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들의 파워 게임 - 5공화국 부터 김대중 정권까지

[조용만]

장군들의 파워게임 / 5공화국

2006/09/10 15:21

당초 15기 하나회의 핵심은 경북고 출신인 이대희 전병무청장이나 민병돈 전육사교장, 김상구 등이었다. 이 중에서도 이대희는 경북고를 나온 영남군벌의 총아로 청와대를 경비하는 30단장과 33단장을 모두 지냈던 사람이다. 이대희의 부인이 청와대 가정교사 노릇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의 부인은 육영수 여사의 초빙으로 청와대에서 박통 자녀들에게 수학을 과외지도 했다. 이렇게 안팎으로 박통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것을 보아도 그는 장래가 거의 보장된 장교였다.

그는 소장 때 장성보직의 꽃이라 불리는 육본 인사참모부장에 기용됐다. 그러나 그가 인참부장 때인 86년 3월 국방위 회식사건이 터졌고 사건의 장본인 중 한 사람이 그였다. 이 사건으로 그는 전방으로 좌천되고, 이후 중장으로 전역했다. 그 사건만 없었다면 그가 4성장군이 되는 것은 따논 당상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 국방위 회식사건이란 1986년 3월 당시 여당이던 민정당과 야당이던 신민당,국민당의 국방위 소속 의원들과 육군

     수뇌부들이 임시국회를 마치고 서울의 한 요정에서 세칭 '폭탄주 파티'를 벌이던 중 일어난 여야의원과 군 수뇌부들간의

      집단 난투극 사건을 말한다.

    당시 참석인원은 먼저 육군측 면면을 보면 박희도 총장(11기),정동호 차장(13기,10.26 이후 최규하 대통령 경호실장 역임),

    구창회 참모총장비서실장.

     (12.12당시 노태우 9사단의 참모장,이건영 사령관에게 "연대 출동 안합니다."라고 거짓말 한 장본인),

     이대희 인사참모부장 등이 참석했고 국방위 소속 여,야 의원으로는 신민당 총무 김동영(좌동영,우형우라 불리는 김영삼의

     핵심측근),이세기 민정당 원내총무,남재희 의원,김용채 국민당 원내 총무 등이 회식 모임의 멤버였다.

     이 날 육군 수뇌부들은 회식 모임 자리에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약속 시간에 늦게온 신민당의 김동영 총무가 늦게

     왔음에도 미안한 표정은 커녕 "거 힘있는 거물들은 하나도 없고 똥별들만 죽 앉아있구만.."이라고 말해 일순간 분위기가

     험악해 졌다.

     (김동영 총무는 김영삼과  기질이 가장 닮은 사람으로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로 말을 걸죽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 후 김동영 총무는 자신의 말 때문에 분위기가 험악해진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양주를 거푸 몇 잔 들이킨 후 앞에 있던

    박희도 총장에게 '이 봐 ! 박 총장! 이 세기 총무는 왜 안오는 거야?빨리 가서 불러와!"라며 시비조로  소리를 고래

    고래 지르곤 하였다. 얼마 후 문상갔다오느나고 늦었던 이세기 총무가 자리에 참석하였는데 그도 문상 자리에서 몇 잔

    술을 마시고 온지라 약간 취기가 있는 상태였다.

     이 때 가뜩이나 김동영 총무의 '똥별' 발언으로 열이 받아 혼자 연거푸 폭탄주를 마시고 있던 정동호 차장이 이세기

     총무를 보자 "어이! 이 총무! 왜 늦고 지랄이야! 이세끼(이세기를 '이세끼'로 발음한 듯) 총무 당신이 늦으니까

     야당에서 우릴 보고 똥별이라고 하는거 아니겠어? 앞으로 늦지 말고 벌주로 내 술 한잔 받아!' 라고 하였다.

     정동호 차장뿐만 아니라 참석자중 다른 몇몇이 "늦게 왔으니 벌주로 내 잔도 한 잔 받으라"는 식으로 이세기 총무에게

     술을 권하여 이 총무는 무척 짜증이 나있는 상태였는데 이 때 정동호 차장이 이세기 총무를 김동영 총무에게 데리구

     가서 두 사람 손을 포개어 서로 잡게 한 후 김 동영 총무에게 "어이!이 봐! 김 총무!  여기 여당 총무도 왔는데

     둘이 이제 서로 손잡고 사이좋게 정치 잘해야 우리가 정치 걱정안하고 나라만 열심히 지키지 않겠어? 안그래?"라며

     횡설수설했고 이 광경을보다 못한 남재희 의원이 "술을 쳐먹으려면 똑바로 쳐먹어!"라며 고함을 지르면서 갖고 있던

     술잔을 벽을 향해 던졌다.

    벽에 던진 유리컵 술잔이 깨져 그 파편이 이대희 소장의 눈에 튀어 그의 왼쪽눈이 피범벅이 되었고 피를 본 이대희

    소장이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단옆차기로 남재희 의원의 안면을 향해 발길을 날렸고 정통으로 맞은 남의원은

    일순간 실신했다.

    술자리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이 된 상태에서 이 후 국회의원들과 군인들간의

    집단 난투국이 벌어진 매우 해괴망측한 사건을 말한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이 정치군인들에게 엄청 두들겨 맞는 바람에 다음 날 중요한 법안을 처리하기로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야 두 총무는 국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국방장관이던 이기백과 육참총장이던 박희도가 국회에 나와 머리숙여 사과했고 정동호 차장은

    예편조치,이대희 소장은 좌천되는 선에서 사건은 일단락되는거로 마무리 되었다.

    국방위 회식사건은 흔히 술자리에서 문제가 발생된 '酒禍'의 시조격인 사건으로 평가받는 바,

    최근의 폭탄주 사건으로는 김대중 정부 시절 공안부장 자리를 마치고 대전고검장으로 영전된 진형구 고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발언파문이 유명하다.

    이 사건 또한 대검 공안부 출입기자들과의 식사를 겸한 폭탄주를 곁들인 송별연 점심식사자리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진 고검장 역시 이 발언파문으로 내정된 대전고검장 자리에 단 하루도 앉아보지 못하고 바로 옷을 벗었다.

  민병돈 중장은 육사교장 시절 육사졸업식장에서 노태우가 배석한 자리에서 임석상관인 그에게 거수경례를 올리지 않은

  결례(?)를 범했고 당시 6공정부가 추진하던 북방외교를 노태우가 배석한 자리에서 강도높게 비판하여 육사 졸업식이 있은

  후 일주일 뒤 바로 보직해임되었다.

  김상구는 전두환의 동서로 전두환 정권의 5공 출범과 때를 같이하여 일찍이 정치권으로 차출 되었다.이춘구,안무혁 등을

  전두환에게 적극 추천하여 이들이 5공시절 실세로 자리매김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것으로 알려져 있다.

15기에서는 장관이 2명 배출됐다. 하나회와 비하나회가 각각 1명씩으로, 이진삼과 권영해 전국방부장관이 바로 그들이다.

주)

권영해 전 국방장관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가장 잘 나가는 인사중 한 사람으로 김영삼 정부시절

국방장관과 안기부장을 역임했다.그 역시 다른 비하나회 출신들과 마찬가지로  하나회의 견제를 받아 군에서 제대로 진급하지 못해 소장으로 예편했다. 그러나 그는 하나회가 아니었기 때문에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후 국방부장관으로 발탁됐다. 그가 장관으로 재직한 기간은 10개월여에 불과하지만 그 기간에 단행된 군개혁의 내용은 유례가 없을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김영삼이 정권을 잡은지 일주일만에 당시 하나회 핵심이던 육사 17기 김진영 참모총장과 육사 19기 서완수 기무사령관을 전격 경질했던날 아침 7시에 조반을 함께한 이가 바로 권영해이다.조반식사후 오전 9시 반 그는 김총장과 서 기무사령관에게 경질 사실을 전격 통보한다.)

특히 하나회 숙청은 권 전장관의 하나회 폐해에 대한 개인적 체험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5기까지만 해도 동기생 중 리더십이나 학과성적을 바탕으로 선발되는 대표화랑은 하나회에 가담하지 않았다. 15기의 대표화랑은 신대진 예비역 소장. 그도 군부가 사조직에 의해 좌우되지 않았더라면 4성장군은 물론이고 훌륭한 육참총장이 됐을 것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 신대식은 그러나 5,6공 시절 4성장군이 되기에는 비하나회 출신이라는 핸디캡 外에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다.바로

      12.12 쿠테타의 피해자 정승화 참모총장의 처남이라는 사실이다. 정총장의 처 신유경씨가 바로 신대희의 누나이다.

      드라마 제 5공화국에서 허삼수,우경윤이 정총장을 연행할 작전을 세우고 결재할 것이 있다며 정총장을 방문한

      12.12일 저녁 ,사실 그 날은 신대식 대령의 장성진급이 발표된 날이기도 하다.이 날 정총장은 이 기쁜 소식을 장모에게

      직접 전달할 생각으로 일찍 참모총장 공관으로 퇴근하여 사복 콤비로 갈아입고 처가댁으로 가려던 찰나 급한

      결재서류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 신군부의 두 대령을 응접실에서 만났던 것이다.이 날 우경윤(육사 13기)이 정총장에게

      한 첫마디가 기억난다. "총장님! 저도 이번에 진급시켜 주실 줄 알았는데 안시켜주셔서 좀 서운합니다."

      이미 연행할 결심을 저지르지 않고서야 어디 새파란 대령이 육참총장에게 초면에 감히 이런 싸가지 없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15기의 대표주자 이 진삼과 9.9 인맥

먼저 처음에 결코 선두주자가 아니었던 이진삼이 어떻게 15기의 대표주자가가 되었는가를 이해하려면 전두환계의 정통

하나회 인맥에서 약간 변형된 9.9 인맥의 형성 과정을 살펴 보아야 한다.

하나회의 가입의식을 보면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 흉내를 연상케 한다. 이들은 평생 목숨을 바쳐 의리를 지킨다는 맹세로 가입선서를 했다. 동기생이나 다른 동료들에게 일절 비밀로 하는 지하조직이라는 점에서 회원들간의 유대감이 매우 강한 집단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이 하나회 멤버들 간에도 갈등과 분열이 없을 리 없다. 군대란 계급과 조직으로 짜여진 피라미드형 구조이기 때문에, 계급이 올라갈수록 하나회 동기생들 간에 진급과 보직을 둘러싼 경쟁이 불가피해진다.

하나회는 처음 비하나회 육사동기들이나 비육사출신들을 제치고 자기들끼리 진급과 보직에서 혜택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위로 올라갈수록 한자리를 놓고 같은 하나회원끼리 경쟁하는 상황이 될 것은 당연한 일. 대체로 별을 달면서부터 이런 갈등이 생긴다. 대의를 위해 함께 목숨을 바치자고 서약했지만 막상 먹을 '떡'을 앞에 두고는 서로 다투는 탐욕의 진면목이 나타나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가 아니겠는가?

하나회에게 지금까지 가장 ‘큰 떡’은 5공정권의 권력이었다. 그 권력을 어떻게 분배하느냐를 두고 하나회는 갈라졌다.

그것이 바로 전두환께와 노태우계의 분열과 암투다.

5공 당시 권력의 핵심을 요리한 세력은 말할 것도 없이 전두환계로 하나회의 골수는 이들이다. 이에 비해 노태우계로 분류된 장성들은 5공 내내 한직으로 떠돌아야 했다. 12.12쿠데타에 가담해 5공정권을 세운 공신이기는 마찬가지인데 그 정권 아래서 생기는 '떡'을 나눠먹는 논공행상에서 차이가 생긴 것이다.

군 인사권을 줜 전두환계 하나회는 노태우계를 중요보직에 임명하지 않고 변방으로 내보냈다. 그것은 2인자를 견제하는 권력의 생리때문이기도 했다.

5공에서는 전두환  다음의 제2인자로 노태우를 의식했던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노태우계에 대한 견제는 오히려 더욱 심했다. 노태우는 체육부장관 내무부장관 등을 거쳐 민정당 대표가 됐지만 그 자신이 청와대 비서실과 안기부 보안사 등에 포진한 전두환 대통령의 친위그룹에 의해 감시 견제당했다. 


전두환계의 실력자들을 보면 장세동(16기) 허화평(17기) 허삼수(17기) 등이 정치권에서 주도세력이었다. 또 군에서 박희도(12기) 최세창(13기) 이종구(14기) 고명성(15기)김진영(17기) 등이 실세였다. 이들이 인정해주지 않으면 같은 하나회라도 군 요직에 진출하기 어려웠다. 전두환 대통령 아래서 이들은 군 실세 위치를 확고히 할 만큼 성장했다

이들에 비해 노태우계는 5공정권 아래서 변방에 나돌다가 노정권이 들어선 후부터 중용되기 시작했다. 6공군부를 장악한 이 노태우계를 세간에서 9․9인맥이라 불렀다. 9․9인맥이란 노태우의 군 시절 주요경력인 9공수여단장과 9사단장 때 그 휘하에서 주요참모나 연대장 및 대대장으로 근무했던 인연을 가진 장교그룹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노태우가 12․12 이후 거쳤던 수경사령관과 보안사령관 재직 때의 각료들도 이 그룹에 속한다. 우연히도 전두환은 1공수여단장과 1사단장을 지냈고 노태우는 9공수여단장과 9사단장을 지냈다. 그래서 전두환계는 ‘1땡 인맥’, 노태우계는 ‘9땡 인맥’이라는 별명을 얻고, 마치 섯다판에서 한 몫을 잡을 수 있게 된 ‘땡끗발’들이라는 비아냥도 받았다.

그러나 하나회와 9․9인맥은 그 성격에 차이가 있었다. 하나회가 당사자들이 명칭을 정하고 인위적으로 조직한 비밀단체라면 9․9인맥은 노태우의 군대 근무인연으로 맺어진 그룹이었다. 이 때문에 9․9인맥에는 극소수의 비육사출신도 끼어 있다.

바로 엄상탁 전 병무청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ROTC 3기 출신인 엄삼탁 전병무청장이 육사출신과 하나회 장교들보다도 더 선두로 진급하고 중용됐던 것은 그가 9․9인맥이었기 때문이다.

엄씨는 영남대학 출신으로 노태우 대령이 연대장일 때 그 아래서 인사주임을 지내 인연을 맺었다. 9․9인맥의 중간보스격인 이진삼은 당시 중령으로 노태우 연대의 대대장이었다. 이런 인맥이 힘쓰는 6공이 되자 엄씨는 육사출신보다도 더 승승장구했다. ROTC 3기면 임관연도가 65년이어서 육사로 치면 21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는 소장진급에서 육사21기의 하나회핵심들과 함께 1차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가 예편후 맡은 자리가 바로 안기부 기조실장이다.

주) 안기부 기조실장이 어떤 자리인가? 안기부 운영예산과 조직, 인사를 장악하는 그야말로 안기부의 핵심 노른자위로서

     이 자리는 역대 정권 대대로 언제나 최고권력자의 직계가 차지해왔다. 하나회도 아니고 육사출신도 아닌 그가 이 실세자리

     를 차지했다는 것은 바로 노태우와의 9.9 인맥 인연 말고 달리 설명할 방도가 있겠는가?

전두환계와 노태우계의 분열은 5공정권 아래서 전씨계가 권력 2인자 위치에 있던 노씨를 견제하면서 비롯됐다. 그리고 노씨가 대통령이 된 6공에 들어와서는 노씨 직계 9․9인맥의 반격작전이 시작된다. 이 때문에 하나회 최대의 자중지란이며 국민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엄청난 권력암투가 벌어지는 것이다

하나회 변방 9․9인맥

9․9인맥은 육사 15기부터 노태우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장교들을 중심으로 형성돼 하나회 이후 신흥 정치군벌을 이루었다.
15기에서는 바로 이진삼이 9․9인맥의 대표주자다. 이씨는 노태우씨가 위관시절 방첩대에 근무할 때 만난 이후 그가 전방연대장일 때 그 아래서 대대장을 지내는 등 인연이 깊은 사이였다. 15기 하나회에서 전두환계인 고명승씨가 승승장구하던 5공정권 아래서 이진삼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노씨가 정권을 잡은 후 그는 군 요직을 거쳐 육참총장에 발탁됐고 예편 후엔 체육부장관까지 지냈다. 전두환의 5공때 가장 잘나갔던 15기는 단연 고명승이었다.

15기 하나회는 고명승 외에도 나중배, 이대희, 민병돈, 권병식씨 등 거의 모두가 전두환계였다. 5공시절에는 노태우와 인연이 깊은 이진삼 혼자만이 외로운 9․9인맥이었다.

이 중 민병돈은 6공 초기인 89년 3월 육사 졸업식에서 노태우 대통령에게 결례를 범한 것이 물의를 빚어 조기 전역했다. 이에 대해 군 안팎에서는 전두환계인 그가 노대통령을 마음속에서 ‘우습게’ 안 것이 밖으로 표출됐다는 시각이 많았다. 그리고 이때 이미 군 주변에는 전두환계와 노태우계의 갈등과 암투 기미에 대한 각종 설들이 난무했다. 전두환계는 노대통령이 5공청산과 관련, 전씨를 감싸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또 군내에서는 하나회 골수인 전씨계가 요직에서 밀려나고 노씨계 9․9인맥이 부상할 때였다.

여기서 잠깐 노태우의 9.9 인맥이 본격 형성되기 이전의 군내 인사이동 상황을 잠시 살펴본다.

87년 12월말, 군 고위장성 인사가 발표되자 군 주변뿐 아니라 정가도 술렁였다.
전두환은 합참의장에 3군사령관이던 최세창 대장(13기)을 임명하고 그의 후임 3군사령관에 보안사령관이던 고명승 중장을 대장으로 진급시켜 임명했다. 이어 보안사령관에 최평욱 중장(16기), 수방사령관에 김진영 수도기계화사단장 (17기)등 군부실세들의 연쇄인사가 발표됐다. 박희도 대장(12기)이 맡고 있던 육참총장은 종전의 임기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돼 그가 그대로 눌러앉았다.

군부와 정가에서는 이 군부실력자들의 면면을 보며 말들이 많았다. 모두가 전두환계의 보수들이었다. 전씨가 말 한마디만 하면 당장 행동으로 실천할 선봉장 같은 사람들이었다. 최평욱 신임보안사령관 한 사람만 제외하고는 12.12쿠데타 당시 전씨의 지령에 따라 자신의 직속상관을 총격으로 체포하는 등 행동대장 역할을 했던 하나회 핵심들이 그대로 군부에 남아 실세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12,12쿠테타와 5,17정변 이후에도 하나회 성골들은 거의 정치권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정권을 잡은 신군부가 주도해 민정당을 창당하고 국회의원도 인선했으나 정작 하나회 핵심들은 군복을 벗기 꺼려했다. 그중에는 정치를 혐오하고 평생 군인으로 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 기질이나 수완으로 봐서 정치인 변신이 어려운 사람도 군에 남았다. 그러나 민정당 사무총장이나 국회의원보다는 군부 실세로 남아 후일 육군대장과 참모총장 자리에 오르는 것이 이들에게는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5공시절 전두환은 박통시절보다 더 군부우위의 정책을 폈다.)

