영식
시민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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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1막
[장] 1장
[리어왕] 그동안 지금까지 숨겨온 나의 생각을 말하겠다. 그 지도를 가져와라. 이와같이 나는 나의
왕국을 삼분했소. 그리고 나의 움직일 수 없는 확고한 결심은 늙은 이 몸에서 모든 번뇌와 국사를 다
털어버리는 일이오. 그러한 일을 젊고 기운 있는 사람들에게 넘겨주고, 홀가분한 몸으로 여생을 편안히
보내고 싶소. 내 막내딸의 사랑을 노리는 공작이 구혼을 위해 오랫동안 이 궁정에 머물러 있는데,
그것도 이 자리에서 대답할 작정이오. 딸들아, 말해다오. 너희들 중에서 대체 누가 제일 나를
사랑하는지 말해라. 효성이 지극한 사람에게 나는 가장 큰 재산을 주게 될 것이다. 거너릴, 맏딸로서
먼저 말해 봐라.
[거너릴] 네, 저는 말로는 이루 표현할 수 없는 만큼 아버님을 사랑하고 있읍니다. 미덕과 건강과
미와 명예를 겸비한 생명보다도 더 사랑하옵고, 자식이 아비에게 바친 최대의 사랑; 또 아버지가 받은
최대의 사랑을 가지고 사랑하옵고, 숨을 모자라게 하고, 말을 침묵시키는 그러한 사랑으로 사랑하옵고,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린 그 전부 이상으로 사랑하옵니다.
[커어드리어] (방백) 커어드리어는 뭐라고 말할까? 마음으로만 사랑하고 잠자코 있자.
[리어왕] 이 경계선의 이 선에서 이 선까지. 울창한 삼림, 넓은 복장 이것이 네 것이다. 나의
사랑하는 영원히 전해지는 것이다. 나의 둘째 딸, 나의 사랑하는 리어건은 뭐라고 말하겠나? 말해
봐라.
[리어건] 저도 언니와 비중이 같사옵니다. 그러하오니 언니와 같은 값을 매겨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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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아버님에 대한 저의 사랑을 빈틈없이 그대로 말씀드렸읍니다. 다만 그걸로는 아직 표현이
부족하옵니다. 제가 감히 말씀드린다면 가장 귀한 감각이 가질 수 있는 기쁨이라 할지라도 효행이외의
기쁨은 모두 저의 적이옵니다. 저는 아버님에 대한 효행을 다하는 일만을 최대의 행복으로 느끼고
있사옵니다.
[커어드리어] (방백) 하지만 그렇진 않지. 아버님께 대한 나의 사랑이 내 혓바닥의 말보다는 훨씬
비중이 무거우니까.
[리어왕] 너와 너의 자송에게는 이 아름다운 왕국의, 이 광대한 3분의 1을 주겠다. 넓이에 있어서나,
가치에 있어서나, 또 그 즐거움에 있어서나, 거너릴에게 준 영지에 못지 않은 것이다. 자 , 이번엔
나의 사랑하는 커어드리어, 큰 딸들과 조금도 다름이 없이 내게 기쁨을 주는 막내딸, 너는 뭐라고
말하겠느냐? 언니들 것보다 훨씬 풍부한 3분의 1을 맞히기 위해서? 자, 말해 봐라.
[커어드리어] 아무것도 없읍니다, 아버님.
[리어왕] 아무것도 없다고?
[커어드리어] 아무것도 없읍니다.
[리어왕] 무에서 생기는 건 무뿐이니, 다시 한번 말해 봐라.
[커어드리어] 슬프게도 저는 저의 마음을 입에 올려 말할 줄 모릅니다. 저는 아버님을 자식된 도리에
의해서 사랑하올 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나옵니다.
[리어왕] 어찌된 일이냐. 커어드리어! 다시 한번 생각해봐.
[커어드리어] 아버님, 아버님께서는 저를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시고 사랑해 주셨읍니다 그래서 딸 된
도리에 맞게 저는 그 은혜에 보더하려고 아버님꼐 복종하고, 아버님을 사랑하고, 가장 아버님을
존경합니다. 아바 제가 결혼한다면 제 손에 반지를 끼워 주실 분이 저의 사랑의 절반을, 저의 걱정과
책무의 절반을 가져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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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결혼을 하면 아버님만을 사랑할 수는 없사옵니다.
[리어왕] 너는 진정으로 하는 말이냐?
[커어드리어] 네, 아버님.
[리어왕] 그렇게 젊은 나이에 그렇게도 매정하단 말이냐?
[커어드리어] 이렇게 젊기 때문에 이렇게 정직하옵니다.
[리어왕] 마음대로 하렴! 그러면 그 정직을 네 재산으로 삼아라. 나는 이 자리에서 모든 아비로서의
일체를 부인하고, 이제부터는 영구히 내 마음과 내 자신에 대해서 아무 관계없는 남으로 너를 생각할
테다.
[그로우스터] 폐하!
[리어왕] 켄트 백작은 아무 말 마오! 용왕의 노여움에 맞서지 마오, 나는 그 애를 가장 사랑하고
있었소. 그애의 정다운 위로를 받으면서 여생을 보내려고 생각했었소. 나가라, 사라져 버려라. 그애에
대한 아비로서의 마음을 버린 이상, 이제 무덤만이 내게는 안식처로구나! 이 3분의 1의 영지를 둘이서
분배하오. 그애는 스스로 < 정직> 이라고 부르는 < 오만> 과 결혼하면 된다.
[그로우스터] 리어왕 폐하,
[리어왕] 활을 굽혀 당겼으니 화살을 피하오!
[그로우스터] 비록 그 화살촉이 저의 가슴을 꿰뜰을지라도 차라리 활을 쓰십시오. 리어왕께서
광란하시면 이 켄트도 신하의 예를 잃습니다. 폐하께서는 대체 무엇을 하시렵니까? 권력이 아부에
굴종할 때, 충절이 겁을 먹고 입을 다물기라도 하리라고 생각하셨읍니까? 권위가 우행에 농락당할때
명예는 직업의 의무를 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왕위는 그대로 보존하십시오. 그리고 신증히 생각하셔서
이 해괴하고 경솔한 처사를 중지하십시오. 제 목숨을 걱고 말씀드립니다. 막내따님이라고 하여
폐하에의 애정이 가장 적은 것은 아닙니다. 또 소리가 낮아, 허공에 울리지 않느다 하여 마음이 빈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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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왕] 켄트, 목숨이 위험할 테니 입을 다물어!
[그로우스터] 제 목숨은 폐하의 적과 맞서는 일개 병졸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 폐하의 만태가 목적인
만큼 목숨을 잃는 것도 두려워 하지 않습니다.
[리어왕] 보기 싫다!
[그로우스터] 잘 보십시오, 폐하. 그리고 저를 언제까지나 폐하의 눈동자로 삼아 주십시오.
[리어왕] 그럼, 아폴로 산에 맹세하여-
[그로우스터] 그럼, 아폴로 산에 맹세하여 말씀합니다만 폐하, 그 맹세는 헛일이옵니다.
[리어왕] 이 고얀 불한당 같은 놈!
[그로우스터] 칼을 빼십시오. 폐하의 양의를 죽이시고, 더러운 병독에 진찰료를 지불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저의 목구멍에서 소리를 낼 수 있는 한, 폐하의 소행의 어리석음을 계속 외치겠읍니다.
[리어왕] 명령이다. 이 불한당 놈아! 닷새의 유예를 네게 허락하니 그 동안에 세상의 온갓 재해를
피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여라. 그리고 엿새째에는 너의 가증스런 등을 나의 왕국으로 돌려라. 만약 그
다음 열흘째 되는 날에 추방된 너의 몸뚱이가 이 국내에서 발견되면 즉시 그 자리에서 사형에 처할
것이다. 떠나 버려라! 주피터 신에게 맹세하여 이 선고는 취소하지 않겠다.
