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상담에 임하는 마음의 준비와 구체적 도구
대전갑천중학교장 정상신
담임교사로서 학생을 지도하다 보면 교과수업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일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교사나 학생이나 어려움은 생활지도에서 드러나곤 합니다. 생활지도를 잘하기 위해서 먼저 상담 활동이 활발해야 하는데 담임교사의 상담 활동은 학생 대상 상담 활동과 학부모 대상 상담 활동이 있습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 활동의 경우 학생과 매일 만날 수 있어 래포가 형성될 수 있고 관계가 지속적일 수 있으며, 환경적으로도 상담 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요인들이 많이 있다는 점 등으로 볼 때 담임교사로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상담 활동을 전개하기에 크게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러나 학부모와의 상담 활동은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학부모 상담은 만남의 횟수가 1년에 1-2회 정도이기에 형식적일 수 있어 진지함이 결여될 수 있고, 상담자들의 관계가 학생을 사이에 두고 각자 다른 관심을 지닌 당사자라는 점에서 이해와 오해의 사이를 뒤섞을 수 있는 등 출발부터 쉽지 않은 상담 활동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 학생생활지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상담 활동이 의무화 되었고, 이에 따라 학교에서 매년 학기당 1회 이상의 학부모 상담주간이 운영되고 있어, 학부모가 담임교사와 자녀에 대해 상담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닌 정기적이고 일반화된 상황이 되었습니다.
담임선생님들은 처음 학부모를 대면하고 학생에 대해 면담을 할 때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여러 다양한 문제 상황을 안고 상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담임선생님이 초임인 경우에는 더욱 어려운 과제일 수도 있습니다.
학부모님을 대할 때 공통적인 태도나 자세 및 유의사항에 대해 미리 알고 준비하면 훨씬 도움이 되리라 여겨져 다음과 같은 자세를 추천해 봅니다.
□학부모 상담에 임하는 마음의 준비 다섯!
첫째, 진솔성입니다.
학생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겠지만 진솔한 마음과 태도는 많은 화려한 말들보다 훨씬 의사소통이 잘되며 신뢰감이 형성되는데 큰 기여를 합니다. 진솔성은 대인관계에서도 너무나 중요한 덕목인데 학부모와의 면담 시 이런 마음가짐은 기본이 되는 사항일 것입니다. 학생이나 학부모님 관련해 마음 상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면담 전에는 마음을 가다듬고 목표를 확인하고 그 순간만큼은 진솔한 마음으로 환기하는 것이 많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둘째, 존중감입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정말 특이한 경우나 심리적인 문제가 있지 않고는 자녀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같을 것입니다. 다만 그 부모님들도 어릴 때 양육에 결핍이나 한계가 있었을 수 있고 방법을 몰라서 자녀들에게 나름의 양육방식으로 키우셨을 것입니다. 자녀를 낳고 키우신 그 자체에 존중감을 가져주시고 그 마음을 기본으로 하시고 학부모를 대해주세요
셋째, 객관화입니다.
간혹 학부모님이 오해하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이유로 담임선생님께 무례한 언행을 하거나 갈등을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가르침에 의심이 없고 교사로서의 도리를 하셨다면 주눅들지 마셔요. 합리적 이유없이 화를 내는 학부모님은 그 언행이 선생님의 탓이 아닌 그 학부모님의 문제입니다. 문제와 사람을 객관화시키셔요. 내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의 문제입니다. 감정에 휘말리지 마시고 소신을 유지하셔요.
넷째 동업자 정신입니다.
너무 상업적으로 표현했나요? 적당한 표현을 찾아보겠습니다. 학부모와 교사는 자녀 즉 학생을 잘 키우려는 목표가 같은 동업자입니다. 학부모에게 지시나 지도는 마치 교사가 학생에게 하는 미성숙한 행위를 교정하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나는 알고 있고 당신은 모른다는 태도는 서로에게 불신을 줄 수 있습니다. 학생의 교육에 대해 같은 방향으로 목표를 같이하는 동업자이기에 상하 서열이 없습니다. 서로가 의견을 나누고 협력을 하려는 태도는 학부모에게 깊은 신뢰를 줄 수 있습니다.
다섯째, 믿음입니다.
교육의 목적을 위해 때로는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하지만 어느새 소진이 되어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신을 볼 수도 있습니다. 교육의 효과나 결실은 바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어떤 꽃은 봄에 피고 어떤 꽃은 가을에 핍니다. 언제 그런 결실을 맺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현재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에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의 믿음을 가지고 계셔야 합니다. 그래야 학부모님의 조급함이나 불안함에 의연하게 대처하실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흔들리지 않으시면 그 영향은 학생과 학부모께 전달됩니다.
