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변호사님의 글에서 인용하여 올립니다. 참고하시지요.
1. 1단계 - 서류작성 단계
개인회생사건은 일반적으로 민사사건보다 복잡합니다. 일반 민사사건은 하나의 청구권에 관한 법률관계를 해결하지만 개인회생사건은 채무자가 부담하는 모든 재산상의 의무를 일거에 해결하는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개인회생사건에서도 민사소송에서와 마찬가지로 변제예정액 표에서 1원만 잘못 계산되어도 보정명령의 대상이 됩니다.
또한 도산법은 민법, 형법, 헌법, 상법, 민사집행법 등에 비하여 생소한 분야입니다. 부인권, 별제권, 환취권, 상계금지, 강제집행 및 임의경매 중지, 면책, 개시결정, 미확정채무, 채권조사확정재판, 우선채권, 후순위채권 등 익숙치 않은 실체법 및 절차법의 법률이론이 적용됩니다. 나아가 채무, 소득, 생계비, 변제액, 청산가치보장 등을 계산해야 하므로 회계학적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개인회생사건에 처음 접할 때에 서류작성 단계에서 당황스러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자신의 채무관계를 모두 법률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개인회생절차에 반영해야 할 뿐만 아니라 1원도 틀리지 않도록 계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2. 2단계 - 회생위원의 면담 및 보정
어떻게든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개인회생절차가 진행됩니다. 그런데 서류를 처음부터 완벽하게 작성하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대부분 회생위원으로부터 보정을 요구받습니다. 서류의 완성도에 따라 보정요구를 받는 횟수가 다르지만 심각하지 않는 1회의 지적만 받는다면 대성공입니다. 3회-5회, 심지어는 10회 이상 회생위원을 면담하는 신청인도 있습니다.
법원이 신청인의 신청서류를 검토하고 적법한 신청을 유도한다는 것은 사실 생소한 재판절차입니다. 원래 신청서류가 잘못되어 있으면 그 불이익은 신청인에게 돌아가고 기각의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아직 개시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으므로 상대방(채권자)이 이러한 내용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직 서류를 완벽하게 작성하는 전문가가 확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법원에서 대국민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법률서비스는 다른 국가에서도 본받아야 할 좋은 모범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법원에서 신청인에 대한 법률서비스를 하다 보니 절차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2005. 1. 현재 접수후 회생위원 면담까지 1개월 이상, 개시결정까지 3개월 가량 걸리는 법원이 많습니다. 따라서 신속한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당사자들에게 현재의 실무는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3. 3단계 - 법률문제의 해소
법원에서 신청인에 대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여 모든 서류를 재작성해주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부속서류와 함께 정식양식으로 작성해야 할 사안을 간이양식으로 작성해가면 정식양식으로 작성하라는 조언만 해줍니다. 청산가치보장원칙이 문제될 때에 이를 지적해 주지만 이에 따른 다양한 변제계획을 작성해준 후 선택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채권자와의 법률 다툼에 직접 개입하지도 않습니다. 또는 신청인에 따라서는 회생위원의 설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 경우 회생위원은 전문가의 도움을 얻으라는 조언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하여 신청인들은 회생위원이 신청인의 경제사정을 고려하지 않는다든지, 변호사나 법무사와의 커넥션이 있는 것이 아닌지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생위원으로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얻으라는 조언을 들은 사안은 사실은 회생위원이 해결할 수 없는 심각한 사안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해프닝은 법원이 신청인에 대한 법률서비스를 강화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종의 부작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4. 4단계 - 월 변제액의 조정
신청서류가 적절하게 작성되고 심각한 문제가 없다고 할지라도 개별적인 개인회생절차에 있어서 신청인들은 회생위원으로부터 월 변제액의 조정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신청서류가 요건에 따라 적절하게 작성되었다면 월 변제액을 조정하는 문제는 발생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요건 자체가 불명확하고 공평에 맞지 않는 경우도 있을 뿐만 아니라 신청인의 소득, 재산, 피부양자 수 등이 불명확한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방법으로 법원은 “월 변제액의 조정”이라는 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신청인이 불확실한 요건으로 개인회생신청을 하는 경우 이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월 변제액을 늘이는 것입니다.