[그로우터스] 그러면 폐하, 안녕히 계십시오. 폐하께서 그렇게 결심하신 이상, 자유는 나라 밖으로
달아나고, 나라 안에는 추방이 있을 뿐입니다. (커어드리어에게) 신의 가호가 있으시기를! 공주님의
생각은 옳으시며 또 적당하게 말씀하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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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1장
[장] 2장
[리어왕] 즉시 저녁식사를 해야겠다. 잠시도 기다릴 수 없어. 자, 즉시 준비를 시켜라. 이봐라! 너는
누구냐?
[그로우스터] 대단히 정직한 사나이 입니다. 그리고 폐하처럼 가난합니다.
[리어왕] 왕이 왕으로서 가난한 것처럼, 네가 신하로서 가난하다면 과연 너는 가난하겠지. 그래 네
소망이 뭣이냐?
[그로우스터] 일을 하고 싶습니다.
[리어왕] 누구를 위해서일을 하고 싶단 말이냐?
[그로우터스] 폐하께.
[리어왕] 너는 나를 알고 있나?
[그로우스터] 모릅니다.
[리어왕] 너는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
[그로우스터] 명예로운 비밀은 지킵니다.
[리어왕] 따라오너라. 나를 위해서 일을 하게 해 주겠다. 식사후에도 내 마음이 변치 않는다면 금방
내쫓지는 않곗다. 식사를, 여봐라! 종자는 어디로 갔니! 광대는? 너가서 광대를 데려 오너라. (종자 한
사람 퇴장)
(광대등장)
[광대] 나도 그 사람을 고용하겠읍니다. 자 내모자를 주지. (그로우스터에게 광대의 모자를 준다. )
[리어왕] 얘, 이 장난꾸러기 놈아! 어떻게 된 일이냐?
[광대] 이봐 내 모자를 쓰는 편이 좋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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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트] 왜 그래?
[광대] 왜라니, 쇠퇴해 가는 사람의 편을 드니까 그렇지. 안그래? 바람부는 대로 웃음 짓지 않으면
이내 감기 들걸. 자 이모자를 쓰라구. 이 사람은 딸들을 내쫓고, 세째 딸에게는 마음에도 없는 축복을
주었단 말이야, 당신이 사람을 따라다니려면 내 모자를 써야해 어때요, 아저씨! 내게 보자 두개와 딸이
둘만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리어왕] 왜 그러니?
[광대] 딸들에게 재산은 다 주어도, 모자 두개만은 남겨 둬야죠. 자, 내 것을 하나 드리겠읍니다!
딸들에게 머리를 숙여 또 한 개 얻으세요.
[리어왕] 말 조심해라, 매 맞는다.
[광대] <진실>이라는 놈은 밖에 내쫑기는 개 같은 것입니다. 진실은 실컷 매를 맞고, 암캐 마님은
난로 옆에서 더러운 냄새를 피우고 있어요.
[리어왕] 아, 내가 이 무슨 고통이람!
[광대] 내가 좋은 노래를 가르쳐 드릴까요?
[리어왕] 가르쳐다오.
[광대] 잘들어 보세요. 아저씨-
[노래시작]
가진 돈은 전부 보이지 말고,
아는 것을 전부 말하지 말라.
가진 돈을 넘부 빌려주지 말고,
걷기보다는 말을 타고,
들을 것을 전부 믿지 말라.
가진 돈은 전부 걸지 말고,
술과 계집 다 버리고,
집안에 잔뜩 틀어박혀 있으면,
20실의 원금으로 그 10할,
10실의 곱 벌기는 식은 죽 먹기지.
[노래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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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트] 쓸데없는 헛소리구나, 이 바보야.
[광대] 그건 무료 서비스하는 변호사의 진슬 같은 것이지. 내겐 아무것도 주지 않으니, 아저씨,
무에서 유를 만들 수 없소?
[리어왕] 그건 안돼. 무에서 생기는 건 무뿐이지.
[광대] (켄트에게) 제발 이사람한테 말해 줘요. 당신의 영지 이 사람은 광대의 말을 절대 믿지
않으니까.
[리어왕] 입맛 쓴 소릴 하는 바보놈이로군!
[광대] 씁쓰레한 바보와 달콤한 바보의 구별을 알고 있소?
[리어왕] 아니, 모르겠는데, 가르쳐다오.
[광대] 당신의 땅을 물려 주라고,
당신에게 권유한 그 양반을
내 옆으로 데리고 오소.
당신이 그 양반 대신을 하오.
달콤한 바보와 씁쓰레한 바보.
두 바보가 나타나리다.
얼룩옷 바보가 여기 한 사람,
또 한 사람은 저쪽에 있소.
[리어왕] 이놈아, 나를 바보라고 하느냐?
[광대] 다른 이름은 모두 양도해 버렸으니, 이제 남은 건 타고 난 바보 이름뿐이오.
[켄트] 이놈은 완전한 바보는 아니군요, 폐하.
[광대] 사실 그래, 높은 양반들이 나 혼자서 바보 노릇을 하게 내버려 두지는 않는단 말야. 내가
바보 전부의 전매특허를 갖는다면 나눠 달라고 야단일거야. 귀부인들까지도 한몫 끼어들어 절대로 내게
바보 전부를 독점시켜 주지 않는단 말야. 뺏어 가려고 하거든, 아저씨, 내 달걀 하나만 줘요. 대신 관
두개를 줄테니.
[리어왕] 무슨관이, 두개라는 것은?
[광대] 그야 달걀을 가운데서 쪼개서 속을 먹어버리면 관이 둘 남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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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자기 왕관을 쪼개 가지고 둘 다 줘 버렸지. 덕분에 당나귀를 얻고 진흙 길을 건너지 않았소.
황금관을 줘 버렸으니, 당신 대머리 골통 속에는 별 신통한 지혜도 남은게 없지. 내 말이
바보스럽다면, 그렇게 생각한 놈이 먼저 매를 맞아야 해. (노래한다. )
[노래시작]
금년은 바보가 시세 없는해,
영리한 사람이 바보가 되어
지혜를 통 쓸 줄 모르니.
하는 것들이라곤 원숭이 흉내뿐.
[노래끝]
[리어왕] 언제 그렇게 노래를 배웠니?
[광대] 당신이 딸들을 당신 어머니 노릇을 하게 했을 때부터요, 아저씨. 당신이 딸들에게 회초리를
맡기고, 바지를 끌어 내렸으니까. (노래한다. )
[노래시작]
그들은 별안간 기뻐서 울고,
나는 슬퍼서 노래하였소.
이런 임금님이 숨박꼭질하여
바보의 무리에 끼어들다니.
[노래끝]
아저씨, 당신의 바보에게 거짓말을 가르쳐 줄 선생을 한 고용했으면 좋겠소. 거짓말 하는 걸 배우고
싶으니,
[리어왕] 너 거짓말 하면 매 맞는다.
[광대] 놀랐는걸. 대체 당신과 당신 딸들은 어떤 관계요? 딸들은 내가 참말을 한다고 매질을 하니.
그러다간 말 안한다고 또 매를 맞겠지, 바보만은 되고 싶지 않소. 하지만 당신같이 되기도 싫소.
아저씨, 당신은 지혜의 양쪽 껍질을 벗겨 버려서 한가운데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거든. 저기 반조각이
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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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너릴 등장>
[리어왕] 얘야!왜 그렇게 얼굴을 찌푸리고 있니?
[광대] 이 사람이 얼굴을 찌푸려도 상관할 필요가 없었던 무렵에는 당신도 참 좋은 사람이었는데,
이젠 숫자 없는 제로가 되었어. 이제 내가 당신보다 낫소. 나는 바보지만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오.
(거너닐에게) 알았읍니다. 입을 다물지요. 얼굴에 그렇게 씌어 있어요. 아무말씀 안 하셔도 ,쉿,
조용히. 싫증이 난다고 빵 속과 껍질을 버리고 나면 허기진다. 이건 알맹이 뺀 콩각지야.
[거너릴] 아버님, 무례가 허용된 이 바보뿐만이 아닙니다. 아버님께서 데리고 계신 그밖의 오만
무쌍한 종자들도, 시시 각각으로 트집을 잡고 싸우기 때문에 그 난폭한 소동을 저로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읍니다. 실을 아버님께서 이 말씀을 드려서 안전한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읍니다.