5공정권을 출범시킬 때 하나회 내부에서도 역할분담이 있었다. 정권을 세우는 마당에 정치판에서 주도세력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각자 본인들의 결심에 따랐지만 거의 보안사나 중앙정보부에서 잔뼈가 굵어 정치판을 들여다본 사람이면 군복을 벗고 정치판의 주도세력으로 나섰다. 하나회가 아닌 권정달 보안사 정보처장이 민정당의 사무총장을 맡았던 것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주) 하나회의 비하나회에 대한 배타성은 어제 제 5공화국 드라마에서도 사실 나왔다. 보안사에서 전두환 집권 구상

     시나리오를 허화평과 같이 기획한 권정달을 전두환은 그가 비하나회임에도 불구하고 높게 평가 했다.

     사실인지는 모르나 전두환이 회식자리에서 그에게 하나회에 가입하는 것이 어떠냐는 권유를 했고 사실상

     권유이지 당시 권정달 처장으로서는 이를 영광으로 알고 몹시 기뻐하는 표정을 짓곤하였는데 양허 및 장세동의 

     표정은 일순 굳어졌다.

     이윽고 허삼수가 하는 말" 사령관님! 그 문제는 이자리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닌거 같습니다.다른 15기 선배들의

     의중을 다 들어보고 난 후에 결정한 문제가 아닙니까?"

이외에도 하나회 멤버 중 정치권을 요리하기 위해 군복을 벗고 뛰어든 사람은 장세동과 보안사에서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들어간 허화평 허삼수 이학봉, 그리고 안무혁 등이다.


또 출신지역 사정과 본인의 정치적 수완에 따라 대거 국회의원으로도 진출했다. 선거야 유권자들이 결정한다지만 사실상 집권세력의 프리미엄과 관권동원등으로 이들의 당선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민정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권익현 박준병 오한구 배명국등이 하나회 출신이다.

이때 하나회 역할분담으로 정치판을 짠 전두환계는 노태우가 더 이상 군에 남아있지 않도록했다. 그가 군에 계속 머무를 경우 육군참모총장이라는 자리가 그를 기다릴 것이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힘을 쥐는 육참총장 자리에 노태우가 앉는다는 것은 전두환계에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노태우는 보안사령관을 끝으로 군복을 벗었으며 11기 하나회 출신의 육참총장 자리는 그보다 무게가 덜한 정호용에게 돌아갔다.

87년 11월말의 군부 인사는 이와같이 5공정권 출발당시의 역할분담으로 군에 남아있던 전두환직계의 물리적인 힘이 노태우대통령 당선자가 인수인계를 하는 시점까지 고스란히 보존되었다는 사실을 들어낸 것이다. 더욱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노태우가 취임 두달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전두환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군부요직인사를 단행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정국의 구도를 다시 짜야 할 노씨에게는 크게 거슬릴 수밖엔 없었다.(사실 이 시기 전두환은 퇴임후에도 상왕 노릇을 하려고 했던 징후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그때까지만 해도 노태우는 설움 받는 권력2인자로써 감내하는 자세를 견지했다. 섣불리 권력구조의 개편을 내비치다간 다 된 밥상에 재뿌리는 사태가 초래될지도 모르기에 그렇다.

그러나 노태우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자기가 취임한 후부터 전개되는 정치상황이 그가 권력구조를 다시 짜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5공청산문제의 대두가 바로 그것이다. 5공정권의 권력남용과 비리에 대한 단죄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전두환계가 남겨놓은 정치구도를 일신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었다.

가장 확실한 전두환계의 청산은 군부실세들의 교체인사에서 일어났다.

88년 6월 노태우는 취임 후 첫 군장성 인사에서 전두환계인 육참총장 박희도대장을 임기가 남아잇는데도 전격교체했다. 그의 후임은 2군사령관이던 이종구대장, 그도 하나회의 성골로 노씨보다는 전씨계에 가까웠다. 그러나 노씨의 경북고 후배인 그는 색깔없이 직속상관에게 충성하는 군인본연의 자세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었다. 자신을 총장으로 발탁해준 노대통령에게 등돌릴 이유가 없었다.

노태우는 육참총장을 교체하고 한 달 뒤엔 80여명의 군고위장성에 대한 승진 및 보직이동 인사를 단행했다. 그해 12월에는 보안사령관 최평욱 중장을 임기가 무려 1년이나 남아 있는데도 조기 경질했다. 최중장은 한직인 교육사령관으로 좌천당했다가 전역했다. 신임 보안사령관에는 노태우직계 9.9인맥인 조남풍 중장이 임명됐다.

이렇게 해서 노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5공때 한직을 맴돌던 9.9인맥이 중용되기 시작했다. 노태우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만에 전두환계를 밀어내고 주요 보직에 포진한 9.9인맥은 화려했다.

육참차장에는 이진삼 3군단장이 임명됐는데, 그와 육사 15기 동기인 고명승은 보안사령관과 3군사령관을 거쳐 이미 대장을 달고 전역한 뒤였다.

(그가 5공때 고명승 등 전두환 직계에 비해 얼마나 뒤쳐져 있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진삼 중장은 워낙 한직에 나돌다보니 경력이 모자라 단번에 대장으로 진급시킬 수가 없었다. 필수코스인 육참차장을 우선 거쳐야 했다. (군단장이나 수방,보안사령관을 거친 지휘관은 향후 야전군 사령관등 군수뇌부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육참차장을 거쳐야하는게 군인사상 관례이다.)

특전사령관에는 이문석 중장을 앉혔다. 이는 그의 17기 동기 중 전두환계인 김진영 수방사령관은 임기가 1년 이상이 남은 데다 특별히 손댈 만한 계기가 없었다.

군부의 인사권을 관리하는 육본인사참모부장에는 구창회소장을 임명했다. 그로부터 1년여 만에 이진삼씨는 대장으로 진급해 1군사령관, 이문석은 육참차장, 구창회(노태우 9사단장 시절 참모장)는 조남풍의 뒤를 이어 보안사령관으로 각각 수직이동한다.
그러다가 다시 90년 12월 육참총장에 이진삼 대장, 1군사령관에 이문석 대장 등 9.9인맥이 명실공히 병권을 장악했다. 이때는 이미 2군사령관에 이필섭 대장(12.12당시 노태우 9사단의 29연대장으로 30연대를 배속받아 삼송리로 출동). 합참 1차장에 송응섭 대장(12.12 당시 30사단 90연대장), 수방사령관에 김진선 중장(12.12 당시 수경사 상황실장), 육본 인사참모부장에 안병호 소장 등 다른 9.9인맥의 핵심들이 군부내 노른자위를 거의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전두환계를 거의 다 밀어낸 노태우계 9.9인맥의 전성기였다.

노태우계가 전두환의 거물들을 대거 밀어냈지만 그 중에서도 살아남는 장성은 있었다. 그리고 6공 후반기에는 양파간에 어느 정도 세력균형이 이뤄지기도 했다.

노태우 정권 아래서 생존한 전두환계의 대부는 이종구 국방부장관과 김진영 육참총장 그리고 서완수 기무사령관이었다. 이 세사람은 모두 정통 하나회의 중심인물들이었다. 군내 기반도 두터운데다 영남군벌에 속해 나중에는 노대통령으로서도 이들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웠다. 결국 여러 채널을 통해 ‘충성 의사’를 확인한 뒤 이들은 하나회 내부의 비중에 걸맞는 중요보직에 발탁된다.

이들에 대항한 노태우계 9•9인맥은 이진삼 육참총장, 이문석 1군사령관, 김진선 육참차장, 안병호 수방사령관 등이었다.
양파는 엇비슷하게 비중 있는 보스들과 군내 기반으로 주요보직 등을 차지하기 위해 팽팽한 대결를 벌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갈등은 이종구 국방부장관과 이진삼 육참총장간의 힘겨루기였다. 같은 기간에 장관과 총장을 지낸 두 사람은 육사 한 기수 선후배 사이로 각기 믿는 데가 있어 격돌할 만한 상대였다.  

정통 하나회 성골 14기 이 종구 vs 9.9 인맥의 대표주자 15기  이 진삼의 한 판 승부

이종구 장관은 본래 ‘하나회 성골’로 전두환계에 가까웠으나 노태우도 그를 발탁하는 바람에 범영남군벌의 후계보스 위치를 확고히 다지고 있었다. 전두환계의 김진영 총장과 서완수 기무사령관도 그의 비호로 9•9맥 라이벌들을 제칠 수 있었다.

이종구•이진삼의 대결은 군 장성 인사와 군 구조개편을 둘러싸고 벌어진다.

군 인사법을 보면 장교의 임용과 진급, 주요 부대장의 임명에 대해 “각군 참모총장의 추천에 의해 국방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리고 장성이 아닌 대령이하는 국방부장관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박정희 전두환 두 대통령때까지만 해도 실제 군 장성인사에서 그런 규정은 별 의미가 없었다. 법규정보다는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일방통행됐다.

다만 군 내부의 동향에 관해 잘 아는 각군 총장이 대통령에게 결재안을 만들어 갖고 가서 설명을 했다. 이 자리에 국방부장관도 함께 가지만 어디까지나 인사안을 짜는 것은 총장책임이었다. 장관은 형식적 배석자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노태우 정부는 이같은 군 장성 인사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간여 범위를 줄였다. 청와대와 국방부가 마련한 ‘군장성 진급보직에 대한 대통령 권한의 위임범위 조정안’이 그것이다. 이 조정안은 대통령이 중장 이상에 대해서만 인사권을 직접 행사하고 소장 이하는 국방부장관이 결정하되 사후에 대통령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또 중장급 이상 고위 장성과 주요 부대장 인사도 대통령이 제한 없이 하는 것이 아니라 국방장관이 짜 올린 복수추천안 중에서 선택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자 이종구 장관은 하나회와 영남군벌의 실세답게 군 장성 인사에서 제도상의 권한을 그대로 행사하려 했다. 뿐만 아니라 장관과 총장 사이에 합참의장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주요 지휘관 임명에서 합참의장이 의견을 말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총장 위에 한 층을 더 올려놓아 견제 장치로 이용하려는 의도였다. 또 818 군 구조개편 계획상 합참의장은 작전 군령권을 갖게 되기 때문에 유명무실하던 과거와 위상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종구 장관의 이같은 움직임이 육참총장의 권한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라며 이진삼 총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91년 9월 말, 계룡대 육군본부에 차려진 국회 국정감사장. 평민당 소속 국방위원인 권노갑 의원이 이진삼 총장에게 물었다.

“국방부가 장성진급 제청심사위를 구성하고 합참의장에게도 군 장성 인사에 의견을 제시케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는데 현재의 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나요?”

이에 이총장은 지금까지 총장의 고유영역처럼 돼 있던 장성인사에 대해 국방부가 8.18 군 구조개편 계획상의 합참의장의 권한을 들어 총장의 인사권을 약화시키려 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미국에서도 군 장성 인사권은 각군 총장이 갖고 있지 않습니까?”

야당위원들이 장성 인사와 관련해 국방부의 속셈을 연달아 묻자 이총장은 벌컥 열을 올렸다.

“계룡대에 앉아 있는 사람이 그 쪽 속사정을 어떻게 알 수가 있겠습니까”?

두 사람의 힘겨루기는 실질적인 세력싸움이었다. 종전대로 육참총장이 장성 인사권을 계속 쥐고 있는 한 국방부장관은 속빈 강정이나 다름이 없었다. 국방부의 국장급 간부는 예산담당관이나 민정협력관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태반이 현역 소장들이다. 과장급도 3분의 2 정도가 현역 대령들이다.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진급에 있다. 자연히 인사권을 쥐고 있는 육참총장이 이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상관’ 일 수 밖에 없다.

예컨대 국방부에서 장관이 구상해 정책사항을 입안하라고 지시를 하면 이들은 육군본부에 먼저 귀뜀 한다. 그리고 육본에서 거부반응이 나오면 국방부 지휘부의 방침이라고 해도 실제로 정책이 추진되질 않는다.

이런 상황이어서 국방부가 ‘육방부’라는 은어까지 나오기도 했다. 장교들이 그렇게 육본의 점수를 따야 진급할 수 있는 한 실권자는 장관이 아니라 총장이었다.

이종구 장관은 이런 모양을 그냥 보고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이종구의 성격과 카리스마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은 이미 '하나회 14기 인맥 해부'편에서 상술한 바 있다.)

영남군벌 대 충청세

두 군부실세의 대결은 또 군 내부에 잠재해 있던 영남군벌과 충청세 간의 갈등이라는 배경도 깔려 있었다. 당초 군부 내에서 충청세가 영남군벌과 싸움이 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이나 하나회가 군 요직을 영남군벌 일색으로 하기는 어색해서 구색을 맞추기 위해 등용한 것이 충청세였다.

그러나 충청군벌도 육참총장으로 민기식 장군, 합참의장으로 이필섭장군, 보안사령관만해도 박준병, 안필준

 등이 있으며 이 외에 대장까지 오른 정진태, 나중배, 김진선 등 만만치 않은 군 실력자들을 배출했다. 이 정도의 실력자가 나오자 충청세도 특히 소장층에서 은근히 영남군벌의 군 요직 독점을 비판하며 자리를 나누어 갖자는 요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충청세의 보스가 이진삼 총장이었다.

이에 대해 영남군벌의 대부 이종구 장관은 우습게 알았을 뿐만 아니라 이진삼을 총장감으로 평가해주지를 않았다.

주)이미 이종구는 총장때 이진삼을 참모차장으로 데리고 있었으니 그럴만도 했다.그리고 이진삼은 5공에서 15기중 선두주자는 커녕 장성 2차진급자이기도 했으니 14기중 항상 선두만을 질주해온 하나회의 황태자 이종구가 그를 인정할리 만무할 것이다.

두사람의 불편한 관계는 이런 것들보다도 실상은 매우 깊숙한 감정에서 비롯됐다.

그 한 예가 88년 8월 발생한 언론이 오홍근씨 테러사건. 범인들은 군 정보사령부 예하 장교들로서 당시 정보사령관은 바로 이진삼의 친동생인 이진백 소장이었고 육참총장이 이종구, 육참차장이 이진삼씨였다. 이렇게 보면 긴밀한 관계일 수 있는 이들의 관계는 테러사건에 대한 국민여론의 폭발로 책임자 문책이 불가피해지자 비틀어지고 말았다.

당시 이종구 총장으로 이진백 정보사령관에게 지휘관으로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강경론을 폈다. 결국 이진백 소장은 군복을 벗고 말았다. 이진삼 차장도 상당한 실세였으나 워낙 국민여론이 악화되고 청와대측 방침이 강경해 손 한번 써볼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종구 총장의 그런 태도가 감정을 크게 건드렸던 것이다.

두 사람의 파워게임은 처음엔 이진삼 총장이 판정패인 것처럼 보였다. 군사령관을 거쳐 그 후 육참총장에 보임된 이진삼이 91년 12월 6일 임기 2년 중 6개월을 남겨놓고 갑자기 교체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정기인사여서 다른 고위장성 인사와 함께 이루어졌지만 임기를 남겨놓고 조기에 물러난다는 것은 불명예임에 틀림없었다. 더구나 그의 후임으로 김진영 대장이 임명된 것은 이종구 장관이 노대통령에게 강력히 천거해 받아 들여졌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보름 뒤인 12월 20일 이종구 장관도 갑자기 경질됐다. 그의 후임은 육사 13기의 대표주자인 최세창 전합참의장이었다. 이장관의 경질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이진삼 총장과의 싸움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대로 가다가는 군부에 이종구 파워가 막강해질 것은 뻔한 일인데, 권력이란 1인자외에는 어떤 분야에서건 독립적인 집단 형성을 허용하지 않는 속성을 갖는법. 군부 내에 호랑이를 키워 후환이 되지 않도록 예방한 것이다.

이진삼 전총장은 그로부터 불과 두어달 후 체육부장관으로 입각한다. 이종구 전장관은 야인으로 남겨둔 채. 결국 두 사람의 힘겨루기는 처음과 달리 역시 노태우 9•9인맥인 이진삼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93년 두 사람은 군정시대의 비리혐의로 구속돼 유죄선고를 받는다. 이종구 전장관은 군 전력증강사업인 율곡사업에 대한 특감 소용돌이 속에서 방산업체로부터 뇌물수수 혐으로 구속됐다. 이어 이진삼 전총장은 5공시절 정보사령관으로 있을 때 정보사 요원들이 김영삼 당시 민추협 공동의장 집 절도사건과 양순직씨 테러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됐다. 결국 두 사람은 전두환계 노태우계로 대립 했지만 군정시대가 끝나고 문민정부가 들어서자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채 단죄받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것이다.