여러 가지 학부모를 대할 때의 태도나 마음가짐에 대해 적었습니다. 현재 많은 선생님들은 이미 능숙하시고 전문적으로 학부모면담에 임하고 계시리라 알고 있습니다. 다만 새내기 선생님들과 학부모면담에 어려움을 느끼시는 선생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위에 나열한 것은 마음이나 정서적인 준비라고 하면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이제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학부모 상담에 임하는 구체적 도구 여섯!
첫째, 면담 시 반드시 필기도구를 가지고 계셔야 합니다.
기록할 사항이나 중요한 부분은 기억에 의존하기에는 위험합니다. 또한 교무수첩을 제 1의 필기도구로 이용하실 수도 있으나 학부모 앞에서 바로 기록하시지 마세요. 다른 학생들의 정보가 보여질 수도 있고 교무수첩에는 중요한 사항을 위주로 정리해서 적는 것이 필요합니다.
들째, 비밀유지를 해야합니다.
학부모와는 잡담을 나눈 것이 아니고 학생의 개인정보가 계속 나눠지는 상황입니다. 다른 학생의 개인적인 정보를 전달할 수도 있으니 반드시 한 번 더 생각하시고 유념해주세요. 학부모님들은 비밀을 지킬 의무는 없으나 교사는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의 안전과 생명, 법적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비밀보장을 해줄 수 없다는 의사표현도 필요하시면 해야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학생의 안전과 생명이니까요.
셋째,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셔요
학부모와 면담하게 될 때 생각나는 일들만 얘기하고 끝날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부모님께 확인하고 물어볼 내용은 체크리스트를 만드셔서 확인하시면서 면담하셔야 나중에 다시 추가로 연락드리는 일이 없습니다. 깜박 잊었다는 표현과 두서없는 언행은 선생님의 전문성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학부모님은 이런 모든 것들의 성실성과 준비하는 태도에 선생님을 더 신뢰하실 수도 있습니다. 모든 걸 다 기억하고 묻기보다는 서류나 인쇄물을 이용해서 꼼꼼히 챙기시는 것이 유용합니다.
넷째, 한계를 항상 생각하세요.
때로는 무리한 요구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을 힘들게 하려고 하는 게 아닌 부모는 자식에 대해 무한 사랑과 돌봄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이시킬 수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평정심을 잃지 마시고 하실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조용하고 절도있게 말씀하시는 것이 학부모님이나 선생님 자신을 위해 필요한 사항입니다.
다섯째, 부모님이 자녀에 대해 비판하는 것에 섣불리 동조하지 마세요.
간혹 부모님들께서 자녀의 결점이나 부족한 부분을 선생님께 여과없이 말씀하시고 상담을 하십니다. 물론 부모님의 말씀이 맞는 부분도 있으나 같은 강도로 동조하시는 태도는 나중에 부모님께 서운함을 불러일으킵니다. 내 자식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얘기하면서 그것을 그대로 인정해 버리는 담임선생님을 고맙다고 하실 분은 없습니다. 선생님께서 쉽게 동조하지 마시고 부모 마음을 헤아리시고 필요한 객관적인 사실 위주로 말씀하시되 지나친 평가나 섣부른 판단은 아이에게도 상처가 되고 부모에게도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나는 자식을 야단쳐도 다른 사람은 내 자식을 비판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부모 마음입니다.
여섯째, 경계를 지키세요
학부모와 교사와의 관계에 대해 항상 건강한 경계가 있어야 합니다. 때로는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가 아주 친밀해지고 사적인 관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교사를 전적으로 이해해주시고 도와주시는 부모님께 친밀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는 건강한 경계가 있어야 하듯이 이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적인 일로 만났고 학생의 성장을 위해 같은 목표로 관계로 유지하는 것 외에 지나친 친말한 관계나 이익이 오가는 관계 등은 아주 위험합니다. 본연의 관계를 어지럽히는 관계는 다 지양해야 합니다. 집안에서도 부모와 자녀와의 건강한 경계가 있습니다. 교사와 학생간에도 건강한 경계가 있습니다. 경계가 없고 기준이 없이 친밀하다는 이유로 지내는 것은 무질서하고 예를 넘는 것이며 어떤 생산적인 일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학부모님은 학생의 부모님으로 대하시고 교사는 교사로서의 품위를 반드시 유지하셔야 합니다.