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26)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에서 "누가 서울대학교에 들어오는가?" 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1970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입학생 11,910명을 대상으로 출신지역, 부모의 학력과 직업, 경제수준 등이 입학에 미친 영향을 연구한 것이다.
연구결과는 ① 소위 강남 8학군의 입학률이 전국 대비 2.5배나 높고 ② 대졸학부모 의 자녀가 고졸학부모의 자녀보다 입학률이 3.9배나 높으며 ③ 고소득직업군의 자녀가 기타 그룹지역의 자녀보다 입학률이 16배나 높고 ④ 지난 30년간 교육정책의 변화가 저소득층의 서울대학교 입학가능성을 높였다는 증거를 찾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며 ⑤ 주관적이지만 평준화로 인해 우수학생만을 차별적으로 교육할 수 없게 되어 사교육을 받지 못한 저소득층 학생의 일류대 진학이 더욱 어렵게 되고..... 사교육으로 무장한 부유층학생들에게만 유리한 제도임을 보여주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일부 언론에서는 독특한 프리즘을 통해 “평준화가 학력세습을 불러오고 저소득층에 불리하였다”는 등으로 확대 재생산하여 보도함으로써 국민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지를 다분히 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 연구에서는 입학생과 고교평준화에 대한 상관관계에 관한 내용이 없으며, 단지, 서울 강남 8학군을 비교집단으로 사용하여 평준화와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이의 발표와 관련하여 서울대 내부에서도 “자료의 불확실성과 결론이 야기할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견이 있었다(’04.1.27 한국일보). 이는 연구의 완성도와 발표의 신중성에 대한 우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선 고교평준화제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고교평준화제도는 학생선발제도이다. 고등학교의 입학시험은 당해 학교장이 실시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일정한 지역(평준화지역)을 정하여 입학시험을 교육감이 실시하는 것을 평준화제도라 한다.(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77조) 다시 말하면 평준화지역안에서는 입학생을 학교장이 선발하지 아니하고 교육감이 선발(학력고사 또는 내신성적 등)하여 각 고등학교에 무작위로 추첨하여 배정을 하게 된다.
고등학교를 하나의 과정(process)으로 볼 때, 중학교졸업․고교입학(진입단계)→ 재학(수학단계) → 졸업․대학진학 또는 취업(진출단계)으로 나눌 수 있는데, 평준화는 진입단계에 해당한다.
부분적이고 특수한 상황에 대한 연구결과를 일반화한 위험이 있다. 서울대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고, 강남은 주민들이 타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학력과 소득, 고소득직종을 가진 특별한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이를 일반화하는 데는 위험이 따른다. 이를 굳이 일반화할 경우에는 “서울대〓강남”의 등식이 국민일반에 각인될 우려 또한 있다. 연구진이 제시한 “2003년도 서울대 사회과학대 입학생 중 39%가 서울 출신이며 이중 32%가 강남 8학군 출신이라는 사실”이 이를 웅변해 주고 있다. ※ 2003년 고3학생수 59만명, 서울대 신입생 3,850명(0.65%), 전국인구수 48백만명, 8학군 주민 93만명(0.19%)
평준화와 입시제도가 저소득층의 사회고착화를 방지하지 못하였다는 것에 대하여 동 연구를 “서울대=강남”의 한정적 시각이 아닌 일반적 시각으로 보면, 고교평준화가 도입되기 전인 1974년도에 70%였던 고교진학률은 현재 99%로 증가하였다. 대학진학률도 고교진학률 상승을 바탕으로 25%에서 80%로 증가하였다. 이는 동 연구가 말해주고 있듯이 고학력자가 확대되었다면 그만큼 많은 사람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된 것이다. OECD의 PISA 2000 자료에도 한국은 부모의 사회경제적지위(ses)가 학력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적은 나라로 분석되고 있다 ※ 1위 한국, 2위 아이슬랜드, 3위 핀란드, 4위 캐나다, 5위 이탈리아
고교평준화제도가 부유층 학생들에게 유리하여 학력세습화를 초래했다는 것에 대하여 고교평준화는 신입생들을 선발하여 무작위로 각 학교에 추첨․배정하는 것임으로, 부자 학부모의 자녀에게 유리하고 가난한 학부모의 자녀에게 불리하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무작위 추첨배정은 고소득층자녀와 부모의 학력이 높은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고등학교의 출현을 제도적으로 방지해왔다. PISA에 의하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중상위권에 밀집되어 있으며 최하위 수준과 최상위 수준의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들은 동 연구결과의 일반화에 대한 한계를 의미한다.
위와 같은 연구결과가 발생한 이유에 대한 연구진의 주관적인 해석에 대하여 의사는 X-ray 등 진찰기기에 투시된 현상을 보고 진찰하여 처방한다. 연구자도 계량적 분석의 결과에 따라 조작․정의한다. 이러한 조작과, 정의하는 과정에서 주관적임을 전제로 임의로 해석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런데 동 연구에서는 직접 연구하지도 않는 고교평준화를 연구결과와 결부지어 부정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연구결과 발표에 신중했으면 하는 아쉬움에 대하여 지금도 가난한 많은 학부모와 학생은 공부가 인생의 항로를 밝혀 줄 것으로 믿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대를 가려면 부모는 강남에서 살아야 하고,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가져야 하며, 고소득직업과 부자이여야만 했다고 연구결과는 말해주고 있다. 동 연구결과를 보고 의지를 불태우는 학부모와 학생이 있겠지만, 이러하지 못한 대다수의 학부모와 이러한 부모를 두지 못한 학생의 절망감에 대하여 한번쯤은 해아려야 했지 않을까? 가난과 못배움을 알고 지내는 학부모와 그러한 부모들을 둔 학생들에게 꼭 “확인해줄” 필요가 있었겠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구자가 제의한 바람직한 내용은 정책결정에 반영 연구진이 정책대안으로 제시한 소득의 평준화보다 학교교육의 내실화, 과열된 교육열을 생산적 방향으로 유도,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등을 장학제도의 확충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에 대하여는 꾸준히 검토해 나갈 것이다.
끝으로 교육부는 연구진의 노고를 치하하며 고교평준화제도 개선, 사교육비 대책, 대학입시제도 개선 등 교육현안에 관한 해결의 열쇠가 공교육의 내실화에 있다는 원칙에 입각하여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갈 것이다. - 지방교육기획과장 김은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