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게임, 카드 즐기며 정신도 수양한다

[사랑]

브리지게임, 카드 즐기며 정신도 수양한다

도박성 없는 마인드 스포츠
프로 바둑기사·기업인 등
유명인사로 동호인 급증세


[조선일보 김태훈 기자]
3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클럽. 비가 오는 궂은 날인 데도 클럽은 브리지(bridge) 게임을 즐기러 온 애호가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날 브리지 모임에 참석한 인원은 30여명. 월요일 오전이라 직장인은 없고 가정주부들이 대부분이다. 회원 중에는 프로 바둑기사인 서능욱 9단, 최필립 대현농수산 회장의 부인 이부순씨, 김승영 전 주아르헨티나 대사와 그의 부인 이강원 시인 등 유명인들도 눈에 띄었다.

홀에는 8개의 테이블이 준비돼 있었고, 테이블마다 4명이 앉아 카드를 집어 들었다. “브리지는 참가 인원에 따라 게임방식이 달라집니다.” 한국브리지협회 황인령 홍보이사는 “한 테이블에 4명씩 앉아 게임을 하는데, 오늘처럼 테이블이 7개를 넘으면 ‘미첼’이란 방식으로 브리지 게임을 한다”고 귀띔했다.

미첼방식이란 각 테이블에 앉은 사람 가운데 남쪽과 북쪽에 앉은 사람은 계속 자리를 지키고, 동·서쪽에 앉은 사람만 테이블을 옮겨가며 리그방식으로 시합을 하는 것을 말한다. 서로 마주보는 두 사람이 한 조를 이루기 때문에 한 테이블에서 2개 조가 맞붙게 된다.

카드게임의 일종인 브리지가 정신건강을 지켜주는 마인드(mind)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 브리지는 카드로 하는 놀이이면서도 ‘포커’ 같은 도박성이 없어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가르쳐 주는’ 건전한 정신오락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브리지 애호가들은 내년 6월 세계브리지연합(WBF) 대회에 출전할 선수를 뽑기 위한 아시아·태평양지역 선수권대회(PABF·43회)가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리게 됨에 따라 한국에도 브리지 열풍이 불기를 기대하고 있다.




■브리지 게임이란?

4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 마주보는 두 사람이 짝이 되어 경기를 진행한다. 게임 중 카드 정보를 교환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속내를 같은 편에게 요령있게 알려야 한다. 52장의 카드를 네 사람이 나눠 가지므로 각자 13장씩 들고 게임에 임한다. 보조도구로 비딩 박스라는 것이 있는데 이 박스에서 ‘X’ ‘XX’ ‘PASS’ 등이 쓰인 별도의 카드를 꺼내 같은 편에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파트너와 합동작전을 쓰게 된다.

요행이나 대박이 없고 수많은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차근차근 점수를 쌓아야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사행심을 일으키는 도박과는 전혀 다르다. 한 번 게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3시간 정도.

■동호인 현황

한국인 가운데 기록상 가장 먼저 브리지를 접한 사람은 안중근 의사의 조카딸인 안젤라 안씨. 해방 후 한국에 들어온 그녀는 주변 사람에게 브리지를 배울 것을 권했다고 한다. 그러나 카드게임에 대한 불신 때문에 오랜 기간 침체를 벗지 못하다가 1993년 12월 한국 브리지협회(www.kcbl.org) 설립을 계기로 세 확장의 전기를 마련했다.

2년여 전까지만 해도 100~200여명 정도에 불과하던 브리지 인구는 2002년 동계올림픽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되고, 지난해부터 ‘한게임’(www.hangame.com)이 온라인 브리지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최근 정회원 400여명, 온라인 준회원 1000여명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어디서 배울까?

한국 브리지협회(02-3445-3847), 서울 서초 삼성라이온즈 레포츠센터(www.ssleports.com, 02-3470-0500), 서울 강남 신세계백화점(02-3479-1500), 서울 강남 롯데백화점(02-531-2101) 등에서 개인, 단체교습을 실시하고 있다. 비용은 3개월에 10만원 내외. 일반 카드게임과 달리 다소 복잡하기 때문에 2~3개월은 배워야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김태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