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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C 장교로 지난해 제대한 임세호씨가 모교인 인하대 교정에서 학군단 후배들을 만났다. 학군단 후배들은 임씨의 사진취재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냈다. [최승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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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세호(26)씨는 육군 장교 출신이다. 대학에서 2년간 학군단(ROTC) 생활을 했다. 학군단 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인사 업무를 맡아 일했다. 대학 졸업 후 입대해 일선 부대에서 2년6개월 동안 사병 훈련을 담당했다. 훈련소 교관으로 일하는 동안 임씨를 거쳐간 병사가 1200명이다. 그는 군 생활을 통해 키운 리더십을 장점으로 살려 대기업에서 생산관리자로 일하고 싶어한다.
인하대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임씨는 기계·철강·조선 분야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7월 제대한 이후 올해 4월까지 입사 지원한 대기업은 5개. 포스코 등에 원서를 넣었으나 4개 기업은 서류전형에서 떨어졌다. 현재 남은 한 개 기업의 면접을 앞두고 취업 스터디를 하고 있다.
그는 “진로가 뚜렷한 만큼 장교 출신의 리더십을 앞세워 취업 전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대학에서 기술연수 과정을 밟고 있다. 졸업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전공 실무경험을 쌓기 위해서란다. 자문단은 그에게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김기환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중앙일보 취업 성공 프로젝트 임세호씨
10대 그룹 자문단(자산 순위): 중앙일보 취업 컨설팅에는 국내 10대 그룹의 인사 담당자가 참여합니다. 최고의 인재를 선발해 온 임원들이 취업 컨설팅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 이근면 (삼성) 삼성광통신 대표 / 양태규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해외인사파트장 / 황세연 (SK) SK텔레콤 SKMS그룹장 / 강돈형 (LG) LG전자 인사담당 전무 / 이동우 (롯데) 롯데백화점 경영지원부문장 / 윤동준 (포스코) 글로벌 HR실장 / 이병찬 (GS) GS칼텍스 인사지원팀장 / 김환구 (현대중공업) 인사·경영 혁신담당 상무 / 정준수 (KT) 인사담당 상무 / 박홍석 (금호아시아나) 그룹 경영 관리담당 상무
분야별 자문단: 외국계 기업, 연구소, 취업포털, 대학의 인사 전문가들이 맞춤형 상담을 해드립니다.
▶ 최영미 (한국 HP) 인사담당 이사 / 천두성 (GE코리아) 인사담당 이사 / 이정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서미영 (인크루트) 인사총괄 상무 / 김준성 (연세대) 직업평론가
STEP 1 서류 집중 분석 약점인 학점, 어학실력 쌓아 보완을
이력서 목표를 잘 잡았다. 전공(금속공학)과 군(ROTC) 경력이 희망 직무인 ‘생산관리’에 적합하다. 전문성과 리더십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사항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공과대학 졸업자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학점(3.26)과 어학능력(토익 855)이 다른 지원자에 비해 부족하다. 학점과 어학 능력은 성실함의 척도다. 학점은 어쩔 수 없으므로 토익 점수를 높이거나 관련 거래가 많아 업무 활용도가 높은 일본어 회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자기소개서 ‘생산관리’라는 한 우물을 팠다. 자문단은 희망 직무에 초점을 두고 일관되게 작성했다는 점에서 임씨의 자기소개서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동우 상무는 “군 경력과 전공 지식을 본인의 희망 직무와 연결해 소개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왜’ 생산관리 분야를 희망 직무로 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희망 직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황세연 상무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 왜 희망 직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점 소개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자문단은 “본인의 장점을 표현할 때는 채점관이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만한 예를 근거로 들라”고 충고했다. 예를 들어 임씨는 ‘사교성’과 ‘다정다감한 성격’이 장점이라며 어린 시절 생일파티에 친구들이 많이 모였던 경험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이보다는 학창 시절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인간관계 속의 일화가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된다.
강돈형 전무는 “원만한 인간관계와 리더십을 장점으로 내세웠는데 중복되는 부분이 있고 전체적으로 평이해 클라이맥스 없는 노래처럼 다소 지루하게 들린다”며 “신속한 의사 결정 능력, 전산 시스템 활용 능력 등 생산관리자로서 필요한 능력을 장점으로 드러내라”고 조언했다.
경력과 기타 활동사항 공백 기간은 채점관의 주요 관심사다. 군 제대(2008년 7월) 후 현재까지 공백기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공백 기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임씨의 설명을 채점관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임씨가 학교에서 받고 있는 기술연수는 공백 기간을 메울 좋은 설명이 될 수 있다. 기술연수에 대해서 충분히 소개하라.
입사 후 포부 ‘마지막 한 방’이 없다. ‘생산관리 전문가’라는 포부는 좋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에 설득력이 부족하다. 틀에 박힌 표현을 빌렸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왜 임씨를 채용해야만 하는지 구체적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해야 포부가 탄탄해진다. 채점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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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능력을 기르기 위해 전공기술 연수를 받고 있는 임세호씨가 인천시 경서동 진흥주물(주)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임씨가 산업용 기계부품을 만들기 위한 금형의 치수를 재고 있다. [최승식 기자] |
| STEP 2 면접 집중 분석 장교 경험, 자주 얘기하면 식상
Q 2008년 7월 군에서 제대한 이후 입사 지원한 경험이 있는지.
A 5개 기업에 지원해 봤다.