하지만 요즘 아버님의 말씀이나 행동을 보면 아버님께서는 오히려 그러한 행동을 감싸고 시인하실 뿐만
아니라, 장려하시는 듯합니다. 만냑 이것이 사실이라면, 세상의 비난을 면치 못하실 것입니다. 또한 그
대책도 단호히 강구하겠읍니다. 나라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나머지, 그것이 발동되면 혹 아버님을
모욕하는 결과가 될지도 모릅니다. 다른 경우 같으면 집안의 욕이 될지 모르나, 만부득이한 이
경우에는 세상 사람들도 현명한 조치라고 말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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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 그래, 아저씨도 아시다시피 종다리가 뻐꾸리를 끝까지 키워 준 덕분에 물려 죽었소. 그래서
촛불도 꺼지고, 우리는 칠흑 같은 어둠속에 남겨졌느니라.
[리어왕] 너는 내 딸이냐?
[거너릴] 아버님 머리에는 훌륭한 지혜가 가득 들어 이쌉오니, 그 지혜를 십분 활용해 주십시오.
그리고 요즘, 아버님의 본성을 변하게 한 그런 기분을 버리시기 바랍니다.
[광대] 수레가 말을 끌면, 거꾸로 된 일이라는 것쯤은 얼간이 당나귀인들 모를리가 없지.
[리어왕] 누가 여기서 나를 아는 사람은 없나? 이것은 리어가 아니다. 리어가 이렇게 걷나? 이렇게
말하나? 눈은 어디 있지? 머리의 기능이 둔해져서, 지력도 마비돼 버렸다. 도대체 내가 깨어 있는
현실일까? 그렇지 않아. 이 내가 누군지, 누가 내게 가르쳐 주지 않겠나?
[광대] 리어의 그림자야.
[리어왕] 부인,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오?
[거너릴] 아버님, 그 당혹한 체하시는 것도 요즘 나타내시는 숱한 망령과 겉은 종류의 것입니다.
제발 제가 말씀드리는 취지를 정당하게 이해하여 주세요. 아버님께서는 연로하시고 존경받는 분이신
만큼 총명하셔야 합니다. 지금 아버님께서는 1백명의 기사와 종자들을 데리고 계십니다. 모두 난폭하고
방탕하고 뻔뻔스런 사람들뿐입니다. 그래서 이 저택은 온통 그들의 나쁜 행동에 물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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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잡한 여관같이 되어 버렸읍니다. 불과 음탕한 섹스 때문에 전아해야 할 이 궁정은 마치 술집이나
갈보집같이 되어 버렸읍니다. 파렴치도 이러한 지경에 이르러선 더 참을 수 없읍니다. 곧 무슨 조치를
취해야겠읍니다. 그래서 간청하옵니다. 아버님의 종자의 수를 좀 줄여 주십시오. 들어 주지 않으시면
물론, 제 마음대로 실행할 작정입니다만, 그리고 자신의 신분과 주군의 입장을 아는 것은 물론, 아버님
노령에 알맞은 사람들만이, 사람의 수를 줄인 후에도 계속 종자로 남아 있게 해야겠읍니다.
[리어왕] 지옥의 악마 같은 것들! 내 말에다 안장을 대라. 내 종자들을 집합시켜라! 이 쓸모없는
불효자식 같으니! 네 신세를 지지 않겠다. 내겐 딸이 또 하나 있어.
[리어왕] 어서 이 편지를 둘째에게 전해다오. 우물쭈물하면 내가 먼저 닿게 될거야.
[켄트] 이 편지를 전할때까지는 잠도 자지 않을 각오입니다. (퇴장)
[광대] 만약 사람의 두뇌가 발뒤꿈치에 붙어 있다면, 두뇌도 역시 동상에 걸릴까?
[리어왕] 그야 그렇겠지.
[광대] 그럼 제발 안심해요. 당신의 지혜는 발뒤꿈치에도 없으니, 동상이 걸려 슬리퍼를 신을 필요가
없을 테니까.
[리어왕] 하, 하, 하!
[광대] 당신의 다른 딸을 당신의 딸답게 대접해 줄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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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딸은 야생사과가 보통 사과와 똑같듯이, 외양은 이딸과 흡사하니까 하긴 내가 알고 있는 것도 알고
있는 것뿐이지만.
[리어왕] 알고 있어? 네가 무엇을 알고 있단 말이냐?
[광대] 야생사과는 어느 것이나 맛이 같듯이, 그딸도 이딸과 맛이 같으리라는 걸 말야. 왜 사람의
코가 얼굴 한가운데 있는지 알아?
[리어왕] 모르겠는걸.
[광대] 그야 코 양쪽에 눈을 붙여 두기 위해서지. 냄새를 맡아서 알아내지 못하는 것은 눈으로
보라고 말야.
[리어왕] 막내한테는 내가 잘못했어.
[광대] 굴이 어떻게 껍데기를 만드는지 알아?
[리어왕] 모르겠는걸.
[광대] 실은 나도 모르지. 하지만 달팽이가 집을 짓는 까닭은 알고 있어.
[리어왕] 왜 그래?
[광대] 왜라니, 제 머리를 넣기 위해서지. 딸들에게 집을 줘 버리고, 제 뿔 감출 곳을 잃어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란 말야.
[리어왕] 나는 아비로서의 본래의 애정이라는 걸 잊고 싶다. 그렇게도 정다운 아비였는데! 말은
준비되었나?
[광대] 당신의 당나귀들이 준비하고 있소. <일곱개의 별> 이 일곱개라는 데에는 재미있는 까닭이
있지.
[리어왕] 그것은 여덟개가 아니기 때문이겠지?
[광대] 바로 그래. 당신도 훌륭한 바보가 될 수 있어.
[리어왕] 강제로라도 빼앗아 버릴까! 배은망덕한 놈!
[광대] 아저씨, 당신이 내 광대바보라면, 나는 당신을 때려 주었을거야. 늙을 떠도 아닌데 늙어
버렸다고 말야.
[리어왕] 그건 또 왜 그래?
[광대] 지혜로와지기 전에는 늙어선 안 돼.
[리어왕] 오 하늘이여 나를 미치광이로, 미치광이로 만들지 말아 다오! 제발 제 정신을 가지고 있게
해 다오. 미치광이는 되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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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1막
[장] 3장
그로우스터 백작의 저택앞 < 그로우스터는 차꼬에 채워져있다. 리어 광대 등장>
[리어왕] 이상한데, 그들이 이렇게 집을 비우고 또 내 사자를 돌려 보내지 않는다는 것을.
[그로우스터] 안녕하십니까, 국왕 폐하!
[리어왕] 저런! 너는 이 모욕을 즐기고 있느냐?
[그로우스터] 천만의 말씀입니다. 폐하!
[광대] 하! 하! 지독한 각반을 치고 있군. 말은 머리를 잡아 메고, 개와 곰은 모가지를, 원숭이는
허리를 잡아 매는데 사람은 다리를 잡아 매는 게로구나. 다리를 너무 쓰면 양발을 신기지.
[리어왕] 네 신분을 몰라보고 네게다 차꼬를 채운 놈은 대체 어떤 놈이냐?
[그로우스터] 그럴리가 없다. 그들이 그런것을 할리가 없어.
[광대] 겨울은 아직도 안 갔구나. 기러기가 그렇게 나는 걸 보니.
<리어건 등장>
[리어왕] 내와 다 잘 잤는가?
[리이건] 폐하를 뵈오니 기쁩니다.
[리어왕] 그러리라고 생각한다. 만약 네가 기쁘지 않다면 나는 죽은 네 어미와 이혼하겠다.
<그로우스터에게> 다 몸이 풀렸느냐? 그 문제는 이 다음에 이야기 하기로 하자.
<광대와 그로우스터 퇴장> 사랑한다. 리이건아, 네 언니는 내딸이 아니다. 몹쓸년이다. 아 리이건아!