 

'제갈량군단'의 국정원 장악 비결 "군내 최대의 조직 사건이었던 윤필용 사건에서 11기들이 주축이 된 하나회 출신 장교들이 대거 연루되어 상당수가 옷을 벗거나 징계를 받았는데 16기 중에서는 연루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물론 16기에도 하나회 회원이 있었으나 튀는 인물이 없었고 동기생을 질시하거나 밟고 가는 법 없이 다들 맡은 분야에서 묵묵히 복무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군 생활을 짧게는 10년, 길게는 40년동안 했지만 서로 상부상조하고 의지하면서 순탄하게 지냈다." 육사 16기. 시쳇말로 ‘뒤늦게 잘 나가는’ 기수다. 지난 5·24 개각에서 물러난 천용택 국방장관이 국정원장으로 기용되자 육사 16기는 언론으로부터 더 주목을 받았다. 장세동 안기부장, 이종찬 국정원장에 이어 또다시 육사 16기 출신 국정원장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 정동영 의원이 몸을 빼는 바람에 뜬금없는 벼락 감투를 쓴 3선 의원 이영일 대변인이 ‘환갑에 능참봉’ 소리를 했다지만, 초선 의원 천용택에게는 ‘환갑에 당상관’이니 이쯤되면 주목을 받을 만도 하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 ‘오바’를 했다. “육사 16기에서 또 정보기관장이 나왔다”며 육사 16기의 명예를 과장해 훼손했기 때문이다. 그 기사의 일부를 옮기면 이렇다. “육사 16기에서 또 정보기관장이 나왔다. 5공 때 장세동(85~87), 문민정부 권영해(94~98), 현 정부 이종찬(98~99.5)씨에 이어 이번에 임명된 천용택 국가정보원장까지 무려 4명이다. 역대 정보기관장 거의 대부분이 육사 출신이지만, 4명을 배출한 기수는 16기 외엔 없다.” 기사 내용대로 육사 16기에서 국정원장이 또 나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4명이 아닌 ‘무려 3명’이고 3명을 배출한 기수는 16기말고도 8기가 있다. 그래서일까. 천용택 원장과 육사 16기에 대한 얘기를 들려줄 것을 청하자, 천원장과 육사 동기인 목포 출신의 이 사업가는 대뜸 언론의 오보를 지적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어떤 신문은 보니까 육사 16기가 현역 때 대장을 한 명도 못낸 ‘불운한 기수’였다고 하고, 또 ○○일보에서는 육사 16기 한 기수에서 사상 처음으로 안기부장·국정원장이 4명이나 나와 뒤늦게 빛을 보고 있다는 식으로 썼던데, 다 엉터리야. 우리 동기생 중에서 대장이 3명 나왔고, 안기부장도 3명 나왔어. 권영해씨는 우리 동기가 아니고 한 기수 위인 15기야. ○○일보가 군 관련 기사에는 비교적 정통한데 왜 그런 오보를 냈는지 모르겠어.” 그렇지만 사관학교의 한 기수에서 국가 정보기관의 책임자가 3명이나 나왔다는 사실은 예사롭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으로 이어진 역대 국가 정보기관장 현황 <표 1>을 보면, 직무대행(윤일균)과 서리(이희성·전두환)를 포함한 역대 부·원장 총 24명 중에서 5명(신직수·노신영·배명인·서동권·김덕)만 민간 출신이고 19명이 군 출신이다. 군 출신이 10명 중 8명꼴이다. 그런데 이중 대부분이 육사 출신이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8기와 16기에서만 3명이 나왔다. 중앙정보부를 창설한 초대 김종필 부장, 4대 김형욱 부장, 9대 이희성 부장서리가 8기생이다. 그러나 다른 기와 달리 5회에 걸쳐 무려 2000여명이나 임관한 8기생의 수효를 감안하면, 178명이 임관한 16기생 가운데 안기부장·국정원장 3명은 눈여겨볼 만한 숫자다. 그래서 “육사 16기가 뒤늦게 빛을 보고 있다”는 촌평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사실 그런 것만도 아니다. 우선 장군 진급자 통계를 보면, 육사 16기생들은 다른 기수에 비해 앞서면 앞섰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육군사관학교 50년사 1946~1996’(육군사관학교, 1996)에서 밝힌 동기회별 인원 현황과 기별 장군 진출 현황을 종합한 <표 3>을 보면, 장성 진급자 수(45명)로 보거나 장성 진급률(25.3%)로 보아도 다른 기보다 뒤지지 않는다. 사실 육사 16기로 임관한 178명 중에서 장군 진급자 45명은 적은 수가 아니다. 4명에 1명꼴로 별을 달았다는 얘기다. 이중 장관(將官)급 장성인 중장 이상 주요 인사(괄호 안은 현역 당시 보직)는 김학옥(국방부 조달본부장) 박익순(군 특명검열단장) 용영일(합참 정보본부장) 이중형(정보사령관) 장세동(경호실장) 정인균(국방대학원장) 천용택(합참 전략기획본부장) 등이고, 대장 출신은 송응섭(합참 차장) 신말업(3군사령관) 이필섭(합참의장) 등이다. 이 밖에 고위 공직·정계로 진출한 16기 출신으로는 앞서의 장세동(전 안기부장) 이종찬(국민회의 부총재) 천용택(국정원장) 외에 정순덕(전 민자당 사무총장) 최평욱(전 철도청장) 등이 있고, 학계로 진출한 16기생으로는 육사 교수부장(준장) 출신의 정형식 교수(한양대 토목공학과)와 역시 육사 교수부 출신의 박병권 전 해양연구소 소장(대령 예편) 등이 있다. 그런데도 군 내에서 ‘샌드위치 기수’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한 기수 아래인 17기의 개성이 상대적으로 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특히 개성이 강했던 이른바 17기 트리오라는 김진영(전 육참총장)·허삼수(전 청와대 사정수석)·허화평(전 청와대 정무수석) 3인. 두 허씨는 10·26 및 12·12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측근이었고, 김씨는 33경비단장이었다. 세 사람 모두 하나회 회원이었다. 또 육군 참모총장을 내지 못한 기수였기 때문에 군 내의 그런 평가가 일반화되었는지도 모른다. 노태우 정부 말기에 육참총장 자리가 15기 이진삼 대장에 이어 17기 김진영 총장으로 건너뛰더니, 김영삼 정부 들어서 다시 17기에서 총장(김동진 대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이른바 4년제 정규 육사 1기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11기 이후, 전통적으로 짝수 기수보다는 홀수 기수가 더 개성이 강했다는 조직 문화의 특성도 16기에 대한 군 내의 평판을 형성하는 데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은 평가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근거는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필섭 전 합참의장의 말이다. “16기가 15기와 17기에 치인 샌드위치 기수라는 지적은 온당하지 않다. 더욱이 군대는 피라미드 조직이다. 따라서 어느 조직이나 비슷하지만, 기수 안배를 하다 보면 어떤 기에서는 참모총장이 나오고 어떤 기에서는 합참의장이 나오기도 했다. 13기에서도 참모총장을 못 냈다. 아니 못 냈다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합참의장과 참모총장으로 기수를 안배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일 뿐이다.” 이른바 상명하복의 검사 동일체 원칙을 강조하는 검찰에서도 검찰총장이 나온 기수가 있고, 법무장관이 나온 기수가 있다는 비유였다. 그러나 이필섭 장군도 16기가 결코 개성이 강한 기수가 아니라는 데는 동의했다. 이장군은 16기의 특징을 한마디로 “개성이 강한 사람이 없고 화합을 잘하고 전우애가 깊은 동기”라고 말했다. 용영일 장군은 16기의 특징을 좀더 직설적으로 “정치 군인이 없는 기수”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고도의 정치적인 판단을 요하는 자리인 안기부·국정원장 자리에 오른 장세동·이종찬·천용택 3인의 생도 시절과 군 생활은 어떠했을까. 육사 도서관에 보관된 ‘북극성 4293’(단기 4293년인 1960년 졸업 앨범)에는 세 사람에 대한 동료들의 평가가 이렇게 기술되어 있다. 그 무렵에 육사를 졸업한 엘리트 청년들의 글 솜씨와 사회 인식의 수준을 엿볼 수 있기에 원문대로 옮긴다. “장세동/서울 태생인 그는 마음씨 곧고 미남에다 건강하지. 노래를 못하나 운동을 못 하나 말을 못 하나 그 무엇을 못 하나. 솜씨도 비상한 가지수와 어휘 그대로의 팔방미인이다. 남을 위해 자기를 애써 돌보려 들지 아니하며 ‘궂은 일은 나부터’라는 슬로건 밑에 근면한 삶의 태도가 더욱 성실한 군인으로서 언제나 타인에 모범을 보여주었고 언제나 미소를 띤 그의 얼굴은 만인에 호의를 갖게 했다. 하기에 그는 뭇 동기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부하를 갖고 큰일 해보겠다고 보병을 택한 그 야심에 정말 기대되는 바 크다.” “이종찬/태생이 국제 관문인 중국 상해(上海)여서인지는 모르나 첫 인상이 어딘지 광활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 같은 감을 준다. 동기생간에는 얌전하다는 평도 있으나 누구에 못지않게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우등생의 스타도 수월히 붙였던 경력에 한때는 Ring위원으로 분주했었다. 착실함과 침착이 항상 그의 몸에서 떠날 때가 없기에 실수가 없지만 그러기에 휴일은 마치 그를 위해 있는 듯 한 여인을 사랑할 수 있는 성실한 인간인 반면에 그 배후에는 진지한 논리가 있어서 신화를 창조하겠다는 데 주장의 특색이 있기도 하다.” “천용택/노(怒)하기 쉬운 다도해의 창파(蒼波)가 그를 길렀다. 그래서인지 대중 속에서도 쉽사리 발견되는 짙은 안색과 알맞게 터잡은 눈동자에서 품는 강한 인상은 누구에게나 짙게 머문다. 불꽃 같은 정열과 조화된 체구는 전형적인 남아임을 알게 한다. 무엇보다 외로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떠오르기 쉬운 희생심과 지긋한 나이는 벗들의 사랑의 초점이 되어왔다. 미지의 내일보다는 오히려 현실을 아끼는 충실한 삶은 불가능을 축소하면서 자신있게 살아간다. 그의 포성을 무색케 할 고함(高喊) 소리와 함께 포병으로 가버렸다.” 말이 될 듯 말 듯한 치기어린 글이지만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엿보이기도 한다. 당시 장세동은 2중대, 이종찬은 8중대, 천용택은 4중대 생도였다. 장세동의 경우, 생도 시절 그가 사진반 활동을 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또 출생지가 전남 고흥인 그를 그의 가장 친한 동기생들조차 서울 태생으로 알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이필섭 장군은 “같은 군인이었지만 그야말로 ‘군인다운 군인’이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고 장세동을 평했다. 경기고 출신의 이종찬 생도는 침상에 누워서 책 보는 모습이 앨범에 실릴 만큼 무덤덤한 책벌레였다. 그러나 부인(윤장순씨)과의 러브 스토리가 이미 생도 시절부터 유명했을 만큼 연애에도 재능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에 비해, ‘완도 촌놈’이었던 천용택 생도는 저학년 때는 ‘눈동자에서 품는 강한 인상’ 말고는 별로 눈에 띄는 청년이 아니었다. 그러나 동기들에 따르면 그의 성실함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주목을 받았다. 천용택 원장에 대한 동기생들의 평가는 대체로 근면과 성실 그리고 전략적 사고로 모아진다. 천용택 국정원장(62)은 전남 완도 태생으로 완도중학교와 목포 문태고를 졸업했다. 완도중을 1등으로 졸업한 가난한 수재였던 천원장이 공립 목포고가 아닌 사립 문태고를 다닌 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중학 졸업 후 ‘연습삼아’ 먼저 응시해본 문태고 입학시험에서 덜컥 수석을 해버린 것이었다. 학교에서는 당연히 장학금을 내걸고 수석 입학생이 다른 학교로 진학하는 것을 막았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결국 천원장은 교사들의 설득에 못 이겨 문태고에 남았다. 집에서는 공부 잘하는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고향에서 면서기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는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당시로서는 유일하게 숙식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4년제 대학인 육사를 선택했다. 그러나 청운의 꿈을 품고 간 육사 입교 초기에 그는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남 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과묵한 성격 탓도 있지만, 당시 육사는 세칭 명문고 출신들이 주류를 이뤄 ‘완도 촌놈’이 행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56년에 입교한 16기 생도는 225명이었는데 그중 서울의 5대 공립(경기·경복·경동·서울·용산고) 출신이 절반을 넘었고, 나머지도 태반이 지방 명문고 출신이었다. 그런만큼 우수한 학생이 많았다. 그러니 서울에 기반도 없고 선후배도 없었던 그로서는 조용히 학과 공부나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동기생 사이에서 사리 분별력이 특히 뛰어나고 매우 열성으로 후배들을 훈육했던 성실한 생도로 기억되고 있다.”(이필섭 장군) “당연히 그는 고학년이 될수록 서서히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명석한 두뇌와 잠재력이 발휘된 것이다.”(정인균 회장) 이필섭·정인균 장군은 중대 단위로 훈육활동이 이뤄지는 육사 교육과정 3년 동안 제4생도중대에서 함께 생활했다. 두 사람에 따르면, 포병 소위로 군문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 장교 천용택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은 그로서는 첫 해외여행이었던 이스라엘 시찰이었다. 다음은 정인균·이필섭 장군의 회고다. “천장군이 그때 이스라엘 시찰 장교단에 낀 것은 동기생의 자랑거리였다. 그가 동기생 중에서 유일하게 이스라엘에 시찰 장교단에 선발된 것도 그의 전략적 식견이 탁월한 덕분이었다. 이스라엘 다녀와 그 분야에 대한 연구와 공부를 많이 했다.”(정인균) “청년 장교 시절에 이스라엘에 다녀와 깊은 감명과 사상적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나중에 합참에서 함께 근무할 때도 이스라엘 군대의 장점을 도입한 강군 육성 방안을 모색했다. 알다시피 이스라엘 군대 모델은 요즘 말로 하면 ‘투명성이 제고된 군대’이고 ‘간편한 군대’이다. 천장군은 거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았다.”(이필섭) 70년대 초 박정희 대통령은 당시 이스라엘과 중동의 6일 전쟁이 끝난 뒤 영관급 엘리트 장교들을 선발해 이스라엘에 보냈다. 당시 시찰 장교단의 인솔 실무 책임자는 육사 교수부 출신인 임동원 중령(13기)이었다. 임장관은 당시 중령으로 실무 팀장을 맡았다. 그 장교단에 육사 16기로 소령이었던 천용택 국정원장도 포함돼 있었다. 임동원 통일부장관은 34년 평북 출생으로 57년 육사 졸업 후, 61년부터 69년까지 육사 교수를 지낸 학구파다. 소령으로 예편한 후 중앙정보부로 들어간 이종찬 부총재 또한 그 무렵에 육사 교수부에 근무했다. 두 사람은 주로 이북·서울 출신으로 육사 교수부에 근무했던 장교들이 중심이 되어, 영남 출신 장교들이 주축이 된 하나회에 맞섰던 청죽회의 핵심 멤버였다. 후일 중장으로 예편후 김영삼 정부에서 비상기획위원장을 지낸 천용택씨를 김대중 캠프에 끌어들인 인물이 바로 이스라엘 시찰 장교단의 실무 팀장이었던 임동원 당시 아태재단 사무총장과 이종찬 부총재였다. 이스라엘에서의 인연은 그가 군에서 ‘작고 강한, 효율적인 군대’의 모델을 추구했던 계기였을 뿐만 아니라 뒤늦은 정계 입문의 단초였던 셈이다. 현역 시절 천원장은 늘 2차 진급자였다. 그러나 그의 출신 지역을 떠나 동기생들에 비해 능력과 실력이 뒤져 2차 진급한 것은 아니었다. 동기 송응섭 장군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나폴레옹은 포병이었다. 사관학교 지망생 중에는 나폴레옹 같은 위대한 지휘관이 되려고 포병 병과를 지망한 사람이 많다. 일부 언론에서는 천장관이 다른 동기들에 비해 진급이 뒤처졌다고 보도했지만 그런 식으로 단순 보도해서는 안 된다. 보병에 비해서 늦었을 뿐이지, 포병 병과 동기생 중에서는 천용택·김학옥 동기가 늘 1차로 진급했다.” 목포 출신으로 같은 포병이었던 (주)씨피씨 박규종 회장(16기·대령 예편)도 비슷한 이유를 댔다. “당시 육군 진급심사에서는 ‘고생하는 보병’을 우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고, 그래서 포병 출신인 천장군에게는 2차 진급 순번이 돌아간 것이다. 그러나 포병 출신 중에서는 늘 선두로 진급했다. 어차피 중장에서 대장 진급하는 데는 운이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앞서 밝힌 대로 그의 동기생 중에 대장 진급자는 이필섭·송응섭·신말업 장군 3명이다. 그중 두 사람은 하나회 회원이다. 노태우 정부에서 대장으로 진급한 두 사람은 9공수여단장·9사단장을 지낸 노대통령과의 군 시절 근무 인연을 가진 장교들을 지칭하는 9·9 인맥이기도 하다. 어쨌든 하나회 회원 동기들에 대한 동기생들의 불만이 있을 법도 하지만 천원장은 물론 다른 동기생들한테서도 그런 내색을 찾아볼 수 없다. 육사 16기 하나회 회원은 장세동·정순덕(전 민자당 사무총장)·최평욱(전 철도청장)·이필섭·송응섭 등이다. 그런데 천원장의 교우 관계를 보면,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이필섭·송응섭·박익순 세 사람이다. 두 사람은 하나회 회원이고 중장으로 예편한 박장군은 김영삼 정부에서 천원장 후임으로 비상기획위원장을 지냈다. 그런 점에서 정인균 회장이 강조하는 육사 16기의 특질은 인화와 지성이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동기생들간의 동질성이었다. “16기생은 225명이 입교했는데 사병 출신이 한 명도 없는 유일한 기수이다. 전시(戰時)에 진해(鎭海)에서 입교한 11기부터 4년제 육사 정규과정이 시작되었지만, 11기부터 15기까지는 사병 출신 입교자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 16기에는 사병 출신 입교자가 한 명도 없었다. 물론 당시에도 사병들이 많이 응시했지만 성적이 낮아 다 떨어진 것이다. 다 똑같이 경쟁해서 들어왔지만 사병 출신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16기 입교생들의 성적이 우수했고 동질성을 띠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당시 육사 경쟁률이 28:1이었고 커트라인이 최고로 높아 신문에 기사화되기도 했다. 합격자 대부분이 서울대·연고대 복수 합격자였다. 나도 그때 연세대에 합격했으나 육사를 택했다. 따라서 16기는 전원이 고교 졸업 후 사회 경험 없이 바로 들어왔기 때문에 다른 기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수성과 동질성을 띠었다. 바로 그 점이 육사 16기의 특질 중 하나인 인화 단결에 밑거름이 되었다고 본다.” 그래서일까. 16기 동기회는 다른 기수들에 비해 무척 활발하다. (주)대우건설 이만진 전무(16기·대령 예편)의 가시돋친 농담이다. “11기는 대통령을 두 명이나 냈지만 동기회는 잘 안 되고 있다. 아마도 사병 출신 육사 졸업자 대통령이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실제로 화랑동기회는 매주 수요일에 서울 개포동에 있는 동기회 사무실에서 오찬 모임을 갖지만 늘 40~50명이 나온다. 지난 6월2일에는 오전 중에 폭우가 쏟아지는 불순한 날씨였는데도 50명쯤이 나와 바둑 대결을 하고, 삼겹살 오찬 후에는 게이트볼 강사를 초청해 이론과 실습을 했다. 사무실 칠판을 보니 청계산 부부동반 등산 같은 동기 모임과 총동창회 주최 이스라엘 대사 초청 조찬 강연 일정 등이 촘촘하게 적혀 있다. 군에 있을 때보다 은퇴 후 더 바쁘게 지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동기들의 인화와 결속력이 남다른 데에는 육사의 최고 인텔리 기수라는 자부심이 강한 정인균 동기회장의 각별한 동기애도 한몫하고 있다. 임중재(16기·상이군인회장)씨에 따르면, 노태우 정부의 마지막 제병지휘관을 지낸 정장군은 입각 교섭을 받아도 동기회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수 없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거절할 만큼 동기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고 한다. 16기의 동질성과 순수성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가 하나회와 윤필용 사건이다. 73년 4월에 발생한 세칭 윤필용 사건이란 박정희 대통령의 부관 출신으로 그의 신임을 한몸에 받으면서 양자설까지 나돌던 당시 수경사령관 윤필용 장군이 술자리에서 한 발언이 문제 되어 윤필용과 그를 따르던 장교들이 대거 구속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윤필용은 “박대통령이 노쇠했으니 물러나시게 하고 후계자는 이후락 형님이 해야 한다. 내 뒤에는 목숨을 바칠 200명의 장교가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목숨을 바칠 200명의 장교란 하나회 회원들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손영길, 권익현 등 11기 하나회 회원 10명이 구속되었고, 배명국 등 31명이 예편했으며, 24명은 인사조치되고 160여명이 보안사 감시대상으로 분류되었다. 또 이 사건을 계기로 좌불안석이 된 이후락 정보부장이 초조한 마음에 김대중 납치사건을 벌였다가 해임되기도 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당시 하나회 리더였던 전두환 소령은 화를 면했다.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바꾼 군내 최대 조직사건인 셈이다. 그러나 16기 하나회 회원은 한 명도 연루되지 않았다. 정인균 동기회장의 배경 설명이다. “군내 최대의 조직 사건이었던 윤필용 사건에서 11기가 주축이 된 하나회 출신 장교들이 대거 연루되어 상당수가 옷을 벗거나 징계를 받았는데 16기 중에서는 연루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물론 16기에도 하나회 회원이 있었으나 튀는 인물이 없었고 동기생을 질시하거나 밟고 가는 법 없이 다들 맡은 분야에서 묵묵히 복무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군 생활을 짧게는 10년, 길게는 40년 동안 했지만 서로 상부상조하고 의지하면서 순탄하게 지냈다.” 16기 수석졸업자인 한양대 정형식 교수(준장 예편)는 16기의 또 다른 특질로 합리적인 지성을 들었다. “선배들이 기합 주면서 그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한마디로 16기에는 저돌적인 사람이 없고 대체로 차분하고 합리적인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무골 기질보다는 자기 임무에 충실한 합리적인 현대식 군인, 즉 삼국지의 장비 스타일이 아니라 제갈양 스타일이 많았다. 이에 비해 15기만 해도 저돌적인 사람이 많았다. 물론 학과성적은 군에서 중요하지 않고 진급이나 승진 등 군 경력에 반영되는 비중도 낮다. 그러나 16기에는 공부 잘 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필섭, 이종찬, 최평욱, 천용택씨 등 다 무리하지 않고 점잖고 합리적인 분들이다. 이런 특질은 당시의 시대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육사에 현대식 교육의 기틀이 마련된 것이 이때였기 때문이다.” 육사 발전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이로 육사인들이 기억하는 교장은 14대 이한림 중장이다. 이장군은 만주 신경군사학교 2기 출신에 일본 육사 57기로 두 학교 모두 당시 박정희 소장과 동기였다. 그러나 이장군은 5·16쿠데타에서 박정희 장군과는 정반대의 입장에 섰다. 이장군이 육사 교장에 부임한 때는 57년 7월. 2학년 때부터 60년 졸업할 때까지 3년간 16기를 훈육했던 이한림 교장의 재임 기간은 오늘날의 육사로 기틀을 잡은 정비기에 해당한다. ‘육군사관학교 50년사’는 이 시기를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기간에 장차 육사 발전의 골간을 이룰 제반 분야의 정비와 체계화가 이뤄졌다… 한마디로 ‘발전의 기틀’을 만든 육사의 일대 전환기였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기간에 제도의 개혁, 시설의 확충, 교육내용의 강화, 생도 생활의 내실화 등 그 전에 비하여 매우 획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다. 오늘날 육사의 각종 제도는 바로 이때에 그 기반이 형성되었다고 단정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때 비로소 4년제 대학교 설립의 법적 근거인 사관학교설치법과 그 시행령이 설치되었으며, 오늘날 화랑대(花郞臺)라고 불리는 유서 깊은 육사의 명칭이 바로 이 시기에 정해졌다. 진해에서 태릉으로 복귀한 후 전학년 생도가 함께 교육받는 완전한 4년제 교육이 시작됐으며, 화랑연병장·도서관·역할실험실·전기공학실험실 같은 교육훈련 시설과 3군 사관학교 체육대회 같은 각종 행사와 연결된 육사의 전통이 생긴 것도 이때부터였다. 당시 서울의 5대 공립과 지방 명문고 출신의 성적 우수자들이 육사에 많이 몰렸던 데에는 휴전과 서울 환도 후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4년제 대학으로 기틀이 잡힌 시대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덧붙여 흥미를 끄는 것은 당시 ‘귀하신 몸’이 육사에 지망하는 덕분에 육사의 경쟁률이 높아지고 인기가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기붕 부통령의 아들이자 이승만 대통령의 양아들로 당시만 해도 장안의 귀공자, 황태자로 세인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던 ‘귀하신 몸’ 이강석이 육사에 진학하자 육사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당시 이강석과 함께 육사에 입교한 서울고 동문으로는 육사의 상징 강재구 소령(16기)을 들 수 있다. 60년에 임관한 강재구 대위가 수도사단 1연대 10중대장으로 부임한 때는 65년 8월. 당시 수도사단은 월남 파병이 결정되어 맹호부대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월남에서의 실전에 대비한 훈련이 한창이었다. 65년 10월4일 오전 10시경 수류탄 투척훈련중 한 중대원이 실수로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을 중대원 쪽으로 떨어뜨렸다.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그 순간 강대위는 몸을 날려 수류탄을 덮쳤고 이로써 100여명의 부하들은 무사할 수 있었다. 육군에서는 살신성인한 강대위의 숭고한 정신과 투철한 군인정신을 기려 소령으로 1계급 특진시키고 무공훈장을 추서했으며 그의 부대를 ‘재구대대’로 명명했다. 또 그를 기려 제정한 ‘재구상’은 육군 중대장 시절에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로 간주되고 있다. 이규봉 장군(16기)은 장렬하게 산화한 동기의 후임 중대장(10중대)을 맡아 “재구의 총과 철모를 그대로 갖고” 참전했다. 이장군은 그때의 심경을 “동기가 부하들을 구하고 대신 죽음으로써 파월을 앞둔 우리 중대원들은 모두 정신적으로 결연한 각오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강대위가 강원도 홍천에서 산화할 당시 서울고·육사 동기인 용영일 장군은 재구대대 9중대장이었다. 강재구가 산화하기 전에도 옆에서 지켜본 강중대장의 부하 사랑은 늘 그에게 귀감이자 부담이었다. 역시 서울고·육사 동기인 이중형 장군은 강대위가 죽기 전에 술 한잔을 함께 했는데 그때 그가 불쑥 내뱉은 “인생은 짧고 굵게 사는 거야”라는 말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장렬하게 산화한 동기생의 유품과 유언을 가슴에 품고 월남전에서 싸웠다. 정형식 교수는 육사 교수부에 있을 때 월남전에 파병한 육사 기수들을 비교해본 적이 있다. 당시 월남전에 참전했던 맹호·백마부대 중대장들은 16기가 주축을 이루었다. “전투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소대장이라지만 월남전에서는 중대장도 위험한 처지에 있었다. 생도 시절 야성적인 선배들은 16기를 질타했지만, 월남전에서 16개 중대장들은 어느 기수보다 더 잘 싸웠다. 차분하고 합리적인 사고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장비(張飛)형보다는 합리적인 선진교육을 받은 지장이 전투에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강재구는 생도 시절부터 영문 소설책을 옆에 두고 볼 만큼 차분한 성격이었지만 의협심이 강했다. 성적도 10위 안에 든 우수생이었다. 나는 강재구가 수류탄을 덮쳐 산화한 이후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흔히 희생 정신을 말하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인데 당시 육사 교육이 그랬지 않았나 생각한다. 당시 우리는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을 뿐 아니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그런 내면에 밴 교육을 받았었다. 그런 본능에 가까운 희생 정신이 없었다면 수류탄을 못 덮쳤을 거라고 본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동기들의 애국적 희생 정신의 본능을 일깨운 죽음이었고 거룩한 교훈이었다. 우리도 그와 함께 배웠지만 강재구는 배운 것을 실천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존경하는 것이다.”(정형식 교수) “어떤 조직이건 오래 된 조직은 독특한 문화의 특성이 있기 마련이다. 육사는 전통적으로 홀수 기수가 개성이 강했다면 짝수 기수는 지성(知性)이 강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50년대 입교 기수(11∼19기) 중에서는 16기가 가장 지성이 강한 기수였다.”(송응섭 장군) “당시 경쟁률이 역대 최고여서 공부에 대한 자부심과 고집이 센 동기들인데 동질성이 강한 탓인지 묘하게 서로 단합이 잘 된다.”(신말업 장군) “개성이 강한 사람이 없어 인화 단결이 잘되는지도 모른다.”(이필섭 장군) 물론 육사 16기의 이런 특징에도 불구하고 정권 교체가 없었다면 뒤늦게 빛을 보는 일이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들은 뒤늦게 빛을 본 것이 아니다. 쿠데타를 주도했던 다른 기수의 ‘정치 군인’들과 달리 동기들을 짓밟지 않고 서로 ‘그릇’이 상하지 않도록 감싸주고 의지하는 인화와 동질성에 바탕한 합리적인 지성으로 대기만성(大器晩成)의 저력을 발휘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들의 저력 속에는 군부의 쿠데타와 정치적 개입을 반대했던 육사 교장 이한림 장군과 죽음으로 동기생들의 영혼을 일깨운 강재구 소령의 교훈이 녹아 있는 것이다.