예컨대, 변제율이 너무 낮은 경우 생계비를 낮추고 월 변제액을 높이거나 변제기간을 늘릴 것을 요구합니다. 피부양자에 대한 실제의 부양여부에 대하여 심증이 가지 않는 피부양자를 포함시키는 대신 적용배수를 낮추거나 생계비를 더욱 낮출 것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영업소득자의 경우 소득의 입증이 애매할 경우 신청인이 주장하는 소득보다 많은 소득을 기재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는 법령에 정확한 근거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법원은 당사자에게 신청서류의 오류를 과장되게 지적하거나 취하를 권유하거나 절차에 있어서 시간을 지연하는 방법을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회생절차에서 신청인이 이러한 지적을 받는 경우 또다시 당황스러움을 경험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개인회생의 법률지식이 자신의 사안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신청인은 먼저 법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판단하여 법원의 지적사항이 심각한 것인지 또는 월 변제액에 관한 협상을 제안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상당한 법률지식 하에 신청된 것이라면 법원의 지적사항은 월 변제액의 협상을 위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경우 신청인은 법원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법원이 지적하는 문제점과 실무라고 주장하는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가 이를 확인하거나 법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신의 채무규모에 비추어 볼 때 무리해서라도 월변제액을 증액하는 것이 도리라고 스스로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혹할 수 있습니다. 월 20만원만 조정되어도 5년간 총 변제액은 1,200만원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5. 5단계 - 채권자의 이의
이러한 문제점을 뛰어 넘는다고 할지라도 채권자 이의기간 및 채권자집회에서의 채권자의 이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채권자의 이의는 사실관계에 관한 것도 있지만, 법률 사항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4단계를 무사히 뛰어 넘었다면 채권자의 이의에 대하여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연금공단대출과 같이 자신의 채권을 특별대우해 달라든지, 이자가 많은 채권자가 채권자평등원칙을 준수해 달라든지 하는 것들은 제도에 관한 문제이지 개별사안에 관한 문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인회생절차에 있어서 당사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답변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또한 법원의 결정에 따라서는 개별사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채권조사확정재판 기일이 지정되어 출두하는 것도 스트레스입니다. 그러나 개인회생절차에 있어서 채권자의 불만을 듣고 해결하는 절차도 생략해서는 안됩니다. 개인회생절차가 채무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자는 채권자이기 때문입니다.
6. 6단계 - 변제계획의 변경 및 면책
이와 같은 경로를 거쳐서 변제계획이 인가되면 이후에는 변제계획을 수행하고 면책결정을 받아야 합니다. 변제계획을 변제기간동안 정확하게 수행한다면 면책받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변제기간이 장기간이므로 변제계획을 제때에 수행하지 못하거나 소득이나 피부양자가 변경되어 변제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질병이나 사고 등 신청인에게 책임없는 사유로 변제계획을 준수할 수 없을 때에는 특별면책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변제계획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언제 변제계획을 변경할 수 있을지, 언제 개인회생절차가 폐지될지 또는 언제 특별면책을 받을 수 있을지에 관하여는 실무의 축적이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7. 결론
원래 개인회생절차는 채무자의 개별 사안에 따라 청산가치 보장원칙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변제계획을 작성하여 제출하고 이러한 변제계획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말 것을 채권자에게 설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자가 채권자집회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에 가용소득의 전부를 변제에 제공하거나 개인회생절차를 포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절차를 취해야만 채무자의 사정을 개별적으로 감안한 변제계획안이 작성되고 수행가능성이 있게 된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실무는 채권자들의 이의가 항상 있을 것임을 전제로 채무자의 파산 선택을 무기로 한 채무자의 협상권한을 박탈한 채 형식적인 기준에 따라 절차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적이고 전형적인 절차진행은 구체적 타당성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법원은 현재 개별사안에 있어서 “월 변제액의 조정”이라는 비법률적인 방법으로 개별사안을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사건을 정형화하여 절차의 신속성을 추구하고자 하였던 원래의 취지는 실종되고 개인회생법에 일치하지 않는 실무의 운영과 법원과의 협상력이 약한 채무자는 손해를 많이 보게 되는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상과정에서 개인회생절차의 진행이 무작정 늦어지고 있다는 점은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