그년은 배은망덕한 날카로운 부리로 독수리처럼 여기를 <자기의 가슴을 가리킨다> 찔렸다. 뭐라고
설명할 수도 없다. 너는 도저히 믿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태도가 얼마나 흉악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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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이건] 아버님, 제발 진정하세요. 제 생각에는 언니가 책임을 소홀이 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아버님께서 언니의 마음을 오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리어왕] 왜 그런 말을 하느냐?
[리이건] 저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읍니다. 언니가 조금만큼이라도 아버님에의 효도를 소홀히
했으리라고는. 혹시 언니가, 아버님이 데리고 계시는 종자들의 난폭한 짓을 못하게 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명백한 이유와 당연한 목적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이므로, 언니에게 잘못은 없읍니다.
[리어왕] 그년은 내 저주를 받야야 해.
[리이건] 아버님, 아버님께서는 늙으셨읍니다. 아버님의 체력은 바로 그 한계의 극한에 달해
있읍니다. 아버님께서는 당연히, 아버님 자신보다도 아버님일을 더 잘 아는 사려와 분별 있는 사람의
재량에 모든 걸 맡기시고, 그런 사람의 의견에 따르셔야 합니다. 그러니 제발, 언니한테로 돌아가서
잘못했다고 말씀하세요.
[리어왕] 그년에게 용서를 빌란 말이냐? 어디, 잘 봐라! 이것이 우리 왕가에 어울리는 것인지.
사랑하는 딸이여, (무릎을 꿇는다. ) 나는 정말 늙었다. 늙은이는 쓸모없는 것이라, 이렇게 무릎을
꿇고 애원을 하니, 제발 내게 의복과 먹을 것을 좀 다오.
[리이건] 아버님, 그만두세요. 그런 창피스런 희롱은 그만두시고 언니한테로 돌아가세요.
[리어왕] 절대로 안간다, 리이건아. 그년은 내가 데리고 있는 종자의 수를 반으로 줄였다. 무서운
낯짝으로 나를 노려보고, 살모사 같은 독설로 내 심장을 찌르년이야. 하늘에 저장된 징벌이라는 징벌은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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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망덕한 그년의 머리위에 떨어져라. 질병을 전염시키는 대기여, 불구자를 만들어 다오. 그년한테서
태어나는 아이들의 뼈다귀를 말라 비틀어지게 하여!
[리이건] 그만하세요, 아버님, 그만하세요.
[리어왕] 날랜 번개여, 눈멀게 하는 너의 화염을 그년의 비웃는 눈깔 속에 찔러 넣어 다오! 뜨거운
햇빛을 받아서 늪 속에 피어오른 독기여, 그년의 얼굴을 더럽히고 그 교만스런 콧대를 꺽어다오!
[리이건] 아버님, 용건을 말씀해 주세요.
[리어왕] 누가 내부하에게 차꼬를 채웠지?
<거너릴 등장> 아 하늘이여 만약 당신이 노인을 불쌍히 여기신다면, 온 세계의 자비로운 통치자만이
당신이 효행의 덕을 칭송하신다면. 만약 당신자신께서도 고령이시라면 모쪼록 이것은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시어, 하늘의 사자를 내려 보내셔서 저를 도와 줍소서! (거너릴에게) 너는 부끄럽지 않느냐, 이
수염을 보고도? 아, 리이건아! 너는 그년의 손을 잡느냐?
[거너릴] 손을 잡으면 왜 안돼요? 무엇을 잘못 했어요? 비록 무분별한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늙은이가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그 모든것이 나쁜것은 아니예요.
[리어왕] 아, 이 가슴은 무척이나 굳세기도 하구나! 왜 내부하에게 차꼬를 채웠지?
[페이지] 016
[리이건] 아버님, 제발, 아버님께서는 약하시니 약한 사람답게 하세요. 언니한테로 돌아가셔서
종자들을 절반으로 줄이시고 이달 말까지 머물러 계신 다음에 저희들 한테로 오세요. 저는 지금 집에
있지 않고, 아버님을 맞아 환대하기에 필요한 아무런 준비도 갖추고 있지 않으니까요.
[리어왕] 그년한테로 돌아 가라구? 그리고 종자들 50명을 줄이라구? 아니 그럴바엔 차라리 지붕밑에
살기를 그만두고 이리와 올빼미를 친구로 삼는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거너릴] 마음대로 하세요.
[리어왕] 얘, 제발 나를 미치게 하지 말아라. 이제 네 신세는 지지 않겠다. 잘 지내거라. 될 수
있거든 마음을 고치고, 기회가 오면 사람이 되도록 해라. 나는 참을 수 있다. 나느 리이건과 같이
지내겠다. 1백명의 내 기사들을 데리고.
[리이건] 그렇게 할 수는 없읍니다. 저는 아직 아버님께서 오시리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고, 환영해
드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언니의 말씀을 들어주세요. 왜냐하면 아버님께서 연로하시다고
생각하여 잠자코 있는 것이니까요. 그 결과는 -하지만 언니는 자기의 할일을 잘 알고 있읍니다.
[리어왕] 진정으로 하는 말이냐?
[페이지] 017
[리이건] 물론이예요. 아니 종자들이 50명이라고요? 그만하면 충분하지 않아요? 그이상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그래요. 아니, 그것도 너무 많아요. 비용으로 보든지, 위험한 점으로 보든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유지한다는 것은 득책이 아니니까요. 한 집안에서 여러 삶들이, 두 명령 계통 밑에서 어떻게
서로 화합해 나갈 수 있겠어요? 어려운 일이예요.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거너릴] 동생의 하인이나 제 하인이 아버님 시증을 들면 되지 않아요?
[리이건] 그래요. 만약 그들이 아버님을 소홀히 모신다면, 저희가 감독할 수가 있어요. 제발
종자들은 스물다섯명만 데리고 오세요. 그 이상은 , 있을 장소도 없고 인정할 수도 없읍니다.
[리어왕] 나는 네게 모든걸 주었는데-
[리이건] 그것도 알맞은 때에 주셨읍니다.
[리어왕] 너희들은 나의 후견인으로 삼고, 재산 관리인으로 지정했지만, 그만한 수의 종자들을
데리고 간다는 조건은 붙여 두었었다. 그런데 뭐 어째? 내가 네 집에 스물 다섯 명밖에 못 데리고
간다구? 리이건아! 그렇게 말했니?
[리이건] 다시한번 말씀드리겠읍니다. 아버님, 그 이상은 곤란합니다.
[리어왕] 흉악한 놈도, 더 흉악한 놈이 나오면, 예쁘게 보이는 법이지. (거너릴에게) 너한테로
가겠다. 아뭏든 네가 말한 오십명은 스물 다섯명의 갑절이지. 그러나 너의 애정은 저년의
갑절이로구나.
[페이지] 018
[거너릴] 제 말씀을 들어 주세요, 아버님. 필요하시다면 그 갑절이나 되는 사람들이 아버님을
모시려고 항상 대기하고 있는 집안에서, 대체 무엇때문에 스물다섯명이나, 열명씩이나, 아니
다섯명인들 필요가 있겠어요?
[리이건] 한 사람인들 무슨 필요가 있어요?
[리어왕] 아! 필요를 논하지 말라! 아무리 비천한 거지일지라도, 필요이상의 것이 있는 것이다. 이
배은망덕한 마귀같은 년들아! 나는 너희 두년에게 복수하고 말테다. 그것은 온세상을 온통 무서움에
떨게 할 것이다. 너희는 네가 울 줄 알겠지만, 나는 울지 않을 테다. 울만한 이유는 산더미 만큼있다.
(멀리서 폭풍우소리) 하지만 이 심장이 천갈래 만갈래를 찢겨져도 나는 절대 울지 않을 것이다. 나는
미칠것 같다.
[막] 2막
[장] 1장
(폭풍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리어와 광대 등장)
[리어왕] 바람아 불어라, 주둥이가 텨지도록 불어라. 날 뛰어라! 불어라! 비야. 퍼부어라. 탑꼭대기
바람막이를 가라앉혀라. 고목나무를 쪼개는 벼락아! 나의 흰머리를 태워라! 이대지의 두껍고 둥그런
배를 납작하게 짜부러뜨려라! 만믈을 만들어내는 자연의 모태를 부수고 배은 망덕한 인간을 낳는
조화의 씨를 말려라!