호남출신 첫 육군참모총장 金東信

한국군의 첫손 꼽히는 전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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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순간 군 주변에서는 건군 이후 첫 호남출신 육군참모총장의 탄생이 점쳐졌다. 육군총장으로 발탁될 후보자는 당시 전군의 대장 8명 중 유일한 호남출신인 김동신（金東信. 육사21기）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었다. 그 다음의 호남출신 고위장성은 35명 안팎의 육군중장 중 단 두 명인 이남신（李南信. 욱사23기. 현기무사령관） 야전군단장과 조영길（曺永吉. 갑종172기. 현2군사령관） 2군부사령관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들 두 사람은 총장으로 올라갈 서열과는 아직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천용택（千容宅） 국방부장관이 결정되면서 김동신 육군총장설은 물건너가는 듯했다. 천장관이 호남출신이기 때문에 육군총장까지 같은 지역출신에게 맡기기엔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울 것이란 얘기가 나돌았다. 일부에선 국방장관이 김대통령의 측근이니 육군총장은 중립적인 인물로 임명하고, 신임하는 장성을 기무사령관으로 기용하면 군장악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전망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린 군 수뇌부 인사내용은 그게 아니었다. 다른 자리는 다 내주어도 육군총장과 기무사령관만큼은 「확실하게 뜻을 같이 하는 장성」으로 기용하겠다는 김대통령의 군 장악 의지가 뚜렷했다.

호남출신 육군총장이 그동안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은 박정희정권 이후 군부의 정치적 의미를 따져보지 않고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하기 어렵다.

호남출신 4성장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남의 정래혁(丁來赫) 임충식(任忠植) 문형태(文亨泰), 전북의 고명승(高明昇) 오영우(吳榮祐) 대장 등이 군정기 이후 김영삼정권말기 사이에 배출된 호남출신 4성장군들이다. 이중 정래혁 임충식은 국방장관, 문형태는 합참의장을 지냈지만 육군총장엔 오르지 못했다. 군정기엔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 보다도 육군총장이 더 군부실력자였기 때문이다.

김동신 총장은 이따금 숙명론을 펴곤 했다. 자신이 서울대 영문과에서 위탁교육 과정을 마친 뒤 그대로 군인의 길을 가게 된 것도 숙명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전남 광산에서 중농집안의 6남1녀 중 5남으로 태어났다. 부친이 면장을 지냈으니 농촌지역의 유지였다. 광주일고 3학년 때 그는 서울대 상대 진학을 목표로 했다. 가끔 서울대반에서 1등도 해 서울대 진학에 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운명을 바꾸어 놓은 것은 하나밖에 없는 누나의 결혼이었다. 입학시험을 두 달 앞두고 누나의 결혼날짜가 잡혔다. 누나는 서울의 형님댁에서 결혼 준비에 들어갔다. 그는 서울 분위기를 익히기 위해 입학시험 한 달 전에 형님댁으로 올라왔다. 그것이 불찰이었다. 들뜬 분위기에서 한 달 간의 마지막 총정리를 놓쳐버린 그는 서울상대 입학시험에 보기좋게 낙방했다.

1년 뒤 그는 특차인 육사와 전기인 서울상대에 응시원서를 냈다. 두 군데를 다 시험친 후 선택할 심산이었다. 육사의 필기시험은 별문제가 없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의외로 면접에 복병이 있었다. 면접관은 나중에 알고 보니 김익권(金益權·육사5기) 중령.

그는 『귀관이 육사에 지망한 이유가 무엇인가』고 물었다. 이에 김동신 수험생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라고 흔히 생각하는 모범답안을 말했다. 그랬더니 면접관은 얼토당토 않다는 듯이 『귀관, 육사가 아니면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길이 없단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지금 생각해도 군인에게서 듣기 어려운 의외의 반문이 아닐 수 없다. 당시 군부에는 일반대학 재학중 6·25에 참전했다가 직업군인이 된 학병출신 인텔리 장교들이 많았다. 이들은 경직된 군사문화를 벗어나 다원주의적인 사고가 가능했다. 육사 우월주의도 물론 없었다. 육사 우대는 5·16 쿠데타에 대한 생도들의 지지시위 이후 박정희 정권이 일종의 반대급부로 준 선물이었다.

면접관의 허를 찌르는 반문에 수험생은 당황했다. 수험생이 머뭇거리는 동안 면접관은 『나가 보시오』라며 서류를 덮었다. 김동신 수험생은 속으로 「틀렸구나」 하고 실망하면서 돌아왔다. 그런데 며칠 후 의외의 육사 합격통지서가 날아왔다. 신체검사만 통과하면 최종합격이었다. 그러나 신체검사일이 서울대의 필기시험일 아닌가. 육사는 신체검사 당일 수험생을 하루종일 잡아두었다. 그는 서울상대에 두번째 시험은 치러 보지도 못한채 육사에 체력테스트 훈련차 수용되고 말았다.

그러나 1년이 지난후 김동신 생도는 육사에 들어 온 것에 큰 자긍심을 가졌다. 남자다운 기개를 길렀으며 장차 군장교로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가 육사에 입교할 당시 교장은 김용배(金容培)소장이었다. 김용배 교장은 경성법전 재학시 6·25에 참전한 학병출신으로 인텔리장군이었다. 후에 그는 제17대 육군총장(1965. 4~66. 9)을 지낸다. 그는 생도들에게 항재전장(恒在戰場)을 강조했다. 직접 전쟁을 치러 본 장군답게 『군인은 항상 전쟁터에 있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아무리 실전 같은 훈련을 한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겐 실감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동신 생도는 일반대학에 들어간 고교 동창생들과 만나면서 유니폼의 구속보다는 자유와 낭만이 젊은 지성의 특권같이 느껴졌다. 왠지 철학 역사 문학 같은 쪽에 진짜 인생관이 담겨있을 것이라는 상념에 빠지기도 했다.

이와 같은, 젊은 지성인으로서의 심리적 갈등을 조금이라도 해소시켜 주는 것은 김용배 교장의 또 다른 경구인 「호연지기(浩然之氣)」였다. 비록 기율 속에 사는 생도였지만 호탕한 기백과 자연섭리를 익히는 자세가 중요했다. 당시 그에겐 항재전장과 호연지기를 어떻게 균형있게 융합시키느냐가 인생관 설정에 핵심적 과제였다.

65년 육사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한 그는 최전방의 사단직할 수색중대 소대장에 임명된다. 사단 수색중대는 사단예하부대 중 최정예로 그 소대장들은 사단장의 자랑거리다.

육사 영어교관

수색중대 소대장의 임무는 휴전선 안에 위치한 GP(전방경계초소)장으로서 북한측의 야간침투와 기습공격에 대비하는 것. 휴전선 안 지뢰지대에 매복작전도 나간다. 이처럼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수색중대는 그만큼 특별지원도 받기 때문에 긍지와 사기가 높다. 김동신 소대장은 2년간 사기충천한 초년장교 시절을 보낸다.

그후 수색중대 부중대장에 보임된 그에게 육사에서 갑자기 소집통지서가 날아들었다. 내용은 『육사 영어교관요원들을 서울대 영문과에 위탁교육시키는 계획에 귀관을 선발하려 하니 응시 준비하기 바람』. 육사 재학시 우수한 성적과 남보다 늘 앞서던 영어실력이 「화근」이 된 것이다. 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사는 야전생활인데 교관이 웬말이냐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다가 같은 부대의 육사 선배에게 상담을 청했다. 선배는 『이것도 좋은 기회인데 갔다 오지 그래』라며 적극 권장했다.

서울대 영문과에서 위탁교육을 받으면서 그는 영어에 푹 빠진다. 2년간 소정의 과정이 끝나갈 때 그는 자신이 군인으로 복귀해야 할 것인지, 영어학자의 길을 갈 것인지를 두고 고민했다. 고민끝에 그는 강의를 많이 들은 미국 하버드대 박사출신 문학평론가 김우창(金禹昌)교수에게 상담했다.

『제가 영어학자의 길을 갈까 생각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김교수는 김동신 중위에게 냉정하게 말했다.

『당초 육사에는 뭐하러 갔소? 군장교가 아니라도 영문학 공부를 할 사람은 너무 많소』

몇달을 고민해온 김동신 중위는 간단한 이 두 마디에 마음을 정리했다. 그는 육사에 돌아가 영어교관으로 일한다. 이때 김동진(金東鎭. 육사17기. 육군총장 합참의장 국방부장관 역임) 대위가 같은 영어과 교관으로 있었다. 육사 교수부는 63년초 전두환 노태우 김복동(金復東) 최성택(崔性澤) 정호용(鄭鎬溶) 등이 하나회 모태인 5성회니 7성회니 하고 떼지어 다닐 때부터 사조직반대 정통장교들의 맥을 잇고 있었다. 김동진과 김동신은 육사 교수부에서 말이 통하는 선후배로 지냈다.

