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글쓰기 공부방 때 회보에 실을 글입니다. 이렇게 불편한 마음도 글로 남겨야할 것 같아 어렵게 글을 썼어요^^
자꾸 불편해지는 마음
윤일호
전북 장승초등학교
요즘은 자꾸만 마음이 불편해진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장승학교를 잘 해보겠다고 시작한 순간부터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기는 했다. 지난해까지 있던 학교에서 장승초 문제로 교장선생에게 위장전입이니, 배신자니, 학구위반이니 하는 말들을 들어가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작은 학교를 살려보고자 하는 마음과 뜻있는 교사들이 같은 학교에서 함께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그 마음이었다. 교장선생과 여러 번 다툼이 생기다가 심해져서 결국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교장선생은 결국 송별회 때 내가 보기 싫었는지 나오지도 않았다.
새 학년이 시작하고 한 달반이 넘었다. 이젠 잊혀질 법도 한데 아직도 자꾸 꼬투리를 잡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계속 시비를 거는 것 같아 도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그런 것인지 생각해보면 답답하기도 하다. 좀 더 넓은 마음을 가지고 ‘그런가보다’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하면 둘레에서 꼭 나에게 뭐가 어쨌다느니 저쨌다느니 친절하게도 불편한 신문 기사 이야기를 전해준다.
"혁신학교 통학구 위반 안될 말"
도의회 교육위 현장 의정활동
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15일 자율학교인 군산회현중과 혁신학교로 지정된 진안 장승초등학교를 방문, 교육현장의 운영실태 전반을 파악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생략)…
위원들은 혁신학교로 지정된 진안 장승초를 방문한 자리에서"다른 지역에서 통학하고 있는 42명(전주 27명, 진안15명)은 현행법과 제도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위장전입으로 통학구 위반인데도 이를 묵인하는 것은 교육의 근본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w‘신문(2011.3.15)』
장승 학교에 온 지 두 주도 되지 않아 도 교육위원들이 학교를 방문하였다. 폐교 학교를 살린 것이 칭찬을 받아 마땅할 터인데 이렇게 어려운 형편에 정말 애쓴다는 말은 하지 못할망정 한 학교에 너무 많은 예산이 지원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느니, 학구 위반을 하고 있는 학생이 몇 명인데 어떤 안전대책을 세워놓았느니 하는 소리만 하고 갔다. 차라리 오지를 말지. 그러고 얼마 후에 있은 도교육위원회에서는 도교육국장을 불러 놓고 30여분이 넘는 시간 동안 장승 학교만을 성토하는 장이 되었다고 한다. 언론과 도교육위원들이 한 죽이 되어 장승을 괴롭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4월 1일 1학년 한 명이 전학을 와서 모두 57명이 되었다. 학년마다 학생수는 7명에서 13명 정도 된다. 이젠 제법 학교 틀도 잡혔다. 그리고 교실 한 칸 크기로 작기는 하지만 2층 방에 다락방까지 있는 도서관이 새로 단장을 해서 아이들이 쉬는 시간마다 들락거린다. 출발은 갖추어지지 않았지만 이젠 하나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가슴이 뿌듯하기도 하다. 또 선생들도 모두들 마음을 내서 온 학교라 그런지 모두들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다. 우리는 안에서 아무 문제가 없는데 자꾸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니 문제다. 그냥 내가 마음을 쓰지 않으면 되는데 그게 되지 않는다. 위장전입이 어떻고, 교육과정이 어떻다느니 하면서 학교를 기자들이 들쑤시고 교육위원이란 사람들도 유독 우리 학교만 들쑤시니 마음이 영 불편하다. 교육감이 싫어서 우리학교를 괴롭힌다는 소리도 들리고, 진안지역에 있는 교장들이 꼬투리를 잡아서 괘씸죄로 그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잊을 법도 됐는데 지난 주에 또 기자들이 다녀갔다. 지방 신문 주재기자였는데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주재기자란 사람이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학교에 취조를 하러 온 사람처럼 교장실부터 쳐들어갔다. 교장, 교감, 교무 선생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아 교장실로 갔다. 전부터 지역에서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꾸밀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 학교의 모습을 알려주었다. 한 시간 넘게 학교의 사정과 그 간의 이야기를 들려주니 그 사람도 이해하겠다면서 며칠을 더 고민해보고 어떤 식으로 써야할지 생각해보겠다는 것이다.