[페이지] 019
[광대] 아, 아저씨는, 비 안 맞는 집안의 성수쪽이, 이런 야외에서 비 맞는 것보다는 나아요. 그러니
아저씨, 집안에 들어가서 딸들의 축복을 받아요. 이런 밤에는 영리한 사람이나 바보나 다 같이
비참하니까.
[리어왕] 실컷 으르렁대라! 불을 뿜어라! 비를 퍼부어라! 비나, 바람이나, 천둥이나, 번개나,
너희들은 내딸이 아니지. 나는 너희들에게 왕국도 주지않았고, 자식이라고 부른적도 없었다. 너희가
내게 복종할 의무는 없다. 그러니 실컷 곯려라, 나는 이처럼 너희의 노예이며, 애처롭고, 늙어빠지고,
나약하고, 멸시받은 늙은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너희는 비겁한 첩자들이다. 저 사악하기 이를 데
없는 두딸과 한패가 되어, 하늘의 대군을 하필이면 이 백발의 애처로운 노인에게 돌리다니. 아아,
아아, 비열하다!
[광대] 제 머리를 넣어 둘집이 있다는 것은 머리가 좋은 증거야. 머리 넣어 둘 집도 없는데,
그것만이 집을 마련한다면, 온통 위나 아래나 이투성이가 된다오. 거지가 장가들면 으례 그런 법.
가슴에 안느면 되는 것을. 발가락에 내려 준 천벌로, 티눈이 아프다고 울부짖으며 뜬 눈으로 긴밤을
새워야 되오.
[리어왕] 아냐, 나는 온갖 인내의 모범이 돼야겠다. 나는 아무말도 않겠다.
[광대] <노래한다. >
[노래시작]
지혜가 부족한 사람은, 바람부나, 비가오나 허허하면서 운이라 생각하고 체념해야지. 날마다
비가와도 그래야하지.
[노래끝]
[페이지] 020
[리어왕] 정말 그렇다. 얘야, 자, 그움막으로 나를 안내해다오.
[광대] 오늘밤은 음녀의 열을 식히기에 좋은 밤이다. 들어가기 전에 예언을 한마디 해둘까. 수도승이
수행보다 말만 힘쓰고, 술장수가 누룩에 물을 섞으며, 귀족이 재봉사의 사장이 되며 이 파도는
불사르지 않고, 당하는 건 기둥서방 뿐이라면, 반드시 앨리언의 왕국엔 대붕괴가 일어 날거요. 모든
소송 사건이 올바르게 재판되고 빚진 견습기사 없어지며, 가난뱅이 기사도 없어지고, 욕설, 중상모략이
사람입에 오르내리지 않게되며 소매치기 잡담속에 끼어들지 않으며, 고리대금하는 자, 들판에서 돈을
세고, 뚜장이 갈보들이 교회를 세우면 살아서 그런 세상 볼수만 있다면, 인간은 다시 발로 걷게될거요.
이예언은 장차 머어린이 합니다. 나는 그보다 훨씬 전시대에 사람이니까.
[리어왕] 이런 밤에 나는 내쫓다니! 비야! 억수같이 퍼부어라! 나는 참겠다. 이렇게 사나운 밤에!
아! 리이건아, 거너릴아! 너희의 늙은 아비를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었는데- 아! 그쪽은 광증의
방향이야. 그것만은 피하자. 그런 생각은 말자.
[광대] 폐하, 이리로 들어가 주십쇼.
[리어왕] 아냐, 너나 들어가거라. 나는 상관 말고 편히 쉬어라. 이 폭풍은 덕분에 나는 여러 가지
괴로운 일들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도 들어가지. (광대에게) 자, 들어가거라, 네가
먼저 들어가거라, 아니 너나 들어가라,나는 기도하고 나서 자겠다.
[페이지] 021
[에드가아] 한길반이야, 한길반! 가엾은 톰이야! (광대가 움막에서 뛰어나온다. )
[광대] 여기 들어가면 안돼, 아저씨, 여기 귀신이 있어. 사람살려! 사람 살려!
[광대] 귀신이야, 귀신, 가엾은 톰이라고 말하고 있어.
[에드가아] 저리가라! 무서운 악마가 나를 따라 온다! 당산사나무의 가지 사이로 찬 바람이 분다.
아! 춥다! 잠자리로 들어가 몸을 녹여라.
[리어왕] 너도 딸들에게 모든걸 다 주어 버렸니? 그래서 이꼴이 되었니?
[에드가아] 누가 가엾은 톰에게 무얼 좀 안 주겠어? 무서운 악마에게 불 속으로, 불꽃 속으로, 시대
속으로, 여울 속으로, 습지와 수렁위로 끌려다닌 이 톰에게 목매어 죽는 밧줄을 걸어 놓고, 수프
옆에는 쥐약을 늘어 놓고, 톰에게 교만심을 일으키게 해서, 다갈색 준마에 올라 네 인치밖에 안되는
다리를 건너게 하고 제 그림자를 배반자라고 쫑아가게 했어. 정신을 똑바로 차려요! 톰은 추워요. 아,
덜덜덜. 당신을 회오리 바람 별의 재앙, 악마의 유혹으로부터 지켜주소서!
[페이지] 022
가엾은 톰에게 자선을 좀 베풀어 줘요. 악마가 학대하고 있어요. 에잇 이놈, 이번엔 붙잡고야 말테다.
여기, 여기는 또 여기, 여기다. (폭풍우 계속)
[리어왕] 원! 이놈의 딸들 떠문에 이놈도 이꼴이 되었지?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어? 모든걸 다 주어
버렸어?
[광대] 아니, 모포 한 장만은 남겨뒀어. 그렇지 않았더면 볼 수도 없었을걸.
[리어왕] 자. 잘못을 범한 인간의 머리 위에 떨어질, 공중에 걸려있는 모든 독기여, 네 딸들의
머리위에 떨어져라.
[광대] 이 사람에게는 딸이 없습니다.
[리어왕] 죽어 없어져라, 이 배반자 같으니! 불효한 딸들이 아니라면, 누가 인간을 저렇게 비참한
모양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단 말인가. 자식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이 이처럼 자기 육체를, 잔인하게
취급하는 것이 당세의 유행인가? 당연한 형벌이다! 아비의 피를 빨아먹는 페리칸 같은 딸들을 낳은
것은 바로 이 육체이니까.
[에드가아] 피리콕이 피리콕의 언덕에 앉았다. 앨로, 앨로, 루, 루!
[광대] 이렇게 추운 밤에는 모두 바보나 미치광이가 되는 거야.
[에드가아] 무서운 악마를 조심해요. 부모에게는 복종해요. 약속을 지키고 함부로 맹세하니 말아요.
남편있는 여자와 간통말고, 사치스런 옷은 입을 생각도 말아요.
[리어왕] 전엔 무엇을 하고 있었니?
[에드가아] 종자였지요.
[리어왕] 너는 무덤속에 있는 편이 낫겠다. 맨 몸으로 이 극심한 추위를 견디기 보다는 사람이
이렇게밖에 될 수가 없느냐? 이 사람을 잘 보아라.
[페이지] 023
인간은 이처럼 애처롭고 알몸뚱이만 있는 두발가진 동물에 지나지 않아. 벗자, 벗어, 이런 빌어 입은
물건들을! 자 이 단추를 끌러라! (자기 옷을 찢으며 벗는다.)
[광대] 아저씨, 제발 좀 참아요. 오늘 밤은 수영할 만한 밤이 못돼요. 이런때 황야에 조그만
늙은이의 심장 같은 거지. 조그만 불똥이 튄대도, 몸뚱이의 다른 부분은 차디차게 식어 버렸거든, 저것
보게, 불이 걸어온다.