육사 교수부의 영어교관으로 재직중 그는 고교동기생의 누이동생 이혜정(李惠貞)씨를 소개받는다. 당시 엘리트 신랑감들에게 1급 신부감으로 인기였던 이화여대 약대출신이었다. 신부감의 부친 이을식(李乙植)씨는 3·1운동 당시 독립선언문 살포책 중 한 사람이던 독립유공자. 그는 자유당 정권 때 이승만(李承晩)대통령의 신임을 받은 전남 도지사였다. 광주 전남 지역에서 호족인 처가 주변엔 유명인사들이 많다. 정시채(丁時采) 전농수산부장관은 김동신 총장의 손위 동서.

월남에서 전두환 대령을 직속상관으로

서울대 위탁교육을 받은 장교는 육사교관으로 3년이상 근무해야 다른 자리에 갈 수 있었다. 김동신 대위는 2년 되던 해 월남전 참전을 지원했다. 교수부에서도 전쟁터에 나갔다 돌아와서 1년 남은 교관근무를 마치겠다는 그의 의사를 존중해 주었다. 71년 그는 주월 백마부대 29연대에 중대장으로 발령받았다. 당시 연대장은 하나회 보스로 군부 실세자리를 굳혀가고 있던 전두환 대령. 몇달 후 전두환 대령은 먼저 귀국해 공수특전단장으로 부임한다.

1년간의 월남전 임무를 마친 김동신 대위의 귀국명령서엔 부대배속란이 백지로 비어 있었다. 귀국선을 타기 이틀 전 서울의 동기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너는 공수특전단으로 배속됐다』

그는 속으로 『특별히 공수훈련도 받은 바 없는 터에 웬 특전단이람…』이라고 황당해 했다.

수수께끼는 그때 공수특전단 인사주임이던 동기생 유재열(劉在烈. 전3군사령관) 대위와 통화하면서 풀렸다. 그는 유대위에게 물었다.

『내가 어떻게 그 부대로 가게 된 거냐?』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특별전속이어서 사전절차도 없었던 것 같다. 아마 전두환 단장이 찍은 모양인데…』

월남에서 전두환 연대장이 직속상관이긴 했지만 그렇게 긴밀한 관계로 느껴지지는 않았던 김동신 대위로서는 의외였다.

74년 특전단에서 소령 진급을 한 그에게 군단장들의 수석부관 선발 면접통보가 날아든다. 처음 면접에서 한 군단장이 이렇게 물었다.

『귀관은 월남전에 중대장으로 참전했군. 월남의 장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물음에 김동신 소령은 떠오르는 기억이 있어 대뜸 답변했다.

『월남은 별 희망이 없습니다. 그 국민들이 국가와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대한 믿음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자 듣고 있던 군단장은 『귀관, 내 생각으로는 자유우방 여러 나라 군대가 힘을 합쳐 싸운 덕으로 월남은 게릴라들을 완전 소탕하고 부흥할 걸세. 우리도 얼마나 귀중한 피를 흘렸나…』라고 힐난했다.

돌아가 기다리면 알려주겠다던 면접결과는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형식논리와 기계적 사고에 젖은 고위장성의 말에 맞장구를 치지 못한 탓이었다.

두번째 수석부관 면접은 6군단장 김용휴(金容烋. 육사7기. 국방부차관 총무처장관 역임) 중장이 했다. 전형적인 「신사장성」이던 그는 김동신 소령을 두말없이 받아들였다.

군단장 수석부관을 1년 한 뒤 그는 75년 미국 지휘참모대학에 1년간 유학을 떠난다. 거기서 얻은 자산이 전략기획 능력과 영어, 그리고 국가의 소중함이었다. 불과 1, 2년 전에 엘리트로 선발돼 유학왔던 월남장교들이 나라가 패망해 돌아갈 곳 없는 유민신세로 남아 있었다. 그들의 정신적 공허감과 서러운 유민생활을 직접 보는 것은 새삼 국가의 존재가치를 실감케 하는 기회였다.

국방부 국외정책과 창설 과장

미국유학에서 돌아 온 그는 한미1군단에 배속됐다. 당시는 도입단계에 있던 컴퓨터와 도상(圖上)작전훈련인 워 게임을 다듬는데 참여했다. 그러다가 한미1군단에서 중령 진급과 함께 작전기획과장으로 임명된다. 이것이 그를 군사정책과 전략기획 전문가로 인정받게 하는 계기였다. 당시 3군사령부 작전참모였던 김진영(金振永. 육사17기. 육군총장 역임) 대령과는 업무관계로 접촉하는 사이였다. 그가 대대장으로 나갈 때가 되자 다시 전두환 1사단장 휘하로 들어갔다. 한번 인연이 맺어지면 계속 아는 체를 하는 전두환씨의 용인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단면이기도 하다.

81년 대령으로 진급한 그는 국방부에 새로 창설된 정책기획국으로 보임됐다. 당시 초대 정책기획국장은 정규육사 11기로 전두환·노태우·김복동씨 등과 동기인 이범천(李範天) 소장. 이범천 소장은 육사시절 하나회 멤버들이 범접하지 못했던 주류그룹에 속했다. 하나회의 모태가 된 5성회 7성회가 대구경북 출신이었는데 비해 주류는 서울 경기와 이북출신이었다. 독서와 토론, 그리고 비정치군부 확립론이 이들 주류의 분위기였다. 이범천 장군을 비롯한 11기의 주류는 그러나 하나회의 군인사 독점과 전횡에 밀려 군에서 큰 뜻을 펴보지 못했다.

김동신 대령은 국방부 정책기획의 핵심인 국외정책과를 창설하고 그 초대과장이 된다. 주한미군 및 한미연합사와 방어전략을 짜는 일이 당시 국외정책과의 주업무였다. 당시 정책기획국 아래엔 국외정책과와 함께 조직 예산을 맡는 기획운영과가 설치됐다. 초대 기획운영과장은 김대령보다 육사 4년 선배인 이정린(李廷麟. 육사17기. 국방부차관 역임) 대령이었다.

당시 군부실세인 하나회 멤버들은 국방부나 합참에 들어가는 것을 수치로 알았다. 거기는 책상물림들이 앉아 정책기획 참모노릇이나 하는 곳이지 군인다운 야전지휘관의 길과는 다르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내로라하는 하나회 실력자 치고 그런 정책보직에 들어 간 사람이 없었다. 연대장 여단장 사단장 군단장을 하거나 사이사이에 참모직을 할 때는 육군본부나 수방사 청와대경호실 등에서 보내는 것이 하나회의 보직관리였다.

하나회가 합참이나 국방부 정책기획 보직을 맡기 시작한 것은 국군의 평시 작전통제권을 한미연합사로부터 가져오고, 통합군 계획이 추진된 90년대초 이후부터다. 통합군이 되면서 야전지휘관이나 육본근무만 해서는 군 핵심업무를 알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나회가 기피했던 정책 및 전략 분야는 김동신 대령 같은 비하나회가 전담해야 했다. 그는 그래서 국외정책과장직을 두번 맡는다.

김동신 대령이 국외정책과를 창설한 당시 황영시(黃永時)육군총장은 육본에도 정책과를 설치하라고 지시한다. 육본은 국방부에 있던 김동신 대령을 차출해 정책발전과를 만들었다. 김동신 대령과 동기생으로 미국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국방대학원 교수로 있던 박용옥(朴庸玉. 국방부 정책차관보 역임) 대령이 그의 후임으로 국방부로 불려왔고, 그가 2년뒤 국방대학원으로 복귀하자 그 자리를 김동신 대령이 두번째로 맡아야 했다.

「국민의 군대」

연대장 임기를 마친 김동신 대령은 다시 국방부 국외정책과장을 하다가 준장으로 진급해 정책기획국 차장이 된다. 동기생 중 하나회 핵심인 이충석(李忠石. 소장예편. 합참 작전부장 역임) 최승우(崔昇祐. 소장예편. 육본 인사참모부장 역임)씨 등 4명이 1차로 별을 단 뒤였다. 즉 2차 진급이었다. 동기생 중 하나회 보스격이던 이충석 장군은 93년 합참 회식석상에서 김영삼정부의 하나회 숙정 등을 비판하다가 예편당한다.

국방부 정책기획국 차장으로 있던 87년 김동신 준장은 영국 국방대학원에 1년 유학했다. 유학 후엔 다시 합참 전략기획국 차장으로 있다가 90년 소장으로 진급해 경기도 향토동원사단인 51사단장에 보임됐다. 이번엔 3차진급이었다. 비하나회인 그는 장성이 된 후 점점 핵심권에서 밀려나고 있었다. 향토동원사단은 일선 정규사단에 비해 병력도 영세하고 대민업무가 많아 비인기직이었다.

사단장 취임사에서 그는 당시로선 설화(舌禍)가 될법한 「국민의 군대」란 용어를 썼다. 대민접촉이 많은 동원사단인 점을 의식해 그는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듯이 군대가 국민을 떠나서는 전투에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92년 8월 사단장을 마친 그가 갈 곳은 합참 전력기획부장직이었다. 이후부터 그의 장기인 정책전략 기획은 군구조 개편과 함께 핵심업무로 자리잡아 갔다. 또한 합참은 평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해 통합군령기구로 위상이 달라졌다.

그가 전력기획부장으로 보임된 지 1년만인 93년 6월 수도군단에서 예비군과 함께 포훈련 중 포탄이 잘못 터져 20여명이 폭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군단장이 보직해임되자 그 후임으로 김동신 장군이 임명됐다. 당시는 김영삼 정부가 하나회를 숙정할때여서 비하나회인 그는 단연 군단장후보 0순위였다. 여기서 그는 그동안 진급에서 처졌던 것을 거의 만회했다.

군단장을 무사히 마친 그는 95년 4월 장성 정기인사에서 합참 작전참모부장으로 기용된다. 이때부터 그는 작전전략통의 위상을 확고히 한다.

95년 그를 참모로 쓰려는 쟁탈전이 이양호(李養鎬) 국방장관과 김동진 합참의장 사이에 벌어졌다. 공군총장 출신으로 합참의장을 거쳐 국방장관에 발탁된 이양호씨는 김영삼정부가 키운 군부실세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육군총장을 지낸 뒤 그의 후임으로 합참의장에 오른 김동진 대장도 만만치 않은 실력자였다.

국방부의 핵심라인은 정책실장－정책기획국장－국외정책과장이다. 이양호 장관은 신임 정책실장으로 김동신 중장을 점찍었다. 군 안팎에서 누구도 그가 적임자라는데 이견이 없을 정도였다. 이장관은 김동진 합참의장에게 김동신 중장의 전보인사를 요청했다. 그러자 김동진 의장은 한 가지 자신의 요구사항을 이장관에게 내밀었다. 자신이 육군총장 때 참모차장이던 김모 중장을 대장으로 진급시켜 합참1차장으로 발령해 달라는 것.

그러나 김 전참모차장은 군내외에 널리 알려진 노태우(盧泰愚)계 9.9인맥이었다. 9.9인맥이란 노씨가 9공수여단장과 9사단장을 지내면서 근무인연이 있는 부하들로, 노태우 정권에서 군부를 장악했던 하나회류의 사조직이다.

이진삼(李鎭三. 육사15기. 체육부장관 역임) 전육군총장, 이필섭(李弼燮. 육사16기. 2군사령관 역임) 전합참의장, 이문석(李文錫. 육사17기. 총무처장관 역임) 전1군사령관, 구창회(具昌會. 육사18기. 기무사령관 역임) 전3군사령관, 조남풍(趙南豊. 육사18기. 보안사령관 역임) 전1군사령관, 김진선(金鎭渲. 육사19기. 수방사령관 역임. 현비상기획위원장) 전2군사령관, 안병호(安秉浩. 육사20기. 전2군부사령관) 전수방사령관 등이 대표적 9. 9인맥이다.

이중 12·12군사반란 가담자라는 이유로 합참의장이던 이필섭 대장, 2군사령관이던 김진선 대장, 2군부사령관이던 안병호 중장은 93년 5월 예편당했다.

이양호 국방장관은 김영삼정부가 숙정대상으로 삼은 하나회나 9. 9인맥을 선별적으로 중용하는데 반대였다. 그러자 김동진 의장은 대응조치로 김동신 중장의 전보발령을 거부해 버렸다. 당시 두 사람의 파워 게임은 군주변에서 널리 알려졌다. 그러자 이양호 장관도 『정책실장 자리에 꼭 중장을 써야 한다는 규정이 어디 있느냐』면서 주미무관으로 나가있던 박용옥 소장을 차출했다. 박용옥 소장은 김동신중장과 동기생이지만 야전지휘관을 하지않고 공부만 하는 바람에 당시만해도 더이상 진급하기가 어려운 처지였다.

하나회 관련자도 포용

합참 전력기획부장을 계속한 김동신 중장은 96년 10월 대장으로 진급해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에 임명됐다. 동기생인 이재관(李在寬) 대장은 1군사령관, 유재열 대장은 3군사령관으로 각각 진출했다. 육사21기에서는 모두 3명의 대장이 배출됐다.

한미연합사령관 존 틸럴리 미군대장은 김동신 부사령관을 「평생의 친구(lifetime friend)」라고 부를 만큼 친밀하게 대했다. 영어가 유창한데다 전략통인 그의 진면목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육군총수에 오른 그는 무엇보다도 융화단결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 하나회 같은 사조직 관련자에 대해서 그는 상당한 기간 징벌을 했으므로 이제는 개별능력에 따라 군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군화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반론도 있다. 사회 각분야 요직에 자리잡은 하나회를 고려하면 응집력있는 그 조직원들을 무력을 장악하고 지휘하는 위치에 두어서는 곤란하다는 견해다. 그런 사조직에 몸담았던 장교들에게 장병들을 지휘하는 권한을 준다는 것은 상명하복의 군대에서 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가 건군과 건국 이후 호남출신으로는 처음 육군총장이 된 것도 하나회의 인사독점 때문이었다. 특히 전두환·노태우 정권기 육군총장은 정호용－박희도(朴熙道. 육사12기)－이종구(李鍾九. 육사14기)－이진삼－김진영 등이었다. 하나회 선후배가 육군총장직을 대물림한 것이다. 그러나 김동신 총장 취임직후 이루어진 군장성인사에서 하나회 두어명이 구제됐다. 합참이나 한미연합사 정책직 장성들은 진급시켰다.

작은 몸집에 온화한 인상인 김동신 총장은 그러나 원칙과 기준만은 냉철하게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장군을 흔히 하는대로 용장(勇將) 덕장(德將) 지장(智將)으로 나눈다면 그는 대표적인 지장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적 전략교리 개발할 때』

총장으로서 그의 포부와 군개혁 의지는 취임사에 나타나 있다. 국민과 함께 하는 국민의 국방시대 구현, 군의 본분에 충실한 군대로서 군인복무규율의 철저한 실천, 사고없는 부대관리보다 강병육성을 위한 교육훈련, 병영내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등이다.

특히 전장환경과 과학기술의 발전추세, 그리고 국방예산의 변화에 적응하는 개혁을 언명한 것은 주목할만 하다. 그는 구체적으로 『값비싼 장비의 소요제기에 앞서 교리와 훈련, 군구조를 개선 강화 발전시킴으로써 현존전력을 극대화시키는데 배전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제는 무턱대고 고가의 첨단무기나 사들여 전력을 높이려는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천용택 국방장관의 언급과도 일치한다. 천 장관은 최근 『한국전쟁 뒤부터 미군교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왔다』고 지적했다. 태평양을 건너와 싸우는 미군의 전략적 기동능력과 한반도 안에서 전투하는 국군은 그 편제와 교리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국군은 민간이 보유한 수송장비, 병원 같은 자원을 전시에 전투지원요소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게끔 미군보다는 이스라엘 군편제를 더 참고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천장관과 김총장의 견해는 한마디로 한국적 전략교리 개발을 뜻한다. 한반도 전장환경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우리 경제력 수준에 걸맞은 무기와 군구조, 기본전략이 확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군수뇌진 중 누구보다도 전략전문가인 김총장이 군사전략을 얼마나 새롭게 고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역대 육군참모총장들의 모임사진입니다. 아마 1999년 무렵인 듯합니다.

앞줄 왼쪽부터 황영시, 노재현, 김계원, 이세호, 정호용 뒷줄 왼쪽부터 김동신, 윤용남, 김동진, 길형보, 이진삼, 이종구,김진영, 도일규 <육군제공>

블로거 디지털리스트는 1986년 8월 무렵 논산훈련소를 떠나 마침내 15사단 38연대 2대대 본부중대로 배치받았습니다. 훈련소보다 강도높은 철책선 투입교육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대배치후 기본교육 가운데 하나는 육군참모총장 ........군사령관... 군단장....사단장...연대장...대대장... 등 계급 성명을 달달 외우는 것이었습니다. 철저한 계급질서에서 상명하복의 고리를 주입시켰던 것입니다. 아직도 M-16t소총 총번979588과 함께 외우고 있는 육군참모총장의 관등성명은 대장 박희도였습니다.


대한민국 군대에서 육군의 위상은 절대적이며 그 수장인 육군참모총장의 권위는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요즘 뜨고 있는 MBC드라마 5공화국에는 육군참모총장을 지냈던 숱한 군인들이 등장합니다.

이 가운데 김계원 전 박정희 대통령 비서실장도18대 육군참모총장이었습니다. 그는 10.26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 당시 유일한 남성 생존자입니다.

사진 옆의 소개는 육군사이트(www.army.mil.kr)에 있는 역대참모총장 소개 내용입니다.

[육군 공식프로필] 18대 대장 김 계 원 '66. 9. 2 ∼ '69. 8.31
1923년 경북 영주에서 출생, 1946년 군사영어학교를 졸업, 참모총장 재임간 육군 주임원사제도 제정 및 하사관단을 운영하여 하사관의 권위신장을 위해 노력함. 미군교범을 번역, 사용하던 것을 우리 실정에 맞는 교범으로 발간하여 경제적 장비관리에 기여하였으며, 사격장 자동표적장치 개선으로 사격훈련 성과를 향상시켰음

그러나

김 전 실장은 김재규와의 공모혐의로 내란목적의 살인 및 내란중요임무 종사죄 등으로 군법회의 1, 2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계엄령 하의 관할관 확인과정에서 무기로 감형된 뒤 대법원에서도 유죄가 인정돼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뒤 복역중 82년 형집행정지로 풀려났으며 88년 2월 특별사면 및 복권으로 형집행이 면제돼 공민권을 회복했다.