결국 그 기자가 쓴 글이 지역 신문에 나왔다. 그런데 그 기사야 취재를 나와서 자기 생각을 썼으니 그렇다치고 우리 학교에 취재를 나오지 않은 어느 신문에도 우리 학교 이야기가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나왔다. 사실 확인을 안 해서인지 내용도 맞지 않았다. 학교에 정식으로 취재를 와서 학교를 비판하는 것이야 어쩌겠나. 하지만 기자란 사람이 학교에 취재도 오지 않고 학교 상황을 쓴 것이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기자에게 어떻게 그런 기사를 썼냐고, 어떻게 기자가 학교에 취재도 나오지 않고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쓸 수 있느냐고 따지듯이 전화를 했다. 그런데 그 기자는 다른 기자와 나누어서 공동취재를 했다는 것이다. 공동취재를 했으면 밝혀야지 신문에는 공동취재란 말이 없었다. 아침부터 기가 막히기도 하고 화가 치밀어 올라 “당신 같은 사람이 어떻게 기자야?”하고 소리를 질렀다. 기자도 놀랐는지 “당신이라니.”하며 따지는 것이다. 그렇게 아침부터 옥신각신 10여분을 전화통화를 하고 끊었다. 마음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기도 하고 수업은 해야 하는데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 신문 기사는 이렇다.
혁신학교 '쏠림현상' 희비 교차
진안 장승초 지정 후 16명 전입…
일반校 "학생 부족 존폐 위기인데…" 속앓이
진안 장승초등학교의 혁신학교 지정을 놓고 이해관계인들이 상호 현격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진보된 학업환경을 이유로 일반 학교 학생들이 혁신학교로 줄줄이 전학을 가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일반 학교들은 학생 정원 부족으로 존폐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특정학교로의 전출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이런 기류에는 상대적인 위축과 과잉 교육열의를 걱정하는 일부 학부모들도 가세했다.……『‘w’신문(2011.4.14)』
우선 기사 내용부터 사실이 아닌 내용이 많아서 언급하고 싶지도 않지만 몇 명이 전학을 왔는지도 정확하지 않고, 진보된 학업환경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글을 쓴 사람이 지역에 살고 있는 기자일까 싶기도 했다. 8년 동안 투자를 하지 않아 내년이면 폐교인 학교가 어찌 진보된 학업환경일 수 있나? 진보된 학업환경이라면 교사들이 가진 열정 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그것은 열정을 가진 교사들을 칭찬해야 마땅하지 않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진안읍내에서 좋은 학구인 진안초에 보내려고 부모들이 난리가 아닌 것은 진안에 사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데. 존폐 위기인 학교가 많다고 했는데 면마다 거점학교는 한 학년에 학생이 한 명이어도 폐교되지 않는다. 문제는 장승학교처럼 거점학교가 아닌 학교가 문제이지. 정작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글을 쓴 것이다. 기자는 최대한 객관으로 쓰려 했다고, 그 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느냐며 서운해 했다.