<행인이 횃불을 들고 등장>
[에드가아] 저건 무서운 악마 프리버티 지베트로구나, 저놈은 저녁 종이 울리면 나와서, 첫닭 울
떠까지 싸돌아 다니지. 저 놈 덕분에 흑내장이 되고, 익은 보리에 곰팡이가 생기고, 땅속의 불쌍한
별레들을 못살게 구는 것도 다 그놈 짓이야. 위솔드가 세번이나 언덕을 돌다가, 아홉마리 부하가진
꿈의 마녀를 만났다오. 내려오라 이르고, 서약을 시켰다오. 썩 나가라, 마녀야 없어져라!
[광대] 폐하! 왜 그러십니까?
[리어왕] 저건 누구야.
[광대] 거기 누구냐? 무엇을 찾고 있느냐?
[행인] 거기 있는 너희는 누구냐? 너희 들 이름을 대라.
[에드가아] 가엾은 톰이오. 물 속에 사는 개구리, 두꺼비, 올챙이, 도마뱀, 도룡룡을 먹고 삽니다.
무서운 악마가 날뛰면 화가 복받쳐서 야채 대신 쇠똥을 먹지요. 썩은 쥐나 버려진 죽은 개도 꿀꺽
삼키고, 궂은 물 괸 웅덩이의 파란 이끼도 마십니다.
[페이지] 024
매를 맞으며 마을에서 마을로 쫑겨 다니고, 차꼬에도 채워지고 감옥에도 갇힙니다. 옛날에는 이래도
웃옷이 세벌, 속옷이 여섯 벌, 말도 타고 칼도 찼소. 하지만 기나린 일곱 해 동안 톰의 음식은 생쥐와
쥐, 그리고 작은 벌레들뿐이었다오. 내게 붙어다니는 놈을 조심해요. 쯧, 스멀킨! 찝, 악마놈!
[행인] 폐하, 제발 집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리어왕] 나는 이 박학한 테베의 학자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너의 주요한 연구분야는 무엇이냐?
[에드가아] 악마를 앞질러서 해충들을 죽이는 것입니다 지옥의 왕자는 천사야 그이름은 모오독 또는
머어프라고 하지. 모어, 펌, 영국사람의 피냄새가 코를 찌르는구나. 뚜과 테넥토가 나를 부르고 있어.
폭군 네로가 지옥의 호수에서 낙시질을 하고 있다는 군. 이봐 기도를 해서 무서운 악마가 붙지 않도록
조심해요.
[광대] 아저씨, 가르쳐줘요. 미치광이는 신사인지 향사인지?
[리어왕] 국왕이야, 국왕?
[광대] 아냐, 신사가 된 아들을 둔 향사야. 왜냐하면 저보다 제 아들이 먼저 신사가 된 향사는
미치광이라고 하지 않아? 이리를 길들이는 일, 튼튼한 말, 소년의 사랑, 그리고 갈보의 맹세등을 믿는
놈은 미치광이야.
[리어왕] 그렇게 하고야 말테다. 그년들을 즉시 법정으로 소환해라. (에드가아에게) 자, 여기
앉아라, 박학 다식한 재판관 각하. (광대에게) 현명한 분 여기 앉고, 그런데 이 암여우들아!
[에드가아] 저봐요, 저놈이 서서 노려보고 있어! 부인, 방청인이 필요하오? 내를 건너 오너라,
귀여운 벳시---
[광대] (노래한다. )
[페이지] 025
[노래시작]
그 보트는 물이 새지만,
그대에게 왜 못 가나.
여자이기 때문에 말 못한다오,
[노래끝]
[에드가아] 무서운 악마가 나이팅게일 소리를 내며 가엾은 톰에게 붙어 다녀요. 홉던스가 톰의
뱃속에서 흰 청어를 두마리 달라고 꾸룩꾸룩 소리를 치고 있어요. 짖지 마라, 지옥의 천사야! 네게 줄
먹이 따위는 없단다.
[켄트] 서 계시지 말고, 드러누워 자리에서 좀 쉬지 않으시겠어요?
[리어왕] 우선 그년들의 재판을 끝내 버리자. 그년들을 탄핵할 증인을 불러라. (에드가아에게)
법관복을 입은 재판관님, 자리에 앉아요. (광대에게) 또 형벌을 이루는 재판동료인 귀하는 그 옆의
판사석에 앉게 (켄트에게) 귀공은 특명 판사이니, 귀공은 참석하게.
[에드가아] 공정한 재판을 내립시다. 즐거운 양치기야, 잠들지 마라, 양떼들이 보리밭 휘젖고 있다.
네 입으로 휘파람 한 번 불면, 양떼들은 아무 탈 없으련만.
[리어왕] 그년을 먼저 소환해 . 거너릴 말이야.
[에드가] 야옹! 이놈의 고양하는 회색빛이내.
[리어왕] 나는 이 영예로운 분들 앞에서 선서합니다만, 저년은 무참하게도 제 부친 되는 국왕을
발길로 찼읍니다.
[광대] 앞으로 나오시오. 당신 이름은 거너릴이오?
[리어왕] 부정은 못할거야.
[광대] 아, 실례했소. 나는 당신을 고급 의자로만 알았소.
[리어왕] 여기 또 한번 있는데, 그 찌그러진 낯짝을 보면, 심장이 무얼로 되어 있는지 이내 알 수
있지. 그년을 붙들어라! 무기를, 칼로 쳐라! 이런데도 뇌물이 있나! 부정한 재판관아! 왜 그년을
법정에서 달아나게 했어?
[페이지] 026
[리어왕] 이 강아지를 보고 하얀개 검둥이 얼룩이 바둑이까지 모두 나를 향해 짖어 대고 있다.
[에드가] 천사가 이 머리를 던져서 들개들을 쫓겠어요. 가버려! 이 들개들아. 네 주둥이가 희든 검든
물면 이빨에서 득이 나온다. 무서운 맹견, 그레이 하운드, 잡종개 . 사냥개 또는 스파니엘. 암캐 꽁지
자른 놈이나, 높이 말아 올린 놈이나 천사가 깽깽 울려 줄테다. 그놈한테 천사의 머리를 집어 던지니까
모두다. 담넘어 달아났어요. 덜덜덜. 자 밤새워 잔치하는 집으로, 장터로 거리로 나가자. 가엾은
천사야. 내밥통을! (깡통을 찾는다. )텅비었다.
[리어왕] 다음에는 리이건을 해부시켜 그년의 심장에 무엇이 있나 살펴보자. (에드가에게) 나는 너를
백명의 종자속에 끼워 주겠다. 다만 네옷 모양이 마음에 안 들어. 아무리 그옷이 유행이라 하지만
그런옷은 바꾸어 입도록 해라.
[광대] 자 폐하 여기 드러누워 잠깐 쉬십시요.
[리어왕] 조용히 해라. 조용히 해. 커튼을 쳐. 그래. 그래 됐어. 저녁은 아침에 먹자.
[광대] 그럼 난 점심때 자러 갈 테야.
[페이지] 027
[막] 2막
[장] 2장
<거너릴의 부하. 그로우스터 등장>
[거너릴의 부하] 왕을 어디로 보냈어? 왕을 어디로 보냈어? 왕을 어디로 보냈지? 왕 을 어디로
보냈지?
[구로우스터] 추측에 불과한 한통의 편지를-
[거너릴의 부하] 왕을 어디로 보냈어? 왕을 어디로 보냈어?
[그로우스터] 하지만- 아
[거너릴의 부하] 비열하군. 왕은 어디에. 왕은 어디에. 왕은 어디에. 왕은 어디에.
[그로우스터] 도버에.
[거너릴의 부하] 왜 도보에. 왜 도버에. 왜 도버에.
[그로우스터] 말뚝에 매어진 개꼴이 되었으니. 이리때의 공격을 견디는 수 밖에 없구나.
[거너릴의 부하] 왜 도버에 보냈어.
[그로우스터] 왜냐하면, 나는 차마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너의 그 잔인한 손톱이 불쌍하고 늙은
왕의 두눈을 도려내는 것을. 날개달린 복수의 여신이 그런 불효 자식들을 습격하는 것을 나는 꼭 보게
될것이다.
[거너릴의 부하] 그걸 절대로 못보게 해 줄테다. 이봐라. 그 의자를 꽉 붙잡고 있어라.