아래 글은 1998년 월간중앙 기사입니다.

궁정동 유일한 생존자 김계원 19년만에 입 열다

“최규하 대통령이 나를 버렸다” ‘거짓보고했다’고 위증, 결국은 사형선고까지

정재령 月刊중앙 WIN 차장

“10·26 사건을 한마디로 얘기한다면 중앙정보부장이던 김재규에 의한 단순살인사건이다. 그런데 그것을 신군부가 정권 찬탈을 목적으로 확대해석해 나를 공범자으로 몰아넣고 계엄사령관이던 정승화 참모총장까지 연루시켜 사건을 조작했다. 권력을 잡는 데 이 사건을 이용한 것이다. 이것이 12·12 사태로까지 이어지는 10·26사건의 본질이다.”

10·26 사건 현장의 주역 가운데 현재 유일한 생존자인 김계원(金桂元·75)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사건 발생 19년만에 처음으로 “月刊중앙 WIN”과 인터뷰를 갖고 10·26사건과 그 이후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 전 실장은 김재규와의 공모혐의로 내란목적의 살인 및 내란중요임무 종사죄 등으로 군법회의 1, 2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계엄령 하의 관할관 확인과정에서 무기로 감형된 뒤 대법원에서도 유죄가 인정돼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뒤 복역중 82년 형집행정지로 풀려났으며 88년 2월 특별사면 및 복권으로 형집행이 면제돼 공민권을 회복했다.

김씨는 “김재규와 나는 형제 이상으로 가까운 관계였다”며 “김재규가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다면 나와 반드시 상의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김재규가 궁정동 범행현장에서 나를 살려둔 것 자체가 우발적 범행임을 입증하는 증거”라며 “김재규가 범행을 계획했다면 나를 죽이든지 잡아가두든지 무슨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대통령의 만찬현장 바로 2층에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중정부장 개인사무실이 있는데도 왜 김재규가 범행현장에서 50m나 떨어진 별관 2층에다 권총을 숨겨뒀겠느냐”며 범행의 사전계획설에 의문을 표시했다.

김씨는 “그날 만찬석상에서 김재규는 시국수습 방법을 놓고 박정희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 등으로부터 모욕에 가까운 질책을 듣자 분을 참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이들을 쏘아죽이는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규가 체포된 뒤 민주주의 혁명을 위해 박대통령을 살해했다는 주장을 편 것과 관련, 김 전 실장은 “김재규가 체포된 이틀 후부터 진술내용이 달라졌다고 들었다”며 “이왕 죽게 된 것 사나이답게 죽자는 생각에서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한 결과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김 전 실장은 김재규가 ▷범행 후 가장 중요한 범행현장 보전에 대해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고 현장을 방치했으며 ▷정승화 참모총장과 중앙정보부로 가지 않고 사전계획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육군본부로 차를 돌린 것 등이 그의 범행이 충동적인 범행임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라고 주장했다.

김실장은 또 대통령이 살해되는 현장에서 비서실장으로서 너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범행에 사용된 김재규의 첫번째 권총이 고장난 것은 내가 순간적으로 김재규를 밀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범행에 사용된 독일제 7연발 월터 PPK 권총은 무게가 5백70g에 불과한 호신용 소형 권총으로 옆에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탄피가 나가는 것이 막혀 작동이 안되는 약점이 있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엇갈린 증언, 그리고 최규하 미스터리

범행현장에서 김재규가 떠나자 대통령을 병원에 옮기고 청와대로 돌아온 김계원 실장은 이재전 경호실 차장을 불러 경호실을 장악하라고 지시한다. 그러면서도 박대통령과 경호실장이 김재규의 총에 죽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또 긴급소집돼 청와대로 달려온 비서관들과 장관들에게도 각하가 ‘유고’(有故)라는 점만을 밝혔을 뿐 사건의 진상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이 때문에 김실장은 김재규가 요구한 보안유지에 협조했다는 공모혐의를 받았다. 특히 구자춘 내무와 김치열 법무장관이 강력히 대통령의 안위여부를 물었으나 치안유지만을 당부할 뿐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 전 실장은 박대통령이 김재규에 의해 살해됐다는 것을 고의로 감추는 등 범행 은폐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혐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김실장은 제일 먼저 청와대로 달려온 최규하 총리에게 이미 모든 것을 보고한 뒤였고 ‘국가안보를 위해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미 건의했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일어난 사건의 진상을 자신이 밝힐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특히 경호실의 우두머리인 경호실장이 정보부장 손에 죽었다는 것이 경호실에 알려질 경우 경호실 병력과 중정 병력의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서울 일대가 전쟁터로 바뀔지 모르고 당시 김재규의 행방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병력 출동을 명령할 수 없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것이 김재규가 정승화 총장과 궁정동을 떠난 뒤 왜 바로 병력을 동원해 김의 체포에 나서지 않았느냐는 의문에 대한 김계원 실장의 해명이다.

김실장이 유죄판결을 받은 것은 최규하 당시 총리의 증언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실장은 최총리에게 당시 어떻게 보고했을까.
“김재규와 경호실장이 싸우다 김재규가 ‘잘못 쏜’총에 각하가 맞아 돌아가셨다고 보고했다. 그때만 해도 나는 김재규가 고의로 대통령을 살해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또 ‘대통령이 유고이고 이제부터 총리가 권한대행(이 용어를 그대로 쓴 것인지는 분명한 기억이 없지만 그런 뜻의 말을 했다)이고 나는 비서실장이므로 내게 명령을 내려주십시오’라고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도 최총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최대행에게 김재규가 범인이라고 못박아 보고한 것인가.
“범인이라고 못박은 것은 아니지만 김재규의 총에 각하가 돌아가셨다는 점은 분명히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후 법정에서 최규하 전 대통령은 어떻게 증언했나.
“서면으로 ‘김계원이 허위보고를 했다’고 진술했다고 들었다.”
최총리는 합수부 참고인 진술에서 김계원 실장이 ‘대통령이 위독하다’고 말하고 ‘차지철과 김재규가 언쟁 끝에 총격전을 하다 그만…’이라고 하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즉, 대통령이 ‘김재규의 총’에 ‘죽었다’는 얘기를 분명하게 듣지 못했다는 뜻이다.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이같은 증언은 김계원 실장이 김재규의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는 결정적 근거가 된다.
반면 김실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최규하 전 총리가 왜 김재규의 범행을 알고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궁금해진다. 이같은 최총리의 약점을 이용해 5·17 이후 신군부가 최규하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데 이용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어쨌든 이 부분에 대해 최규하씨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 부분 역시 10·26의 최대 미스터리중 하나다.

“거짓 증언하도록 합수부에서 압력 넣었을 것”

─최규하 총리에게 법정에서 진술해 줄 것을 요청하지 않았나.
“했다. 변호사를 시켜 ‘있는 사실 그대로만 증언해 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변호사가 검찰관 입회 하에 최총리를 직접 찾아뵌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최총리는 직접 만나주지도 않고 비서를 시켜 그같은 내용이 담긴 문서를 내준 것으로 알고 있다.”

─왜 최총리가 사실과 다른 증언을 했을 것으로 보나.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본다. 합수부에서 재판에 앞서 그렇게 증언하도록 압력을 받았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지금은 왜 증언을 안하고 있을까. 12·12와 5·17 재판 등 여러번 진실을 증언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마다 최총리는 증언을 기피하고 있다. 왜 그럴까.
“모르겠다. 그 양반 성격이 원래 그런 것인지, 위기시에 그같은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여튼 나로서는 결과적으로 허위보고(김재규가 잘못 쏜 총이 아니라 살해의도를 갖고 박대통령을 살해한 것)가 됐지만 당시까지는 있는 그대로 보고했는데 왜 그대로 증언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김 전 실장은 또 “당시 합수부의 수사와 군사재판 과정은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이를 끌어내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며 재판의 공정성에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김씨는 또 “내 소관이 아니어서 확인할 수는 없으나 박대통령의 성품으로 미루어 끝까지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김씨는 그러나 김재규의 범행 배후에 미국 정보기관이 있을 것이라는 ‘미국 배후설’에 대해서는 “미국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대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김씨는 또 2심 군사재판 판결을 앞두고 자신에게 재산의 국가헌납 강요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군법회의 2심 판결을 앞두고 중정 요원들이 안양교도소로 날 찾아왔다. 그리고 조사한 재산목록을 내밀고 국가에 헌납하면 정상참작이 돼 사형을 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리고는 내 처와 아들의 동의서를 보여줬다. 도장 안찍을 수가 없었다.”

그 때문인지 김 전 실장은 관할관 확인과정에서 무기로 감형된다. 김씨는 그후 빼앗긴 재산을 되찾기 위해 93년 국가를 상대로 재산환수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당시 대법원은 “재산헌납 과정에서 빼앗긴다는 생각이 본심에 있었다 하더라도 강박에 의해서나마 증여의 의사표시를 한 이상 증여의 효력은 있다”며 원고의 청구를 “이유없다”고 기각했다.

김씨는 요즘 강남의 빌딩관리 회사를 하는 아들 회사 사무실에 출퇴근하고 있다. 이 빌딩을 지은 땅은 친지의 이름으로 사둔 것이어서 재산헌납 대상에서 빠진 것이 오늘날 재기의 발판이 됐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뱅뱅사거리 요지에 있던 6백∼7백평의 땅을 매개로 건설회사와 합작으로 오피스텔을 지어 분양하고 한층만 소유하고 있다. 아들 회사는 바로 이 한층의 오피스텔을 관리하는 조그만 부동산 관리회사다.

궁정동 만찬의 주역이던 네사람 중 세사람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중앙정보부장이던 김재규의 총탄에 박정희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이 사건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김재규는 내란목적의 살인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판결을 받아 80년 5월24일 서울구치소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세상 등지고 살아온 19년의 ‘은둔’세월

김계원 실장 또한 10·26으로 누구보다 급전직하해 인생의 쓴맛을 본다. 청와대 비서실장이란 권력의 최측근에서 내란 공모의 범죄자로 전락한 것 외에 그는 인간적 평가에서도 이 사건으로 최악의 몰락을 경험한다.

그는 세간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동료를 배신한 비겁자로 그려지거나 ‘주군’의 죽음을 막지 못한 무능한 비서실장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이다. 그후 수많은 극화(劇化)를 통해 그의 이름은 기회주의적 처신의 대명사쯤으로 이미지가 굳어졌다. 게다가 신군부는 그에게 ‘부정축재자’라는 혐의까지 덮어씌웠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82년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뒤에도 줄곧 세상을 등지고 살아왔다. 세상에 얼굴을 내미는 것을 몹시 꺼려했다.

그는 “모시던 대통령의 죽음을 막지 못한 사람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인터뷰를 사양하곤 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무죄나 결백을 밝히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김계원씨는 기자의 거듭된 인터뷰 요청에 이렇게 말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지나간 아픈 상처를 되살리고 싶지 않다.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고통스런 기억이기 때문이다. 나는 2년 전 위암수술을 받았다. 배꼽 주위를 피해 세로로 상당히 길게 개복수술을 했다. 지금 봐도 상처가 몹시 흉칙하다. 나는 샤워할 때도 긴 타월로 수술자국을 가리는 사람이다. 나는 그 상처를 마누라한테도 잘 보여주지 않는다. 거울을 볼 때 나 스스로 그 부분은 잘 보지 않는다. 나도 보기 싫고 남에게 보여주기도 싫은 것이다. 하물며 19년 전의 그 사건이야 말해 무엇하랴. 내게 암수술 자국보다 훨씬 아프고 고통스런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 정말 들춰내고 싶지 않다.”

사람을 중간에 넣어 김실장을 처음 만나던 날 “인터뷰는 무슨 인터뷰냐”며 “차나 한잔 하고 얘기나 하다 가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그때 자신이 하는 말을 받아 적지도 못하게 했다.

소수의견 낸 판사들에 사표 강요

그런 그가 두번째 만나고부터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가 마음을 바꿔먹은 것은 아마도 나이 탓이었을 것이다. 23년생이니 그는 이미 우리 나이로 일흔여섯을 넘어가고 있다. 기억력도 하루가 다르게 감퇴되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사건의 세세한 부분에서 이미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고 싶어한다. 물론 자기 마음을 정확히 이해해주는 신뢰관계의 형성이라는 전제가 따른다.

정승화 총장을 연행했던 허삼수는 “12·12사건은 쿠데타가 아니라 10·26사건의 마무리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뒤 12·12는 문민정부에 의해 ‘쿠데타적 사건’으로 단죄되고 그 사건의 주역인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군사정변(쿠데타)의 수괴로 무기징역의 실형선고를 받았다.
그렇다면 김재규에 의한 내란 혐의로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난 10·26 사건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김계원 전 실장은 “12·12사태가 문민정부에 의해 사실상의 쿠데타로 단죄된 이상 12·12 사태의 원인이 된 10·26사건도 재평가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즉, 김재규가 김계원과 공모하여 그의 수하들을 동원해 일으킨 정권 찬탈을 위한 내란미수 사건이 아니라 김재규에 의한 단순살인사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0·26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부는 8대6으로 김재규 등의 상고를 기각했다. 김재규 등에 씌워졌던 내란 목적의 살인죄가 확정된 것이다. 그러나 6명의 대법관은 “10·26은 내란죄가 성립될 수 없는 단순살인사건”이라는 소수의견을 끝까지 고집했다.

당시 소수의견을 주장했던 양병호(梁炳晧) 대법원 판사(80)는 “내란 목적의 살인이 되려면 상당히 넓은 범위의 모의와 조직, 다수에 의한 폭동 및 일정한 지역의 평온을 해치는 계획 등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은 김재규 혼자 사전모의 없이 그의 부하들을 지휘하여 저지른 범행이기 때문에 단순살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신군부는 양병호 당시 선임 대법원판사를 찾아가 10·26사건의 피고인측 상고를 기각해 달라고 압력을 넣은 사실이 5·18사건 검찰수사에서 드러났다. 또 6명의 대법원 판사들이 이들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소수의견을 내자 양병호 대법원판사를 보안사 서빙고분실로 불법적으로 연행해 3일동안 감금하고 사직을 강요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판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백열등 하나만 켜 있는 4∼5평 규모의 조사실에서 수사관들이 번갈아가며 죄인 다루듯 소수의견을 내게 된 경위를 추궁했다. 처음에는 매수하려 했으나 듣지 않자 사표를 강요했다. 이틀을 버텼으나 이들이 ‘소수의견을 낸 다른 판사들도 모두 사직서를 썼다’고 해 모든 것을 체념하고 사직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증언했다. 10·26사건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때가 온 것 같다.

［뉴스 포커스］金大中정부와 軍

‘小山계 별’떨어지고‘호남 별’뜬다

·문민정권 「군 실세 5인방」 누구인가? ·끊임없이 구설에 오른 만나회 정체. ·YS정권 말기 경전투헬기사업 의혹> ·호남 출신 첫 육참총장 탄생할까? ·김대중 정권 군 개혁 방향은?

김성걸 한겨레신문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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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김영삼 정권 군부 실세

김동진 전 국방장관(金東鎭, 육사 17기)은 지난 3월4일 서울 용산 육군회관에서 장관 이임식을 마치고 국방부를 떠났다. 군 서열 1위인 윤용남 합참의장(尹龍男, 육사 19기)의 전역도 3월15일 현재 점차 굳어지고 있다. 그동안 빛나던 별들이 하나둘 스러지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의 이력을 보면 「문민정권」 내내 군 핵심자리를 한시도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흔히 김영삼(金泳三, YS) 정권 기간 군 실세를 뜻하는 「문민장성」의 대표격이었다. K2로 불리던 경복고를 졸업한 김 전장관은 김영삼 정권 시절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육군 참모총장─합참의장─국방장관을 연달아 지냈다. 또 경남 의령태생으로 부산고를 졸업한 윤의장도 김영삼 정권에서 3군사령관─육군 참모총장─합참의장을 계속 맡았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군 최고계급인 대장 보직을 4년10개월여 동안 세 군데나 거치는 드문 기록을 갖게 됐다. 김 전장관은 91년 12월 대장으로 진급해 장관에 오르면서 96년 10월 전역했다. 윤의장도 하나회 숙정이 시작되던 93년 4월 대장으로 진급했고,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군복을 벗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하나회가 군을 좌지우지할 때도 누구도 4년 이상 대장 계급을 달아본 적이 없다. 이런 사실과 함께 김영삼 정권에서 장관의 평균 수명이 11개월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현행법상 장관급 예우를 받는 두 사람의 대장 재임 기록은 파격에 가깝다. 군 내부에서는 『문민정부 시절 최장수 장관으로 오인환(吳隣煥) 장관을 거론하지만 실제 장수 장관은 따로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YS 정권 국방장관은 2명』

또 이들의 육군사관학교 선배인 권영해 전 안기부장(權寧海, 육사 15기)도 YS 정권 시절 군 실세로 통했다. 그는 소장 출신이면서도 대장 출신이 도맡던 국방장관을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거머쥐었다.

그는 93년 1년간 국방장관을 맡으면서 군 숙정을 주도하다가 「포탄사기사건」으로 낙마, 「권영해 시대」가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94년 국가안전기획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면서 군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다.

권부장은 무슨 이유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국방부의 전력증강사업(율곡사업) 관련 실무 책임자를 수시로 안기부로 불러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권부장이 6공 시절에서도 율곡사업을 담당해 이 분야에는 나름대로 베테랑이어서 「훈수」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국방부 외부 사람이 이권과 돈이 오가는 전력증강 사업에 관여한다는 점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도 있었다. 이와 관련한 한 장성의 증언.

『권 부장은 군 선후배 관계도 있어 군 장성들을 꽤나 챙겼고, 군 수뇌부와 식사 모임도 자주 가졌다. 김영삼대통령이 외국 순방차 성남 비행장에서 출국하면 대통령을 환송하고자 그 자리에 모인 육·해·공군 참모총장들에게 제의해 저녁자리를 같이 하기도 했다. 또 군 최고계급인 대장들이라도 권부장과 근무인연 등 끈이 닿은 사람은 외박을 나오면 권부장을 인사차 찾아갔다. 군 인사철마다 권부장이 간섭한다는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문민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은 사실상 2명이었다』

김영삼 정권 시절 화려한 각광을 받은 또다른 장성은 도일규 육군 참모총장(都日圭, 육사 20기). 도총장은 김영삼 정부 출범 당시 소장 계급으로, 사단장을 마치고 한미연합사 부참모장이라는 한직에 머물고 있었다. 당시 그를 지켜보던 군 관계자에 따르면 『사실상 진급을 포기하고 주말에 골프나 치러 다니는』 인상을 주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도 김영삼 정권이 출범하고 모시던 김동진 연합사 부사령관이 육참총장으로 영전하자 93년 4월2일 중장으로 진급해 군 요직인 수방사령관에 앉았다. 이어 94년 12월 동기생 가운데 가장 먼저 대장으로 진급해 윤용남 대장과 마찬가지로 3군사령관─육참총장의 「신한국군 핵심라인」을 따라 승승장구했다.