지역에 살면서 지역의 문닫을 위기인 작은 학교를 살리고 지역을 살리는 것이 문제인지 아니면 솔직하게 우리 장승 학교가 잘 되는 것이 배가 아픈 것인지, 아니면 언론사에 돈줄을 끊어 언론을 힘들게 하는 교육감이 싫은 것인지 정말 묻고 싶다. 장승학교가 잘 되는 것이 배가 아프다면 정말 우리 학교에 와보고 그런 말을 했으면 좋겠다. 와보지도 않고 왜 장승학교에만 엄청난 투자를 한다느니 특혜를 준다느니 하는 말들을 내뱉는지 기가 막힌다. 그러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도 건물 밖에 외따로 화장실이 있는 초등학교가 있느냐고, 그리고 2층을 오르는데 건물 바깥 계단으로 오르는 학교가 있느냐고, 있다면 더 묻고 싶다. 교실이 모자라 좁은 교실을 나누어 쓰고 방과후를 운영할 교실이 없어서 교실이며 과학실에서 방과후를 하며 폐교 예정 8년 동안 교육청에서 거의 투자하지 않은 학교가 어디에 있느냐고, 더 물어볼까? 건물이 54년이나 되었는데도 그대로 쓰고 있는 학교가 있느냐고.
말하다보면 끝도 없다. 우리 학교가 열악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그럼 그렇게 열악한 학교니까 폐교가 되어야 맞느냐고? 천만의 말씀. 한 번 폐교된 학교는 다시 살릴 수 없고 앞으로 미래를 봐서라도 폐교를 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아침부터 비가 온다. 날이 제법 차다. 운동장이 질퍽거리고 웬만해서 오후에 체육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은 그게 걱정이었는지 제 옆에 와서 “킹콩, 오늘 축구 하죠? 하죠?”하고 몇 번을 묻는다. “비가 와서 못할 것 같은데?”하니 “운동장 괜찮아요. 해요, 예? 해요~”한다.
이렇게 이쁜 아이들이 있고 우리를 믿고 아이들을 우리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이 있고 그 아이들과 이 학교에 있을 수 있는 한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은 선생들이 있는 한 장승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장승 학부모 모임 때 학부모 회장인 민조 아버님이
“제가 새싹채소를 오랜 동안 키워봐서 아는데요. 식물이든 동물이든 어느 정도는 스트레스가 있어야 더 건강하게 자란대요. 우리 장승 학교도 다른 사람들이 더 잘 되라고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준다고 생각하세요.”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아버님 말씀대로 내가 지금 어느 정도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장승이 더 잘 되는 밑거름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해보고 자꾸 이 사람 저 사람 떠올려보면 괜히 내가 속 좁은 사람 같기도 하다. 휴~(2011.4.18)
첫댓글 샘요 힘내삼!!!
일요일이면 월요일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고 든든한 학부모님들이 있잖아요~~~
선생님 글을 읽다보니 너무나 안타깝네요.. 학군을 뛰어넘어서까지 학교를 선택한 부모들의 마음을 이해조차 해 주지 않는 현실이 참 서글퍼요.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할게 아니라 어떻게하면 땅을 살 수 있는지 방법을 하나라도 배워나가려는 맘을 가졌으면 하네요. 그래야 더 많은 아이들이, 선생님들이, 학부모가 행복해질 수 있을테니까요.
그럴수록 우리 더 한마음이 되어 꿋꿋하게 이겨나가도록 노력해요.
힘 내세요~ 이런 말씀밖에 드릴 수 없어 죄송하기도 합니다.
막힌 벽 같은 상황들이 답답하네요... 이럴 때일수록 서로 마음을 모으고 묵묵히 우리 길을 가야겠지요... 힘내세요~
새~앰~~
힘내세용~
화이링~~~~~~~~~~~~~
저도 맘이 안 좋네요. 아이들 속속들이 변화하고 행복해지고 있고, 그 애들 보면서 부모님들도 행복해 지고 있는거 보여줄 수 도 없고.. 답답해요. 저도 학부모회의때 회장님의 말씀 머리속에 넣고 꿋꿋이 이겨보자는 마음 먹었어요. 힘내세요.
장승초등학교 인기 짱~이네요^^; 역시 장승을 선택한 거... 생각할수록 잘한일 같아요~
괜찮아요... 배아픈건 우리가 아니니까! 우린 행복하면 되요^^
우리 선생님들~ 우리 아이들~ 우리 부모님들~ 멋져멋져. 화이팅!!
쌤! 아자아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