[거너릴의 부하] 자 이놈을 문밖으로 끌어내어 도버까지 코로 냄새를 맡아서 가게 해.
(하인 한 사람 그로우스터를 데리고 퇴장)
[페이지] 028
[막] 3막
[장] 1장
도버 부근의 뜰
[그로오스터] 그 언덕 꼭대기에는 언제 닿을까?
[죄수] 지금 오르는 중이에요. 정말 길이 험하기도 하군.
[그로오스터] 길은 평평한 것 같은데.
[죄수] 굉장한 비탈이에요. 저 소리가 들리지요?
[그로오스터] 아니, 전혀 안 들리는걸. 거짓말이 아니야.
[죄수] 눈이 멀더니 귀까지 멀었군요.
[그로오스터] 사실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고 보니 네 목소리도 달라지고, 전보다 더 점잖고.
조리있게 말도 하는 것 같구나.
[죄수] 잘못 아신 거예요. 제가 입은 옷밖에는 아무 것도 달라진게 없어요.
[그로오스터] 네 말씨가 훨씬 나아진 듯한데.
[죄수] 자 여깁니다. 가만히 서 계세요. 이렇게 아래를 내려다보니, 무섭고 눈이 아찔합니다! 단애의
중간쯤 되는 공중에서 날고 있는 까마귀나 부리 붉은 까마귀가 딱정벌레보다도 작아 보이는군요.
단애의 중간에 매달려 바다 미나리를 따고 있는 사람도 있어요. 정말 위험한 장사로군! 몸전체가 제
머리 정도밖에는 안 되어 보여요. 해변을 걷고 있는 고기잡이는 생쥐같아 보이고, 그 저쪽에서 닻을
내리고 있는 큰 배는 거기 실린 새끼배만하게 보이고, 새끼배는 부표만하게 작아져서, 거의 눈에
뛰지도 않을 정도예요. 헬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기슭의 조약돌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는, 이렇게 높은
데까지는 들려 오지 않는군요. 이제 그만 보겠어요. 머리가 핑 돌고 눈이 캄캄해져서 몸이 거꾸로 내려
박히면 큰일이니까요.
[페이지] 029
[그로오스터] 네가 서 있는 곳에 나를 세워 다오.
[죄수] 손을 주세요. 이제 한 발짝만 더 가면 단애의 끝이에요. 이 세상을 다 준대도, 여기서 뛰어
내리지는 못하겠어요.
[그로오스터] 내 손을 놔라. 자, 여기 지갑을 또 한 받아라. 속에 든 보석은 가난한 사람이면 받아
둘 만한 값어치가 있다. 요정들과 신들이 그것을 늘려, 네게 행운을 주기를 바란다! 자, 멀리 떨어져
주지 않겠나. 내게 작별인사를 하고, 네가 멀어져 가는 발자취 소리를 들려다오.
[에드가아]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영감님.
[그로오스터] 조심해 가거라.
[그로오스터] (무릎을 꿇고) 아, 위대한 신들이여! 저는 이 세상을 버리고, 당신들이 보는 데서,
저의 큰 고통을 조용히 떨어버리려고 합니다. 비록 이 이상 참을 수가 있고, 또 신들의 거역할 수 없는
의지를 쫓는다 하더라도, 이 추악한 몸의 여진은 제물에 타 없어지고 말 것입니다. 내 아들 에드가아가
만약 살아 있다면, 아, 그를 축복하여 주서소! 그럼 잘 있거라.
<리어왕 등장>
[리어왕] 내가 가짜 돈을 만들었다고 해서, 놈들이 내게 손을 댈 수는 없지. 나는 국왕 그 자체니까.
[페이지] 030
[리어왕] 그 점에서는 자연이 인공보다 낫지. 자, 일대의 전도금이다. 저놈의 활 솜씨는 마치
허수아비 같군. 팔 가득히 당겨 봐. 저저 좀 보게! 쉿, 조용히! 불에 구운 이 치즈 조각이면 충분해.
자, 장갑을 던졌다. 상대가 거인이라도 싸울테야. 창을 가진 무사들을 불러라. 아, 날아갔다, 새처럼!
맞았다, 맞았다, 흇! 암호를 말해.
[에드가아] 아름다운 양귀비.
[리어왕] 가!
[그로오스터] 저 목소리는 귀에 익은 소린데.
[리어왕] 아, 거너릴이구나, 흰 수염이 나 있어! 그들은 개처럼 내게 아첨하면서 검은 수염도
나기전에, 내게는 흰 수염이 났다고 그랬어. 내가 무슨 말을 하든지, [네] 또는 [아니예요] 라고
했는데, 어느 쪽이나 진심에서 우러난 대답이 아니었어. 언젠가 비를 흠뻑 맞고, 바람이 불어서 이가
덜덜 떨렸을 때, 천둥더러 가만히 있으라고 명령해도 말을 안들었는데, 그때 그놈들의 정체를 알았지.
그놈들의 말은 믿을 수가 없어. 그놈들은 내가 전능하다고 허지만, 그건 거짓말이야. 나 역시 학질에
걸리니까.
[그로오스터] 저 소리의 특징은 내가 잘 알고 있는데, 국왕이 아니실까?
[리어왕] 그렇지, 머리끝에서 발 끝까지 왕이야. 내가 한번 눈을 흘기면 온 백성들이 부들부들 떨지.
그놈의 목숨은 살려주지. 너는 무엇 때문에 고발당했지? 간통때문에? 그럼 죽이지는 않겠다. 간통
정도로 죽이다니! 안 될 말이지. 굴뚝새도 그렇고, 조그만 쉬파리도 내 눈 앞에서 음란한 짓을 하고
있지 않느냐. 실컷 하게 해. 그들은 허리 위는 여자지만, 허리 아래는 모두 반인 반마의 괴수들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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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매는 데까지는 신들의 힘이 미치지만, 그 아래는 모두 악마의 것이야, 지옥이야, 암흑이야.
유황이 타오르는 구멍이야-불길이 타오르고- 부글부글 끓어올라서, 악취와 부패가 심해, 더러워,
더러워,퉤, 퉤! 약제사야, 사향 한 온스만 다오. 냄새를 지우게. 자, 돈 여기 있다.
[그로오스터] 아! 그 손에 입맡추게 해 주십쇼.
[리어왕] 손부터 닦아야겠다. 송장 냄새가 나니까.
[그로오스터] 아, 대자연의 페허여! 이 위대한 세계도 이렇게 차차 닳아서 없어지고 말 것인라. 저를
아시겠읍니까?
[리어왕] 네 눈을 잘 기억하고 있지 곁눈질로 나를 흘겨보나? 무슨 짓이든 해봐라. (뉴먼 쿠빗] 아,
나는 흘리진 않을테야. 이 결투장을 읽어 봐. 그 문장을 좀 잘 봐.
[그로오스터] 그 글자 하나하나가 모두 태양이라 해도, 저는 못 읽을 것입니다.
[리어왕] 읽어.
[그로오스터] 아니, 껍데기밖에 없는 이 빈 눈으로 읽으라구요?
[리어왕] 아! 정말! 네 말은 그런 뜻이었나? 얼굴에는 눈이 없고, 지갑에는 돈이 없단 말이냐? 네
눈은 무거운 병에 걸렸는데, 지갑은 가볍다는 말이지. 그래도 세상이 돌아가는 것쯤은 보일테지.
[그로오스터] 느낌으로 압니다.
[리어왕] 뭐라구! 너는 미치광이냐? 눈이 없어도 세상이 돌아 가는 것쯤은 보이는 법이야. 그 귀로
봐. 저기 있는 재판관은 저 좀도둑한테 욕지거리를 퍼붓고 있어. 잘 들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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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자리를 바꾼데도 어느 쪽이 재판관이요. 어느 쪽이 도둑놈인지 알아내겠나? 넌 농가집의
개가 거지보고 짖는 걸 보았지?
[그로오스터] 네, 보았읍니다.