이들보다 격이 떨어지긴 하지만 군 내부에서는 또다른 실세로 김희상 중장(金熙相, 육사 24기)이 꼽힌다. 문민정부 시절 지연·학연으로 잘 나가던 경남·경복고 출신인 그는 출범 초부터 청와대 국방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정권실세」와 연결돼 있었고, 93년 10월 소장으로 1차 진급해 수도기계화사단장─육본 인사참모부장의 노른자를 거쳤다. 이어 중장도 1차 진급해 수도권 지역 군단장에 취임했다.

그는 사단장 시절 군의 일반적 분위기와는 달리 자신에 찬 모습을 보여 주목을 끌었다. 당시 군 수뇌부의 미움을 받고 있던 하나회 출신 장교라면 능력 유무를 떠나 모두가 기피하고 있었음에도 그는 하나회로 거론된 대령을 자신의 참모장에 앉혔다. 그는 또 국방부 요직인 중장으로 진급한 정책기획관이 후임자를 찾게 되자 『내가 후임자로 거론됐지만 동기생을 보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군인들은 보통 기자들과의 접촉을 『잘해야 본전』이라는 인식에서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그는 소장급으로서는 매우 드물게 국방부 기자단을 초청해 자신의 생각을 대담하게 주장, 실세는 역시 다르다는 느낌을 갖도록 했다.

정권이 교체된 뒤 98년 초 국방부 주변에서는 권영해 김동진 윤용남 도일규 김희상 장군을 지칭해 「군 5인방」이라는 표현이 돌았다. 다소 감정이 개입되고, 그동안 군 인사에서 소외됐던 군인들에게서 나왔음직한 이 표현은 그러나 대다수 군인들의 공감을 얻은 것도 사실이다. 이들 5인방이 문민정부 내내 요직을 거치면서 군 인사와 군 정책 등에서 「실세」였다는 점은 틀림없다.

「청와대 바라보기」의 진상

이와는 달리 지난 2월 초 김대중(金大中) 당시 대통령 당선자쪽이 육군대학 총장인 안주섭 소장(安周燮, 육사 24기)을 경호실장 내정자로 발표하자 많은 군 관계자들은 감회에 젖었다. 정권 교체를 실감하겠다는 반응이었다.

안소장은 93년 10월 동기생 가운데 1차로 소장에 진급했다. 그는 이후 중장 진급 심사 때마다 진급대상자로 거론됐으나 번번이 탈락했다. 호남 출신에다가 뚜렷한 연줄이 없던 그로서는 어쩌면 당연했는지 몰랐다.

안소장은 마지막 중장 진급기회였던 지난해 10월 국방부에서 진급대상자로 확정됐으나 청와대로 보고하러 가는 도중에 명단이 바뀌어 탈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실세가 『다른 사람이 미는 사람은 진급했는데 내가 민 사람은 안 된단 말이냐』고 항의하는 바람에 명단이 바뀌어졌다는 것이다.

진급에 탈락한 안소장은 전역코스인 육본 정책위원으로 가야만 했다. 그렇지만 안소장이 참모장으로 몸담고 있던 2군 사령부의 항의로 후배가 맡던 육군대 총장 자리를 가까스로 뒤이었다. 안소장은 나중에 경호실장 자리가 중장 직급인 관계로 중장으로 진급했지만 더이상 진급하지 못하고 군복을 벗어야만 했다. 주변에서는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이 나왔다. 군 실세들에게 치이느라 제대로 진급도 못한 경우가 수두룩했기 때문이었다.

군 인사는 YS 정권에서 숱한 화제를 뿌렸다. 하나회 숙정, 숙정으로 혜택본 군인, 소산(小山)계 별, 1·5 인맥, PK 인맥, 총장 사람, 만나회 등이 끊임없이 군 내부에서 회자됐다. 대개 군 인사에서 잘 나가는 「실세그룹」과 연결된 말이었다.

이 때문인지 대통령에 당선된 후 97년 말과 98년 초에 군부대를 잇따라 방문한 김대중 당선자는 대선 기간 군이 중립을 지켜준 데 대해 감사를 표시하면서도 『군 인사에서 공정성을 지키는 것이 군 사기를 올리는 길』이라고 밝혀 그동안 군 인사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김영삼 정권 하에서는 김 전대통령 차남 현철(賢哲)씨와 연결되면 군 실세로 통했다. 이들은 「소산(小山)계 별」로 지칭됐다. 한 군 관계자의 증언.

『현철씨는 군 고위관계자를 만나면 대개 「아버님께서 군 개혁에 대해 걱정이 많으십니다」라는 투로 운을 뗐다. 이 말을 들은 군 관계자들은 누구나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항상 접촉할 수 있고 자신과 관련된 사항을 대통령에 보고할 수 있다는 의미가 짙게 풍기는 이 말을 듣고 어떻게 소홀히 넘어갈 수 있겠는가. 그 자리에서 천군만마를 지휘하는 50대의 군 수뇌부가 30대의 대학원생에게 조아리지는 않더라도 몸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또 누가 현철씨를 만났다는 말이 군 내부에 퍼지면 진급 보직에 초조해진 장성들은 다투어 현철씨와 줄을 대려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소동으로 현철씨는 대장급 이상 장군들을 대부분 만났고 군 인사에 간여했다』

실제로 현철씨는 94년 말께 김동진 당시 육참총장을 만나 『다음번 국방장관을 김 총장님이 하시면 어떻겠느냐』는 제의성 물음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총장은 이런 「당돌한 제의」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철씨의 군 인사 개입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군 인사의 청와대 외풍은 현철씨만 아니라 비서실의 K P C씨 등도 거론됐다. 장성급 인사는 물론 영관급 인사에서도 이들의 후원을 받는다는 장교들 이름이 오르내렸다. 국방부의 한 대령은 『후배들의 중령 진급인사에서도 청와대 관계자의 압력설이 나돌았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그의 증언.

『이들의 압력이 과연 얼마만큼 진급심사에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청와대 관계자는 진급심사와는 전혀 무관한데도 진급하려는 군인이 진급 심사 분위기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거짓으로 퍼뜨렸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신한국」 군대에서는 이런 압력설을 차단하려 하기보다는 될 수만 있으면 윗선을 잡으려는 것이 당시 유행이었다』

군 수뇌부가 청와대의 「비선(秘線)」인 현철씨와 손잡는 통에 영관급 장교들의 잘못을 바로잡을 명분도 권위도 잃어버렸다는 불만이었다.

PK 출신들의 위세

문민정부 시절 부산·경남(PK) 출신은 단지 지역연고만으로도 잘 나갔다. 그동안 국회 국정감사장 등에서 단편적인 예를 들며 군 인사의 지역편중 문제가 계속 제기됐지만 전체적인 실상 파악이 어려웠다. 이는 장군들의 진급과 보직이 군사기밀에 해당되기 때문이었다.

대장급 인사는 언론에 공개되지만 야전 군단장 사단장에 해당되는 중장 소장급은 대표자 1명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비밀에 부치는 것이 관례였다.

기자가 취재한 바로는 김영삼 정권 5년 동안 육군에서 대장 중장 소장으로 진급한 장성은 모두 1백95명이었다(표 참조). 이 가운데 부산·경남 출신이 54명(27.7%)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해 역시 PK 정권임을 실감케 했다. 다음으로 대구·경북 24명(12.3%), 경기와 광주·전남이 각각 22명(11.3%), 서울 19명(9.7%), 충북 17명(8.7%), 충남 16명(8.2%), 전북 9명(4.6%), 강원과 제주 기타가 각각 6명(3.1%) 순이었다.

정권 초반 하나회가 잘려나가는 와중에는 부산·경남 출신이 소장 이상 진급에서 다수를 차지하지 않았다. 93년 소장 이상 진급자 45명 가운데 부산·경남 출신은 8명(17.8%)으로, 충북과 전남의 7명(15.6%)보다 1명 많은 숫자였다. 이를 두고 정권 초반 「군 개혁」 시절에 나름대로 공정인사를 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는 진급 대상으로 오른 PK 출신 장군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었다고 해야 옳다.이를 입증하듯 당시 대령에서 준장으로 오른 PK 출신은 전체 45명 가운데 타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15명(33%)을 차지해 PK 출신의 진급 독주를 예고했다.

당시 흥미로운 사실은 하나회가 주류였던 대구·경북 출신은 소장 이상 진급자 가운데 예년과 달리 4명(8.9%)에 그쳐 「된서리」를 맞았다는 점이다.

94년부터 PK 출신에 대한 진급 우대는 확연히 드러났다. 육군 소장 이상 진급자 가운데 PK 출신 장성이 94년 전체 42명 가운데 16명(38.1%), 95년 전체 35명 가운데 9명(25.7%), 96년 전체 40명 가운데 13명(32.5%), 97년 전체 33명 가운데 8명(24.2%)이었다. 다른 지역에 한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최소 10%포인트 이상의 차이를 두었다.

그 결과 김영삼 정권이 저물어가던 98년 2월 현재 소장 이상 육군 장성들의 출신지역 분포를 보면 부산·경남이 42명(28.2%)으로 역시 다수를 이뤘다. 다음으로 대구·경북 20명(13.4%), 경기 18명(12.1%), 서울과 광주·전남이 각각 15명(10.1%), 충남 13명(8.7%), 충북 11명(7.4%), 전북 8명(5.4%), 제주 기타 4명(2.7%), 강원 3명(2.0%) 등이었다.

특히 중장 이상 고위 장성은 3명 중 1명이 PK 출신이었다. 또 주요 보직에도 포진했다. 김영삼 정권 말기에 합참의장, 3군사령관, 국군기무사령관, 합참 작전참모본부장, 군단장 4명, 수도권 지역 사단장 5명이 이곳 출신이었다. 육군 인사책임을 맡는 육본 인사참모부장은 김영삼 정권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ＰＫ 출신인 김석재(金石在, 육사 23기)─김희상(육사 24기)─박노숙(朴魯淑, 〃) 소장 등 3명이 연속으로 맡았고, 이들은 모두 임기를 마친 뒤 중장으로 진급해 군단장으로 나갔다.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 오른 군 인사

해군도 사정은 비슷했다. 95년 당시 민주당 나병선(羅炳扇) 의원은 해군 국정감사에서 『해군 장성 70명 가운데 출신 지역으로 따지면 서울 9명, 부산·경남 26명, 대구·경북 15명, 충청 8명, 경기 3명, 강원 0명, 호남 5명, 이북 4명』이라며 부산·경남 출신이 전체의 37%라고 주장했다.

나의원은 『해사는 원래 부산·경남 출신이 많이 입학해 장성 숫자가 많은 점은 일부 이해한다』면서도 『90~94년 해사 졸업생들의 출신지역 분포를 보면 부산·경남 출신은 전체의 21%에 지나지 않아 부산·경남지역 출신들을 지나치게 우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해군에서는 95년 4월 인사에서 남정명(南正明)소장이 중장으로 진급, 참모차장에 임명되자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기관병과에서 처음으로 3성 장군이 나온 「돌출인사」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소장을 3차로 진급해 중장 진급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해군에서는 그가 경남 출신에 부산고를 나왔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가 됐을 것이라고 수군거렸다.

이렇듯 「PK 편중」이 드세다보니 「역풍」도 있었다. 95년 3월 말 해군 참모총장 인사 때였다. 전임 김홍렬(金弘烈) 참모총장은 95년 6월 지방선거을 앞두고 민자당 요청에 따라 임기 2년을 다 채우지 못한 채 민자당 충남 서천지구당 위원장을 맡으면서 총장직을 물러났다.

당시 김총장 후임으로 거론된 제독은 같은 해사 17기인 안병태(安炳泰)중장과 강덕동(姜德洞)중장이었다. 안중장은 충남 당진 출신으로 인천고를 졸업했고, 강중장은 김영삼 대통령 고향인 거제 출신이었다. 군내에서는 강중장의 부친과 김영삼 대통령의 부친 김홍조옹이 친한 사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초반 분위기는 강중장의 우세였다.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은 강중장에 대해 『이래서는 지방선거 못 치른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당시 윤용남 육군 참모총장, 김홍래(金鴻來) 공군참모총장, 이상무(李相武) 해병대사령관 등이 모두 PK 출신이어서 강중장을 낙점할 경우 각군 수뇌가 모두 PK 일색이라는 비난을 염려한 것이었다. 결국 강중장은 탈락하고 안중장이 해군 총수에 올랐다.

근무인연도 말썽이었다. 94년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들은 「1·5 인맥」에 대해 추궁했다. 「1·5 인맥」이란 당시 육참총장이던 김동진 대장이 1사단장과 5군단장을 지낼 때 참모 또는 예하부대장으로 근무 했던 장교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이들 「1·5 인맥」이 당시 서울 주변의 중장 소장급 보직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해 구설에 올랐다.

보직해임 당하고도 살아남아

윤용남 육군참모총장은 취임 후 첫 인사를 앞둔 95년 4월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본인 재임 기간에는 「인맥」이란 단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해 귀추가 주목됐다. 과거 파행인사로 지칭되는 「9·9 인맥」이나 「1·5 인맥」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그는 특히 『나는 과거부터 측근을 우대하지 않았다』면서 『사람을 한번 썼으면 됐지 두세번을 쓸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 때문에 인사가 끝나면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고맙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이면서 공정인사 의지를 다짐했다.

그러나 곧이어 단행된 육군 중장 진급인사에서 과거 군 비리에 관련됐던 양모 소장이(육사 22기)이 중장으로 진급해 군 인사가 도마에 올랐다.

양중장은 군단장을 마치고 현재 1군 부사령관으로 재직중이다.

양중장은 93년 52사단장 시절 민간업자들이 건설현장 등에서 나온 흙을 부대 훈련장·연병장에 버리도록 해주고 억대의 돈을 받아 부대운영 등에 사용한 혐의로 보직해임을 당했다. 군인들의 치열한 진급경쟁에서 보직해임은 인사 기준에서 결정적인 마이너스 요인이므로 웬만한 장성들은 이런 이유로 보직해임을 당하면 진급이 어렵다는 것이 상례였다. 그는 이어 군수사 참모장으로 좌천되었다가 당시 김동진 육군 참모총장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중요직책인 육본 군수참모부장을 맡았다.

군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윤용남 육군 참모총장이 승진기준으로 도덕성을 내세웠지만 특정인과 가까운 장성은 예외가 되었다』며 『당시 군 개혁 차원에서 보직해임을 시킨 조처만 우습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문민정부 아래서 한번 잘 나간 군인은 계속해서 노른자 보직을 차지하고 때가 되면 곧장 진급하자 군 내부 분위기가 평온할 리 없었다. 언제부턴가 군 일부에서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사조직인 「만나회」가 존재하고 이 만나회원들이 군 실세라는 것이다. 아직까지 「설」로 알려진 만나회에 관한 내용은 이렇다.

『6공 시절 하나회의 핵심들로부터 소외돼온 L K 두 장군은 육사 29기까지 후배들을 중심으로 각 기별 2~3차 진급자들을 대상으로 만나회를 구성했다. 이어 육군본부 인사운영감실에서 근무한 육사 30기 이후 장교들의 모임인 나눔회(인우회)를 흡수해 조직을 강화했다.

이들은 김영삼 정부 출범으로 하나회를 미워하는 권영해장관이 들어서고 김진영 육참총장 서완수 기무사령관이 경질되는 등 김영삼 대통령이 하나회 제거에 단호한 의지를 보이자 권장관과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이들은 이어 하나회가 제거되면서 이들이 빠진 자리를 완전히 장악해 전성기를 구가했다』

만나회는 존재하는가

군 기무사령부는 그동안 일부에서 만나회 문제가 불거지자 3차례에 걸쳐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는 『사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군 내부에서 만나회에 대한 소문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만나회 결성 당시 하나회 회원에게 하나회 회원인 줄 모르고 만나회 가입을 권유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등 최소한 만나회 결성 사실은 있었다는 게 군 내부의 분위기다.

만나회 회원으로 거론된 군 장교는 김영삼 정권에서 중추를 이뤘다. 김영삼 정권에서 대장을 지낸 장성이 5명, 현역 중장이 14명이며, 김영삼 정권 출범 당시 중령이던 장교들도 대부분 대령으로 승진했다. 이런 사실 때문에 군 내부에서는 『김영삼 정권을 받드는 장교들로 구성돼 기무사 등의 수사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견해와 『단순히 잘 나가는 장교들을 모아놓은 루머』라는 혹평이 엇갈렸다.

군 관계자들은 그러나 만나회가 성격상 사조직 하나회와 다르다라는 점을 대체로 인정한다. 즉 하나회는 정치권력 지향의 「정치집단」이라면, 만나회는 군 내부에서 구성원 개인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익집단」이라는 것이다.

하나회는 유사시 정치권력을 향해 돌진해 나갈 수 있는, 군에서 말하는 「위험한 사조직」인 반면 만나회는 진급 보직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일종의 「패거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만나회 처리와 관련 과거 하나회 숙정과 마찬가지로 유인물 명단 살포─조사─관련자 척결이라는 방식은 결코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과거 정권에서 만약 만나회를 통해 인사상 특혜를 누렸다면 공정인사를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여론재판식으로 몰고갈 성격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회의 한 영관급 장교는 『하나회 숙정이라는 미명으로 만나회 일부 관계자에 의해 군문에서 쫓겨날 처지에 있다』면서도 『그러나 만나회를 하나회와 같은 방식으로 처리한다면 군은 이제 3류, 4류 군대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그는 『군 장교들을 하나회라고 걷어내고, 만나회라고 추방한다면 누가 군대를 이끌어 나갈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와 관련, 정권 교체기인 97년 말~98년 초 만나회와 관련된 유인물이 국회 주변에서 자주 나돌기도 했다. 기무사가 수집한 유인물만 5종이었다. 그는 이에 대해서도 『보복성이 다분히 배어 있는 불순한 것』이라며 『만나회 문제에 대한 혼란상만 일으켜 오히려 만나회의 정상적 처리마저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민 장성들이 주도한 방위력 증강사업에 대한 시비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97년 말 전격적으로 결정된 경전투헬기 사업이다. 육군은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경전투헬기로 독일의 BO105 헬리콥터를 10여대 도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경전투헬기 사업은 처음 500MD 소형 헬기를 대체하고자 예상 소요량을 1백대 이상으로 잡고 80년대 말 소요가 제기됐다.