▶ 많이 지원해 봐야 합격도 기대할 수 있다. 5개 회사에 지원해 봤다고 했는데 10개월 동안의 구직활동치고는 턱없이 부족하다. 소신있는 지원도 좋지만 취업이 힘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보다 많은 곳에 입사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 곳에라도 취업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지원해 봄으로써 요즘 취업시장의 현실을 몸으로 느껴보고 면접 경험을 통해 자신을 다듬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입사 지원도 경험이다.
Q 학점이 3.26으로 낮은 편인데 이유가 있는지.
A 사실이다. 욕심이 많아 대학생활 동안 여러 가지 일을 했다. 학군단·동문회 업무 등을 하면서 학업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얻은 게 많다고 생각한다.
▶ 낮은 학점에 대한 압박성 질문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학군단 등 활동을 병행하느라 학업성취도가 낮았다”는 답변은 변명처럼 들릴 수 있으므로 피하라. 그보다는 학점이 부족한 만큼 이후에 전공 공부에 충실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게 낫다. 전공 관련 전문용어·커리큘럼·이슈 등에 대한 답변을 사전에 준비하라.
Q 대학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사람 3명을 꼽는다면.
A 첫째는 대학교 2학년 때 같이 공부했던 친구다. 금속업계에서 일하고 있고 호연지기가 있어 배울 점이 많다. 둘째는 학군단 단장이다. 학군단 인사장교 업무를 하는 동안 뒤에서 격려해줬던 게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으로 학군단 1년 선배다. 담당 선배였는데 항상 붙어다니며 나를 가르쳐줬다. 그 선배 덕분에 배짱을 기르게 되었다.
▶ 이 질문에는 대인관계를 통해 지원자의 태도나 성향을 파악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다. 임씨는 도움을 주었던 친구, 격려해 준 학군단 단장, 조언을 아끼지 않은 학군단 선배를 언급했다. 본인이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뿐이다. 수동적이고 항상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나약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는 상대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Q 겉모습만 봐서는 손에 흙 묻히면서 살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 현장근무를 자원하는 이유는.
A 밑바닥부터 배워야 한다. 현장에서 엔지니어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먼저 소대장으로 나서 한 삽을 떠야 병사들이 두 삽 뜬다는 생각으로 나섰다.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 올바른 접근이다. 손에 흙을 묻히지 않겠다는 사람에게 좋은 기회를 줄 수는 없다. 기본부터 배우고 다음 단계로 지향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초기에는 실무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불편함을 감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군대 이야기는 사족이다.
Q 주조 공장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이유는.
A 담당 교수가 “인마, 주조 공장 가는 것은 힘든데 괜찮겠냐”며 말렸다. 그러나 처음 학군단에 갔을 때도 기술 병과로 가야 하는데 일부러 보병 병과를 자원했다. 기초부터 쌓기 위해서였다. 주조 공장에서 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공장 경험이 장차 나의 성장 기반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담당 교수의 조언을 언급하면서 “인마”라고 했다. 아무리 인용구라지만 면접에서 격이 떨어지는 표현은 안 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리고 군대 이야기가 지나치다.
Q (마지막으로) 준비해 온 이야기가 있다면 해보라.
A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을 찾는다. 그 기준은 다양하지만 나는 일을 통해 행복을 찾고 싶다. 이곳에서 일하기 위해 고민한 만큼 최선을 다해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 되겠다. 고생하셨다.
▶ 누구나 준비할 수 있는 추상적 답변에 그쳤다. 마지막에 “고생하셨다”고 덧붙이는 것도 불필요하다.
STEP 3 평가
서류전형 평가 분명해서 좋다. 임씨가 생산관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걸맞은 강점(리더십)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관심과 적성이 겉돌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군대 이야기가 서류에서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기업에서 동아리 활동·인턴십·봉사활동·해외 연수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를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군에서의 제한적 경험을 되풀이해 언급하는 것은 임씨가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소제목을 달 때도 조심해야 한다. 군에서 장교 생활을 하면서 훈련병을 상담했던 경험을 두고 ‘1500시간 동안 1200명과 대화’라는 소제목을 달았지만, 제목만 거창하고 알맹이가 없는 느낌이다. 소제목을 남발하면(11개)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실전 면접 평가 장교 출신다웠다. 모든 질문에 대해 또박또박하게 답했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희망 직무(생산관리)가 분명했고,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넘쳤다. 그러나 군 생활에 대한 설명과 비유가 지나쳤다. 군대 경험이 무한대의 장점은 아니다. 리더십만 해도 그렇다. 임씨가 군에서 중대장 역할을 했다고는 하나 그것은 아래에서부터의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이 아니다. 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일 뿐이다. 장교의 리더십만 강조한다면 사회 경험이 많은 채점관들에게 자칫 현실적이지 못한 지원자로 비칠 수 있다.
자문단 총평 군 이야기에 미래 비전 얹어라
군대 이야기는 양날의 검이다. 잘 쓰면 약이 되고 못 쓰면 독이 된다. 임씨는 장교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리더십을 소개함으로써 군대 이야기를 ‘약’으로 썼다. 강돈형 전무는 “생산관리자가 되려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장교로서 권위주의를 탈피하려고 노력했다는 임씨의 설명은 바람직한 리더십의 예로서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군대 이야기가 지나쳐 ‘독’이 됐다. 임씨는 자기소개서에서와 마찬가지로 면접 답변에서도 학군단과 군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동우 상무는 “군 생활을 통해 배운 점을 드러내는 것은 바람직하나 한 가지 주제를 집중 이야기하는 것은 자칫 다른 경험이 없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며 “군 생활에 대한 언급은 한두 번 정도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황세연 상무는 “군대 이야기를 통해 임씨의 장점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기보다 미래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경력사원이 아니라 신입사원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준비된 인재’보다 ‘가능성이 보이는 인재’라고 소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