[리어왕] 그래서 거지는 달아났지? 거리에 권력이라는 것의 거대한 모습이 있는 거야. 개에게도
권력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사람이 복종하는 거야. 죄인 따위는 하나도 없어. 하나도, 알겠어? 하나도
없는거야. 내가 보증하지. 내 말을 신용해. 고발자의 입을 막을 권력을 가진 이 내가 하는 말이니,
(그로오스터에게) 의안이라도 해박지. 그리고 더러운 책사들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보는 체해 봐. 자,
자, 자, 신발을 벗겨 다오. 더 잡아 당겨. 더 세게. 그래.
[리어왕] 네가 내 불운을 울어 준다면, 내 눈을 주겠다. 나는 너를 잘 안다. 네 이름은
그로오스터지. 참아야 해. 인간은 울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거야. 너도 아다시피, 처음으로 공기를
마셨을 때에는 울음을 떠뜨렸지. 네게 설교를 할 테니 잘 들어 봐.
[그로오스터] 아, 슬프다!
[리어왕] 우리가 이 세상에 쩌어날 떠, 우리는 바보들만 있는 이 커다란 무대에 오른 것을 우는
거야. 이건 좋은 모자야. 천으로 개병대에 신발을 지어 주는 것은 교묘한 전술이지. 나는 그것을
시험해 볼테야. 그리고 사위 놈들을 몰래 습격하게만 되면, 그떠는 죽어,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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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3막
[장] 2장
[커어드리어] 어떠세요? 폐하, 기분이 어떠세요?
[리어왕] 나를 무덤 속에서 꺼내지 마라. 당산은 천국의 영혼이야. 하지만 나는 지옥에서 불바퀴에
결박되어 있어. 내가 흘리는 눈물은 녹은 납같이 되어 내 얼굴을 태우고 있어.
[커어드리어] 폐하, 저를 아시겠읍니까?
[리어왕] 당신은 망령이지, 알고 있어, 언제 죽었소? 나는 여태 어디 있었나? 내가 지금 어디 있나?
이 밝은 건 햇빛인가? 나는 속임수에 빠져 있어. 다른 사람이 이런 꼴을 당하는 것을 본다면, 가엾어서
나는 죽어 버릴거야.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게 정말 내 손일까? 시험해보자- 바늘을 찌르면
아프구나, 내가 대체 어떤 상태에 있는지, 그걸 똑똑히 알고 싶구나!
[커어드리어] 아, 아버님! 저를 보세요. 그리고 손을 뻗쳐 저를 축복해 주세요. (커어드리어, 무릎을
꿇는다. 리어도 무릎을 꿇으려 한다. ) 아니, 안돼요, 아버님. 무릎을 꿇으시면.
[리어왕] 제발 나를 조롱하지 마오. 나는 어리섞은 늙은이오. 나이는 여든을 넘었는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오. 그리고 솔직이 말해서, 내 마음은 완전한 상태가 아닌듯 하오. 나는 당신과 이 사람을
알 것 같은데, 확실치가 않소. 무엇보다 여기가 어딘지 통 모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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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 옷을 기억할 수가 없고, 또 어젯밤에 내가 어디서 잤는지 알 수가
없소. 제발 나를 비웃지 마오. 이 부인은 확실히 내 딸 커어드리어같이 생각되는데.
[커어드리어]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리어왕] 눈물을 흘리고 있니? 그렇군, 흘리고 있군. 제발 울지 마라. 네가 독약을 마시라면, 나는
그것을 마시겠다.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을 나는 안다. 네 언니들은, 나는 잘 기억하고 있지,
나는 몹시 학대했어. 네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만, 그것들에게는 그럴 이유가 없다.
[커어드리어] 이유같은 건 없어요, 없어요.
[리어왕] 같이 와 다오. 제발 잊고, 용서해다오. 나는 늙고 어리섞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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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어디리어] 우리마 처음이 아닙니다. 최선의 의도를 풀었으면서도 최악의 사태를 초래한것은,
학대받으신 왕, 아버님을 생각하면 저는 기운이 죽습니다. 저뿐이라면 믿을 수 없는 운명의 여신 따윈
흘려 줄 수도 있을 테지만. 아버님의 딸들, 저의 언니들을 만나 보시겠읍니까?
[리어왕] 아니, 아니, 안 만나겠다. 안 만나겠다! 자, 감옥으로 가자. 거기서 우리는 단둘이
새장안에 든 새처럼 노래를 하자. 네가 내게 축복을 해 달라면, 나는 무릎을 꿇고, 너의 용서를
빌겠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날을 보내고, 기도를 하고,노래를 부르고, 옛이야기를 하고, 금빛
나비들을 웃어주자. 가엾은 자들이 궁중 소식을 들려 주겠지. 그리고 우리도 누가 실각하고, 누가
성공하고, 누가 등용되고, 누가 세력을 잃었는지, 그들과 같이 이야기 하면서, 마치 우리가 신의
밀사인양, 인생의 신비를 아는 체하자. 그리고 우리는 벽에 둘러싸인 감독 속에서, 달의 출입을 합께
차고 기우는 거물들의 파벌의 소장을 바라보면서, 오래오래 살아 가자꾸나.
[리어왕] 이러한 희생물에게는, 커어드리어야. 신들 자신의 손으로 향을 피워 주실 것이다. 나는
너를 붙잡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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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두 사람을 떼놓으려는 놈은 하늘에서 횃불을 훔쳐와서, 여우를 내몰듯 여기에 불을 질러야 해.
눈물을 닦아라. 우리가 그자들 때문에 울기 전에, 불길한 엽화가 그자들의 살과 가죽을 온통 먹어 치울
것이다.
[막] 3막
[장] 3장
[리어왕] 울어라, 울어라, 울어라,울어라! 아앙, 너희는 돌로 된 사람이다! 내게 너희와 같은 혀와
눈이 있다면, 그것을 써서 저 창궁의 둥근 지붕을 짓부셔 버렸을 것이다. 그애는 영원히 가버렸다!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나는 잘 알아. 그애는 죽어서 흙같이 돼 버렸다. 거울을 좀 빌려다오. 만약
입김이 서려 거울이 흐려지든지 더러워지면 그러면 이애는 살아 있는 것이다.
[리어왕] 이 깃이 움직인다. 내 딸은 살아 있다. 만약 그렇다면, 내가 견뎌 온 모든 슬픔이 이제
보상될텐데.
[그로우스터] (무릎을 꿇으며) 아아, 주신이시여!
[리어왕] 저리로 가.
[에드가아] 저분은 폐하께서 잘 아시는 그로우스터 백작이십니다.
[리어왕] 염병할 놈들! 너희는 모두 살인자야, 모반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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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를 살릴 수도 있었는데, 하지만 죽여 버렸다! 커어디리어야, 커어디리어야! 잠깐 기다려라. 아! 어
지금 뭐라고 그랬니? 이애의 목소리는 언제나 부드럽고, 착하고 조용했는데, 여자로선 더 없이
아름다운 특징이었지. 네 목을 조른 놈은 내가 죽여 버렸다.
[리어왕] 내가 죽였지? 옛날에는 나도 예리한 포르틴 검을 휘둘러 그놈들을 거미새끼처럼 몰아낸
때도 있었지. 그런데 이제는 늙고, 숱하게 고생을 하여 아무 힘도 쓸수가 없게 되었어. 너는 누구냐?
내 눈이 잘 안 보여, 하지만 이제 곧 알 거야. 잘 안 보이는걸. 자네는 그로우스터가 아닌가.
[리어왕] 그놈은 좋은 놈이야. 정말이야. 그놈 같으면 칼을 휘두룰거야. 당장 그놈은 죽어서 썩어
버렸어.
[리어왕] 그래? 내가 곧 그것을 알아 보도록 하지.
[리어왕] 와 주어서 반갑다.
[리어왕] 아아, 그럴테지. 가엾게도 내 바보는 목 졸려 죽었어! 이제는 성명이 없어!개나 말이나
쥐같은 것도 생명이 있는데, 너는 왜 숨이 없느냐? 너는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결코, 결코,
결코, 결코! 제발 이 단추를 좀 풀어 다오. 고맙다.
[에드가아] 숨을 거두셨읍니다.
[그로우스터]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오. 이토록 오래 견디신 것이. 목숨을 억지로 끌어가신 것이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