경전투헬기 사업 둘러싼 의혹

당시 상공부는 이 사업의 주계약자로 대우중공업을 지정했고, 기술도입선이 정해지지 않은 채 91년 기술도입 생산으로 결정됐다. 당시 기술도입선은, 미국이 군 요구 성능(ROC)에 미달돼 탈락하며 이탈리아의 A109, 독일의 BO105 두 기종 가운데 하나로 검토됐다.

그러나 이 사업은 다목적 헬기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면서 재검토되었다. 500MD 이외에 군이 보유한 UH─1H, UH─60 등 모든 헬기를 대체할 다목적 헬기를 국산으로 생산한다면 충분히 사업성도 있고 정비도 간편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한 주야간 운행 등 전술 작전교리 요구내용도 변해 경전투헬기는 공격용 헬기 정찰용(scout)으로 용도가 정해지면서 두 차례에 걸쳐 소요량이 깎인 끝에 10여대만 들여오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연 이 헬기가 필요하냐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결정이 미뤄졌다.

이 때문에 육군의 이번 결정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군 관계자들이 많다. 일부에서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대통령 선거 뒤 상위직 인사나 중요 결정을 당분간 유보해달라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진영의 요청과 동떨어진 것이다. 경전투헬기로 들여오는 정찰헬기는 대당 1백억원이 넘는 고가 장비다.

둘째, 군사기술의 향상으로 요즈음은 정찰헬기가 도태되는 시대인데도 거꾸로 신규 도입된다는 점이다. 정찰헬기는 AH─1 코브라, AH─64 아파치 등 공격용 헬기와 편대를 이뤄 운항하면서 적 전차 등 공격목표를 찾아내 공격헬기에게 공격목표를 지시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공격목표 지시는 헬리콥터간에 화상으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후방 지휘소를 매개로 무선 음성통신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공격헬기가 공격목표를 처음부터 다시 찾아야 한다. 이런 비효율성으로 정찰헬기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더구나 전자기술의 발달로 공격헬기에 고성능 표적탐지 레이더가 장착되면서 정찰헬기는 점차 효용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주한미군의 경우 배치했던 정찰헬기를 본국으로 모두 철수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반도의 지형이 유럽의 개활지형과 달리 산악지형이어서 전차가 오는 통로가 뻔하기 때문에 굳이 전차 장갑차를 찾아내는 정찰헬기가 필요없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셋째, 육군의 각급 부서는 이런 사정을 감안해 정찰헬기를 도입하지 말고 대신 야간 운항장비인 시 나이트의 추가 구매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찰헬기를 도입하더라도 기종을 A109로 해줄 것을 건의했지만 육본 지휘부는 이와는 달리 결정했다는 것이다.

제2부 부상하는 김대중 정권 군 인맥

김대중 정권의 새 국방장관으로 천용택 국민회의 의원(千容宅, 육사 16기)이 임명됐다. 전남 완도 출신에 목포 문태고를 나온 천장관은 군 재직시에도 포병 출신으로는 좀처럼 어려운 중장까지 진급해 화제에 올랐다. 김영삼 정권 시절 장관급인 비상기획위원장을 지냈으나 국방장관 진출이 좌절되자 국민회의에 입당했다. 그는 전국구 의원을 지내면서 맹렬한 의정활동을 전개해 김영삼 정권을 곤경에 몰아넣기도 했고, 대통령 선거기간 「북풍」을 막으면서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를 이슈화시키는 「공적」을 올렸다.

천장관은 장관에 취임하면서 투명한 방위력 개선사업을 강조했다. 그 결과 국방차관으로 안병길 방위산업진흥회 부회장(安秉吉, 육사 19기)이 올랐다. 천장관과 안차관은 같은 포병 병과에다 근무인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방정책과 야전을 천장관이 맡고, 국방부 투자사업조정관, 2차관보를 거친 안차관이 방위력개선 사업에 주력하기로 하는 것이 천장관의 복안으로 알려졌다. 국방차관은 직제상 방위력개선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육사 17기의 이상호(李相浩) 신임 병무청장은 군수본부장을 마지막으로 중장으로 전역했다. 그는 97년 대선기간 국민회의에 입당해 안보유세팀으로 강원도와 전방지역에서 득표활동을 벌였다. 군 내부에서는 이청장에 대해 「능력있는 인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자체 승진을 바라던 병무청 직원들은 그가 김대중 대통령의 친인척이라는 사실을 두고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이청장은 김 대통령의 둘째 아들인 홍업씨의 처가쪽 인척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무청 직원들은 『전임 김길부(金吉夫) 청장도 김영삼 대통령과 같은 금녕 김씨로 청와대와 같은 가문이었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병무행정면에서 내세울 경력이 없는 인물이 대통령의 친인척이라고 낙하산 타고 내려오고 있다』고 불평했다.

관심 끄는 오영우 예비역 대장 역할

새 정부 인사에서 의외의 인물은 김진선 비상기획위원장(金鎭渲, 육사 19기). 괄괄한 성격의 그는 77년 3군사관학교 체육대회에서 공수부대 중령 복장으로 경기를 참관하다가 느닷없이 운동장에 내려와 『심판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며 럭비 심판을 두들겨 패 관중들을 놀라게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노태우(盧泰愚) 전대통령의 군맥인 「9·9 인맥」인 그는 12·12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돼 대장 진급 3개월만에 김영삼 정부에서 전역했다. 이에 따라 그의 이번 임명을 두고 『역사적으로 후퇴한 인사』라는 촌평도 있다. 그는 자민련 박태준(朴泰俊) 총재를 온몸으로 보필해 재기에 성공했다.

대통령 선거 전 육군 대장 출신으로는 야당인 국민회의에 처음 입당한 오영우 전1군사령관(吳榮祐, 육사 20기)은 새 정부의 국방장관 하마평에 꾸준히 올랐다. 그는 군시절 합리적인 부대 지휘로 내부의 신망을 받았고,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당시 초반작전 성공에 공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군사령관에 부임해 향토사단으로 교체한 강릉지역 방어의 취약점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개선을 상급부대에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 그는 이에 따라 태백산 지역에 무장간첩이 침투했을 경우를 가상한 훈련을 실시했으며, 실제로 무장간첩이 강릉지역에 침투하자 칠성산 방면의 도주로를 제대로 예측해 나름의 전과를 거뒀다. 국민회의 당내 기반이 전혀 없다시피한 그가 앞으로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국방부 재입성 여부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현역에서 물러난 오점록(吳金占祿)·유효일 예비역 소장(劉孝一, 이상 육사 22기)도 새 정부에서 나름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 예비역 소장은 국방부 차관보를 맡고 있다. 그는 현역 시절 중장으로 진급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호남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당시 공석중인 차관보로 거론되던 동기 선·후배 6명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는 기무사의 평가로 박사 과정에 있다가 다시 요직을 맡았다.

남아 있는 하나회원들 장래

유 예비역 소장은 하나회 회원이어서 중장 진급이 가로막혔다. 유재흥 전국방장관의 조카로 군인 가족인 그는 수경사 33경비단장, 3군 작전처장, 사단장, 육군대 총장을 지내고 국방부 동원국장으로 군 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대선 직전 자민련에 입당했으며 대통령직 인수위원에 발탁돼 국방부 관리들을 다시 만났다.

하나회 출신 장교들은 김영삼 정권 중반까지만 해도 진급에 대한 한가닥 희망을 갖고 있었다. 윤용남 육참총장은 95년 10월 육군본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이와 관련, 다음과 같이 답변을 했다.

『육군은 93년 초 사조직 실체가 확인된 이래 언론매체에 소위 사조직 관련자로 거명된 인원 중 장군 23명을 전역시켰고 기타 주요 직위 보직자는 군단급 이하 제대로 보직을 조정했으며 진급 심사시 초기 대상자는 전원 진급 선발에서 제외한 바 있습니다.

이는 과거 은연중에 인사관리상 혜택을 받은 사실에 대한 일종의 반대급부로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한 일반장교들과 형평성 차원에서 지난해까지 한시적인 특별관리를 하도록 조치한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한시적 특별관리가 끝나고 개인의 능력과 경력, 군 발전의 기여도 등을 고려해 다른 장교와 동일한 조건에서 인사관리가 이뤄지고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그러나 이는 실제와 달랐다. 하나회 영관급 장교들은 가뭄에 콩나듯 진급했으며, 장성들은 진급을 하더라도 직위진급이 고작이었다. 대부분 날개가 꺾인 채 바닥에서 맴돌았다. 일부는 가망없는 군생활을 포기하고 자진 전역했다.

그동안 하나회 출신이면서도 대접을 받은 군 인사는 예비역으로 이병태 전국방장관(육사 17기)과 김길부 전병무청장(육사 20기) 정도다. 이 전장관은 김영삼 대통령의 경남고(11회) 후배라는 점이 감안돼 발탁됐다는 게 군 내부의 분석이었다. 현역 장성으로는 소장인 유보선 전국방부 통제관(兪普善, 육사 24기)과 임인창 합참 전력기획부장(林寅昌, 육사 25기) 정도가 있을 뿐이다. 두 사람 모두 준장에서 소장으로 직위진급했으며, 유 소장은 지난해 육본 대기발령을 받아 더이상 요직에 기용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나회원 가운데 가장 동정을 사는 장교는 32~36기 중령들이다. 육사 출신이 대개 중령까지는 무난히 진급하는 현실에 비춰 하나회 회원이라고 별다른 혜택을 받지 않았는데도 가혹하게 취급받았다는 것이다. 이들이 하나회와 관계를 가졌다면 고명승(高明昇) 당시 수방사령관이 각 기별 우수장교를 불러 모은 식사모임 정도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그동안 진급은커녕 진급에 바탕이 되는 보직관리도 할 수 없었는데다가 동기들의 견제도 있어 진급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애초 육사 20~36기에서 하나회로 거론된 장교는 1백32명이었으며, 군 내부 조사를 거쳐 1백5명 정도로 줄었다. 중령인 32기 이하 장교는 29명이 하나회 회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나회 숙정이라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이들 청년 장교들이 깔린 셈이다.

첫 호남 출신 육참 총장 탄생 기대

김대중 정부에서 주목받는 육사 출신 현역 장성으로는 김동신 한미연합사 부사령관(金東信, 육사 21기)이 첫 손에 꼽힌다. 그는 93년 연천 예비군 훈련장 포탄 폭발사건으로 당해 군단장이 보직해임되자 이 자리를 맡으며 동기생들보다 다소 늦게 중장에 진급했다.

그는 이어 96년 10월 대장으로 진급했으나 미 지휘참모대와 영국 국방대학원을 마쳐 영어를 잘한다는 약점 아닌 약점 때문에 실병력을 지휘하는 군사령관에 나가지 못하고 한직인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보직을 받았다. 광주 출신인 그가 정권교체로 창군 이후 첫 호남 출신 육군 참모총장에 오를지 관심을 끌고 있다.

유재열(劉在烈) 3군사령관도 육사 21기 출신이다. 경남 진주 출신인 그는 역대 육군 군수사령관 가운데 처음으로 대장에 진급해 눈총을 받았으나 청렴한 군인으로 알려졌다. 외박을 나가더라도 사적인 사람을 만나면 자신의 돈으로 계산하고 남은 판공비를 꼬박꼬박 부대에 반납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또 그가 부임한 뒤 1년 동안 군사령부 영내에서 운영중인 골프장(체력단련장) 수익금이 전년에 비해 1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돼 놀라움과 함께 갖가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경기도 이천 출신인 이재관(李在寬) 1군사령관은 국방부 전력계획관, 군단장, 육군 참모차장 등의 야전과 정책분야의 주요 요직을 거쳤다. 부드러운 성품의 그를 따르는 군인들도 많다는 것이다.

육사 출신의 현역 중장은 22~24기에 걸쳐 있다. 육사 22기는 대장 진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들은 길형보(吉亨寶) 참모차장, 한승의(韓勝義) 육사교장, 정영무(鄭永武) 합참 작전본부장, 박용득(朴龍得) 교육사령관으로 그동안 어려움없이 진급에 성공했다. 이들의 현 직책은 진급에 유리한 위치인 것은 틀림없으나 일부 인사는 만나회와 관련설이 끊이지 않아 향후 군 고위층이 이를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육사 23기로는 박영익(朴寧益) 김석재(金石在) 중장이 선두로 진급했다. 그러나 이들은 군단장을 마친 뒤 제대로 보직을 받지 못해 육사 자문위원이라는 생소한 자리에 주저앉았다. 육군 중장의 숫자가 정원보다 10명이 초과된 관계로 빈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기무사령관 둘러싼 경합

육군은 그동안 정상적인 진급 이외에 한 직위에 2년 근무하고 전역하는 조건으로 진급시키는 「직위 진급」이라는 파행인사를 남용했다. 김영삼 정부 들어 연합사 부참모장, 3사관학교장, 국방조달본부장 등은 소장으로 보임했다. 그러나 96년과 97년 이들 자리에 차기문(車基文, 육사 23기), 강종필(姜棕泌, 〃), 권영효소장(權永孝, 〃)이 부임한 뒤 모두 중장으로 직위진급했다.

군단장으로 나가 있는 안성용(安成容) 정영진(丁永振) 이남신(李南信)중장도 육사 23기다. 안중장은 부산, 정중장은 대구, 이중장은 전북 출신이다. 호방한 성격에 국군의 날 제병지휘관을 지낸 이중장이 기무사령관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기무사령관 후보로는 역시 전북 출신인 김명세소장(金明世, 육사 23기)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는 군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호남 출신으로는 드물게 준장 소장을 1차 진급했으나 YS 정권 들어 계속 밀렸다. 주변에서는 YS 정권 초기에는 하나회원으로, 최근에는 만나회원으로 「모함받은」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육사 24기는 무려 8명이 군단장으로 있다. 이들 가운데 제주 출신으로 첫 사단장, 첫 중장에 올라 화제를 뿌린 김인종(金仁鍾) 중장이 시선을 한몸에 모으고 있다.

학군 출신으로는 대장인 김진호(金辰浩) 2군사령관이 있다.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창시절 럭비선수답게 활발한 행동을 보인다. 대선기간 학군 선배이기도 한 한나라당 박세환(朴世煥)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이제는 정권교체도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서경석 3군 부사령관(徐慶錫, 3기)과 군단장으로 나가 있는 충주고 건국대 출신의 노연웅 중장(盧然雄, 5기)도 학군 중장으로 뒤를 잇고 있다.

갑종 출신 중장으로는 그동안 육사출신의 독점으로 김석원 군수사령관(金石元, 166기)과 조영길 2군 부사령관(曺永吉, 172기)만이 남아 있다. 조부사령관은 전력분야의 해박한 지식을 자타가 인정한다.

해군의 경우 경북 출신의 류삼남 해군 참모총장(柳三男, 해사 18기)이 내년 4월 임기까지 총장직을 수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차기 총장 후보로 해사 20기인 윤광웅(尹光雄) 해군 작전사령관과 이수용(李秀勇) 해군사관학교장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윤중장은 경남 출신이고, 이중장은 전남 출신이다. 또 이들보다 1년 선배인 이지두(李址斗) 합참차장도 내년을 대비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휴전선으로 눈길을

박춘택 공군 참모총장(朴春澤, 공사 12기)은 김대중 정부 들어 처음 대장으로 진급된 장성이다. 박총장의 뒤를 이어 중장으로 이기현 공군작전 사령관(李起炫, 공사 13기), 안병철 공사교장(安柄哲, 〃)과 이억수 합참 전략기획참모부장(李億秀, 공사 14기), 새로 진급한 김대욱 참모차장(金大郁, 공사 15기)이 포진해 있다.

새 정부는 정권교체 뒤 지난 3월 초 공군 참모총장 인사만 단행했다. 이광학 전 참모총장의 임기가 만료돼 후임자를 정하는 자연스런 인사였다. 김영삼 정부가 정권 초반 육참총장과 기무사령관을 전격 경질하는 「깜짝 쇼」를 연출했던 것과 달리 새 정부는 장관 후보자를 미리 공개하는 예에서 보듯 「차분한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는 이에 따라 합참의장, 육군 참모총장, 군사령관 등 대장급 군 수뇌부 인사를 3월 하순에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군 수뇌부가 이 무렵 교체돼야 중·소장급을 바꾸는 4월 군 정기인사가 저절로 맞물린다는 계산이다.

우리 군의 인사는 창군 이래, 특히 5·16 이후 파행을 거듭해왔다고 볼 수 있다. 박정희 정권은 정권 유지 차원에서 사조직 하나회를 길러왔다. 당시 하나회 회원이 아니면 군에서 「행세」하기 어려웠고, 하나회 회원이 주요 보직과 진급의 다수를 차지했다.

이런 잘못된 관행은 하나회가 정권을 잡은 80년 이후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서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전두환 정권에서 1사단 1공수 출신의 「1·1 인맥」이, 노태우 정권에서 9사단 9공수 출신인 「9·9 인맥」이 맹위를 떨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김영삼 정부는 군의 고질인 사조직 하나회를 제거했지만 이들이 차지하던 자리에 자신들의 사람으로 채워 나갔다. 군 관계자들은 『지난 군 출신 대통령 시절에도 군부의 특정인맥이 독점하지 않도록 견제세력을 키우고 때로는 우대했다』며 『그러나 문민 정권에서는 한 라인이 군을 완전히 독점해 인사편중이 어느 때보다 심했다』고 평가했다.

즉 박정희 정권에서는 윤필용계-강창성계, 정규육사 출신-갑종출신이 교차됐고,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서는 1·1 인맥-9·9 인맥이 서로 밀고 당겼지만, 문민정권에서는 견제세력마저 없이 하나의 실세만 존재했다는 것이다.

영국의 역사가 토마스 칼라일은 『잘못을 분별할 뿐만 아니라 잘못이 생기는 과정을 통찰할 때 비로소 잘못은 완전히 극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권 핵심부가 군을 「정권보위 집단」 「내 사람 키우는 곳」으로 인식해 오늘의 군인사가 뒤틀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이제는 「참군인」이 우대받는 집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군대에서 참군인이란 말이 오래전에 사라졌다』며 『김대중 정부가 땀흘려 일하는 군인들을 우대하는 상식을 실천해야만, 모든 군인들의 눈동자가 청와대가 아닌 휴전선을 향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군 내부에서는 또 지난 정권기간 「내 사람」으로 인정받고자 자신은 물론 일가친척 모두를 동원해 청와대에 줄을 대던 인사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공정한 군인사를 거듭 다짐하는 새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출처 : http://blog.naver.com/ktw8080/10008356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